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05/27 09:03:50
Name 이카루스테란
Subject [일반] (수정)국민들의 권리, 민주주의, 주인은 우리다.
안녕하세요. 이카루스테란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군요. 민심도 흉흉하고 말이죠.

밑에 애연가님께서 써주신 4811글을 읽고 제 생각을 공유할까 합니다.

------------------------------------------------------------------------------------------------------------------------
1. 집회

집회는 왜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의 의견을 사회 혹은 정부에 전하기 위해서? 아니면 전하는 것을 넘어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하지만 단순히 전달과 영향력 행사의 목적이라면 다른 도구도 많습니다. 가끔 하는 선거라든지 언론사에 투고한다든지.

하지만 집회의 성격은 직접 물리력을 행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앉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 행진하는 것, 싸우는 것. 모두 포함해서 말이죠. 결국 국민들의 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가장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파업을 해도 공장이 돌아가고 거리에서 집회를 하는데 교통흐름이 원활해 진다면 이것이야 말로 기상천외한 일입니다. 결국 피해는 있지만 일종의 국민적 연대의식에 의해 이것이 용인되는 것입니다. 물론 법으로 일정부분 보장하는 것도 있고요.

만약 집회를 했는데 1%의 피해도 없다면 오히려 1%의 이득이 있다면 그 집회가 효과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정부에서는 집회를 촉진시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회 좀 해주세요~ 그래야 국민총생산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말이죠.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집회? 이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인지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2. 민주주의 발전

이렇게 이야기 해도 일부 사람들은 '그래도 정도가 있지 않느냐?' '너무 과도하다. 이것은 강제진압해야 한다.' 라고 외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본질은 권력을 나누는 것입니다. 왕, 귀족으로 부터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각 시민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 입니다. 민주주의 권력의 집중을 얼마나 경계하는지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삼권분립부터 정치관련 법에 존재하는 다양한 법규정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마 법 쪽으로 공부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만약 한 집단이나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면 당연히 저항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발전 과정 속에서 시민들이 갖게 된 저항권이라는 권리입니다. 정부에 저항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권리죠.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서양의 민주주의 혁명 그리고 우리의 4.19, 5.18까지 모두 이와 같은 저항권의 발현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물리적 저항의 결과가 바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입니다.

물론 각 정부에서는 이들을 모두 때려 죽일려고 했습니다. 발로 밟고 총으로 쏘고 별 짓을 다 했죠. 물론 그래서 많은 저항들이 실패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들이 계속 되었고 그 열매가 지금의 민주주입니다.

이 쯤 되면 모든 저항의 정당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에 대해 물으시는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저항이 정당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국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시 민주주의의 원리로 돌아와야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 이것이 정당성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다수의 원리에 의해 지지됩니다. 만약 국민의 10%가 특정 사항에 대해 물리적 행동을 한다면 나머지 90%의 지지 없이 그것이 성공하겠습니까?(쿠데타는 논외로 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에도 적용되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어떤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반드시 과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부 이익집단의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시간경과에 따라 사회의 다른 집단들의 동의를 통해 그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다수의 원리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수가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국민이 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작년의 대통령 선거도 이 예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현 대통령이 하도 머슴이야기를 많이 해서 예로 들어보자면 집주인부터 안방마님까지 대부분이 안먹겠다는데 머슴이 강제로 먹이면서 주인을 몽둥이로 때리는 꼴입니다. 막말로 머슴은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멍석말이를 해서도 쫓아내야죠.


3. 정부와 정치인의 역할

정부는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갈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조차 국민이 위임한 권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대의민주주의 위기다 위기다 하는 것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선거 때만 칙칙한 점퍼에 국밥 쳐먹으면 다라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들. 자신의 의견이 무조건 옳으니 닥치고 따르라는 일부 정부관료 및 수장들. 이들은 그들 손에 들려있는 칼이 누구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 칼을 거둬갈 수 있다는 것도 합께 말입니다.

