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9/06/22 12:43:22
Name Hanniabal
File #1 1245484216_1.jpg (381.1 KB), Download : 58
Subject (09)See you at our Star-League





  당신의 첫 스타리그를 기억하시나요?

  이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손짓한 이가 누구였던지 기억하고 계신가요?
  당신의 기억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스타리그의 낡은 시간들을, 당신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어느새 잊어버리고 계시지는 않으셨던가요.
  스타리그의 시간은, 정말이지 빠르게 흘러가니까요.


  당신, 처음으로 만났던 스타리그의 무대와 지금의 무대는 변함없이 똑같던가요?
  아닐 테지요.
  어쩌면, 당신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던 그 누군가도, 이미 이 무대에서 내려갔을지도 모르겠군요.

  1년이면 새로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다가오고 옛 자리는 메워지지요.
  영원히 최고의 자리에 머무를 것 같던 사람들은 모습을 감춰가고, 그저 어린 싹이었던 사람들이 팀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자라납니다.
  잠시라도 눈을 뗐다가는, 금세 낯선 얼굴들만 가득 찬 무대와 마주칩니다.

  얼마나 많은 만남이 있는지요.
  또 어찌나 많은 헤어짐이 있는지요.
  낡은 시간들을 붙잡을 수는 없기에, 당신의 기억 속에서 빛나고 있는 당신의 스타리그는 여기에 이제 없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남았습니다.
  무엇을 바라, 당신은 여기에 남아계신가요...?







  홍진호가 이겼습니다.
  자그마치 735일만에, 딱 한 번을 이겼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그 이전에 숱한 패배를 사람들은 모두 잊었습니다. 그가 거둔 단 한 번의 승리를 꼭 붙잡고 기뻐했습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목이 터져라 홍진호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대기실에서, 임요환은 한동안 홍진호의 손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대팀에게 승부를 내주었다는 사실을 그는 잊어버렸던 걸까요? 홍진호의 그 손이 T1의 승점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그는 잊어버렸던 걸까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겨우 한 세트의 승리였을 뿐인데요.
  그런데도, 절로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니, 가슴이 턱 막히고, 꽉 쥔 주먹에는 땀이 흥건하니까.

  설령 에이스 결정전이 성사되었다 해도 김택용이나 정명훈에 비하면 한참 뒤지는 임요환이 나올 리가 없는데. 설령 나와도 홍진호와 임요환이 김택용과 정명훈만큼 완벽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리 없는데.

  나는, 우리들은 그 에이스 결정전의 임진록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랐습니다.
  반드시 임진록이 이루어질 거라고 그토록 믿었습니다.
  그 임진록이, 마치 그들이 가장 빛났던 그 순간의 그 만남이었던 것처럼, 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설렘으로 임진록을 기다렸습니다. 이 모두가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그 때
  우리는 7년 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어있었습니다.







  무엇을 바라, 당신은 여기에 남아 계신가요?
  저는 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 만남은 수십 번도 더 이루어졌던 만남이지만, 그럼에도 항상 기다리게 되는 만남이지요.
  또, 조금만 기다리면 이루어질 만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만남이 스타리그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승자를 가릴, 그 마지막 무대에서 두 사람이 만나길 바랍니다.
  시간, 나이, 세대, 느린 손. 온갖 이름의 '불가능'과 맞서고 승리한 두 사람이 서로 당당하게 마지막 승부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공군 홍진호의 첫 승리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을 향한 기적의 첫 걸음이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기적, 이루어질 수 없는 꿈.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조차도, 그가 승리할 때 환호하지 않았던가요? 에이스결정전의 임진록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지 않았던가요?
  사실은 '불가능'을 말하는 당신조차도, 그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이루어낼 것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나는 남았습니다.
  나는 남아서 기다리겠습니다.
  코카콜라배의 첫 만남으로부터 7년, 혹은 8년이 될, 두 사람의 기적을.
  그리고 그 때가 되면 그 수년의 시간들을 그대로 안고 그 자리에 가겠습니다. 7년 전, 처음으로 스타리그의 두 사람을 만났던. 당신들을 동경했던 어린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홍진호가 임요환에게 말하기를.
  임요환이 홍진호에게 말하기를.
  임진록을 꿈꿨던 올드비들이, 7년 전 그 대결의 젊은 관중들의 마음으로 말하기를.
  그와 같이, 아직까지 이 자리에 남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스타리그에서 지나간 그 모든 시간을 안고서, 믿고 기다리며 말하기를 바라며.


  "다시 만납시다. 우리들의 스타리그에서……."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0-04 23:05)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6/22 12:46
수정 아이콘
마음이 찡하네요. 한켠이 아려온다는..
EX_SilnetKilleR
09/06/22 12:48
수정 아이콘
저 두 분이 결승에서 다시 한 번 맞붙게 된다면...그땐..
광화문 네거리에서 춤이라도 한 번 추렵니다.
승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죠.

사실 결승전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임진록은 언제나 결승이었으니까요..
Who am I?
09/06/22 13:11
수정 아이콘
아직 그들이, 그들의 이름이 '선수'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만한 일입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진꼬토스
09/06/22 13:21
수정 아이콘
사실 결승전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임진록은 언제나 결승이었으니까요.. (2)
09/06/22 13:34
수정 아이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 남자가 한 사진에 모여있는걸 보니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황제와 폭풍과 그리고 괴물. 모두 그립습니다.

