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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2/18 15:38:46
Name PokerFace
Subject [일반] 고려의 숨겨진 명군
고려하면 알려진 임금은
태조 광종 성종 공민왕 딱 이네명입니다.
국사교과서에서도 이 네명위주로 배우게 되고 중간은 그냥 무신정권 대몽항쟁으로 건너뛰니
그래서 고려는 나름 업적쌓은 임금이 이 네명밖에 없었나 생각이 들더군요

태조는 고려를 건국한 임금
광종은 호족을 숙청하여 왕권을 다진 임금
성종은 고려의 기틀을 마련하여 전성기를 구가한 임금
공민왕은 고려를 개혁하려다가 실패한 비운의 군주

로 인식되는 반면 다른 군주는 아웃오브 안중인데

고려도 알게모르게 훌륭한 군주들이 있었고 고려의 전성기는 오히려 조선보다 더 길더군요.


1. 현종

사생아로 태어나 고아가 되었고, 목숨을 위협받았던 끝에 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난을 극복하여 고려의 태평성대를 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군주로 가히 고려의 세종대왕급이더군요.

천추태후와 김치양에 의해여러번 죽을 고비를 맞으면서도 그걸 이겨내어 왕위에 오르고 거란의 침입에 맞서 격퇴하고 대장경을 간행하는등 여러 업적을 쌓은 왕이었습니다.

최충은(당대인물) 주나라의 성강지치와 한나라의 문경지치와 비교해도 꿀릴 게 없다고 평가했고, 특히 고려 말의 이제현은 나는 현종에게서 아무런 흠도 찾아볼 수 없다고까지 했었죠. 고려의 국력 신장을 이끌어 태평성대의 기반을 닦은 명군이며 그의 아들 세 명이 왕이 되는 기염을 토하는데(덕종, 정종, 문종) 아들들도 모두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 고려는 예종, 정치적인 면을 제외하면 인종시대까지 태평성대를 누렸습니다.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좋을거같은 드라마틱한 삶을 산 군주이지만 아직 이 현종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없네요. 그나마 현종이 나오는게 천추태후인데 이건 정말 괴작중에 괴작이라....



2. 덕종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짧은 임기에도 많은 업적을 쌓았으나 아쉽게 3년만에 승하하여 안타까움을 주는 왕입니다.

용기 있는 군주였던 부왕 현종의 기질을 이어받았는지 어린 시절부터 결단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부왕이 승하하자 16세의 나이로 즉위하여 선정을 펼쳤고 거란군이 정주에 침입하자 이를 격퇴하기도 했습니다. 고려 북계의 천리장성 수축이 시작된 것도 바로 덕종 시대.
또한 내치에도 힘써 처음으로 국자감시를 시행하여 폭넓은 인재 등용의 체계를 마련했으며 전시과를 개정하고 현종 때부터 복원하기 시작한 '7대 실록'의 완성을 보는 등의 치적을 남겼지만 빨리 죽어서 이름이 묻힌 안습한 케이스죠

이제현은 "효성스러웠고 명신들을 등용하여 조정을 잘 이끌었으며 백성들도 편안히 생활했으니 '덕(德)'이라는 이름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그를 평가했습니다.



3. 문종

고려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왕입니다.

한국사에서 유례없는 태평성대를 만들어버린 탓에 일반적인 인지도는 그 업적에 비해 대단히 낮은 편이며 사극으로 만들 거리도 별로 없죠. 뭐 그건 세종대왕도 마찬가지라 최근세종 사극이 나오기전까지 사극에서 세종이 주인공이 되는일은 많이 없었죠

이시기는 최충의 9재 학당을 포함하여 사학 12도가 이뤄지는 등 귀족 문화의 절정을 이루었던시기며 전무후무한 규모의 흥왕사가 창건되었습니다. 해동공자 최충도 이 시기의 인물로, 이에 따라 유학 또한 흥하게 된며 그 외에도 이 시기 문화적으로 다양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4. 선종

고려의 황금기를 연 명군 문종의 둘째 아들로 전임 군주들인 현종에서 부왕 문종에 이르기까지 명군들이 줄줄이 왕위를 계승해 가며 워낙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갔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일을 벌릴 필요가 없었기에 예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 탓인지 선종의 재위기간도 별 큰 사건 없이 태평성대가 계속되었습니다.


불교문화가 크게 발전했고 문화 뿐 아니라 주변 국가들인 거란, 송, 여진, 일본과의 활발한 교역으로 나라 재정도 튼실해졌습니다. 그만큼 국력도 강해져 거란에 대해서도 외교 면에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그 증거라 할 만한 사례로 선종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다가 생일날에 도착하지 못하고 늦게 온 거란 사신을 대놓고 놀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거란이 압록강에 시장을 설치하려 하자 서희 때의 담판을 근거로 무산시키고 사과의 답례품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5. 숙종

조선 세조의 판박이 아니 세조의 대선배격인 인물입니다.

이분도 조카인 어린 왕 헌종을 윽박질러 양위케 하고 왕위를 강탈한 임금입니다.
숙부(세조?)의 몸으로 병약하고 어린 조카, 헌종(단종?)의 왕위를 강탈했고. 원래 계림공이었으며 왕자시절부터 똑똑하고 과단성이 있어 부왕 문종으로부터 항상 "우리 왕실을 책임질 사람은 계림공이다"라고 칭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문제는 선종이 죽으며 모든 종친과 만조백관이 그에게 갈줄 알았던 왕위를 병석에 누운 10살짜리 자기 아들에게 물려준 것.