특정 사항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즉, 소통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다수 국민들의 의사가 변하지 않는다면? 따라야죠. 어쩔 수 없습니다. 계속 설득의 노력을 할 수는 있지만 안되면 이제는 국민의 책임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이 총칼이 될 수는 없습니다.

현대사회의 복잡다단한 모든 일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보통은 그냥 맡겨두죠. 그러다보니 정부나 정치인이라는 것들이 개념을 좀 상실한 겁니다. 게다가 일부 국민들은 타성에 젖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죠. 하지만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와 같이 다수 국민의 직접적 의견 표출이 이루어진다면 정부는 분명 여기에 귀를 기울이고 당연히 의견을 반영하고 여기에 따라야 합니다. 대운하처럼 "너네는 짖어라 나는 갈 길 간다."라는 식으로 할거면 당장 내려오십시오.

4. 마지막으로...

비폭력 저항운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간디. 한국 같았으면 부산도 가기 전에 맞아 죽거나 감옥에 쳐넣었겠죠. 혁명의 대명사, 프랑스 혁명. 한국이었다면 지금까지도 '프랑스 혁명은 영국의 공작이었다.' 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을 겁니다.

정말 갈등이 없는, 그래서 격렬한 저항권의 행사가 없는 곳을 찾으신다면 저기 위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이상사회가 있습니다. 거기는 집회로 도로가 점거당하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우리나라 처럼 불법적으로 극렬하게 시위 하지 않아도 국민의 말 잘 듣는 유럽의 정부들이 있다고요? 과거 그들의 뒤에도 시민들의 피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국민들의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부는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아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저도 권리 행사하렵니다.


희망없는 대한민국. 그러나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중....

-----------------------------------------------------------------------------------------------------------------------

특정인을 지칭한 도입부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하고 싶은 말 2가지

"왜 그들이 결정하고 우리가 책임지는가?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가 책임지겠다."
국민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정부가 되길...

정 불법집회라고 생각해서 해산시키고 싶으면 인원, 비용,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다치는 사람 없게 하는 것이 경찰의 할일이 아닐까? 국민을 보호할 의무는 어디에 버려두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5/27 09:14
수정 아이콘
이제 저도 권리 행사하렵니다.(2)
나중에 제 후배,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08/05/27 09:15
수정 아이콘
정말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신예ⓣerran
08/05/27 09:19
수정 아이콘
프랑스 혁명은 영국의 공작이었다.

이거 실감나는데요? 무슨 일만하면 빨갛다느니 하는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말이죠
luminary
08/05/27 09:42
수정 아이콘
멍석말이... 마음에 드는데요?...
하얀조약돌
08/05/27 09:48
수정 아이콘
이런 글들이 있기 때문에 피지알에 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잘 정리 해 주셨네요.
Who am I?
08/05/27 09:53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AstralPlace
08/05/27 10:10
수정 아이콘
선진국에서 폴리스라인 칼같이 지키고 평화 시위로도 충분히 대화가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은, 특히 프랑스, 영국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그런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같이 몰이식으로 밀어붙이고 훼방놓는 식의 시위진압을 하면 당장 국가 폭동이 일어날 걸 알기 때문에 선을 여유있게 긋는 겁니다. 정치인들도 한국의 정치인보다 과장 보태서 10배는 똑똑하죠. '아무리 반대해도 몰래 하면 다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2MB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최소한 집시법이 선진화된 국가에서는 없습니다.

시위 때문에 교통체증? 제 생각이 맞다면, 그런 방송이 저런 국가에서 방영된다면 방송사가 망할 거라 봅니다만.
higher templar
08/05/27 10:40
수정 아이콘
21세기에 와서 민주주의 이야기를 새로 하게 되다니 정말 이게다 MB때문인지 국민때문인지.
DesignYourMind
08/05/27 11:3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소리감투
08/05/27 14:01
수정 아이콘
보면서 해갈한 느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집회를 하지 말라는 말은 집회 하지 말라는 거죠..
이런 말 하시는 분들은 월북하시길 바랍니다..
거기선 아예 '불편을 주는 집회'가 없으니까요..

