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5/09 00:22:23
Name 시퐁
Subject 명경기 리뷰 : 가장 완벽한 조합을 완성시키다, 이창훈+박성훈
이 리뷰는 제가 화요일에 작성할 프로리그 통합 리뷰의 일부입니다. 며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명경기에 대한 리뷰를 하나의 글에 모두 쓴다면 통합 리뷰를 쓸 때에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보시기 불편할 것 같아 이렇게 따로 써놓고 링크를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에 쓴 첫주차 통합 리뷰가 너무 길어서인지 많이 관심을 못받았습니다.(슬퍼라ㅠ) 이렇게 쓴다고 하여 글 자체에 대한 정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읽으시는 분들이 더욱 편할 수도 있습니다.

이창훈, 박성훈(삼성전자 칸)VS김성곤, 김민제(르카프오즈) in 철의 장막

'따로 싸워도 함께 싸우는 것 같은 완벽한 조합'

이 경기에서 삼성 칸측에서 짜온 시나리오는 두가지였습니다. 그 첫번째는 이 맵에서 프로토스와 저그의 조합이 대부분 뮤탈+커세어를 통한 공중전 장악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감안하여 자신의 팀 프로토스와 저그가 각기 다른 대륙에 있을때 저그와 한 대륙에 있는 박성훈 선수가 기습적인 다크 템플러를 준비하고 이창훈 선수는 스컬지로 오버로드를 요격하여 상대가 다크 템플러를 볼 수 있는 수단을 제거함과 동시에 병력의 생산 또한 중단시키는 시나리오였고 상대의 체제 확인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분명 타이밍상 이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성곤 선수는 다수의 저글링을 박성훈 선수의 첫번째 게이트웨이 파괴와 동시에 본진으로 난입시켰고 템플러 아카이브를 확인함과 더불어 일정수의 프로브도 사냥했습니다. 박성훈 선수는 질럿이 모조리 제거당했고 캐논은 완성되지 않았으며 어찌 어찌 나온 다크는 본진에 난입한 저글링을  제거하기 위해 운용할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김성곤 선수는 스포어콜로니와 성큰콜로니를 지어버려서 다크는 아무것도 못할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박성훈 선수의 다크템플러가 김성곤 선수의 본진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의 반전은 이루어집니다. 막상 들어간 김성곤 선수의 본진에는 병력이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익스트렙터를 파괴하면서 가스 채취에 방해를 주고 스포닝풀까지 피해를 입히게 되었고, 그러는 동안 이창훈 선수는 히드라를 뽑아 김민제 선수의 커세어를 통한 오버로드 사냥을 방해하고 동시에 적 프로토스의 본진으로 난입시켜 가스 채취를 중단시키고 넥서스까지 파괴해버립니다. 지상을 공격할수 없는 커세어는 오버로드나 찾아다녀야 했고  부랴부랴 뽑은 김성곤 선수의 뮤탈리스크는 소수였기에 이미 아칸을 등장시킨 박성훈 선수에게도 다수의 히드라와 스포어콜로니가 있는 이창훈 선수에게도 피해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첫 전략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벌어진 두번째 전략과의 연계가 유연했기에 삼성 칸은 상황의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즈 팀의 패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성훈 선수의 본진에 충분한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한 김성곤 선수의 방심이 그 첫번째입니다. 다크템플러가 난입했을때 오버로드도 있고 스포어와 성큰도 보유한 상황이었지만 단 한마리의 저글링도 없었습니다. 아마 안전하다 생각하고 드론을 생산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 모두들 보셨다시피 이창훈 선수의 히드라 난입에 대한 안일한 대처였습니다. 히드라가 뒤로 돌았을때 프로브 한마리 나오지 않았습니다. 히드라는 캐논으로 막을 수 있다 생각하고 병력 생산을 하지 않은 김성곤 선수의 판단 실수, 히드라 난입을 확인하면서도 프로브나 기타 병력으로 막을 생각을 하지 않은 김민제 선수의 판단 실수. 방심이 불러온 이 실책이 승부를 급반전시켜버렸던 것입니다.

