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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26 18:28:19
Name 눈시BB
Subject [일반] 단종애사 - 예고편 (잡담 대거 추가)
"세자의 연령이 이미 장년이 되었는데도, 후사가 없어서 내가 매우 염려하였다. 이제 적손이 생겼으니 나의 마음이 기쁘기가 진실로 이와 같을 수 없다" (1441년 세종 23년 7월 23일)

세자의 나이 스물여덟. 참 늦은 출생이었습니다. 때는 조선 최고의 태평성대라고 하는 세종대왕의 치세. 거기에 조선 최초로 적자로 이어지는 세손이 탄생한 거죠. 그것도 며느리를 두 번이나 바꾸고서야 본 손자였습니다. 확실히 부부의 일은 왕이라도 마음대로 못 하는 것 같아요.

겉으로 보면 정말 (문제들이야 많았지만 -_-;) 태평성대요 확고한 왕권이고, 세자와 세손까지 이어지는 안정된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 안은 불안정했습니다.

우선 세자빈 현덕왕후가 세손을 낳은 다음 날 목숨을 잃습니다. 이것으로 세손은 가장 큰 후견인을 잃은 것이죠.
세종대왕의 몸도 나날이 나빠져 갔습니다. 6조 직계제에서 의정부 서사제로 부담을 줄였지만 그 자신의 나이와 열정에 몸은 나빠져 갔죠. 문종은 조금씩 업무를 대신해 갑니다. 이에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세종대왕이 한 말입니다.

"이것은 몸을 보호하기에 급급하다는 뜻이다. 경 등은 어찌하여 내 병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억지로 말하는가" (세종 27년 5월 1일)7

가슴 아픈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43년에 훈민정음을 만들었던 걸 보면, 가장 병을 신경쓰지 않은 건 자기 자신일 겁니다.

뭐 나이도 나이이니만큼 그의 쇠약은 막을 수 없는 거였습니다. 어차피 세자가 일을 잘 하고 있었으니까요. 문종은 정말 유능했고, 다음 대가 기다려지는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젊을 때부터 종기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죽기 이틀 전에도 문종의 병 때문에 정사를 대신 해야 됐을 정도였죠.

그런 가운데서 46년 세종의 비 소헌왕후도 죽습니다. 세종대왕의 몸이 약해진 건 이것과도 그리 무관하진 않을 것 같네요. 문종도 몸이 좋지 않았고, 44년과 45년에 아들 하나씩을 더 잃었으며 46년에는 아내까지 잃은 세종.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그가 세상을 떠난 건 그로부터 불과 4년 후였습니다.

문종이 오래 살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그 때문에 나오는 말이 문종 독살설일 겁니다. 글쎄요... 모르겠네요. 하나하나를 보면 작은 일들이 모여서, 조선 전기 최고의 비극을 낳게 되었습니다.

"교지를 읽기를 끝마치기 전에 전상의 대촉이 갑자기 땅에 떨어졌으므로, 빨리 철거하도록 명하였다."

