PGR21.com


Date 2003/11/09 21:56:11
Name kimera
Subject 그의 우승....
이 글은 원래 결승이 있기 2일 전에 적었던 글입니다. 하지만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2가지 때문입니다. 우선 전 박용욱 선수도 좋아하지만, 강민 선수도 누구보다도 좋아하니까요.

저는 처음에 스타를 하면서 익힌 종족이 프로토스였고, 지금도 그 어느 종족보다도 아끼기에 이번 프로토스끼리의 결승은 누구 하나를 응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결승도 끝났고 기분 좋게 칭찬도 하고 축하도 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약간 수정해서 올립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가을에 나를 즐겁게 해준 “전태규”, “강민”, “박정석”, “이재훈”, “김성제”, “조병호”, “박용욱”선수 그리고 그리운 “김동수” 해설위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가을 당신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박용욱.....

한동안 엄하게도 당신의 이름을 박용“옥” 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었던 이유는 당신이 어눌한 부산 사투리로 자신을 박용욱이라고 소개를 하는 것을 잘못 들어서였죠. 제 외가가 부산이었던 지라 전 당신의 그 어투와 톤이 참 정겨웠습니다. 온게임넷의 특별전 형식이었던 라이벌 리벤지라는 프로그램에서 기욤선수와 경기를 하던 모습, 그리고 그때에 슬쩍 나오는 당신의 개인적인 사정들은 당신을 다른 이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생각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친근하던 당신인데 제가 제대로 챙겨보기 시작한 시점의 스타리그에서는 당신의 이름이 없더군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전 왜 당신이 악마의 프로토스인지 경기를 보면서 더 알고 싶었고, 우승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프로토스라는 평에 당신의 경기가 보고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더군요.

그리고 당신을 다시 본 것은 챌린지 리그에서였습니다. 당신의 친구라던 박정석 선수가 프로토스의 영웅으로 올랐다가, 슬럼프에 빠져들 무렵이었지요. 전 당신이 돌아왔다는 이야기에 그리고 챌린지 리그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환호 했습니다. 진정한 프로토스의 영웅이 돌아왔다고 생각했죠. 아마도 그 당시에 한참 좋아하던 임요환 선수를 결승에서 무너트려버린 박정석선수에 대한 반감이 약간은 남아 있었기에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화려하게 올라간 스타리그에서 당신은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3연패 탈락....... 과거 무적의 승리 가도를 달리던 임요환 선수에게 한방 날리던, 프로토스 최강자라고 하던 기욤과의 대결에서 지더라도 최고를 유지하려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왜 저러지?

돌아온 당신의 나약해 보이는 모습에 들었던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소속팀을 옮겼습니다.

그 당시 제가 응원하던 동양으로의 이적이었습니다. 동양으로 옮겼지만 한동안 당신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당신이 첫 번째 모습을 보인 것은 동양과 한빛의 경기에서 박정석 선수와의 1:1 경기였지요. 전 당신을 응원했습니다. 당신이 이길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믿고 응원 했던 것은 먼저도 적었지만 당신이 진정한 프로토스의 영웅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없을 때에 그 자리를 차지했던 박정석 선수를 누르고 그 증거를 보여주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졌지요. 그것도 아주 아슬아슬하게 졌습니다. 당신이 기습적으로 사용한 다크템플러를 효과적으로 막아낸 박정석선수의 승리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다시 스타리그로 올라갔습니다. 프로리그는 화려한 결승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진가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과 박정석 선수가 정말로 친하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때쯤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박정석 선수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요. 그도 제가 좋아하던 부산사나이 더 군요. 그리고 전 스타리그에서 당신 둘의 결승을 기원했습니다. 왠지 멋질 것 같았습니다. 프로토스의 진정한 친구이자 라이벌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스타리그에서 정말로 무서운 선수가 한명 더 있더군요.

“강민”

그에 대한 해설자 분들의 설명과 팬들의 칭찬을 가슴을 설레도록 합니다. 몽상가라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타이틀과 누구도 하지 않는 길로 해법을 찾는 그의 모습은 절대강자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8강에서 당신과의 일합.

그의 완벽한 승리! 뭐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어느 세 저는 그가 당연히 우승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습니다.

천신만고 당신은 8강으로 갔고 그는 비교적 여유롭게 8강에 안착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프로토스에서 당신의 가장 큰 라이벌이자 동료인 박정석선수가 그와 대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당신이 우승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요. 정확하게 박정석 선수가 사용했던 몇몇 전술들이 당신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엄재경해설위원이 하셨을 때부터였습니다.

박정석 선수가 졌습니다. 그러면서부터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박경락 선수를 이기면서부터 확신을 했습니다.