삼성 칸의 승리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전략과 두번째 전략의 유연한 연계, 그리고 상대 병력 규모와 체제를 확인한 박성훈 선수의 아칸+질럿+드라군을 통한 러쉬, 마지막으로 상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이창훈 선수의 센스 만점 플레이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존 최강의 팀플 조합은 삼성 칸이 보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선수는 이미 일년 이상 조합을 맞춰왔고 개개인의 능력 또한 뛰어난데다 발군의 센스를 지닌 이창훈 선수와 서로간의 완벽한 호흡을 맞추기 위한 박성훈 선수의 노력의 결실이 '완숙'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실패하면 바로 끝나는 올인성 전략을 사용하기보다 제2, 제 3의 체제 전환이 가능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팀플레이의 경기 수가 줄어들었지만 그 중요도가 하락한 것은 아닙니다. 중복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은 오히려 각 팀의 팀플 전담 플레이어들의 가치를 상승시켰습니다. 또한 팀플레이의 승리는 팀 내부의 단결력을 재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이창훈, 박성훈 조합을 높게 평가합니다. 프로리그의 중요성이 점점 크게 부각되어지고 있는만큼 가장 강력한 팀플 조합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 칸의 행보 또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코멘트로 지적해주세요. 제가 다시 확인하면서 글을 차차 완성해나가겠습니다. 요즘 반응이 좋아서 너무 기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p.s. 박성훈 선수의 다크 난입시 김성곤 선수의 병력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몇분이 코멘트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수정할까 하다가 달아주신 코멘트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의미로 글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 천마도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09 17:25)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ulla-Felix
06/05/09 00:33
수정 아이콘
초반 박성훈 선수의 입구가 열렸을때 이창훈 선수가 스커지 테러로
오버로드를 잡아 저그의 생산을 중단 시켰습니다. 이상하게 저그 유닛이
안나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죠. 옵저버가 제대로 잡지를 못해서 해설이 좀
어긋났는데 4경기 시작전에 언급을 해 주시더라구요. 자원은 우위에 있되
유닛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한 이창훈 선수의 플레이가 압권이었죠.
이후의 다크견제, 히드라견제가 가능하게 한 포석이기도 했구요.
lost myself
06/05/09 00:34
수정 아이콘
경기내내 해설자 분들도 왜 김성곤 선수 뮤탈리스크를 뽑아서 김민제 선수 지원해주지 않느냐고 계속 말씀 하셨었죠. 저도 그냥 의아해 하기만 했었구요. "이상하네 오즈는 다 이긴 경기를 왜저렇게 무기력하게 패배해 버린거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경기 끝나고 바로 리플레이를 확인한 김동준 해설위원이 이게 이창훈 선수의 스컬지 오버로드 사냥으로인해 인구수 트러블이 걸려서 병력생산이 안된 거였다고 설명해주셔서 정말 감탄 했었습니다. 하마터면 이창훈 선수의 엄청난 플레이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릴뻔 했습니다. 박성훈 선수는 조금만 입구 방어를 잘 했었더라면 완벽하게 전략 성공을 했을텐데, 실패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된 것 같기도 하구요. 정말 팀플레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기였고, 박성훈 이창훈 선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기였습니다. 정말 GG였어요~

그리고 참 오즈의 개인전은 정말 무섭더군요. 이번 시즌은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이 없어진 것 같아요. 과연 플레이오프에 누가 올라갈지 기대되네요.
My name is J
06/05/09 00:40
수정 아이콘
이창훈선수의 센스-가 정말 돋보였던 경기였습니다.
다소 앞마당이 늦어서 걱정스럽게 지켜봤었는데- 어느새 프로토스 본진을 청소하고있는 히드라라니...
역시 믿음직스러운 팀플레이어더군요.
이창훈 선수는 기존의 팀플 저그플레이어들과는 다르게 초반 이후에도 힘을 발휘할수 있고 드물게 저그가 키플레이어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경기를 하더군요. 이번 시즌 정말 기대됩니다.^_^
06/05/09 00:44
수정 아이콘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글의 끝에 p.s로 추가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창훈 선수의 플레이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탄을 또 하게 됩니다.
06/05/09 00:45
수정 아이콘
이창훈 선수가 괜히 팀플레이의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아니죠.
lost myself
06/05/09 00:46
수정 아이콘
우웃~ 시퐁님 센스 있으시네요 ^-^ 멋져요
utopia0716
06/05/09 00:47
수정 아이콘
정성어린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Davi4ever
06/05/09 00:56
수정 아이콘
혼자서 저그의 생산을 틀어막고 프로토스의 본진을 청소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강도경 선수가 팀플대마왕이었다면, 이창훈 선수는 개인적인 생각에
팀플의 신이라고 해줘도 모자람이 없을 듯 합니다-_-b

