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3/30 17:44:42
Name 서인
Subject [습작] 질럿 마르시안(3), 그리고 에필로그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나? 중요한 싸움을 앞둔 전사들에게 호출부호를 재할당하는 것이 어때서? 흠, 하긴 전사마다 낱낱이 호출부호를 부여한다는 것이 지나친 감은 있군. 응? 9 번까지였나? 그러면.. 건물과 전사들의 소환 명령, 후속 전사들에 대한 지휘까지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진행할 작정인가? 링크 사용에 무척 숙달되지 않으면 어려울 텐데 지금 사령관이 할 수 있을까.

세르무스의 얼굴엔 계속 그늘이 짙어진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세르무스?

" 마르시안, 자네는 링크에 능숙하지 않나. 프로브를 불러 보게. "

갑자기 프로브를 왜? 어, 응답이?  어떻게 된 거야?  파일런, 활동 중인 건물 연결해!   '없음' ? 전사들을 더 이상 소환하지 않고 있다?  설마.. 전투 지원대 가장 최근 보고 링크!  . . . 미네랄 . . 48 .. 이럴 수가..

" 마르시안.. 피습 상황은? "

의미가 없잖나 !  ..현재 공격 받는 건물은 없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지킬 가치도 없어 버려진 창고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는데. 단 하나의 프로브만이라도 활성상태로 유지됐다면.. 선발대 기동 지휘해야 할 순간도 놓치고 2 전대 전체 소멸을 부르면서 얻은 결과가 고작 이것? 전투 지원대조차 유지 못하다니.
..나와 옥타리스만이라도 돌아갔어야 했어. 우리 모두를 되돌려야 했다구.  멍청한!

" 윙 - 성큰과 러커 공격 감지. 후퇴하라. 3은 최후방으로. "

이런, 아차 하는 사이에 큰 부상을 입을 뻔했군.  쉴드게이지가 바닥이다. 얼간이 사령관, 크립도 못봤나?

" 윙 - 7, 러커 확인 지역에 스톰.  1는 왼쪽, 3은 오른쪽, 달려라. "

파팟- 치-치칙. 촉수가 너덜거리는 러커가 푸른 그림자가 남아 있는 흙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다. 빈사 상태.

" 윙 - 1, 3, 러커에 일격 후 즉시 퇴각. "

성공이다!  성큰의 공격이 분산되어 세르무스와 옥타리스는 다행히도 다치지 않았다. 부디 저 러커가 마지막이었길.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 없다. 비록 지금 잠깐은 자식 없는 오버마인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하고 두려운 상대가 될 것이다. 지금 뿐이다.  이미 여섯의 라바가 변태 중이지 않은가. 어서 스톰을!  안 된다.. 에그들이 너무 흩어져 있어. 저글링? 히드라? 무엇이 되었건 저들이 깨어나 성큰을 엄호하면 뚫지 못한다.
돌격 명령은 언제 줄 텐가!

" 윙 - 1, 2, 3, 4, 성큰을 유도한다.  5, 6, 명령대기.. 지금! 5는 광산 남쪽 끝, 6은 북쪽 끝으로! "
" 7, 8은 6과 한 파일런반경 거리를 유지하라. "

윽, 미처 피하지 못하고 허리를 얇게 꿰뚫렸다. 이 저릿한 통증은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군. 옥타리스, 스테이스도 몸을 감싼 빛을 잃었다. 멀리 세르무스도.

" 윙 - 1,2,3,4, 성큰 범위 이탈.  5, 일격 후 반발짝 전진, 6, 일격 후 반발짝 전진, 5, 일격 후 반발짝 전진, 6, 일격 후 반발짝 전진 . . . "

사령관 뭐하는 거야. 링크 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저들을 고립시킬 작정인가!
꿈틀, 에그가 옆으로 퍼진다. 저글링!  갓 태어난 열 둘이 한꺼번에 광산 쪽으로 달린다. 올레하피! 우플라이! 어서 이리로 탈출해!

" 5, 6, 광산 가운데로 이동 "

사령관 ! ! !

" 7, 5에 스톰,  8, 6에 스톰, 한꺼번에 이탈한다, 달려! "


트윈 스톰...  스톰의 잔영으로 아직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검붉은 여울을 철벅이며 두 영웅이 다가온다. 쉴드의 빛을 다 잃고 절룩이면서 닫는 모습이지만 더없이 눈부시고.. 아름답다. 아름답다.

전사가 되기 위해 단련하던 시절, 스스로의 지지부진한 발전에 맥빠져할 때마다 알다리스가 들려주던 아둔과 피닉스의 전설, 서른 여섯에 맞선 둘. 그때 그들은 함께 소멸했지만 올레하피와 우플라이는 전사의 육신 그대로 돌아오고 있다. 작렬하는 스톰 속으로 세 무리 오버마인드의 자식들을 끌어들이곤 그 피늪을 헤치며 걸어 나오다니..  올레하피..우플라이..그리고 타르타니스와 캐노피린, 자네들이 이제 새로운 전설이 되었군.
눈은.. 이렇게도 흐려지는구나.

