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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3/29 16:02:33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소설 프로토스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supply 1/10)
"아얏! 아프.. 웁읍!"
"야. 제발 부탁이다. 조용히 좀 해라. 자꾸 시끄럽게 굴면 집에 보내버릴 거야!"

마지막 위협이 효과가 있던 탓인지 금새 성제는 조용해졌다. 하지만 생전 처음 마주한 장관에 휘둥그래진 눈은 그대로인 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성춘 역시 이미 열 번이 넘게 들어와 본 곳이지만, 볼 때마다 감탄을 거듭하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전 우주를 관장하는 우리의 위대한 행성 아이우 (선생님이 항상 이렇게 얘기해서 이젠 말버릇이 돼버렸다) 에서도 가장 거대한 기록 보관소이자 템플러 양성소인 현자의 탑은 넓이도 넓이지만, 온갖 신기한 건축구조가 보는 이에게 입을 다물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성춘 형! 저기 좀 봐, 하이 템플러 들이야!"

딱!

"제발, 제발, 좀 조용히 해. 들키면 우린 학교에서 절럿 선생에게 끝장이란 말이야!"

아픈 이마를 쓰다듬던 성제도 '절럿 선생'이란 한 마디에 금새 입을 다물었다. 절럿 선생이란 단어는 그만큼의 효과는 충분히 주고도 남았다. 성질이 개 같고 깡패 같다고 해서 저글링과 질럿의 합성어인 절럿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 선생은 걸핏하면 학생들을 붙잡고 '전 우주를 관장하는 우리들의 위대한 행성 아이우에 너 같은 학생이 있다는 것은 우주적인 손실이다'는 정말 우주적인 논리를 앞세워 구타를 일삼았다. 틀림 없이 템플러이면서도 어떻게그런 성격을 가지게 됐는지 모두가 궁금해했고 온갖 억측이 난무했지만, 아무도 정확한 이유는 몰랐다. 누가 감히 절럿 선생에게 '선생님. 성격이 왜 그 모양이십니까?'라고 물어보겠는가!

기록 보관소라면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인 건물 측면에 난 주름 틈새로 몰래 들어온 성춘과 성제에게 절럿 선생은 당장 앞에 있는 다크 템플러들이나 하이 템플러들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 위협을 감수하고도 이 곳에 들어온 둘은 승려 학교에서 항상 1등을 다투는 우등생들이었다. 이제 얼마 뒤 졸업을 하게 되면 그들도 이 곳에서 정식 템플러 수업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굳이 숨어서 들어올 필요까진 없었으나 젊은이다운 호기심과 모험심이 이들을 여기까지 끌어온 것이다.

조심 조심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던 성춘과 성제는 천장이 열리고 빛이 쏟아지자 넋을 잃고 말았다. 천장이 열리는 건물이란 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으니까. 열린 곳으론 서서히 아비터 한 대가 하강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성춘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생각났다.

"우리 프로토스 족의 강력한 마법 전투기 아비터는 생산이 끝나게 되면 일단 함대 표지 생성소 (Fleet Beacon)에서 휴대용 워프 게이트를 장착한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집결된 이 휴대용 워프 게이트는 아비터가 가는 곳 어디에서든, 좌표를 설정해 놓은 곳의 전사들을 순식간에 불러올 수 있게 해주지.
그 다음엔 전 우주의 조화와 균형을 위협하는 어떤 세력도 잠시 동안 그가 위치한 곳에 묶어놓을 수 있는 마법을 발휘하기 위한 발사기를 장착한다.
그러나 이 모든 능력들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파일럿이 자신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현명하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파일럿들은 각자의 아비터를 타고 현자의 탑에서 수련을 받아야 한다..."

성춘은 순식간에 이런 내용들을 기억해낸 자신에게 깜짝 놀랐다. 스스로 대견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과목 담당 교사가 누구였나 잠시 생각해보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누구라도 사이언 검의 칼등으로 뼈가 부러지게 맞기 싫다면 공부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형, 저 아비터 있잖아. 570호기야. 570호기! 아야! 왜 때려!"