단종애사.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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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쓰고 싶은데 따로 쓰긴 애매해서 여기에 좀 추가해서 잡담 좀 할게요 @_@
제 글이 나오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1. 아무 책 (주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이나 읽으며 뒹굽니다.
2. 재밌는 부분을 찾아냅니다.
3. 인터넷을 뒤집니다. 네. 주로 엔하위키죠 - -;
4. 뭔가 재밌다, 얘기해 봐야겠다 싶은 부분은 잔뜩 표시해 둡니다. 이 부분에서 주 스토리 라인이 잡히죠.
5. 도서관에 가서 책을 봅니다. 안 볼 때가 더 많습니다.
6. 실록이랑 한국고전번역원 사이트에 접속합니다. 개노가다 시작입니다.
7. 여기서 어긋난다 싶은 부분 수정에 들어갑니다. (이 때쯤 예고편 들어갑니다)
8. 뭔가 더 심하게 어긋난다 싶으면 이제 진정한 개노가다. 실록 하루하루치 다 보고 각 기록 일일이 다 찾아 봅니다. (예고편 올려놓고 이러면 무기한 보류됩니다. 남한산성 편이 한 달 늦었던 이유죠. 다 뜯어고쳤었거든요. 여기서 책을 넘어 논문까지 가면 정말 산으로 갑니다)
9. 이전 세종대왕 편에서 일어난 오류는 귀찮아서 안 찾아 본 결과죠. 뒷이야기 맨 마지막에다 딱 두 줄짜리라서 그랬다는 변명 살포시 남깁니다. 애초에 인터넷 정보 중심으로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다 찾아보고 하는 거니까 봐 주세요 ㅠ
10. 아무래도 저는 인용을 좀 심하게 많이 하는 편이라서 몇 편일지는 계산 안 하고 합니다. =_=; 그래서 매번 분량이 늘어나죠.

11. 참 쉽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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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 세조가 어느 정도로 옳다 그르다 이런 얘기는 왠만하면 안 하려고 합니다. 글들 마지막 즈음에 간단하게 논하거나 후일담 정도로만 할 것 같네요. 세조가 잘 했든 못 했든 단종에 포커스를 둬 보자구요. 그냥 편들 내내 수양대군 욕 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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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조선으로 쓸 거라고 전에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다루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약간 소개하자면요.
태조 -> 정확히는 고려-조선 교체기. 고려 멸망 부분 꼭 다루고 싶네요.
정종-태종 -> 태종은 자기 아빠와 아들을 넘어 조선 전기의 주인공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예 사건보다 그 자신을 주인공으로 써 보고 싶네요.
세종대왕 -> 썼죠? 이번에도 약간 조연
문단세 -> 이번 편의 주인공들이죠. 세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혼자 다룰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사육신이 대접받으면서 세조가 필요 이상으로 까였다 생각은 하지만... 변명해주기 꺼림찍해요 -_-;
예성 -> 여인천하 편에서 살짝 얘기했지만 성종은 한 번 얘기해보고 싶은 소재입니다. 왠지 태종-세종과 세조-성종의 관계는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하죠. 자기 아들 대에 막장이 된 것도 다르면서도 비슷하구요.
연산군 -> 한 번은 다뤄봐야죠 @_@
중종 -> 중종보단 조광조 얘기할 때가 언젠간 있겠죠.
인종-명종 -> 문정왕후 얘기하면서 했죠? 이황, 조식 얘기할 때 한 번 더 할 거 같네요.
선조 -> 죽어라 깠죠 -_-
광인 -> 더 하는 건 무리예요 orz;
효현숙 -> 장희빈 얘기할 일은 없을 거 같고 송시열 얘기할 정도의 내공이 쌓인다면...
경영+정조 -> 사도세자 얘기하면서 하겠죠 뭐