추가로, 이창훈 선수 이날 승리로 역대 두번째로(최초는 대마왕)
프로리그 팀플 40승을 달성했습니다. 현역 선수 중에는 유일하지요.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창훈 선수 축하합니다.
불한당
06/05/09 00:57
수정 아이콘
저는 삼성의 두 훈의 조합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바로 2005 스카이 프로리그 후기 결승전 철의 장막 팀플 두경기를 꼽고 싶네요. 두 경기 모두 박성훈 선수가 센스넘치게 플레이해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두번째 경기는 임선수의 팀플 아스트랄도 있었지만... 투칼라 러쉬를 잘 막아낸 박성훈 선수덕분에 이길 수 있었고, 6번째 경기는 철의 장막 대세였던 커세어 전략과는 달리 빠른 다크를 통하여 박용욱 선수의 본진을 파괴시켰던 경기였죠. 이창훈 선수가 엘리당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평생 기억에 남을 팀플 경기중 하나 아니 두개 였습니다. 올해부터는 팀플 경기가 아쉽게도 한 경기로 줄었지만, 그래도 이창훈, 박성훈 선수가 계속 잘해나가길 빕니다.
T1팬_이상윤
06/05/09 03:32
수정 아이콘
이창훈,박성훈 이 두선수가 각각 2500만원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군요.
글루미선데이
06/05/09 05:10
수정 아이콘
팀플레이 선수도 그 자체로 높이 평가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고
그 시발점이 이창훈 선수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이 개인전을 더 원한다고 했는데....
조금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전 이창훈 선수 팀플레이가 더 멋있고 강력하고 잘 맞는다고 보거든요..
아무튼 상금 꼭 거머쥐길 기대합니다 -_-/

ps:저도 팀플에서도 거의 저그라...이창훈 선수가 사실상 스승님 역할을...꽤나 눈여겨 보지요
You.Sin.Young.
06/05/09 20:00
수정 아이콘
팀플사기유닛들의 조합 분석 명리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38 개인적으로 뽑아본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어휘'들 [63] 볼텍스13056 06/05/24 13056
237 [연재]Daydreamer - 7. The Benissant [3] kama6787 06/05/24 6787
235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6편(BGM) [31] unipolar9384 06/05/19 9384
234 YANG..의 맵 시리즈 (8) - Cross Over [11] Yang8204 06/05/19 8204
233 YANG..의 맵 시리즈 (1) - Magic Eyes v2.02 [32] Yang10142 06/01/17 10142
232 스타관련 조삼모사 [65] SEIJI18259 06/05/22 18259
231 [스타리그 관전일기]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1st 16강 2회차 [8] sylent9756 06/05/20 9756
230 임진록 두번째 플래쉬무비.. [19] estrolls9372 06/05/18 9372
229 응원글) 두 검사 이야기 [8] 자리양보8411 06/05/17 8411
228 [write 버튼의 중요성]사자의 기호품은 코끼리 똥이다 [21] pioren8816 06/05/14 8816
225 잊혀지는 나의 프로토스,마지막 남은 애정으로... [40] legend13196 06/05/10 13196
224 유즈맵세계의 방대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54] 버서크광기17907 06/05/11 17907
223 남녀 가르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성 PGRer에게 항복 [41] Timeless11847 06/05/10 11847
222 [응원] 소년-이봐요?! 여기좀 봐줄래요? [13] My name is J7907 06/05/09 7907
221 어제 MBC 서바이버 중계진의 재미있는 어록 [29] M.Laddder14258 06/05/10 14258
220 스갤에서 가져온 두번째 글. [17] 폭풍검12913 06/05/07 12913
219 시간과 프로게이머 - Wasted time 백두대간. [22] 삭제됨7782 06/05/09 7782
218 명경기 리뷰 : 스타일이 다른 두 전사의 최고 수준의 동족전, 안상원VS염보성 [15] 시퐁8194 06/05/09 8194
217 잘하라는 그 흔한 말 [25] 해원8546 06/05/09 8546
216 명경기 리뷰 : 가장 완벽한 조합을 완성시키다, 이창훈+박성훈 [12] 시퐁9585 06/05/09 9585
215 天才가 싸우는 법, 凡材가 싸우는 법 - 프로리그 감상 [38] Sulla-Felix10857 06/05/08 10857
214 저는 종민선수도 좋아해요! [34] 연이8487 06/05/08 8487
213 당구 좋아하시는분만.. [30] 삭제됨12003 06/05/08 1200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