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2/27 12:39:32
Name 중년의 럴커
Subject 떨리는 손 - 그들의 애환
그랜드 파이널이 끝났습니다.  여러 이야기 들이 나왔습니다.  

개중에는 정말 선수들이 들으면 가슴이 아플 이야기들이 많아서 많이 안타까왔습니다.  저도 다행히 중계를 생방으로 볼 수 있었는데, 5경기 시작하자마자 변길섭 선수가 포즈를 걸고나서 보여진 화면은 정말 가슴이 아릴 정도였습니다.  제 와이프도 같이 보고 있었는데, (물론 인터넷하면서 옆눈으로 힐끗 힐끗 보는 정도이지만) 그 선수들을 보고 '쟤 어떻게해.  너무 불쌍해.'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박용욱선수도, 변길섭 선수도 헤드셑을 벗었다 썼다 하면서 진행원들과 이야기하는데 두 선수 모두 손이 확연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변길섭 선수는 자세히 보면 벌벌 떠는 것이 정말 심하더군요.  그 때 저는 변길섭 선수의 패배가 예상되었습니다.  세트 스코어 2:2, 그 엄청난 중압감 아래서 포즈를 걸고 효과음 때문에 책상이 떨려 경기를 못할 정도니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변길섭 선수, 아마 떨렸던 것은 책상이 아니라 그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상황에서 탱크 컨트롤 미스가 나왔고, 너무 쉽게 첫번째 탱크를 잃고, 압박을 받으면서 그렇게 경기는 패배로 흘러갔습니다.  그런 선수에게 칼날같은 비판을 던지는 일은 아무리 발전을 위한 것이라도 저는 차마 할 수가 없네요.  그날 경기하신 모든 선수들, 그리고 준비를 위해 손가락이 갈라질 정도로 고생한 모든 선수들, 감독님들, 관계자 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희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다들 힘내시고 금년 또 좋은 경기들을 부탁드립니다.  

줄 좌악 긋고...........다른 이야기..

생방은 온게임으로 재방은 엠겜으로 보았습니다만, 역시 전용준 캐스터가 현장 진행을 맡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우승한 주훈 감독에게 마이크를 넘기면서 '모 방송의 마이크를 빌려드립니다' 운운의 언급은 정말 필요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극적인 상황에서 그렇게 말의 기교를 사용할 이유는 전혀 없었지요.  게다가 프로리그 스폰서인 sk 텔레텍 SKY에 대한 언급이 너무 없었습니다.  게임 진행 방송사가 스폰서사에 신경을 안써주시면 누가 다음에 또 스폰을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그래도 몇년째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스폰서를 해주는데 말입니다.  현장 게임 진행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많이 느껴져서 아쉽더군요.  

가끔 스타리그의 공중파 진출 문제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고 하는 것은 결국 보기 좋은 명분이고, 역시 방송의 목적은 광고를 더 많은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역시 스타리그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게임의 시간이 불확실하고, 편차가 너무 큽니다.  짧은 것은 10여분 길게는 한시간 가까이 끌기도 하니 광고를 보여주기가 힘들죠.  전후반제이었던 농구가 쿼터제로 바뀌고, 서비스를 갖고 있어야 포인트가 올라가던 배구 득점제가 바뀌고, 탁구 득점제가 바뀌고 하는 것들도 다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광고 기회가 많은 야구도 정규 방송으로 인해 끊어 먹는 방송사인데 하물며 스타경기에서 한시간이 넘어가면 속이 바싹 바싹 탈 것 같습니다.  축구나 배구는 그나마 경기장 측면 광고판이 중계도중 계속 노출될 수 있지요. 스타는 그런 것도 힘들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온게임넷이나 엠비씨 게임에서 게임 중간 중간에 게임 광고 줄창 해대는 것 정도는 요즘 애정으로 봐주고 있습니다.  두 방송사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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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AgeTerran
06/02/27 12:53
수정 아이콘
저는 클랜전만해도 손이 떨려서 잘 못하겠는데
그렇게 큰 무대는 얼마나 떨릴까요 변길섭선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Ryu Han Min
06/02/27 13:12
수정 아이콘
래더만 해도 떨리는데...... 그 압박은 상상도 안갑니다. 흑흑
Den_Zang
06/02/27 14:16
수정 아이콘
다들 게이머를 사람이 아니라 게임하는 기계로 생각하나 봅니다.. 그들도 우리보다 더 어린 평범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 중에 특출나게 게임을 잘하는 몇몇이 그 게임을 좋아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 뿐..
마녀메딕
06/02/27 14:34
수정 아이콘
아, 그런 부분까지 보고 계셨군요. 듣고 보니 짠하네요. 저는 제 심장 떨리는것만 생각해서...
저는 현장감 때문에 엠비씨를 봤습니다. 선수들 입장이 기대했던것 보다는 좀 뻘쭘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넘어간듯 하네요.
홍승식
06/02/27 17: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Ace 게시판으로 가죠.
06/02/27 17:12
수정 아이콘
휴....

