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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10 02:04:54
Name 막군
Subject [장편] 희망을 받는 사나이 Vol. #1
-1-

대한민국의 모든 프로게이머 지망생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2-

“아저씨, 자리 하나 있어요?”

10살 안팎으로 보이는 꼬마가 헥헥거리면서 뛰어오더니 하는 말이다. 그 녀석의 머리는 노란색으로 물들어져 있었고. 오른손에는 막 쥔 듯한 천원 한 장이 있었다. 아마 방금 부모님께 피시방 출입을 허락 받았는지 입가에는 웃음을 띄고 있었다.

“음? 미안해 지금 no place야.”
피시방 주인 아저씨는 카운터에 설치 되있는 TV를 보고 있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재방송이였다.

이 피시방 아저씨의 용모는 솔직히 말하자면 ‘잘 생긴건 아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추잡하게 보일 정도이다. 깍지 않은 수염, 뭔가 깨째째한 얼굴, 흔히 말하는 ‘폐인’ 이 아닐까. 이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30대 초중반에 20대쯤 폐인생활 했고 백수로 계속 지내다가 어쩌다가 운 좋게 로또복권 당첨되서 사업이나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네, 뭐라고요?”

“아니 지금 자리가 없다고~ 넌 지금 이 twenty one century에 english를 don't know해가지고 어떻게 survive 하겠냐!!!”

“....아 뭐라는 거야.... 아저씨 즐 드셈!”

그 꼬마는 아저씨에게 살포시 셋째 손가락을 내밀고 도망갔다. 아저씨는 멍한 얼굴로 그저 가만히 있다.

“참... 요즘 choding들이란.”

그는 다시 카운터에 있는 TV를 본다.

사실, 피시방 아저씨는 저 10살짜리 꼬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물론 오늘은 토요일인지라 사람이 붐비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저씨는 자리가 있었다. 분명 스타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을 하기에 최적하 된 사양, 그리고 그곳에는 번호가 ‘11’ 번이라고 써져 있었다.  다만, 그 자리에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없었다.

피시방 아저씨는 그 자리에 마우스와 키보드가 없어서 꼬마를 내쫒은 것일까? 아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설치 할 수 있다.
분명 그는 그 자리에 꼬마를 앉게 하여서 천 원짜리 한 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웃는 꼬마의 얼굴을 볼수도 있었을테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 꼬맹이가 타워팰리스에 사는 갑부라서 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 그나저나 이 Friend는 왜 이리 not come 하는거야...”










-3-

“자, 즐거운 주말 되도록. 이상.”

학교 수업을 마치는 선생님의 소리다. 34명의 학생들은 일제히 짐을 싸서 집으로 향한다. 어제의 모의고사가 끝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말의 시작이라서 그런걸까. 학생들은 일제히 기분좋은 마음으로 교문밖을 나서는 듯 했다.

지훈의 발걸음 역시 그러한 기분을 가지고 학교에서 나가는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친구들과는 뭔가 달랐다.
첫째로 그는 환한 미소를 머금지 않았다. 다만, 뭔가 깊은 고뇌에 빠진 것 같다고 할까. 둘째로, 그의 주변에는 친구가 없었고(그렇다고 그는 절대 왕따가 아니다. 다만 자신이 회피한것일 뿐), 셋째로는 그의 손에는 키보드가 들어갈듯한 손가방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훈아!”

누군가가 그를 부른다. 지훈은 뒤를 돌아봤다. 같은 반 은주였다.
은주라는 이 여자아이는 급하게 지훈에게 달려온다. 지훈은 그런 그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다.

은주가 지훈앞에 선다. 급하게 뛰어왔는지 헥헥거린다.
“뭐야. 왜 그렇게 빨리 가?” 헥헥거리던 은주가 먼저 말을 했다.
“아... 그게...” 지훈은 말하길 머뭇거린다. 어느새 자신의 얼굴이 빨개진것도 모른체.

“헤헤, 됐어. 그건 됐구... 영화나 보러 가자.” 동그란 눈으로 지훈을 바라보던 그녀가 웃으면서 얘기한다.