가을의 주인공은 당신 일 것이라고요.

당신에게서는 줄줄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절친한 친구의 원수를 갚고, 자신에게 진 후배의 몫까지 싸워야 하는 의무와 8강에서 당한 완패를 갚아야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홀로 고고하고 강했던 강민선수와는 다른 이야기가 보였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지면서 “잘해”를 쳐준 박경락 선수와 팀숙소를 나와 자신의 숙소로 와서 함께해준 박정석 선수의 몫까지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습니다.

박정석 선수는 아마도 당신에게 최고의 파트너였을 것입니다. 최강의 상대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겨루어 누구보다도 강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당신과는 형제처럼 통하는 상대였을 테니까요.

오늘 당신의 결승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과거부터 그리워하던 악마의 프로토스 박용욱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신은 정말 강합니다. 그리고 훌륭했습니다.

당신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아직까지 우승을 했던 게이머가 다음대회에서 부진하지 않았던 경우는 당신의 팀의 임요환 선수 밖에 없었습니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이윤열 선수도 그 저주에 고생했고, 당신의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영웅도 그 저주에 빠져 헤맸습니다.

그리고 홀로 고고하던 그가 이제부터는 당신에게 이겨야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이제 몽상가의 눈은 당신을 지켜 볼 것이고 당신을 무너트리기 위해서 노력 할 것입니다.

우승을 하는 것보다 우승을 지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당신이 당신 본연의 강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르푸
03/11/09 22:07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멋진 글이네요. 박용욱 선수 정말 축하드립니다.
윽...이재훈 선수에서 박용욱 선수로 맘 변할라고 하네..... 어쩌지....
소나기
03/11/09 22: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그리고 오늘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아하하하
친구들과의 내기에서 멋지게 이겨버렸습니다. 박용욱 선수에게 건 사람이 저 밖에 없었거든요. 제가 박용욱 선수가 이긴다에 박정석 선수와의 연습을 그 근거로 내세웠는데 어째든 멋지게 맞춰버렸습니다. 판 돈을 몽땅 독식하고 기분에 그 돈으로 술을 다 사버렸네요. 알딸딸 한 것이 기분이 너무 좋네요.
악마토스 제발 온겜넷의 징크스에 휘둘리지 마시고 다음 시즌에도 건승하시길... 겨울의 전설도 한번 만드셔야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4853 그의 우승.... [2] kimera3173 03/11/09 3173
14851 흠 .. 그냥 왔다가 가기 뭐해서 사진이나 올리고 가렵니다 .. ^^ [8] 삭제됨4262 03/11/09 4262
14850 어떤 분의 예언이 들어맞았습니다. [23] K.DD4654 03/11/09 4654
14849 느껴버렸군요. [8] 챠우챠우3252 03/11/09 3252
14847 슈마지오..다시한번 재정비할때.... [9] 거짓말같은시4345 03/11/09 4345
14846 Kingdom. [9] yami3391 03/11/09 3391
14845 INCUBUS, in Mycube [2] zephyrus3394 03/11/09 3394
14843 오늘의 패배는 잊지 않겠습니다.. [7] 낭만다크5341 03/11/09 5341
14842 난 여지껏 Kingdom을 인정하지 않았다... [18] 대박드랍쉽5399 03/11/09 5399
14840 Kingdom Meets Nal_Ra... [2] SlayerS[Dragon]3438 03/11/09 3438
14839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3] 햇빛이좋아4029 03/11/09 4029
14838 같이 날라보실래요? [3] La_Storia3226 03/11/09 3226
14836 분위기 메이커 [6] Ace of Base3315 03/11/09 3315
14834 [KTF BiGi배] 문자중계창. [56] 투덜이스머프4137 03/11/09 4137
14833 [문자중계] MyCube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강민 vs 박용욱...!! [402] 메딕아빠9923 03/11/09 9923
14831 앞으로 2틀남았내요^^...; [8] [ReiUs]sunny2274 03/11/09 2274
14829 지금 이곳은 피시방입니다. [2] TheHavocWorld2744 03/11/09 2744
14828 프레디 vs 제이슨..... 강민 vs 박용욱 [15] neogeese3871 03/11/09 3871
14827 [잡담]그랜드 슬램님을 보며.. [4] 킬러3307 03/11/09 3307
14826 '더블 스톰'이란 말.. [15] POREOVER4047 03/11/09 4047
14824 안동에서.. [6] i_random2152 03/11/09 2152
14823 전설의 날.. [16] 낭만다크3292 03/11/09 3292
14822 [상담]정말로 요새 걱정입니다.상담좀해주세요. [9] SlayerS[Dragon]2484 03/11/09 248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