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10/04 17:59:15
Name 세이시로
Subject 진압된 반란, 대장 박대만
끈질기게 노린 집결지에 마지막 질럿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방법이 없습니다, 방법이...경기 포기 선언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박대만 선수, 지금 대책이 있나요?"
"없죠, 프로브도 쉬고...그냥 질럿으로 그냥! 프로브도 쉬고 있습니다! 질럿 가네요!"

그리고 성큰과 저글링 상대로 내달리며 사라져간 질럿들...

"GG~~! 경기 마무리됩니다!"
"...반란을 진압하는 마재윤 선수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서바이버 예선을 통과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연승가도를 달리며 MSL에 진출한 한빛의 프로토스 박대만이 조용호와 변은종이라는 걸출한 저그들을 차례로 꺾고 8강에 진출, 마침내 MSL의 아성 마재윤과 만나게 된 날이.

많은 화제가 있었던 경기였다. '박대만'이라는 이름은 그 언제보다 기대를 받는 이름이 되었었고, 실제로 경기에 들어가자 두 명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로 초반부터 날카롭게 부딪혔다. 일꾼의 신경전부터 준비된 전략, 몰아치는 시원함까지, 그 날의 박대만은 마재윤이라는 최고의 저그와 동등한 싸움을 해내는 프로토스였다.

MSL이라는 성에 어느새 자신의 제국을 차린 마재윤에 맞서는 이민족...의 대장, 박대만이라는 이미지는 명실상히 이번 MSL에서 가장 떠오른 화두였다. 내가 주목한 것은 그 유목민족, 혹은 야만족의 반란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박대만의 이미지였다. 그것은 엠비씨게임이 제작한, 이 8강 패자부활전 예고영상을 봐도 잘 드러나있다(링크).

하지만 이 이미지는 사실, 꾸며낸 이미지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MBCgame이라는 방송국의 역사, MSL의 역사와는 관계가 없는 '빌려온 이미지'인 것이다. '무적 시대의 임요환을 꺾은 김동수', '광안리에서 최강 티원을 제압한 한빛', '물러서지 않는 한빛의 남자' 이런 것들은 온게임넷의 역사이다. 물론, 사람들이 박대만에게 기대한 것을 잘 포착해낸 영상(모르긴 몰라도 매니아 출신인 김영진 보조작가가 어느 정도 개입하지 않았을까?)이겠지만, 엄연히 '강자가 승리한다'는 컨셉을 가진 엠비씨게임과는 다른 테마를 지향했던 것이다.

그 점이 흥미로운 점이었다.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을 지닌 두 방송사의 테마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만나 부딪히는 지점이 생성되었다는 것이. 마치 아르센 뤼팽의 이야기에 출연한 셜록 홈즈를 보는 느낌이랄까. 예외가 있었다 해도 언제나 시대의 강자들, 도무지 지지않는 괴물들이 천하를 제압한 엠비시게임의 역사에서 과연, 이 홀홀단신의 이방인과도 같은 사나이에게서 온게임넷스러운 기적이 일어날까 기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반란은 진압되었다'. 그 누구도 아닌 MSL의 중계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 그들에게 있어서 마재윤은 MSL의 제왕이었던 것이다. 어제부로 그 마재윤은 이윤열과 최연성을 잇는 시대의 최강자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마재윤이야말로 많은 MSL의 팬들이 기다려온 명실상부한 '본좌'일 수 있겠다. 여기에 맞선 박대만은 그 경기가 내적으로 어땠든간에 결국 패배했고, 마재윤이 최강임을 보여준 어제, 조용히 지나간 8강 패자전에서 심소명에게 2:0으로 쉽게 무너짐으로써, MSL제국에 균열을 내고자 했던 그의 출정도 끝나게 되었다.

이렇게 또 한번의 반란, 혹은 이변이 지나갔다. 스프리스배에서 그렇게 저그들을 잡아댔지만, '예정된 수순대로' 강민에게 패배해 탈락한 김환중처럼, 박대만도 잊혀질지 모르겠다. MSL은 기본적으로 패자들을 기억해 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걸 보면 '강자가 승리하는' 엠겜과, '우승자를 하늘에서 내려주는' 온겜의 차이는 선수들의 마인드나 운에 의해서나 하여튼 참 끈질기다는 생각도 든다.