자기가 당해봐야 아는 걸까요..
이랜드 비정규직 농성장에 나온 아주머니도 그랬답니다.
시위하는 사람들 고깝게 생각하고 내 얘기 아니니까 관심도 없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들이 이해가 간다고 ..
내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참여하고 나니 그들이 이해가 간다고 하더군요..

독재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 다수의 여론을 무시하고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다' 외치는 게 바로 독재입니다..
공권력을 동원해 집회를 옥죄고 시민들을 탄압한다면 이제는 정권타도 구호를 여기저기서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08/05/27 17:30
수정 아이콘
이 글 미니홈피로 퍼가도 될까요?^^
이카루스테란
08/05/27 18:03
수정 아이콘
소디님// 네~글의 내용을 바꾸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이 허용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5736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31790 10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54355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26315 3
101852 [일반] [팝송] 제스 글린 새 앨범 "JESS" [1] 김치찌개1418 24/07/07 1418 0
101851 [일반] [무료 음악스트리밍]제가 만든 듣기 좋은 한여름의 디스코 day&night 세바준3897 24/07/06 3897 8
101849 [일반] [서평]《기분이 식욕이 되지 않게》 - 기분을 다이어트의 동료로 삼는 방법 [4] 계층방정3677 24/07/06 3677 2
101848 [일반] 지금도 자주 듣는 여자 발라드 노래 [8] Pika484253 24/07/06 4253 2
101847 [일반] 인생 첫차를 샀는데... 개썩차 당첨! [56] 사람되고싶다10293 24/07/06 10293 9
101846 [일반] 술 먹고나서 쓰는 잡설 [13] 푸끆이5402 24/07/06 5402 7
101845 [일반] 피터 팬의 꿈 [6] SAS Tony Parker 2437 24/07/06 2437 7
101844 [일반] <퍼펙트 데이즈> - 일상, 반복, 변주, 그리고 낙관. [9] aDayInTheLife2549 24/07/05 2549 3
101843 [일반] 이코노미스트 2023 대한민국 GDP (vs. 일본) [16] 휵스6426 24/07/05 6426 0
101842 [정치] "469억 원이면 용산 이전한다"더니‥대통령실, 또 86억 예비비 편성 [94] 치킨너겟은사랑12012 24/07/05 12012 0
101841 [일반] 일본 비주얼계 락밴드 추억의 노래 [28] Pika483610 24/07/05 3610 2
101840 [일반] 시청역 사고 현장에 ‘토마토 된…’ 조롱 쪽지 남긴 20대 남성 자수 [91] 자칭법조인사당군10205 24/07/05 10205 5
101839 [정치] 채상병 == 군 장비 [83] 네야7399 24/07/05 7399 0
101838 [일반] 운전 경력이 얼마인데 그걸 헷갈릴 수가 있겠느냐 [41] 길갈5370 24/07/05 5370 0
101837 [일반] 영국 보수당이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기록할 듯 하네요 (출구조사 결과) [31] Davi4ever3948 24/07/05 3948 1
101836 [일반] 昔(예 석)에서 파생된 한자들 - 耤(짓밟을 적)에서 파생되기도 하다 [4] 계층방정960 24/07/05 960 2
101835 [일반] 자카르타에서 수도를 옮기려는 인도네시아 근황 [31] Davi4ever7018 24/07/05 7018 0
101834 [일반] 가요의 황금기 90년대 가요톱10 1위곡 열전(1994년 part 2) [10] 스폰지뚱2294 24/07/05 2294 5
101833 [일반] 2024년 상반기 전국 백화점 순위가 나왔습니다 [33] Leeka5660 24/07/04 5660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