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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4 13:24:35
Name 유니콘스
Subject [일반] 해태타이거즈 19년사 - 13. 차포떼고 이루어낸 우승(中)
이윽고 마운드에 한명의 키 큰 선수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아닌 현대의 마무리 투수 정명원. 그가 마지막으로 선발역할을 맡고 마운드에 올라온 날짜가 1993년 4월 15일 vs 해태전이었으니 거의 3년 반만에 선발로 등판한 것입니다. - 4차전은 1996년 10월 20일에 열렸습니다. -

이 경기의 해태와 현대의 라인업은 이러했습니다.

     해태              

1. 이종범 SS
2. 동봉철 LF
3. 홍현우 3B
4. 이호성 RF
5. 박재용 DH
6. 이건열 1B
7. 이순철 CF
8. 최해식 C
9. 김종국 2B

P : 이대진

     현대

1. 김인호 RF
2. 윤덕규 DH
3. 박재홍 CF
4. 이숭용 LF
5. 김경기 1B
6. 권준헌 3B
7. 손차훈 2B
8. 김형남 C
9. 박진만 SS

P : 정명원

그리고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해태의 스트레이트 우승이냐 현대의 반격이냐를 결정지을 4차전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명원의 등판은 정민태, 위재영이라는 주축 투수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심하게 지쳐있음으로 인해 현대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였고 게다가 이 날 마스크를 쓴 현대의 포수 김형남은 단, 5경기에만 출장한 - 그나마도 주전으로 뛴 것이 아닌 백업으로 - 신인 포수였습니다.

현대의 주전 포수 장광호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중견수 박재홍의 원바운드 송구에 얼굴을 맞으며 눈썹 주위를 10여바늘 꿰매야 하는 부상을 입었고 한화에서 건너온 백업 포수 김상국도 3차전에서 약간의 부상을 입은데다가 데뷔 11년차를 맞은 선수로서 이미 선수생활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해태에게는 이종범만 출루한다면 포수가 누구든 1루에서 2루, 2루에서 3루까지는 뛸 수 있었고 홍현우나 이호성등이 적시타 하나만 쳐주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1회초, 해태의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습니다.

오랜만에 선발로 올라온 탓인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정명원은 이종범에게 스트라이크하나 던지지도 못하고 스트레이트로 볼넷을 주었습니다.

"그린라이트" 이종범은 1루에 출루했고 2루를 점령하며 현대의 배터리를 손쉽게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2번타자 동봉철도 스트레이트로 볼 3개를 얻더니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를 하며 무사 1, 2루의 천금같은 찬스가 해태에게 찾아왔습니다.

3번타자 홍현우는 무리하지 않고 2명의 타자들을 진루시키기 위해 보내기번트를 시도했고 깔끔하게 희생번트가 성공하며 1사 2, 3루라는 상황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유격수앞 땅볼정도만 터져도 아니 유격수 짧은 플라이가 나오더라도 이종범의 빠른 발 앞에 손쉽게 홈은 점령 할 수 있었고 - 게다가 이종범의 태그 피하는 솜씨는....... - 4번타자 이호성, 5번타자 박재용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해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설의 명언 "야구 몰라요." 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는 사람이 생각하는대로만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니었고.......

이호성이 정명원의 포크볼에 삼진을 당했으며 박재용은 1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되며 해태는 1사 2, 3루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그러나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해태가 선취점을 올리는 것은 쉬워보였습니다.

한편, 1회말 이대진이 김인호를 삼진으로 윤덕규는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후에 박재홍에게 볼넷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박재홍이 2루 도루 시도를 했으나 최해식의 정확한 송구로 박재홍을 아웃시키며 해태는 비교적 쉬운 출발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2회초부터 정명원의 구위앞에 해태의 타자들은 순서대로 타석에 들어서고 아웃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종범과 동봉철의 출루 후에는 아무도 출루하지 못했습니다.

이건열 3루수 땅볼, 이순철 유격수 땅볼, 최해식 삼진으로 2회초가 끝났습니다.

반면에 2회말에는 이대진이 이숭용을 1루수 플라이로 잡아냈으나 김경기에게 좌중간 2루타를 얻어맞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대진이 보크를 범하며 1사 3루의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다행히 현대측 더그아웃의 스퀴즈 사인을 눈치채며 3루주자 김경기를 잡아내는데 성공하면서 해태는 위기를 모면합니다. - 권준헌도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

3회초 해태의 공격은 김종국 삼진, 이종범 삼진, 동봉철 2루수 땅볼로 끝났고 3회말 해태의 수비는 손차훈을 3루수 땅볼로 잡은 후에 김형남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대진이 박진만과 김인호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역시 0의 행렬을 이어나갔습니다.

4회초에는 홍현우 삼진, 이호성과 박재용이 연속해서 중견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로 해태의 공격이 끝났고 4회말, 현대의 선두타자 윤덕규에게 중전안타를 얻어맞으며 위기가 또 찾아왔지만 앞서 1회말에 박재홍의 도루를 저지했던 최해식이 또다시 윤덕규의 도루시도를 저지하면서 위기를 모면했고 박재홍 삼진, 이숭용 파울플라이로 수비를 끝냅니다.