“영화?”
“그래, 모의고사도 끝났고, 영화 한편정도 같이 보러 가자.”
은주의 귀여운 웃음으로 지훈을 설득하려 한다. 지훈은 이정도 쯤 되면 ‘그래, 보러 가자.’ 라고 말할 법도 한데, 그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다.

“저... 그게...”
“왜? 무슨 약속 있어?” 지훈이 말하기 힘들어 하는걸 알았는지, 은주가 먼저 질문한다.
“어... 나... 연습해야돼.” 힘들게 지훈의 말에서 한마디가 나온다. 그리고는 한숨을 휙 내뱉는다.

“연습? 무슨 연습? 어디 대회 나가?”
“아니... 그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음 나한테 말해봐. 내가 언제 뭐라 한적 있니.”
은주가 답답한 듯 한마디 한다. 지훈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더니, 뭔가 엄청난 결심은 한 듯 얘기한다.

“나, 프로게이머가 될 거야.”

그의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자, 은주의 동그란 눈은 놀란 듯이 더 동그래졌다. 지훈도 빨갛던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헛기침을 하고 만다.

“미... 미안해. 이 말 한 거, 너한테가 처음이야.”
지훈은 정말 미안한 듯이 얘기했다. 그는 아까전 보다 더 자신의 몸을 비비꼬고 있었고,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렇게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연습하는 첫 날이야. 아는 아저씨가 PC를 하나 제공해준다고 해서... 거기서 연습 할 생각이고.”
지훈은 말을 마치고 나서 ‘아차!’ 싶었다.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그것도 은주가...

사실, 은주는 지훈에게 있어서 너무 과분한 존재였다. 지훈은 눈과 키가 작은데다가, 생긴것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매력없이 생겼다. 안경도 모범생만 낄 것 같은 안경을 꼈고, 목소리도 멋있는것도 아니다. 그런데 은주는? 귀엽고, 똑똑하고. 모든 남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그런 은주가 자신에게 영화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금이라도 그 말을 취소할까? 당장이라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그랬구나. 미안해, 몰랐어. 할 수 없지. 다음에 보자. 안녕.”
지훈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나온 은주의 대답이였다.

오 신이시여! 이 다섯글자가 지훈의 모든 마음을 대신해줄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그녀와의 데이트였는데... 다시는 오기 힘든 기회였을텐데...

지훈은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교문밖으로 나갔다.






-4-

“오, One 지훈 왔구나! 니가 왜이렇게 Don't come 하는지 궁금했다.”
온게임넷을 보고 있던 PC방 아저씨가 지훈을 반긴다.
“에이 아저씨, 저는 고등학생이잖아요. 주말엔 일찍 마쳐서 여기 와도 2시라구요. 제가 초등학생인줄 아나...”
“그래그래, I'm Sorry. 자, 내가 전에 promise 한대로 pc 하나 empty 해놨으니까 열심히 practice 해서 progamer 꼭 되야 된다.”
“...근데 아저씨, 그 영어좀 어떻게 자제가 안될까요?”
“아, 이거? 미안하다. 내가 외국 Water를 좀 Drink 했더니 이게 습관이 되버려서 어쩔수가 없네.”

“알았어요. 암튼 열심히 해서 꼭 아저씨 말씀대로 프로게이머가 될께요.”
지훈은 피시방 아저씨를 보고 웃음 짓는다. 그리고는 그는 피시방 창가에 위치한 81번자리로 간다. 손가방에서 키보드를 꺼내더니, 마우스도 꺼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래! Good한 자세다.”
뒤에서 지켜보던 아저씨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5-

『저기 아저씨, 자리 있어요?』
『자리? What Game 할껀데?”』
『스타크래프트요.”』
『오! Starcraft! 물론 있지. 저어기... 11번 자리로 가. 저기 Empty다.』

『...그런데요...』
『어, 왜 그래?』
『키보드하고... 마우스... 연결 가능할까요?』
『흐음... 왜 키보드하고 마우스를? Home에서는 안하고?』

『그게... 집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없어요. 아니 있는데, 립버젼이죠.』
『그래, 정식 Battle.net 할려고?』
『네...』
『그래 알았다. 내가 connect해줄게.』


