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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7/13 22:19:48
Name 마운틴
Subject [잡담]내가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안녕하세요. 마운틴입니다. 제가 이번달 말에 전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루나'님의 힘을 빌어 써본 전역 소감문입니다.
글의 특성상 반어체인점 양해해 주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_)



"세상은 벽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훈련병 시절 때, 소대장과의 면담 때 대답했었던 말이다.
"수한 이는 세상이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은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차에 혹은 신체에 비유하곤 하지만,
저는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며,
자신이 자신에게 지워진 힘을 지지하지만, 중간에 벽돌하나 빠져나갔을 때,
그 벽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그 빠져나간 벽돌의 힘을 옆에 벽돌들이 지지하기 때문에,
세상은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 전 소대장은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나의 자료에도 상당히 특이한 생각을 한다고 적어 놓았었으니 까.
하지만 나의 대답은 그냥 우연이었다.
소대장의 질문을 받기 전에는 세상이 어떻고, 군대가 어떻고 하는 내용의 생각들은
별로 신경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1년의 뜨거웠던 여름 논산의 나무그늘 아래 빨간 벽돌 위에서 빨간 화단의
담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소대장과의 면담. 나는 그 면담 중에 소대장의 질문을 받고
우연히 생각해 낸 대답이었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이제 전역을 앞두면서 그때 대답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세상은, 군대는 벽이었다.
세상이란 벽, 군대라는 벽 넘기도 힘들고,
세상이란 벽, 군대라는 벽 뚫어내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 세상이란 벽. 그 세상이란 벽의 벽돌들은
서로를 지지하며, 모진 풍파, 혹은 다른 어려움 모두를 견딘다.
벽에 벽돌이 하나가 빠져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빠져나간 벽돌의
바로 옆 벽돌이 그 하나가 빠져나간 자리의 힘까지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병때, 충수돌기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맹장염으로 갑자기 입원하여,
경계나 불침번 근무를 설 수 없었을 때, 나의 동기들이 나를 대신해서 서 주었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경계나 불침번 근무를 설 수 없었을 때,
나 역시 그때를 생각하면 대신 근무를 서 주었다.
병원 부대라는 특성상 항상 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중대에 남아 있는
잔류 인원이 모자라, 작업인원이 없었을 때, 나는 두발 벗고 그 작업에 동참했고,
내가 작업을 하지 못했을 때는 나 대신 다른 인원이 나의 자리를 채워주었다.
벽에서 빠져나온 벽돌, 그 벽돌이 나였던 때도 있었고,
그 벽돌의 짐을 대신 지는 그 옆의 벽돌, 그 벽돌 역시 나였던 때도 있었다.
서로의 짐을 대신 지어주는 그 곳, 그 곳이 군대였고,
서로의 짐을 대신 지어주는 그, 그가 바로 전우였다.
하지만 모두가 남의 짐을 대신 지어주곤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어야 할 그의 짐 그 것이 싫어, 혼자 빠져 나온 벽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빠져 나온 벽돌, 빠져나온 그는 아무 것도 지지할 수 없고,
아무도 그 벽돌을, 빠져나온 그를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다.
나는 이년 동안 군 생활을 하면서 내가 빠져나온 그의 짐을 덜어줄 망정,
그에게 짐을 지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의 군 생활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사람이 무엇인지, 세상이 무엇인지, 누군가가 나에게 묻노라면, 이제 나는
"세상은 벽이요, 사람은 벽돌이요." 라고 대답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소? 라는 질문에도 나는
"이 세상의 벽돌로 다시 태어나고 싶소." 라고 대답할 것이다.

('' 이상입니다.
2년전 저는 "나를 성장시키자" 라는 목표로 군생활을 했었는데,
제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후회되는 군생활을 하지 않은 것에,
상당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글에 힘을 실어주신 루나 님 께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십시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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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13 22:46
수정 아이콘
현실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인권, 나의 2년이라는 시간, 그것이 나의 꿈을 이루는데 미치는 장애, 수많은 것들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도 변하지는 않습니다.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있은 후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타의 또래들보다 명확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인지, 군에 들어가기 이전에 나의 꿈을 어느 정도 이루어 놓고 그 성과물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적인 생활에 돌입한다면, 정말 질식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강박 관념까지 있는 것도 같습니다.
군 생활이 힘들다든가 괴롭다든가 하는 문제는 개인적으로 많이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남의 명령같은 걸 듣는 걸 싫어했고, 자유가 최고의 정의라고만 생각해 온 개성탓인지, 군대에 잘 적응할지도 미지수 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이제까지 내면적인 심성에 많은 의지를 해 왔는데, 군에 잘 적응하여 말 잘듣는 군사가 된다...면 그런 개성이 무뎌져버릴 것 같은 걱정도 앞섭니다.
친우를 얻고, 전우를 얻고, 세상을 배우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세상의 벽을 이루는 벽돌이 된다......... 하지만 제 자유는 제 자신도 아직 그 규격을 모르고 한 없이 그에 대한 동경은 커져만 갑니다.
굳이 군의 그런 장점이 또한 개인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식의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 잘 모르겠고, 신념은 있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라고 했을 때, 정말로 부서지든지, 타협하든지 하는 결론만이 있다라면, 정말 이것만이 현실이라면, 그 때까지, 정말 입역 통지서가 올때까지는 기다릴 뿐입니다. 정말 모르겠거든요. 후아~ 누가 가르쳐 주실래요? 물론 군대는 가겠지만, 갈 수 밖에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용납(?)은 못하겠네요.
마운틴
03/07/14 10:02
수정 아이콘
제가 이말을 해드렸나요?
내가 할일을 찾는 것이 나의 할일이고,
그일을 행함으로서 배우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요,
배움으로서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 님에게는 벽돌이 되느니..모가 되느니..하는 허접한 말보다는..
위에 단 세줄만...생각해보세요...좋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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