아마 순조까지는 1~2년이라는 긴 시간 내에 한 번쯤은 얘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번 크게 일 저지르고 싶은 게 [사림의 역사]인데... 뺄 만한 왕이 얼마 없으니까요. 뭐 그게 언제가 되든... :) 일단은 단종애사 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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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6 18:34
수정 아이콘
오... 기대하겠습니다.
문종의 죽음부터 시작하나요?
문종에 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병약한 왕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유능하고 무에도 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보브친친
11/08/26 18:42
수정 아이콘
문종 독살설도 있군요.
소설과 드라마의 영향인지 문종은 병약한 왕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흥미로운 문종-단종-세조시대 얘기 기대하겠습니다.
一切唯心造
11/08/26 18:45
수정 아이콘
정말 문종이 오래살고 단종도 적절한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았다면 어찌되었을지 [m]
무리수마자용
11/08/26 18:52
수정 아이콘
병약한왕이었다기보다는 사실상 건강이 안좋았죠 [m]
릴리러쉬^^
11/08/26 18:59
수정 아이콘
재밌겠네요.
빛의흔적
11/08/26 19:12
수정 아이콘
소헌왕후가 살아 있었다면, 아니면 현덕왕후가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11/08/26 19:18
수정 아이콘
공주의 남자가 이때당시 얘기 맞죠?
서주현
11/08/26 19:25
수정 아이콘
오오... 기대됩니다.
Je ne sais quoi
11/08/26 20:29
수정 아이콘
기대할께요~
하심군
11/08/26 20:46
수정 아이콘
본격 공주의 남자 특집. 나올거라고 예상했습니다.뭐훠훠 [m]
11/08/26 22:20
수정 아이콘
언제나처럼 기대를 담아 추천 버튼을 눌러봅니다.
호떡집
11/08/26 22:20
수정 아이콘
오...새로운 시리즈로군요. 기대됩니다. 그런데 그냥 이성계부터 대한제국까지 순차적으로 연재하심이..흐흐.
11/08/27 00:53
수정 아이콘
태종의 업보일까요. 아니면 세종대왕이 정말로 능을 잘못써서 일어난 참사일까요.
정비 소생의 원자이면서 세자로 책봉되어 왕위를 계승한 완벽한 정통성을 지닌 임금(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중 왕다운 왕권을 행사하면서 천수를 누린건 숙종밖에 없으니 말입니다.(현종은 어느정도 성숙한 2차예송당시 스스로 정국을 주도하려고 했지만 급사하고 말죠. 독살설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수양대군이 계유정란에서 내건 슬로건이 "어린 임금의 눈과 귀를 흐리고 정사를 농단하는 권신 척살" 이었죠. 김종서, 황보인이 문종의 탁고대신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단종이 어리다는게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억지스러운 명분이 되었습니다. 문종이 오래 살았더라면 정비태생의 세자, 단종의 정통성은 더욱더 탄탄해지고, 단종 본인도 그 정통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을 터이니 세조의 등극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역사는 달라졌을겁니다.

세조 이후로 대다수의 왕들이 혈통적인 정통성이 없어 정통성과 왕권을 다지기위해 억지(원종추숭)를 부리기도 하고, 신권과 결합(자을산군, 연잉군)하기도 하고, 양자 입적으로 인한 왕의 살아있는 생부(흥선대원군)같은 비정상적인 경우까지도 발생하게 되죠.

혈통에 정통성이 부족하니 다른 외부요인들에 의해 휘둘리거나(중종의 조광조 사사), 비정상적인 정국(예송논쟁의 예, 현종 본인의 정통엔 문제없으나 효종으로 인해 문제발생)이 유도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조선사가 재밌습니다. 혈통에 정통성이 부족한 임금들이 많기에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군신간의 힘겨루기가 존재하니까요.

(여담으로.. 그래서 숙종이 甲입니다. 그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릴정도로 강력한 왕권을 부렸으니.. 효현숙 시대 이야기를 한번 해보시는것도^^;)

아..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했습니다. 눈시BB님 글 잘읽고 있습니다.^^ 이번 편 기대합니다.
코큰아이
11/08/27 11:02
수정 아이콘
김종서와 수양대군, 성삼문과 신숙주
그시대의 라이벌구도성립 부탁합니다. ~굽신

전 수양대군보다 신숙주의 비도덕성에 관해
초딩시절 성삼문 위인전읽을 때 비분 강개한 적이 있습니다.크크크

나중에 10년전에 신동아에서 연재했던 "수양대군"을 읽으면서
기억나는건 수양의 공신들이 전리품을 챙기듯 김종서와 사육신들의 처와 딸들 그리고 가솔들을 배분하면서
신숙주는 단종의 비(정순왕후)를 자기 첩으로 달라고 했던 대목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숙주 자기가 모시던 왕의 여자를 수양대군에게 자기 첩으로 달라고 ......
이새X는 그냥 역적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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