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25 00:30:42
Name 서창희
Subject 처음 면도를 해보았습니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면도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남자라면 다들 하는건데 도대체 글 쓴 애는 누구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렇습니다. 저는 88년 생이었던 것입니다.



긴장이 되었습니다.
비누를 묻혀서 콧등 주변을 바르는데, 생애 처음 시도하는 도전에 손이 떨려왔습니다.


무서웠습니다.
내 손으로 나의 살을 다 찢어놓는 것은 아닌지.
처음엔 도저히 면도날이 제 콧등으로 가지 않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3중날이라는 이상하게 생긴(?) 기계를 가지고 아주 살짝 면도날을 피부에 대어봅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수염이 잘라지기 시작합니다. 알 수 없는 신비함에. 이곳 저곳 구석구석.
아주 조심스레 면도날로 '면도'라는 것을 하기 시작합니다.


깨끗합니다.
내 얼굴이 이렇게 변하다니.
뭔가 따끔한 느낌도 있고, 얼얼한 느낌이 글을 쓰는 지금 이 때에도 남아있습니다.


커가는 것을 느낍니다.
점점 성장해가는 것 같습니다.
형들이 굴리던 전자 면도기를 보고 신기해 하며 쳐다보던 그 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이젠 제가 제 얼굴에 칼을 대다니요.


.................................................


전기 면도기는 급할때 정말 몇십초만 투자하면 면도를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도날이 있는 면도기는 위험하지요.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피부를 베게 되니까요.

크림을 바르는 순간부터 깨끗이 씻고 거울을 보는 그 순간까지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전기 면도기는 아무리 문질러도 베일 염려가 없지요.
집에 전기 면도기가 있다면 발가락으로 면도를 하여도 면도를 잘 할 자신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의 권태(?)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면도날이 달린 면도기로의 면도는 면도날이 피부에 닿는 정말 짜릿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털만 깍느냐, 피부까지 깍이느냐의 긴장이라고나 할까요.

죽느냐 사느냐. 삶과 죽음의 긴장이 이런 것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전기 면도기가 생긴다 해도 면도날이 달려있는 이 면도기를 계속 사용할 생각입니다.
제 생활에 긴장과 여유를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의 방송경기에는 약간의 긴장이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도 하지요.

면도날이 달려있는 면도는 이런 최적의 상태가 나오게 만드는 긴장감. 그리고 여유를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살에 칼을대는 면도날 면도.

빠르게 바뀌어가는 이런 바쁜 생활속에 저에게. 그리고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에게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를 선사해 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오늘은 면도날 면도를 해보시는게 어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adjulia
03/09/25 00:35
수정 아이콘
음.. 고민이 되는군요.. 면도자체가 주는의미랠까. 이미 그런걸 전 잃어버린듯합니다.
남에게 주는 첫인상의 깔끔함보단 제 자신이 느끼는 장재영해설같은 폼나는 수염이 그것들을 뛰어넘은거 같군요.
기른지 한 2주됐습니다만. 폼은 커녕 폐인취급만 받을땐.. 정말-_-
자르고 싶을때가 하루이틀이 아니랍니다
참소주
03/09/25 00:41
수정 아이콘
저랑 동갑이시군요 ^^
저는 약간 -_- 늦습니다(뭐?) -_-; 그래서 면도는 해보지 않았지만
어릴적 면도기 사오는거 심부름 하다가 멋도 모르고 -_- 면도날을
잡고 오다가 다량의 출혈을 ㅡ.ㅡ;; 한 아픈 기억이 떠 오릅니다 ㅜㅜ
안전제일
03/09/25 00:42
수정 아이콘
며....면도.--;;
해당사항 없는 부분이군요.으하하하
저도 가능하다면 면도날로 하는 면도를 추천합니다.해본 경험은 없지만 훨씬 깔끔하더라구요.
아버님께서 늘 깔끔한 모습만 보여주셔서 그런지 당췌 수염이라는 것이 적응이 안되요 적응이...^^;

