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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2/03 20:16:14
Name sinfire
Subject [일반] 여러분들의 11월은 어땠나요?
최근에 와우+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많아서 pgr을 못들렸습니다.
그래서 좀 일기나 써볼까 하고 글을 남겨봅니다.^^;;

워낙에 다이나믹했던 11월인지라 스크롤 압박이 좀 있네요..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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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희 가족은 어렸을적부터 외가쪽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어머니까지 해서 세 자매신데, 어머니가 둘째시고,
큰 이모님은 성수동에, 작은 이모님은 울산에 계십니다. 추석하고 구정을 제외한 명절 때는 외가 쪽 친척들이 전부 모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성수동하고는 사촌들끼리도 자주 만나서 놀고, 큰이모님 내외분도 자주 집에 놀러오시고 그렇습니다.
외할머니를 저희 집에서 모시고 있다 보니 저희 집으로 많이 오시는 편이시죠..


11월 중순 쯤이었나요? 주말에 김장을 담그기로 했습니다. 매해 이맘때가 되면 세집 식구 김장을 우리 집에서 다 같이 합니다.
집이 단독 주택인지라 마당도 있고 해서 큰 이모네가 원정와서 같이 담그시고 작은이모네 댁까지 다 분배를 하는 식이지요.
그런데 그 주 수요일인가... 큰 이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시는데 왠 차가 미친듯이 달려들어서 이모님을 치고는 뺑소니를 쳤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다가 음주운전이었더군요...
이모님은 엉치뼈가 나가셔서 병원에서 앉아있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계십니다.


그래서 이모님이 입원해계신동안 외할머니가 대신 성수동에 가셔서 집안일을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사촌누나가 있긴 하지만 직장을 다니다보니[짐보리 교사입니다.]집안일을 도맡아서 할 수는 없고,
사촌동생은 대학교가 춘천임에도 몇일 학교 째고 큰이모님 곁을 지키러 오긴 했지만 역시 집안일을 계속 하기는 무리가 있었죠.


이모님이 몸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시니 한명은 지켜드려야하고요..
그나마 도우미 아주머니를 한분 고용해서 큰이모님을 도와드리고는 있습니다.




몇년전에 큰이모부님이 용접을 하시다가 화재를 내신 적이 있습니다.
보험회사에서 회사에 보험처리를 해주는데 개인과실로 인해서 저희 이모부님께 책임을 묻고 고소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창 재판이 진행되었었는데 다들 어느정도 잊고 있었죠.


이모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외할머니가 집안일을 하고 계실 동안이었습니다.
그때 가압류가 들어왔다는군요... 그것도 외할머니 혼자 계신 집에...


그때 충격 덕택인지 외할머니는 요즘도 힘이 없어 뵈십니다.
그나마 평소에 게이트볼도 치러다니시고 그래도 나이또래에 비해서는 정정하신 편이라 이정도지.. 그 사실을 알고는 아찔했습니다.



보통 이런 일이 터지면 저희 어머니가 인터넷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셔서 뒷처리는 어머니가 맡아서 하십니다.
보험도 가압류가 들어오는데 큰이모부 이름/수혜자으로 되어있는걸 전부 큰 이모 명의/수혜자로 바꾸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작업들이 있더군요...


저희 어머님은 보통 이런 일 터지면 밤새서 인터넷을 검색하시기 때문에 몇주 사이에 전문가가 되어계시고요[....]



그나마 다행인건 큰이모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실때 가압류가 들어와서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신점이랄까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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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 연세대학교 화학과 대학원생입니다. 통합 2학기 째 다니고 있고, 연구 분야는 계산화학 쪽입니다.
[자랑하려는게 아니고 여기서 벌써 뭔가 연상되시는 사건이 계실겁니다...]
대학원생이 다 그렇겠지만 일이 있으면 일요일에도 출근하는것은 뭐, 자연스러운 일이죠.