본능적으로 성제의 이마를 쥐어박으며 손가락을 입에 대던 성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570호기라면 얼마 전에 파일럿이 추방을 당하네 마네 하면서 시내를 시끄럽게 했던 그 아비터였다. 570호기의 파일럿은 위대한 가림토 가문의 후손으로 그 이름도 선인들의 지명을 받아 가림토였다.

우주를 관장하는 우리들의 위대한 행성 아이우에서도 가장 혁혁한 전공을 세운 가림토는 한때 파일럿 학교의 우상이었다.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질럿과 드라군들이 적진 입구를 뚫지 못해 고전하고 있을 때, 하이 템플러의 도움으로 숱한 환상과 함께 적진으로 침투한 가림토는 적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용맹한 질럿을 순간 이동 시키기도 하고 심지어 리버를 옮겨놓기도 했었다. 또 적의 막강한 공중 전력을 가장 넓은 공간에 걸쳐 묶어놓기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그에게 닥쳐온 불행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그것은 사랑! 그를 숭배하던 셀 수 없는 여자를 버리고, 그가 선택한 여자는 사이오닉 퀸(Psionic Queen) 소운이었다. 사이오닉 퀸. 태어나면서부터 비정상적으로 막대한 양의 사이오닉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 그리하여 4 계급 중 아무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고귀한 성장기를 보내고 25세가 되는 생일, 역시 고귀한 (선생들은 이렇게 부르지만)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오닉 에너지를 한 곳에 응축시켰다가 적의 공격으로 수명을 잃어가는 모든 프로토스 인들의 수명을 다시 연장시켜주는 놀라운 곳, 과학의 결정체라 불리우며 '신의 탑'이란 별칭을 가진 쉴드 배터리의 심장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들어간다고는 했지만, 단순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합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심장부에 자신의 남은 운명을 맡긴 사이오닉 퀸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아무도 그녀와 얘기할 수도, 그녀를 볼 수도 없었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막대한 사이오닉 에너지를 생명을 잃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줄 뿐, 원초의 고독 속에 침잠한 채 다음 사이오닉 퀸이 나타날 때를 기다릴 뿐이다.

'가림토'는 사이오닉 퀸, 소운의 24세 생일 축하연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은 운명을 예감하며 시종일관 슬픈 미소를 짓던 그녀에게 가림토의 마음이 리콜됐다고도 했다. 어떤 이들은 그녀가 가림토라면 자신을 구해줄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도 했다. 진실은 모를 일이고, 또 그런 것은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진실로 사랑하게 됐다는 점이고, 이제 다음 주면 그녀가 25세의 생일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이다.

가림토는 한 달 전부터 더 이상 전투에 나가지 않았다. 밤이면 미친 듯이 배회하는 가림토를 시내에서 보게 되는 일이 흔해졌다. 장로 회의에서는 그가 전쟁에서 올린 공을 무시할 수 없고, 무엇보다 그 역시 프로토스 인의 하나이므로, 일단 그를 먼 곳에 잠시 있게 했다가 가라앉으면 불러오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에는 소운의 동생 소하의 격한 발언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도 했다.

'제우스 녀석. 대단하단 말야.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식들을 다 줏어듣지. 그나저나 정말 슬픈 일이야.'

성춘이 회상에서 깨어나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자 다급해진 통제실의 템플러들이 계속 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우에서, 아니 어쩌면 전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아비터 파일럿이다. 더 이상의 어떤 수련도 필요 없는 그가 아비터를 타고 이 곳 현자의 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용히 하강하던 아비터의 하부 베이가 열리더니 눈부신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응? 저건.. 틀림 없이 전에 실습에서 봤던 리콜을 준비하는 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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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3/29 16:53
수정 아이콘
저..이거 연재물이죠? 끝 아니죠?
민아`열심이
04/03/29 18:24
수정 아이콘
우와 정말 재밌네요 ^-^ 다음편이 기다려지는데요 ~
어버_재밥
04/03/29 21:35
수정 아이콘
오우. 재밌는데요. 박정석선수와 강민선수의 등장이 기대되는군요.크으
(혹 정석선수는 왕자님? -0-;;)
Style.blue
04/03/30 01:06
수정 아이콘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기욤선수에 관한 것도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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