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6/26 23:20:59
Name Ace of Base
Subject The Game won't stop
한 방문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오랜만이야.!!"

그 남자를 맞아주는 세명의 또다른 사람들.

"정말로 오랜만이네.. "
"음.. 참으로 오랜만에 이 방석에 앉아보는군..시작하지."
"알겠네. 오늘 다 털릴준비나하라고, 차비는 얹혀주겠네만 허허"
"그래 오랜만에 온다고해서 어영부영 보내지는 않는다고 하하"
"훗.."
방문자는 먼저와있었던 그들의 말에 비범한 미소를 띄우며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짧은 얘기가 끝나고 그들은 말없이 패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지 종반으로 치닫게될때까지 소강상태는 계속 되었다.
재떨이도 어느새 수북히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룰만큼 높아졌고
방안은 형광등의 네온을 통과하는 담배연기가 길게 늘어진채 그들의 조용한 숨소리가
담배연기를 천장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 숨소리를 크게 내쉬고 마지막카드.


판이 커지고 커져 드디어 지금이 막바지라는걸 서로가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판의 하이라이트가 될 마지막패가 조용히 그 남자의 손에서 시작되어
한사람씩 한사람씩 손앞으로 들이내민다.

패가 들어설수록 시시각각 변하는 그들의 속마음.
하지만 진심인지 숨기는건지 그들의 표정만으로 패가 좋은지 나쁜지 읽으려하는건 금물.

'제길..'
나중에 조용히 다이를 선언할 사람들의 암묵적인 찡그림.

'됐어.. 잡았어.'
이렇게 자신감있게 생각하는 남자도 있었다.


자신앞에 놓여진 패와 움켜진 패를 확인한 남자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단 한가지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제 하나만 뜨면..'


어느 누구도 섣부르게 레이스를 걸지 못한다.
왜냐하면 '단 한사람'만이 먼저 레이스를 걸고 시작하리란걸 뻔하다는듯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털썩.
"죽었어.."
-털썩.
"나도."

"콜"
이구동성속에서 한 사람만이 그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방문자였다.



두 사람이 다이로 패를 접고 한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돛대를 입에 물며
나머지 둘의 레이스를 지켜보기시작했다

1 vs 1

방문자가 또다시 레이스를 걸어왔다.

'왜지...저녀석은 왜 안죽는거야.
저녀석의 깔려진 패로는 도저히 나의 패를 이길수가 없는데..
무슨 수작이야 대체.. 손에 들고있는 4장의 카드로 날 이길셈인가..'

방문자가 받아치는 순간 이 판은 걷잡을수 없을정도로 치고 올랐다.

'완전 올인이군.. 하지만 지금 시점에 왜..'
대체 왜
대체 왜..
뭘까..
예전처럼 모험수를거는건가?
아니면..
아니면..

"자네 뭐하나.. 죽을거야 콜할거야.."
방문자의 늠름하면서도 시니컬한 이 말에 그 남자는 주눅이 들었다..

"어..?! 어.. "
순간 머뭇거린 남자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들켜버린거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저녀석 예전과같이 허풍이 아닐까.. 아니면 무모한 공격이거나..
오랜만에 나타나서 저녀석의 표정을 읽지 못하겠어... 하지만..


       '더이상 물러설곳은 없다.
  어떤 놀음꾼이나 마찬가지로 겪게되는 순간.
        많이 겪어왔던거잖아...'


그리고 이러한 다짐을하는 누구나 그렇듯 내친 한마디.




              "올인."




그리고 그둘의 승부를 가눌 마지막패가 그 남자의손에서 시작된다.
방문자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드디어 모든 패가 주인에게 돌아가고,



'떴다.'



겉으로는 포커페이스, 속으로는 의미심장하게 크게 웃는 그 남자.
그가 원하던, 자신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이젠 네가 허풍이든 진심이든 나를 이길수는 없어.'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덤덤한 모습으로 눈앞에있는 방문자를 응시했다.

'밑에 깔린 패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과연 저녀석이 쥔 4장의 카드에 무엇이 적혀있는가'


'투페어? .. 그래도 뭐든간에 너의 도박은 실패다..'


"이제 끝내볼까.."

남자의 짧은 한마디가 5평남짓한 조그마한 방안을 최고의 긴장상태로 만들었다.
남자는 흥분되있었다.
아니, 속으로 미리 기뻐하고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상대방들의 실망할 표정을 즐기는듯한 인간의 본능처럼
그는 빨리 패를 내놓고 기뻐하고 싶었다.

패를 접은 두 남자도 담배를 빨아들이는 호흡을 멈춘채 그 둘을 강렬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었다.

-털썩..
먼저 그 남자가 패를 던진다.

손에쥔 카드를 땅에 내밀며 그가 그리던 그림,




'7 스페이드 플러쉬'



'난 이거다.. 네가 손에 쥐고있는 4장의 카드..너의 도박을 보여줘.'

'4장의 카드'
'4장의 카드'
'4장의 카드'
'4장의 카드..뭐..........'


-털썩

그리고 그 남자는 똑똑히 보았다.



          그가 판위로 던진 4장의 카드가 모두 같은 숫자라는걸.


"내가 이겼네."


침묵.


자기가 원하는만큼의 요구가 충족되어 자신이 그려왔던 패가 완성되었지만,
자신의 완성된 요구만으로 방문자를 이길수가 없던것이었다.


"자네 처음부터 쥐고있었나.?"
말없이 돈을 쓸어담는 방문자를 보고서 뒤통수를 맞은듯한 목소리로 남자가 물었다.

"글쎄.. 훗.."
그 남자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질문에 그저 말없이 판돈을 쓸어담는 방문자..