저희 학과 같은 경우는 2학기 생들의 경우 학과 세미나에서 발표를 꼭 한번씩 해야되기 때문에
그 날은 세미나 ppt 자료 준비를 위해서 학교에 갔습니다.


the xian 님의 글을 보고 다시 와우를 시작했던때라 와우를 '가볍게' 조금 달리다가 ppt 준비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뭔가 매쾌한 냄새가 나길래 컴퓨터실에 80대 가까이 있는 컴퓨터 중에서 불이 난게 있나 싶어서 봤는데 그건 아니었고...
연구실 밖을 나가봤습니다.


복도에 연기가 껴있고 다른 연구실 박사 한분이 뛰어오시면서 "너희방에서 불난거 아니지!?"라고 다급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야 공동기기실에서 불난거 같애, 어서 피해!"


그 형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연구실 사람들을 챙기러 간듯 보였습니다.


다른 연구실에서 나온 형 한분하고 저는 연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다가 공동기기실이 아닌
바로 옆 연구실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저 방... 유기합성 연구실인데...'


아차 싶더군요... 소듐[Na-나트륨]이라도 폭발하는 날에는...



그 짧은 순간에 안전교육 이수할때 틀어준 교육용 비디오가 생각나더군요.
방에서 작은 불꽃이 일어나서 방 전체가 전소되는데 5분도 채 안 걸립니다.
그 비디오를 틀어주신 소방대원님 왈
"일단 연기가 막 나고 있는 상황이면 불끌 생각은 추어도 하지말고 일단 튀는게 상책이다.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노트북을 잽싸게 챙겨오면서 계속 갈등했습니다.
'내 데스크탑 만이라도 들고 가야되나... 나머지 컴퓨터들은 어쩌지...'


"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를르릉!!!!"


화재 경보...



결국 노트북만 들고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상황이 되니까 5층에서 1층까지 오는데 순식간이더군요..


핸드폰으로 119에 연락했는데 이미 연락이 된 상황이더군요... 하긴... 경보기에 자동 연락 기능이 있겠지...



천만다행이었던건 사람이 전혀 없는 연구실에 불이 났다는 점이었고,
불행인건 그덕분에 불이 난 원인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날 실험 걸어놓은것이 없다는 점, 흄안에 소듐들어간 타워가 깨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전기 누전으로 예상만 하고 있죠.



여하간에... 불이난  연구실 분들은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는 중에야 와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보고 계시더군요...



그와중에 학부생들은 나와서 불붙은 연구실 사진이나 찍어대고 있고...


불구경이랑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고는 해도...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하긴.. 그 와중에 불이 탄 연구실 분들한테 가서 인터뷰하려는 학보사 기자도 있으니 뭐...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감정적으로는
'실의에 빠져있는 분들한테 저게 뭐하는 짓이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다른 연구실에 무서운 형 한분이 겁주니까 바로 도주하긴 했습니다만;;[이때는 좀 딱해보이더군요..]


바로 몇주전에 공대에서 불이 났었는데 바로 옆옆 연구실에 불이 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마 그때 잠깐 졸려서 잠이라도 자고 있었으면 바로 하느님을 영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흐흐..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바로 몇일전에 소방안전교육을 받았습니다만.. 이게 실효성이 있나 싶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 화재 대응법 등등 안전 의식에 관한 것을 '놀이'로 체득합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대표를 뽑아서 '안전의식 대회'같은걸 엽니다.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상황을 만들어두고 그것에 대응하는 태도에 따라서 점수를 매기고
최종점수가 높은 학교에게는 트로피가 돌아갑니다.



예를 들면 집에서 화재가 나서 연기가 자욱한데 다른 방에 할머니가 주무시고 계신 상황을 세트로 만들어둡니다.
거기서 바로 달려가서 할머니 방문을 열고 할머니를 데리고 나오면 바로 실격..



-손수건이나 옷가지에 물을 묻혀서 입에 댄다[가능하다면 손전등도 챙긴다]
: 유독가스 흡입을 최대한 막는 효과입니다.
-할머니 방 문을 열기 전에 손을 가까이에 대고 열기가 있나 없나 확인한다
: 할머니 방에서 불이 났으면 손을 대는 순간 뜨거워서 화상을 입거나 손이 문에 녹아붙어버릴 수가 있죠.