2번째 사진은 홍진호 선수가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크크.
09/06/22 13:39
수정 아이콘
아직 그들이, 그들의 이름이 '선수'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할만한 일입니다. (2)

4강에서 두 선수가 각각 당대 최강의 선수들을 극복하고 결승으로 진출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한동안 적시겠네요.
하나린
09/06/22 13:39
수정 아이콘
한니발님 글이 올라올 것 같았습니다.
읽는 내내 그냥 눈물이 솟네요...

홍진호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두분의 맞잡은 손을 보면서, 이 글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처음의 그 떨림으로, 찬란하던 그 순간을 추억했습니다.

조만간 헤리티지 매치에서 만날 두분을 더욱 기다려보게 되네요.
임이최마율~
09/06/22 15:47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 표정이 '겨우 1승가지고 쑥스럽게 왜이리 난리야' 라는 표정같은데요?
가만히 손을 잡
09/06/22 15:55
수정 아이콘
올드 유저로서는 그저 눈물만...
중년의 럴커
09/06/22 15:59
수정 아이콘
여러분은 왜 스타를 보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한 한장의 사진입니다.

"감동적이니까요"
국제공무원
09/06/22 16:25
수정 아이콘
참 대단한게.. 공군입대후 .. 첫승이.. 김택용 -_-; 왠만한 저그는 평생 한번 이겨보기도 힘들다는 김택용 -_-;
비형머스마현
09/06/22 17:01
수정 아이콘
사실 결승전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임진록은 언제나 결승이었으니까요.. (3)
릴리러쉬
09/06/22 17:39
수정 아이콘
정말 4대천왕은 특별해요..그중에서도 임진록은 더욱 더 특별한거 같습니다.
09/06/22 18:15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요즘들어서는 올드게이머들을 응원하게 되네요.

홍진호선수 박정석선수.... 그리고 얼마전 고강민선수를 잡은 서지훈선수...
모든 공군선수들 화이팅입니다.
드랍쉽도잡는
09/06/22 18:35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 동시 진출만 해도...
4강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 이기고 결승서 만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군요.
강해민
09/06/22 20:55
수정 아이콘
왜 내눈에선 눈물이.....
The Greatest Hits
09/06/22 22:56
수정 아이콘
가만히 누르는 추천 한방.............
다다다닥
09/06/23 01:05
수정 아이콘
홍진호 선수와 임요환 선수의 맞잡은 손. 정말 눈물 나네요 T.T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070 (09)Never give up - 이영호 vs 이성은 네오메두사 관전평 - [28] fd테란11115 09/07/04 11115
1069 (09)최규석님의 만화, 100℃를 보고. [12] 유유히9365 09/06/30 9365
1068 흔한_슬픈_셀카.PNG + 1 [78] 마네16108 11/10/06 16108
1067 공중 공격 탱크 VS 일반형 공격 드라군? [179] VKRKO 16802 11/10/04 16802
1066 잡스를 추모하며... 그가 남긴 말들. [20] 젠쿱11787 11/10/06 11787
1065 와패니즈, 서양 속의 일본 [추가] [101] 눈시BB19182 11/10/05 19182
1064 [롤 개론학] 초보자들을 위한 리그오브레전드 공략 [28] 모찬12704 11/10/02 12704
1063 게시판이란 무엇일까? [12] 김연우7565 11/10/05 7565
1062 (09)[16강개막기념] 택뱅리쌍 그리고 스타리그 (예고 추가) [51] Alan_Baxter11801 09/06/23 11801
1061 (09)동영상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제목은 '폭풍가도' [34] 유유히12288 09/06/22 12288
1060 (09)See you at our Star-League [18] Hanniabal8819 09/06/22 8819
1059 [연재] 영어 초보자를 위한 글 9탄_to부정사 동명사 편(부제_긴 명사 1) [23] 졸린쿠키8976 11/10/03 8976
1058 그 때 그 날 - 임오화변 [27] 눈시BB7720 11/10/01 7720
1057 (09)폭풍 속의 알바트로스 [29] 11862 09/06/20 11862
1056 (09)당신의 법치는 정의로운가요? [20] happyend6933 09/06/19 6933
1055 (09)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18] happyend8289 09/06/10 8289
1054 청춘이 지난 삶에 대하여. [2] nickyo7272 11/09/29 7272
1053 아버지와 페이스북 [13] 순욱8748 11/09/29 8748
1052 (09)신상문, 죽기로 결심하다. [23] fd테란14144 09/06/11 14144
1051 (09)MSL 개편 반대 선언문 [84] Judas Pain15639 09/06/09 15639
1050 (09)누군가의 빠가 될때 [24] becker9008 09/06/08 9008
1049 그 때 그 날 - 과거 (4) 아버지 아버지 [15] 눈시BB6301 11/09/26 6301
1047 SC2 오프라인 주요대회 일정 (~WCG 2011) [13] 좋아가는거야8238 11/09/22 823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