저도 키보드 치는 손이 떨릴정도의 중압감을 받아본적이 몇번 있는데...

정말 보이는 것이 없더군요....
06/02/27 17:58
수정 아이콘
근데 왜 엠겜에서 하면 아무리 좋은 대진이어두
관중들이 이렇게 적은가요?
아마 이번 온겜결승이 오히려 관중들이 더 많을텐데... ...
온겜은 무슨 비결이 있나요?
세이시로
06/02/27 20:11
수정 아이콘
휴, 정말 '선수니까 그정도는 감당해야지!'라는 말로 간단히 넘겨 버리기에는 그런 중압감은 너무나도 큰 것이겠죠.

왜 변길섭이 나왔을까? 라는 질문에 게임해설을 하는 입장이라면 미스매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만큼 변길섭 선수가 팀 내에서 그랜드파이널에 쏟은 노력과 책임감이 대단했던 것이겠지요. 김정민 선수도 손가락이 갈라질 정도로 연습을 했다는데, 아무튼 '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노력이 폄하되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Spectrum..
06/02/27 23:10
수정 아이콘
사나// 엠겜에서 한건 아니지요.. 온게임넷에서도 홍보 꾸준히 해줬고..
장충체육관이 크기때문일거같은데요..
현장에서 중계를 한게 엠비씨 게임일뿐입니다..
Angry Inch
06/02/28 01:44
수정 아이콘
사소한것 하나 - sk텔레텍은 사명이 스카이텔레텍으로 바뀌었답니다. 팬택계열에 편입되면서부터요..
깡패질럿
06/03/01 00:17
수정 아이콘
1:1만해도 떨리던데.......충분히 이해합니다..
06/03/01 02:33
수정 아이콘
저는 팬인데도 그런 상황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직 승패의 향방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박용욱 선수를 예상하고 출전한만큼 분명 이길거라고 기대했는데, 그 기대감이 무너지자 살짝 상처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왜 큰 경기에 나와서 한 번도 못 이길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예~ 주요 경기에서 5번 출전해서 5번 다 졌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정말 참담하죠.
그가 얼마나 성실한 선수인지, 왜 내가 그를 응원하는지, 오늘을 위해 얼마나 힘겹게 연습해 왔는지... 명암이 갈리던 순간만큼은 다 잊고 암담한 마음 밖에는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 말 밖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를 않네요.
상처 씻어내고 꿈을 향해 다시 뛰세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06/03/01 02:34
수정 아이콘
더 응원할게요~
Blazin Beat
06/03/01 09:07
수정 아이콘
방송사를 비교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저도 생방은 온게임넷, 재방은 MBC게임으로 봤었는데요. 같은 경기를 양방송사로 모두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는데요, 온게임넷이 오히려 현장감이 더 잘 느껴졌다는게 아쉬웠습니다.

스폰서에 대한 배려에 대한 문제는 예전 부터 느꼈었던 것이고, 해설이다 옵저빙이다 말들이 많았었지만, 연출적인 측면은 아무래도 온게임넷이 강한 것 같습니다. 썰렁해 보이는 관중석을 자주 비췄던 것이 거슬렸지만 화면이 현장의 중계석에 집중되었던 MBC게임에 비해 벤치 분위기라던지, 경기 진행양상에 따른 선수들의 표정을 더 잘 잡아내었던 것 같습니다.

ps1. 스튜디오에서 그정도의 흥분도를 보여주는 전용준 캐스터는 정말이지.. 최고입니다.
ps2. 현역감독들의 게임을 보는 눈은 역시나 다름을 새삼 느겼고요. 좋은 기획이었습니다.

생방송을 온게임넷으로 봤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06/03/01 10: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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