이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또 한가지 생각나는 관문은 그 대회 관계자 한명이 '너네 이 대회 참가자 맞냐? 확인 좀 하게 따라와라'라고 했을때
바로 따라가면 실격. 모르는 사람이 따라오라고 했을때 따라가면 납치가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죠.


누나한테 들은 얘기로는 자기 때는 오히려 보너스 포인트를 받은 팀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저희 가족 모두 88-94년 동안 영국에 있었습니다.]
"이 대회 관계자가 맞으신지 신분증을 보여주십시오"라고 되물은 팀이 하나 있었다고...-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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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나는 현재 홍대 건축학과입니다. 5년제로 전환되었고, 휴학을 몇번 해서 지금 5학년이죠.
[어째 입학할때부터 내가 먼저 졸업할것같다고 농담을 했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될줄이야 -_-..;;]



그래서 11월에 졸업논문 심사가 있었습니다.



누나는 거의 5~6년 가까이 쓰고 있는 후지쯔 노트북이 있는데 그전까지도 애가 빌빌대서
일반인은 인터넷 검색용으로 쓰지도 못하는것을 저희 누나는 CAD를 돌립니다[..저게 사람이냐 곰이냐...]


에헤라디야~ 졸업논문 심사 이틀전... 노트북이 운명을 달리하셨군요...
전원이 켜지지도 않습니다.


뭐 덕택에 새로 산 컴퓨터 시간 없어서 설치 못하고 썩히고 있었는데 깐게 위안이랄까요..
누나가 노트북이 날라가서 이 새로산 컴퓨터 설치하려고 하는데 전원이 안 켜진다고 했습니다.
말로만 들어서는 몰라서 "지금 들어가서 봐줄까?"하고 물었더니 "아니야, 무리해서 일찍오지 말고 너 올때 와."


"아 그리고 올때 단것좀 사와라. 헤헤"
"...!? 누나가 단거 사오라고 할 정도면 정말 힘든가보네.. 흐흐."


...전화는 7시에 했고 집에 들어간건 12시...
전 누나가 늦게 와도 된다길래 친구들한테 수소문해서 설치하려나보나 했는데..


설치가 안되있더군요... 투덜거리면서 새벽4시까지 CAD랑 어도비 CS3  다 깔아주고 잤습니다.



저희 누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헤헤'거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스타일입니다.
저의 동경 대상이랄까요.. 인내심 강하고 남들에 대한 배려가 몸에 베어있는 사람이죠.



그 누나가 힘들어서 어머니 앞에서 우는건 24년 평생 처음 봤습니다....



심정적/육체적으로 힘들때 제 앞에서 운적은 한두번 있었지만... 이때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이 더 심했고...
[누나가 너무 운동을 좋아하는지라 체육시간에 유도 낙법하다가 삐끗해서 허리디스크를...-_-;;;;]



남들에게, 특히 어머니께 걱정 끼칠까봐 절대 울지 않던 누나인데...
하필이면 이틀전에 돌아가신 노트북이 야속하기도 하고 참...



특히 저한테 폐 안끼치려고 그냥 제때 오라고 한건데, 새벽4시까지 설치하게 한거 미안해 죽겠다고 하면서 울때는.. 정말..



그때 투덜댔던 제 자신이 싫더군요... 누나는 저렇게 힘들었는데..



누나가 더욱더 힘든걸 숨기려고 한 이유가.. 큰이모 가압류건 때문에 어머니가 인터넷을 헤집고 있던 시기기 때문에 걱정거리를
하나 늘려주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누나가 폭발한 날이 큰이모 병문안 겸 보험 명의 처리하는 날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큰이모네 댁 갔다오고 자정 쯤에 달달한 치즈케익을 사다가 누나한테 줬습니다.^^



근데 이런 젠장...
누나 왈: "너 왜이래!? 어디 아프니...?"..