형 순종과 선종이 연이어 일찍 죽고 선종의 아들인 헌종이 10살에 즉위하며 숙종은 이 헌종을 폐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는데 이 과정은 단종과 세조의 관계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리고 업적도 있어 동생인 대각국사 의천의 주장대로 주화도감을 만들어 화폐인 해동통보를 생산하고 절도 많이 지어 불교를 융성케 했는데 이부분도 세조와 같네요

조선의 세조처럼 조카를 폐위시키키고 강제로 왕에 오른 점에서는 도덕적인 면에서는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능력 하나는 출중했던 왕입니다. 다만 역시 세조처럼 측근정치를 하여 외척이나 신권이 강화되게끔 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6. 예종

숙종의 아들로 현종때부터 이어진 고려의 전성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임금입니다. 다음 인종때는 인종이 워낙 막장이라 무신정권이 들어서면서 개판이 되었죠.

부왕 숙종이 여진 정벌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붕어하자, 그 유지를 이어 윤관(尹瓘)에게 여진족 정벌을 명해 동북9성을 쌓는 등 큰 수확을 보았지만(1107) 그만큼 손해도 많았고 여진의 세력이 강성함을 경계해서 결국 9성을 여진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이때 척준경이 대활약을 했죠.


예술에 조예가 깊어 향가 <도이장가>를 지어 나름 문학적 소양을 나타냈고 현재 아악의 근본인 송의 대성악을 들여와 이를 정비했으며, 9성 개척으로 인한 국력 소모의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혜민국을 설치하는 등 민생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학당을 많이 설치하는 등 유교적 통치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국학 진흥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선 국왕이 바로 예종이며 9재 학당을 모방하여 국학 7재를 개설하였고, 장학재단인 양현고를 국자감에 설치하였으며, 학문 연구기관인 보문각과 청연각도 설치하는 등 고려시대 중앙 교육 시설의 틀을 잡았습니다.

또한 급변하는 동아시아의 정세를 파악하여 거란과 여진과의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전략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의주가 우리 땅이 된 것도 바로 예종의 치세. 거란의 지원 요청을 묵살하고(1115) 오히려 지원을 빌미로 거란의 내원성과 포주성을 도로 받아(1116~1117)낸 것이 바로 지금의 의주(당시 의주 방어사)입니다.

천리장성 방비를 강화해 나갔으며 또한 국학 7재 중에 무관 양성을 위한 '무학재'라 불린 강예제를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설치하였고, 후기에는 무학재에 인원을 상대적으로 더 늘리기까지 하는 등 여러모로 군사분야에 신경을 많이 쓴 보기 드문 국왕이었습니다.



예종을 마지막으로 고려는 그 긴 전성기를 끝내고 혼돈의 시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현종부터 예종 까지 1009년부터 1122 까지 고려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에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더군요.
아예 이시기 어떤 왕이 있었는지도 아는 사람도 드물고
그냥 성종후 바로 얼마지나지 않아 무신정권이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고려는 짧은시기만 잠시 평온했고 계속 혼돈이 왔던 나라라고생각하게 되죠.

고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임금들이 더욱더 잘 알려져야 고려가 다시금 재평가 받을수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현종은 현종을 주인공으로 해서 사극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강희제처럼 온갖 힘든 고난을 다 이겨내어 결국 전성기의 포문을 연 명군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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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ParkLove
11/12/18 16:05
수정 아이콘
고려와 거란의 세 차례 전쟁이 끝난 후부터 약 120년 간 고려-송-거란의 평화시대가 계속되지요. 한반도에서 유래 없을 만큼의 태평성대였는데 의외로 교과서에서도 제대로 안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뚫훓쀓꿿삟낅
11/12/18 16:09
수정 아이콘
태평성대인만큼 재미가 없으니...(_ _);;;;;;;;;;;;;는 농담이고
아무래도 여요전쟁이나 이후의 금과의 마찰등 굵직굵직한게 워낙 많다보니 누락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호느님
11/12/18 16:14
수정 아이콘
저도 공부하다보니 명종이 엄청 명군이었다는걸 알았는데
대중들한테 인지도는 시망..
카서스
11/12/18 16:29
수정 아이콘
문종이랑 숙종은 대학가면 엄청 자세히 배우죠.

특히 고려의 정치구조는 문종대에 가야 완성되는지라 (....)
11/12/18 16:54
수정 아이콘
대학에서 고대사 전공자이지만

고려시대 유난히 기억에 남던 왕들이군요..

특히 문종 즉위하자마자 황금으로 된 것들은 동으로 비단 등으로 되어있던 이불등은 전부 일반 솜으로 바꾸었다던 그 일화가 뇌리에 남아있네여
빠독이
11/12/18 22:12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게 고려에 대한 편견이 있었네요.
무신정권이나 몽골이 임팩트가 좀 크긴 한가봐요. 다 묻혀;;
11/12/18 23:52
수정 아이콘
몰랐던게 많네요. 역시 기록이라는 게 크죠.
로마는 동시대를 보면 고구려 이전 시대부터임에도 불구하고 꼭 살아있는 듯한 역사인 이유는 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죠.
우리 역사는 사료가 부족한게 정말 아쉽습니다. 조선이 참 그런면에서 갑이죠. 1차사료가 너무 좋습니다.
눈시BBver.2
11/12/19 11:01
수정 아이콘
확실히 재미는 없어요. 세종대왕때처럼 미주알고주알 시시콜콜하게 적힌 것도 아니고 한글 같은 임팩트도 없어서요.
하지만 조용할 때가 정말 태평성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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