5회초, 이건열과 이순철이 나란히 2루수 땅볼 아웃, 최해식은 포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된 해태. 그래도 이대진이 매 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계속해서 득점은 허용치 않았습니다.

6회초, 김종국이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된 후 이종범이 볼넷을 얻어내며 오랜만에 공격에 숨통이 트인 해태. 다음타자 동봉철이 정명원의 공을 잘 당겨쳤지만 현대의 우익수 김인호에게 타구가 잡혀버렸고 힛 & 런 작전으로 내달린 이종범도 1루 귀루에 실패하며 이종범과 동봉철이 동시에 아웃당하면서 해태의 공격은 끝납니다.

이대진이 그래도 6회말에 처음으로 삼자범퇴에 성공하며 해태 역시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는데 성공하고 있었습니다.

7회초에는 홍현우 삼진, 이호성 우익수 플라이, 박재용 중견수 플라이아웃, 그러나 이대진 역시 7회말에 박재홍 3루수 땅볼, 이숭용 1루수 파울플라이, 김경기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현대의 공격을 원천봉쇄했습니다.

8회초 이건열 삼진, 이순철 1루수 플라이, 최해식 삼진으로 노히트 노런상황이 계속된 해태.

그리고 8회말이 되었습니다.

이대진은 선두타자 권준헌에게 볼넷을 허용합니다. 다음타석에 들어선 현대의 타자는 손차훈. 손차훈은 희생번트로 1루주자 권준헌을 2루에 보내려고 했으나 그 타구는 투수 이대진 앞으로 굴러갔습니다.

이대진이 유격수 이종범에게 송구하면 1루주자 권준헌은 당연히 포스아웃, 이종범이 재빠르게 반응했을 경우에 따라서는 손차훈까지 잡아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진의 송구가 1루주자 권준헌의 허벅지를 맞추는 바람에 병살찬스는 허무하게 무사 1, 2루의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김형남의 타석에 좌타자 이희성을 대타로 내보냈고 이희성도 희생번트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타구는 이대진 앞으로 굴러간 상황. 3루에만 던지면 1사 1, 2루를 만들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이대진은 조금전의 실책이 마음에 걸렸는지 안전하게 타자주자를 잡으러 1루로 몸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 상황인지 2루수 김종국이 2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버리면서 1루 베이스커버를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무사 만루라는 큰 위기가 벌어지고 맙니다.

이 경기가 끝난 후 김응룡 감독은 이대진에게 2루 견제 사인을 냈는데 이대진이 투구동작에 들어가 버리면서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신인 유격수 박진만에게 우전안타를 얻어맞으며 1점을 잃었고 김인호에게 연속해서 우전안타를 얻어맞으며 또다시 1점을 잃습니다.

윤덕규 대신 들어온 대타 김상국과 박재홍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불을 끄는듯 했지만 이숭용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또다시 얻어맞으며 8회말에만 졸지에 4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8회말에 이대진 - 임창용 - 강태원 - 김상진이 연속해서 등판했습니다.

그리고 9회초, 이미 패배는 확정이 되었지만 현대에게 노히트 노런기록을 내주지 않으려는 해태.

김종국이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되었고 다음타자는 이종범.

이종범은 박진만쪽으로 땅볼을 날렸지만 죽기살기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간발의 차이로 아웃되었습니다.

김응룡 감독은 동봉철의 타석에서 대타로 김재덕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정명원이 2스트라이크 0볼의 상황에서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졌고 김재덕은 헛스윙을 하며 삼진아웃되었습니다.

해태타이거즈의 0 : 4 패배. 그리고 첫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이라는 기록의 희생물이 되었습니다.

이 날 정명원은 총 106구의 공을 던졌습니다.

김응룡 감독은 이 날 경기가 끝난 후, "구심이 인천사람이어서 정명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후하게 주었다." 라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판정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지만 김응룡 감독이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노히트 노런을 당하며 분위기가 침울해진 해태선수들의 기세를 올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P.S : 4차전이 너무 많은 양을 잡아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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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Tigers
09/11/14 13:30
수정 아이콘
뭐 우승은 기아가 했으니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이 한경기로 글쓰는거면... 현대 유니콘스쪽으로 옮기는게 좋겠네요.
09/11/14 14:52
수정 아이콘
이거........5차전 감동의 완투승 아닌가요. 그리고 그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윤성민
09/11/14 15:17
수정 아이콘
nickyo님// 97년 마지막 우승때 한 거 아닌가요??
09/11/14 16:24
수정 아이콘
nickyo님// 故김상진 선수 완투승을 말씀하신거라면
97년 마지막 우승때 엘지전에서 하셨습니다.
호랑이기운
09/11/14 17:12
수정 아이콘
기아가 아니라 해태죠...
암튼 리버풀타이거즈님 말씀처럼 이 글은 對 현대 전이라기 보다는 對 해태 전의 성격이 강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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