아놔.. 누나! 동생이 평소에 표현을 안한다고 생각까지 안하는건 아니라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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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등학교 KAIST 과학 영재 교육 캠프를 수료했었습니다. 정작 KAIST는 고2,고3 내내 계속 안 뽑아주더군요 ^^;;;
[일반고가 그렇지 뭐..]



홈커밍데이도 하다보니 같은 기수 뿐만 아니라 다른 기수들끼리도 친합니다.



11월 8일에 캠프 때 조교를 했던 형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친척을 제외한 사람 중에서는 거의 첫 결혼식이라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전까지 저는 여름에 소개팅녀한테 심하게 데인 상황이었던지라 여자친구에 대한 회의/비관/냉소에 빠져있었습니다.
[아무런  티도 안내고 있다가 다음 만날 약속까지 잡았는데 갑자기 연락두절 + 소개팅 주선자한테 거절 대신 부탁 크리...]


더도 말고 딱 성격이 우리 누나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여자 분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리도 없고, 있어도 나 같은걸 좋아하겠느냐'라는 마인드랄까요?


여튼 결혼하시는 형 과거[?]가 그렇다 보니 캠프생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대부분 홈커밍데이를 하면서 다 친숙한 얼굴이었죠.
결혼식과 피로연이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김에 뒷풀이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친구가 눈에 띄더군요.


그전까지는 '작년에 만나자마자 주량이 소주석잔인 나한테 쏘맥 석잔을 먹이려한 친구'라는 이미지였는데, [별명도 여사님..]


보니까 행동 하나하나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더군요... 사려깊은 친구라는 느낌?
이성으로서 호감이 느껴졌습니다.
['오빠는 웃는게 매력적이다'라는 둥의 멘트는 패스.. -_-;; 이런 칭찬이야 누구한테나 가능하니..]



그런데 왜 호감이 가는 여자마다 문제점/난관이 있는것인지... 이 친구가 부산에 삽니다.. 만약에 사귄다 쳐도 장거리인게죠.
그래서 뭐 '혹시라도 이 친구가 나중에 서울에 살게되면 그때 작업을 걸던지 하자'하고 접어놓고 있었습니다.


음....


그렇다고 결혼식 다음날 서울 올라오니 밥사달라는거까지 거절할 이유는 없지요[응?]


뭐 대충 밥 -> 카페 -> 노래방 테크트리를 타고 헤어졌습니다.



계속 '조금만 가까웠어도...'하는 아쉬움만 남더군요.;;



그런데..


다음날부터 아침점심저녁으로 문자가 왔습니다...
남자라는 동물이 워낙에 자뻑이 심한 동물이라 '내 착각이겠지...'하고 크게 신경을 안쓰려고 했는데


문자도 모자라서 전화도 먼저하는걸 보니 '맞나..?' 긴가민가 싶더군요..


그런데 이 친구가 날 좋아하는거라고 단정짓기에는... 과연 이 거리를 극복할 정도로 나같은걸 좋아할 수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러다가 네이트온에서 말을 먼저 걸더군요.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다가..
그 아이가 최근에 괜찮은 사람을 찾았다고.. 그런데 반응이 미적지근하다고.. 장거리이기도 해서  장기전으로 갈 생각도 있다고..


결정적으로 주변 친구들이 평소에 생전 문자 보내도 반응이 없던 아이가 요즘은 제깍제깍 대답해서
'너는 진작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야 된다'라고 좋아한다라는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겼습니다...


슬쩍 '그 남자도 너 좋아하면 문자나 네이트로 고백받는거 보다는 직접 만나서 고백받는게 좋을거 아니야?'
'저도 여잔데 당연히 그렇죠.^^'




...11월 30일에 lovetoon 콘서트 보러올라오라는 핑계대고 서울로 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왜.. 메가쇼킹 작가님이 누드크로키로 광고하시던 그 콘서트..]