박대만의 앞날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든, 한동안 나는 그를 응원해 보겠다.
그런 작은 변혁을 꿈꿨던 약자들의 드라마도 사랑하기에.
화이팅, 한빛의 대장.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09 13:2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y name is J
06/10/04 18:14
수정 아이콘
맨 처음 그의 대진을 보고
'그정도는 이겨내야 한빛의 프로토스다-'라고 했지만 첩첩산중인 그의 대진엔 정말....

한빛의 대장- 앞으로를 더 기대해야지요^_^
06/10/04 19:07
수정 아이콘
그래도 플나쌩 C조에서 1위로 진출한걸 돌이켜보면, 다음시즌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정말 언젠가는 반란을 낼 것 같은 선수에요. +_+
붉은낙타
06/10/04 21:54
수정 아이콘
대장은 죽지 않습니다!!!
KuTaR조군
06/10/04 21:57
수정 아이콘
프링글스 MSL 2차시즌 2승 3패, 승률 40%. 8강 4위 탈락. 기록으로 보기에는 결코 좋은 기록은 아닙니다만 박대만 선수에게는 그보다 더 한 포스가 풍겼습니다. 10차 MSL 올라가서!!! 한번 싹 쓸고 우승한번 합시다.
플토시대
06/10/04 23:18
수정 아이콘
박대만 선수.. 이번에 새롭게 부각된 선수죠.
선굵은 프로토스의 모습.. 김동수 박정석 선수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는데
아쉽습니다.
차기 시즌 기대해 보겠습니다.
하얀 로냐프 강
06/10/04 23:38
수정 아이콘
박대만 선수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즌 기대하겠습니다! 한빛 화이팅~!
06/10/09 16:52
수정 아이콘
와 좋은글!!
솔직히 질럿러쉬보고 주먹에 힘 이빠이 들어갔는데말입니다-_-

참 그거막아내는거보면서 순간 최연성선수의 얼굴이 겹처보였다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6 회(膾)의 문화.. [18] LSY10713 06/10/10 10713
355 Supreme의 엉뚱한 게임토론 [16] Supreme7578 06/10/09 7578
354 라면에 김치국물을 넣음에 관하여... [51] 이오리스11257 06/10/10 11257
353 '바바리안' and '레지스탕스' [7] legend8445 06/10/09 8445
352 [sylent의 B급칼럼] <파이터포럼> 유감 [55] sylent11265 06/10/08 11265
351 함께 쓰는 E-Sports사(7) - C&C 제너럴리그 본기. [20] The Siria9243 06/10/07 9243
350 밥통 신의 싸움 붙이기 [29] 김연우10036 06/10/07 10036
349 [만화 '식객' 이야기] '부대찌개' [21] The xian10425 06/10/06 10425
348 프로리그와 기록 이야기 2 [3] 백야7442 06/10/06 7442
347 [Kmc의 험악한 입담] 어쩌다가... [20] Ntka8439 06/10/05 8439
346 진압된 반란, 대장 박대만 [7] 세이시로9393 06/10/04 9393
345 스타크래프트의 논쟁,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 [4] 김연우27388 06/10/04 7388
344 Forever SlayerS_'BoxeR' - 임요환의 836전 500승 336패 [31] Altair~★13592 06/10/04 13592
343 그녀와 나의 눈에 보인 슈퍼파이트 [11] Lunatic Love9901 06/10/04 9901
342 [sylent의 B급칼럼] MSL과 박대만, 그리고 요환묵시록 下 [94] sylent12477 06/10/04 12477
341 "어? 김양중 감독 말도 할줄아네" [62] 임태주13411 06/10/04 13411
340 정말 '잡담' [24] elecviva9838 06/09/27 9838
339 [sylent의 B급토크] 내가 임요환에게 기대한 것 [63] sylent15547 06/09/26 15547
338 흔들리는 신화, 새롭게 쓰이는 전설 [46] 김연우13790 06/09/25 13790
335 스타크래프트와 통계 [11] 순욱8676 06/09/23 8676
334 @@ 공식전적에 대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 ...! [15] 메딕아빠7355 06/09/22 7355
333 <1 Min Thinking> 행복과 함께하다.. [2] Love.of.Tears.7037 06/09/21 7037
332 Who sad strong is nothing. [21] 김연우211693 06/09/20 1169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