『립버젼에서 한거 치고는 상당히 Good 한데?』
『헤헤, 그래요? 친구들이랑 많이 했어요. 천원빵 천원빵 하다보니까 실력이 좀 느는 것 같더라구요...』
『ID가... CutJu? Oh! Your Girlfriend냐?』
『에이... 여자친구는 무슨...』

『럴커를 상당히 잘 use 하네, Main Race 가 저그냐?』
『네, 친구들은 테란하는데, 전 저그가 좋아요. 낭만이 있다고 할까요. 헤헤.』
『Favorate Gamer는 누구냐?』
『홍진호요!』



『얼마죠?』
『3 hour 했네. 3000원이다.』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잠시! Just a moment!』

『왜 그래요? 불러놓고 30초동안 말이 없으시네...』
『흐음.... 너,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지?』
『에엣! .... 그걸 어떻게?』
『내가 척하면 Three Thousand리(저자 - 삼천리)야. 앞으로도 찾아올려면 찾아 와. 공짜로, 항상 place 비워줄테니까.』
『저, 정말요?』
『그래, 내가 널 키워주마! name이 뭐지?』
『하, 한지훈요! 한지훈! 다음주 토요일날 다시 찾아올께요! 꼭이요!』





-6-

“지훈아... 넌 내가 로또 2등에 3번 당첨된... 억세게 Lucky boy인줄 모르는가 보구나... 넌 척 봤을때... 로또 1st award 감이다. 내가 널 게이머로 grow 시켜주마... 움하하하하.”

“마, 폐인 양반. 혼자서 헛소리 고마하고, 여기 새우탕이나 함 줘바라...”
한 사내가 아저씨를 ‘폐인 양반’ 이라고 칭하면서 천원짜리 지폐를 카운터에 제시한다.
“앗, 태석씨. 또 Shrimp탕 드십니까? 거참 Mania네.”
사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 태석이라는 사람이 아저씨 보다 더 폐인같다. 며칠 면도 안한듯한 수염에, 안 감은 듯한 머리, 그리고 누런 이빨까지. 그야말로 폐인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폐인 양반, 저 꼬맹이는 누군데 저렇게 열심이 하노? 뭐 지가 프로게이머라도 될끼라나?” 새우탕에 물을 받던 태석이 지훈을 보며 물었다.

“오! 정확하게 See 하셨습니다! 게이머 지망생인데, 제가 pick 했습니다.” 피시방 아저씨가 자랑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뭐라카노... 스타는 좀 하더나?”
“아직 Pro급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그 유명한 Lotto Eye 박봉신 아닙니까~”

“로또 아이 박봉신? 아이고 조또 아이 박븅신해라. 저 꼬맹이가 그런게 보이더나?”
새우탕을 휴게실로 가져가던 태식이 비웃으면서 말했다.


“헤헤... 아직까지는 잘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모르죠, 저놈이 진짜 스타리그 우승할지.”

“에이고... 니 그거아나?” 새우탕을 먹던 태식이 말했다.

“프로게이머가... 게임만 존나 해가지고 될 직업처럼 보이제? 답은 아니다... 니가 아직 저쪽 세계를 모르는데... 내가 봤을땐... 가장 위험하고 보험안되있고 무대포정신으로 가야 되는게 저 스타크래프트다...”

로또아이 아저씨의 웃음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새우탕을 한가닥씩 먹기 시작했다. 태식이 계속 말했다.

“만약에 폐인 양반, 니가... 저 놈한테 1%라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난 암말도 안하겠는데... 점마가 좀 한다... 싶으면 내한테 데리고 온나.”

그러더니 태식은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국물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내가 손좀 봐줄테니까.”



====================

잡담계의 전설이 되고싶은 막군입니다.


이번엔 장편에 도전합니다. 약 20~30편가량 될것 같네요.


이 글이 끝날때까지 절대 피지알에서 어느 글도 남기지 않을것을 맹세합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조회수 1천, 댓글 10개이상을 넘기긴 힘들듯 보입니다만..