그래, 이젠 가능하다. 부상 없는 전사가 하나도 없지만 방해받지 않는다면 성큰 3기는 제거할 수 있다. 희생은 크겠지..  흡, 만일 오버마인드가 자식을 더 불러낸다면. 아무래도 전사가 더 필요..해.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캐노피린과 눈이 마주친다.  ...무정한 친구 같으니라구. 고개 한 번 주억거린 게 30 년 우정이 다하는 순간에 대한 소회의 전부인가.. 그래, 축하해주겠네. 지난 번 결투 연습 때 내게 꺾인 팔도 더 이상은 자넬 아프게 하는 일이 없을 게 아닌가.. 자네와 함께 한 시간은 늘 즐거웠네. 자네도 마르시안을 기억해주게.

" 위잉 -  . . . 아콘.. 워프하라. "

기다려, 풋내기!  아직 인사가 안 끝났어, 아직, 아직 남았다구..

" 윙 - 타린이 좌익을 맡는다 "
" 반원형 대형, 모두... 돌격 ! "






<< 에필로그 >> - 기함 엔티오네 하갑판

최선? 옥타리스, 무슨 소린가? 그건 순전히 운이었네. 올레하피와 우플라이를 공격하는 게 히드라들일 수도 있었어. 사령관이 무슨 수로 오버마인드의 베스핀 부족을 알 수 있었겠나. 멍청한 풋내기가 무모한 도박을 벌였고 더 멍청한 갓난애 오버마인드가 당황해서 허풍에 넘어간 것 뿐이라구. 뭐? 아니, 아니네. 자넨 사령관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라니깐.

" 어이 ~ 아이우의 명물  '수다쟁이 질럿 둘의 향연' 인가? "

아, 마침 잘 왔네 세르무스. 옥타리스가 자꾸 우기지 뭔가. 매번 당황해서 전투 상황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는 사령관의 전술이 훌륭했네 어쩌네 하질 않겠나. 자네가 설명을 좀 해 주게나.  왜 나를 보나?

" ..아닐세, 마르시안. 참, 자네 사령관의 호출을 거부했다면서? "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  아무튼, 어림도 없는 일이지. 전투도 끝났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그 멍청한 사령관 말을 듣겠나. 작전 중일 때만 제외하면 저나 나나 자유로운 아이우의 시민이긴 마찬가지인데. 후송 도중의 자유는 특히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다구!  게다가 당연히 할 말 있는 녀석이 움직이는 것이 정의지, 안 그런가?

난 마지막 순간까지 아슬아슬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들부들 떨리네. 성큰에 한 번만 더 찔렸더라도.. 스테이스 도움으로 간신히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멍청한 사령관이 저글링 견제 실패하는 바람에 허리가 너덜거리는 피투성이로 혼자 저글링을 맞지 않았나. 타린이 때맞춰 오지 않았더라면 맞대전에서 저글링에게 패한 얼간이로 기록되었을 거라구. 저글링만 보면 움츠리는 드래군들에게 저글링 하나도 못이긴 바보라고 놀림 받는 처지가 될 뻔한 걸 생각하면.. 윽.
찾아가서 사과받는 법이 어디에 있나. 사과하고 싶으면 찾아와서 하라고 해!

" 흠... 마르시안, 내 충고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나? "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구. 난 잘 하는 게 없어. 인정하긴 싫지만.. 저 멍청이 사령관보다도 못할 거라구.

" 아니야. 자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네. 특히 자네의 링크 능력은 정말 놀랄만 해. 훨씬 단련된 전사들도 자네만큼 정확하게 프로브의 움직임을 읽고 제어하지는 못해. 자네의 특별히 민감한 링크 능력은 아주 보기 드문 것이지. 그리고 그건 지휘관에게 필수적인 자질일세. 민감함. 그 뿐이 아니네. 전투에 임해서도 자네의 자질은 돋보이지. 다들 광기에 몸을 맡길 때도 자네만은 침착하게 주위를 살필 여유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민감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지휘관이야말로 최고지. 자네는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어. "

그만, 그만. 지휘관 수련이 그렇게 어렵다는데 나처럼 모자란 질럿을 선발할 리가 없어. 그 멍청이 녀석의 비웃음을 받으면서까지 무모한 도전을 할 생각은 없네.
하긴 모르지. 쓸데 없는 말은 한 마디도 안 하는 자네 같은 과묵한 전사가 가장 입담 좋은 친구가 뽑힌다는 스카우트 편대장이 될 수 있다면 나도 지휘관이 될 수 있을지도. 하하.  응? 역시 우스개는 옥타리스의 영역인가? 머쓱해진다..