근데 정작 콘서트는 홍대여서 서울역에서 왔다갔다하기는 좀 그래서 결국 명동에 가서 놀았지만.. 흠..;;


이게 참.. 말할 타이밍 잡기가 힘들더군요... 원래 저녁 -> 카페로 갈 생각이었는데
일정이 좀 틀어져서 이 친구가 공연 연습하는거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그거 끝나고 분식을 먹는 바람에...
아... 이거 전날에 누나한테 치즈케익 사줬다고 문자보냈더니 먹고 싶다고 해서 오자마자 치즈케익도 먹였군요..-_-;;



그래서 카페에 가서 이야기나 좀 나누자. 라고 하고 미리 조사해둔[...] '카페愛 콩나물이 빠졌다'를 갔습니다만..
역시 분위기가 좋은 만큼 손님이 많았습니다. -_-;;



그래서 오다가 본 아무 카페나 도전!



'커피이야기'라는 카페였는데 조명이 좀 밝은걸 제외하고는 괜찮은 카페였습니다.
[조명이 밝은것도 뭐... 분위기 잡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 제외하고는.. 데이트 코스나 소개팅 장소로는 괜찮은듯 싶습니다]



이 친구가 매운거, 안 느끼한걸 좋아하고, 닭 킬러라.. 봉추 찜닭에서 저녁 먹고 둘다 배불러서 산책하다가 구스띠모로 고고씽..


집이 부산이다보니 9시가 되니까 '집에 가긴 가야되는데... 하루가 너무 짧다 ㅜㅠ..' 이러고 있더군요.


뭔가 제 기억에는 이 친구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던거 같은데..[응..??]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 있다고 했잖아...'

'응...'

'우리 캠프 출신이라고도 했고...'

'응....'

'내가 결혼식 가기전에 이 여자 저 여자한테 하도 치이다보니까... 문뜩 우리 누나 같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그런 사람 없을꺼다.. 있어도 나 좋아하겠냐.. 이런 생각이 들었었어..
근데.. 마침 한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그런데..
그 친구도 날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너무 장거리여서 고민을 하다가..
더 이야기를 해보고는..
이 아이 진지하구나..
확실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말이야...'




...갈수록 떨리는 몸...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뭐...?'





...간신히 입이 떼진다...




'지금 내 바로 옆에 있어...'






...영어에 butterflies in my stomach이라는 표현이 있죠....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그 기분이었습니다...




'...오빠 이러면 나 집에 어떻게 가라고...'




그 친구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들길래...

가볍게 안아줬습니다....


나중에 서울역까지 가는 지하철안에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더군요..

손을 데면서 이야기했습니다.


'너 얼굴 되게 뜨거워...'



'응... 근데... 오빠 손... 차가워서 좋다... 계속 대고 있어줘...'



'응...'



... 음... 확실히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느끼하겠군요 -_-;;; 당연히 그렇게해야된다고 생각하면서 했는데...

뭐... 여하간.. 11월 마지막 밤에..

그렇게 여자친구된 사람을 부산행 KTX에 태워보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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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기대하셨던 분들께 사과를...
그리고 본의 아니게 미괄식 구성이된 점 사과드립니다;; 시간 순서대로 일을 적다보니 이렇게 됬군요..^^;;

그래도 읽어보시면... 이렇게 안좋은 일이 잔뜩 일어난 11월 중에 제 유일한 축복이었으니 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다들 이브 따뜻하게 보내세요~ [마무리는 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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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03 20:19
수정 아이콘
재수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계속 빌빌대던 11월 같네요. 2년 내내 좌절을 주다니 ㅠㅠ
08/12/03 20:27
수정 아이콘
솔로부대 탈출하신거 축하드립니다 ^^ 크리스마스 따뜻하게 보내시겠군요..흑..
08/12/03 20:37
수정 아이콘
장거리가 걸리긴 하네요 ㅠㅠ

그래도 예쁜 사랑하시길바랄게요!
Who am I?
08/12/03 20:3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근데 왜 울컥-하는 거죠 전. 쓸쓸.
물빛은어
08/12/03 20:46
수정 아이콘
장거리 연애라...
'초속 5센치'가 생각나는 건 왜인지..;;
Okie_JJoA
08/12/03 20:47
수정 아이콘
친척분들 일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씀드리구요..;;

4번은 정말 부럽네요..;;; ㅜㅜ

저도 이런 고백 한번 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축하드려요~~

글고 저는 연공인데.. 학교에 불난건 정말 덜덜덜...;;
태연사랑
08/12/03 20:52
수정 아이콘
4번 흑흑
Okie_JJoA
08/12/03 20:57
수정 아이콘
아.. 또 제가 집은 부산이라 더~~~~부럽네요....ㅜㅜ 오늘 제대로 지는데요???!!!
08/12/03 21:03
수정 아이콘
물빛은어님// 더헉...;; 너무하십니다...ㅜㅠ..