그래도 많이 성원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p.s 아이디를 공모합니다. 소설에 쓰이게 될 아이디니까 자신의 아이디라도 좋고, 특별한 뜻이 담긴 아이디라도 좋습니다. 쪽지나 코멘트로 아이디와 이 아이디에 사용될 사람의 주종족을, 그리고 아이디에 담긴 뜻이나 사연이 있음 보내주세요. (그럴리 없겠지만) 공모가 많다면 캐릭터의 성격이 가장 알맞은 아이디를 채택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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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rolls
04/04/10 02:12
수정 아이콘
Revolution No.1
혁명,개혁이라는 뜻을 지닌 Revolotion이라는 단어가 얼핏 생각나는군요
혁명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중에 넘버원이라는 뜻에서
Revolution No.1이라고 지어봤습니다.^^
꾹참고한방
04/04/10 02:15
수정 아이콘
생활속의 활력소 오타찾기.
5번섹션에 Girfriend 에서 l 이 빠졌네요.. 재밋는 글 잘 읽었습니다 ^^
미츠하시
04/04/10 02:24
수정 아이콘
게임방 이름의 Gamedol 이라는 게임방이 있죠
ID : Gamedol... ;; 이상한가 쿨럭..
다음편 기대 합니다 재밌네요 ^^
상록수
04/04/10 02:40
수정 아이콘
으음...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그녀가 나를 보
04/04/10 08:54
수정 아이콘
역시 막군님의 글은 굿이요~
종족은 저그로 하는 플레이어구요..
아이디가..endless[wind]
끝없이 몰아친다구 해서 이런이름을..쿨럭..
어차피 저그는 공격에 공격을 해야 하는 숙명이랄까?
그런의미에서 한번 지어 봤습니다~^^
슬픈비
04/04/10 09:43
수정 아이콘
뭐,..딱히 정해놓은 아이디는 없구요^^;;
최근에 쓰던 아이디는..
AllINeedIzluv 죠.
김윤아씨의 The city of soul이라는 노래의 가사구요.
그 노래를 원체 좋아하는데다가^^;
그부분의 가사가 참 맘에 들어서요^^;
달라몬드
04/04/10 09:55
수정 아이콘
Oh, English안되면 See하기 Very Difficult한 Point가 is네요.

공부도 잘 하면서 어찌 이런 시간을 할애하고 또 글도 잘 쓰는지 감탄할 뿐입니다.

공모용 ID : ROTZ(Ruturn Of The Zeroth)
민아`열심이
04/04/10 12:39
수정 아이콘
우와 재밌네요 ^ ^
쓸쓸함 뒤에 저도 참 쓸쓸했었는데 ^ ^
재밌는 글이 올라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마술사
04/04/10 12:43
수정 아이콘
옥의 티 찾기 -> twenty one century가 아니고 twenty first century가 맞을꺼 같네요^^;;;
04/04/10 14:16
수정 아이콘
마술사님 // 그건 일부로 피시방 아저씨의 무식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
04/04/10 16:16
수정 아이콘
bellona-hitel 입니다. -_-;
그냥 하이텔에서 쓰던 아이디를 아무생각없이 그대로 지었죠. -_-;

아, 그리도 주인공의 메인 종족이 저그입니까? 스타관련 소설중에서 주인공이 저그 유저는 처음 봤습니다. 역시 저그에게는 낭만이 있죠. ^_^;
최현빈
04/04/11 01:07
수정 아이콘
ItisIt 요~
'올것이 왔다' 라는 뜻이라고 어느 홈피에서 봤는데, 괜찮더라구요;
프토 of 낭만
04/04/11 12:35
수정 아이콘
DoU.LoveZerg 어떤가요?
제 예전 아이디가 DoU.LoveProtoss 였답니다...
당신은 저그를 좋아하나요 ? 대충 이런뜻이라는 -_-;
Bullet Mark
04/04/11 13:38
수정 아이콘
두둥~ 드디어 막군님의 연재소설이 시작됐군요.
기대만발!! ID는 음... Amazing_[Kewpie]
질럿은 나의힘!
04/04/11 16:10
수정 아이콘
GLAY 어떨까요 (Gaming Like A Yellow)
그런데 이런 단어가 있을까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일본 가수 그룹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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