삶의 긴장감이라...잃어버리고 살았던듯 합니다.
기운내야죠.으하하하하
그리고 첫번째 면도! 축하드립니다.^_^
오크히어로
03/09/25 00:45
수정 아이콘
남자의 로망은 자고로 관우의 수염!!!
왕진돌이
03/09/25 00:46
수정 아이콘
인중 아래쪽만 수염이 없고 입 양끝 위쪽에만 수염이 나면 대략 낭패입니다.-_- 내시 수염이라고도 하죠
못다한이야기
03/09/25 01:08
수정 아이콘
면도할 때, 셰이빙 크림 꼭 발라주십쇼. 비누와 큰 차이가 없긴 하지만, 두터운 거품을 걷어내며 슥삭~ 지나가는 면도기 헤드와, 하얀 거품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깔끔한 턱선이란.. ㅋ ㅑ..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많이 팔고, 비싸지도 않으니 한 번 사보세요. 그리고 애프터 셰이브는 좀 좋은 놈을 사서 촥 발라주면.. 으음~~ 남자의 향기가 @.@~ 물론 수염이 빨리 자라시는 분들은 전기 면도기가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며칠에 한 번씩 지대로 밀어주는 게 기분 꿀이죠~.~~
neogeese
03/09/25 01:33
수정 아이콘
저는 수염이 덮수룩 하게 빨리 자라는 편이지만 전기 면도기는 거의 안씁니다.. 아침에 아무리 시간을 들여서 해도 생각보다 깔끔 하지가 않거든요.. 아침에 준비 하는 시간을 넉넉히 잡고 매일 1회용 면도기를 사용 하죠.. 잠이 덜깨서 어리버리 할때 긴장감에 대략 정신이 든다는... 정우성이 수염 기른 모습 보고 부럽기는 했지만 제가 수염을 기르면 도둑 내지는 변태로 볼게 뻔하기 때문에.. 매일 공을 들여서 면도를 하죠..^^:
피팝현보
03/09/25 01:50
수정 아이콘
근데 면도 일찍하면 별로 안좋은데... (경험상..)
애프터shave는 좀 남자냄새가 너무 강하게 나는거 같아서 잘 안쓰는데..
그리고 수염이 풍부하게 나시는 분들은 길러도 멋있다는 소리를 100명중에 한명은 듣지만.. 저처럼 숱도 얼마없으면 1000명에 한명에게도 멋있다는 소리 못듣습니다. 그래도 면도는 천천히 하세요.. ^^
(수 ㅔ 이브가 안되서 shave로 대체합니다.. ^^)
Elecviva
03/09/25 01:53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잘 봤습니다.
서창희님의 글을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
03/09/25 04:08
수정 아이콘
흐흐흐.. 저는 평소에 기르고 다닙니다. 인상이 너무 유약해 보여서. 하루만 안깎으면 덥수룩. 면도기 10번은 더 바꿨는데 *레트 추천입니다. 아무도 안가르쳐 줘서 면도 10년만에 안 상식인데(-_-;) 아프다고 수염 결대로 면도하면 안되고 거슬러서 해줘야 깨끗해집니다.
義劍無敗
03/09/25 07:10
수정 아이콘
마하3 짱 -0-b
'N9'Eagle
03/09/25 08:50
수정 아이콘
창희님 동갑이시네요 ^^; 아, 저도 몇달 전에-_-; 처음으로 면도를 해 보았다는..(사실은, 엄마가 해주셨다는-_-;;;;)
03/09/25 09:12
수정 아이콘
저도 수염을 거슬러서 하지만, 정석(?)은 결대로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결을 거슬러서 하면 깨끗이 깍이지만 피부가 상하고 모공도 커진다고 하더군요. 저야 이미 그르칠 대로 그르쳐 빠져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암튼, 면도는 꼭 초반에 제대로 배워서 해야 합니다. (T_T)
딱3일만
03/09/25 17:15
수정 아이콘
시간 지나다보면 눈감고도 한다는... ( --) 매일매일 면도를 해야하니까 나름대로 노하우도 쌓입니다.. 잘만하면 피부관리에도 효과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요.. 삼중날이라.. 좋은 면도기 쓰시나봐요.. 사실 좋은 면도기보다 충분히 털을 불려서 면도하는게 더 중요하죠.. 체크바람.. 먼저 따뜻한물로 비누세면은 하고 나서 다시 거품을 잔뜩내서 면도하는게 좋습니다.. 물에 뿔려야죠... 라면 뿔리듯..