"내가 처음에 뭐를 집었던간에 과거에 연연하지 말게..
그렇게 과거를 생각하다보면 자네는 다음에도 또 똑같은 실수를 범할걸세."

그 말을 들은 남자는 방문자의 밑에 깔려진 카드만보고서 그가 이길 확률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계산적으로 행동했던것이란걸 깨달았다.

'중요한건 깔려진 패가 아니라 그가 쥐고 있는것. 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


먼저 죽고 마지막 판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그저 신기하고 호탕한 그 타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쓴웃음..


그리고 방문자는 그들이 처음에 떠벌리던 차비를 다소곳이 담요위에 얹혀주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충분한 휴식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고
오늘 방문자는 그들에게 다른사람의모습을 보여줬다.









                                                         심소명은 그런 선수다.



'중요한건 깔려진 패가 아니라 그가 쥐고 있는것. 그리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
'중요한건 내앞에 있는 상대방의 해처리가 아니라 그가 전략적으로 생각하는것.'

충분한 휴식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고
오늘 심소명은 다른사람의모습으로 우리들을 열광케했다.



   다음 당신의 모험을 기대합니다.




                        ─────────────────────



기효씨 분노의 더 락 세레머니 멋있었습니다. 축하..
(얼른 스타리그 조지명식으로 뛰쳐와야죠~)


그래도 오늘 정말 인상깊었던건 역시 심소명 선수의 테란 밀봉 경기 -_-b


제가 테란유저였지만 아주 속이 통쾌한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테란 본진 앞 해처리의 의미는?




* anista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6-28 00:29)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루미너스
07/06/26 23:30
수정 아이콘
The Game won't be stopped... 가 맞지 않을라나요 죄송-_-;;
07/06/26 23:44
수정 아이콘
겜블러 !!! 히통령 ~~ 가통령 ~~
07/06/26 23:46
수정 아이콘
안상원이 느끼는 당혹감이 tv넘어까지 느껴지던 경기...-ㅅ-;;
Alchemist
07/06/26 23:47
수정 아이콘
이 경기 꼭 챙겨봐야겠네요. 심소명선수 갈수록 관심이 가는 선수네요.
슬레이어스박
07/06/26 23:52
수정 아이콘
be stopped 보다 그냥 stop이 자연스러워 보이네요.
The_CyberSrar
07/06/27 00:00
수정 아이콘
역시 그는 겜블러입니다. 이 시대 가장 멋진 스타일리스트 중에 하나..
다만 그의 도박이 먹힐 경우에만이라는게 조금 애석하네요.
조금만 더 기본기가 받쳐준다면 겜블러, 그의 경기는 더욱 다채롭고 화려할텐요..
공실이
07/06/27 00:25
수정 아이콘
오호라~ 이런글 좋아요~!! 에게로 ㅠ
07/06/27 07:58
수정 아이콘
멋진 승리였습니다.
이후 정석적인 싸움에서의 테란전연승도 기대해봅니다.
不平分子 FELIX
07/06/27 09:02
수정 아이콘
추게로.
Fabolous
07/06/27 15:05
수정 아이콘
루미너스님// stop이 타동사뿐만 아니라 자동사도 있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567 [sylent의 B급칼럼] 스타리그가 지겨울 때 [31] sylent12930 07/07/26 12930
564 [팬픽] Desert Moon [8] kama8201 07/07/21 8201
563 기업중심의 협회가 보여주는 전략에 관하여 [19] Judas Pain10454 07/07/20 10454
562 피지알을 애독하는(?) 수험생들에게~ [16] ISUN8875 07/07/19 8875
560 악마에게... Stay hungry... Stay foolish... [17] 아브락사스10839 07/07/18 10839
559 오프모임 후기 [45] [NC]...TesTER10620 07/07/16 10620
557 (수정,추가) 4대프로토스와 신 4대프로토스, 그리고 프로토스의 역사 [46] 흑태자15707 07/07/16 15707
556 세상엔 세가지 종류의...... [5] 김연우210516 07/07/15 10516
555 [응원글] 까짓- 조금 더 합시다. [26] My name is J8664 07/07/14 8664
554 전진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남자. [5] 파란무테9941 07/07/13 9941
553 "님은 한 놈만 맡으삼" [26] 7drone of Sanchez14612 07/07/11 14612
552 이기는것. 그것을 이뤄내는 이스트로. [16] 信主NISSI10128 07/07/10 10128
551 대기만성형. 변형태. 드디어 완성을 눈앞에 두고. [25] Leeka11684 07/07/08 11684
550 e스포츠(스타부분), 결정적이었던 그 순간 [12] Ace of Base9391 07/07/07 9391
549 '스갤의 희화화'와 'PGR의 훈장질' [46] 아브락사스13984 07/07/04 13984
548 길들일 수 없는 한빛의 늑대 - 윤용태 [12] 점쟁이10096 07/07/04 10096
547 송병구, 무결점을 향한 충동 [35] Judas Pain11623 07/07/03 11623
546 [스타리그 8강 2주차 후기] 4세대 프로토스, 송병구의 역습. [22] 회윤14048 07/07/01 14048
545 나의자랑이스트로,내고향의자랑 이유석선수 [18] Ace of Base10802 07/06/28 10802
544 서브리그, 그리고 팀단위리그의 도입. [8] 信主NISSI8509 07/06/28 8509
543 20대와 30대. 그리고 넘사벽. [72] OrBef14487 07/06/26 14487
542 The Game won't stop [10] Ace of Base8721 07/06/26 8721
541 2007년 PgR21 상반기 설문조사 결과. [34] 메딕아빠9220 07/06/23 922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