" ... 마르시안.. 세르무스는 지난해까지 30 년간 스카우트 편대장이었네.. "

허엇. 이건 또 무슨 우습지도 않은.. 세르무스, 정말인가?
아니, 도대체 왜 다시 땅으로 내려온 건가? 뭐라구? 안 들리네. 더 크게 말해 보게.

" ....... 요즘은 통 출격이 없었어.. "


" 오 - 젤나가여.  명령마다 투덜거리는 울보 질럿, 아무 때나 슬슬 웃음 흘리고 다니는 덜떨어진 질럿만으로 모자라 이젠 죽을 기회가 적은 것이 불만인 미치광이 질럿이란 말입니까 ! 후우- 이런 녀석들도 전사라고 챠 상륙전에 같이 투입될 생각을 하면 사이언 파장이 안 잡히는군. 아주 캄캄해. "

뭐, 뭐라구? 갑자기 어디서..
너! 너, 사령관이지? 가만히 앉아서 그깟 사이오닉 링크나 갖고 노는 주제에 감히 전사를 모욕해? 패턴이 딱 넌데 호출 파장 바꾸면 모를 줄 알았나 !
당장 이리 워프해! 팔을 꺾어 주마.
결.투.다.

" 허, 우르사돈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내 패턴을 기억하는 걸 보면 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바보라고 하기는 좀 그렇군. 지금은 함대 지휘해서 귀환 중이라 움직일 수가 없으니 돌아가서 사이언 푹풍 속에서 한 판은 어떤가?
전통적인 집단 결투로. 방금은 나도 심하게 모욕 받은 것 같고.. 서로 풀 건 풀어야겠지. 난 지위가 있으니 2:3으로 양보를 하지. "

하, 폭풍 속에서는 검을 못쓰니 사이오닉 어설트 쓰는 네가 유리할 줄 알고 그러나 본데 그깟 불 몇 방 맞아 주면 그만이지. 전사가 화상 겁낼 줄 아나? 그래, 하자구! 양팔에 아주 다리까지 꺾어 주련? 최초로 힐링 탱크 속에서 상륙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으로 불리게 해주마.

" 좋아. 결투는 성립되었다. 내 동료로는 타린이 함께할 거야. 타린과 나, 둘 맞지? 그럼 도착하면 보자구.
치료 잘 받아 둬야 할 걸. 목욕 즐기라구, 마르시안. 이만 링크 끊네. "

이, 이런 비겁한 녀석. 아콘을 끌어 들여? 그게 어떻게 3:2가 되나 !
옥타리스, 자꾸 웃지 말라구. 타르타니스가 봐주면서 할 것 같지? 자네가 캐노피린을 몰라서 그래. 승부라는 이름만 붙으면 친구도 없는 알짜배기 전사라구.
작전, 작전이 필요하다... 그래, 어쨌건 옥타리스 자네가 타린을 붙들고 시간을 끌게. 우린 먼저 사령관을..
세르무스? 웬 한숨인가. 설마 천하의 세르무스가 겁먹은 건 아니겠지? 하하.

" 후우 - 피지아트, 하나도 안 변했군. 장난기 하고는.. "

피지..아트?
그, 그럼 저 풋내기가 자네 친구?  ...자네 그렇다고 빠질 건 아니지?

" 마르시안, 아직 그것도 몰랐나? 속성이 다른 전사들끼리는 명예를 건 공적인 결투가 금지되어 있네. 자네, 바보된 거야. "

결, 결투 금지? 바, 바보..됐다구?  ...하지만 속성이 같으면 결투할 수 있단 말 아닌가!
좋아! 피지아트, 기다려라. 세르무스, 그 수련 말인데..  세르무스, 어디 가나? 옥타리스?

" 그것 보게. 이번만큼은 자네도 잘못 본 거라구. 빨리 인정하게나. 겨우 스톰의 숨결 한 잔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라구. 마르시안은 민감하면서도 침착한 게 아니라 산만하고 둔감한 것이지. 프로브 링크 능력만 해도 그래. 그 정도도 안될 재능이었으면 애초에 사이언 검 뽑는 것도 못 배웠을 테지. 우리가 사이언 서핑하는 동안 마르시안이 광산 옆에서 프로브들하고 보낸 시간이 얼만데. 미네랄 들고 왔다갔다하는 게 귀엽다나? 난 그때 알아봤지. 바보맞다니깐.."

옥타리스~! 이리 돌아와. 결'투'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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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_^ 굉장 하네요 날로 발전 하시는듯
무지 잼써요 ㅎㅎ
02/04/01 23:28
수정 아이콘
왠지... 철학이라는 단어가 왜 떠 오르지...?
로마정의 검투 씬도 떠 오르고... 보일듯 잡힐듯 누구인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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