PenguinToss
03/09/25 20:39
수정 아이콘
축하(?) 드립니다...
석양속으로
03/09/25 21:21
수정 아이콘
아 저는 고등학교때부터 면도를 하기 시작해서 13년동안 매일 해오고 있습니다. 수염과 체모는 많이 나는데 정작 머리털은 점점 빠져요..ㅠ.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면 이렇다는데....야성미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접니다. ㅡ.,ㅡ
매일 아침마다 면도를 안하면 바루 산적스타일이 되어버리는 저이기에 이런 불편없는 여성분들이 너~~무~~도 부럽습니다..털안나는 남자분들도요...^^
[귀여운청년]
03/09/26 15:06
수정 아이콘
털을 불린다기보다는 더운 물로 세수를 하는 것은 모공을 열리게 하기 위함이죠. 말그대로 모공이 열리면 그만큼 털이 잘 깎이게 되고 모공 속의 노폐물도 세수를 통해 제거가 되는 거죠. 그리고 마무리는 꼭 찬물로 모공을 다시 닫아줘야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280 [잡담] Amazing Eagles. [19] 마요네즈2232 03/09/25 2232
13279 처음 면도를 해보았습니다. [17] 서창희3383 03/09/25 3383
13278 [펌] 글쎄요... 과연 이 말이 사실일 지는 모르겠지만.. (故 김차헌군에 관한 글) [11] PenguinToss3219 03/09/25 3219
13277 나도 스타 가르치기... [11] 스톰 샤~워1954 03/09/25 1954
13275 스타 가르치기 아류작 2편!!!!!!! [3] stay2024 03/09/24 2024
13274 아.. 더이상 나는 저그로는 안되나.. [20] 저그매니아2369 03/09/24 2369
13273 베르트랑 WCG2003 프랑스 예선전 1위 [21] forever4339 03/09/24 4339
13272 네가 게임한거 다 아는데~ 속이려 들다니 [5] 전장의안개2592 03/09/24 2592
13271 어설픈 프로게이머 동화(?) 1편 [18] 뜻모를헛소리2310 03/09/24 2310
13270 KPGA공식랭킹 (2003년9월) [11] 투덜이스머프3652 03/09/24 3652
13269 질문게시판... [2] Legend0fProToss1836 03/09/24 1836
13268 信主NISSI1781 03/09/24 1781
13267 [스타소설] 유리장갑 - 4 - [10] 신문종1595 03/09/24 1595
13266 [잡담] Boxer의 가을은... [28] 낭만드랍쉽3735 03/09/24 3735
13265 옛날 게임의 추억.... (보기만 했던 게임의 추억?) [16] 파란마녀2330 03/09/24 2330
13264 [레슨]대화 [9] 미남불패1870 03/09/24 1870
13263 (정보) 2003 대구게임페스티벌[DGF2003]전국게임대회 [1] 아이리스2133 03/09/24 2133
13262 [잡담] 무언가 찜찜하다. [3] 서쪽으로 gogo~1987 03/09/24 1987
13261 [스타소설] 유리장갑 - 3 - [10] 신문종1657 03/09/24 1657
13260 [잡담] 내가 스타를 다시 시작하던날.. [1] 박경석1860 03/09/24 1860
13259 스타크래프트, 불감증. 그리고 사랑. [14] 신문종1929 03/09/24 1929
13258 [분위기상잡담] 누군가 당신에게 스타를 가르쳐달라고 하거든 [9] open2532 03/09/24 2532
13257 [잡담]3개 방송국 스타크래프트 본선 통합랭킹 [32] Altair~★4320 03/09/24 43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