Okie_JJoA님// 정말 학교에 뭔가 마가 낀건 같다는..;;

축하해주신분들//감사합니다 ^^;; 자기 스스로를 가꾸고 있으면 마음을 비우고 있을때 누가 오긴 오는것 같습니다..

1년만 참았으면 마법사가 되었을텐데...[아..?]
최종병기캐리
08/12/03 21:04
수정 아이콘
1. sinfire님 누님이 제 후배군요!!!(02나 03일꺼 같은 느낌. 은근히 반갑네요. 02라면 아는 후배일지도...)

5년제 후배들은 졸업작품+졸업논문이라고 하던데, 이야기 들으니 졸업논문은 거의 요식행위라고 하더군요.(뭐.. 학교 스타일이 있다보니..)

졸업에 대한 스트레스+취업문제+컴퓨터 날려 먹은것 등등... 스트레스가 많을텐데, 좋은 동생을 두었네요.

2. 실험실 화재사고... 정말 무섭죠. 건자재회사를 다니다보니 화학시험동이 가까운데 있고, 가끔 터지는 사고들 보면서 가슴을 쓸곤하는데

얼마전 수소 터졌을 때에는 진짜 폭탄 터진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순간 멍~해지면서 뭘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08/12/03 21:13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글쓴이입니다^^;; '에..? 마빡이 님이 누구지..?' 하다가
밑에 게시판 목록을 보시고 댓글을 다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게 졸업작품도... 원래는 1학기부터 주욱해와야되는데 올해에 수업편성이 이상하게 되어서 전부 다 졸작을 2학기에 시작하는 꼴이 되어놔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졸업작품에 추가할 사항도 많았는데 저리 된것이죠...[무념..]

누나한테 받아온게 워낙에 많은지라 그런말 들으니까 부끄럽네요^^;;
08/12/03 21:15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앗 수정하셨네요^^;; 02학번이십니다. 김민지라고 아시는지? 흐흐
최종병기캐리
08/12/03 21:21
수정 아이콘
02학번 후배들하고는 복학후에 같이 학교를 다녀서 꽤 많이 알고 있는데, 잘 모르겠네요. 큿.

두어달만에 졸작을 하다니.. 꽤나 힘들었겠네요.
08/12/03 21:4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Minkypapa
08/12/03 21:47
수정 아이콘
유기합성연구실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화재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만큼 불이 나기 쉬운곳입니다. 냄새도 많이 나서 타연구실 사람들은 다 기피합니다. 큰 사고 안난게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음주운전은 처벌좀 잘 해야할텐데,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의식 자체가 안변하는것 같습니다.
문근영
08/12/03 21:59
수정 아이콘
마의 11월 이었습니다. 두번씩이나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너구리를 형으
08/12/04 00:25
수정 아이콘
지난 10월에 본 공인중개사 시험이 11월에 발표가 났죠............비록 내년을 노리고 1달 깔짝 공부 했지만 공부한 1차는 7문제덩도차로 평균점 미달로 불합격..........전혀 공부도 안한 2차는 찍어서 합격;;;
하지만 1차 불합격자는 2차 합격시 취소조치...이래저래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초록추억
08/12/04 02:48
수정 아이콘
어어어어....?
/털썩
괴..굉장히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 엄청 잘되실것 같은데요?하핫~
Mynation
08/12/04 03:13
수정 아이콘
연구실에 불이
KTX에 태워보내고

... 죄송합니다 축하합니다.
GrayScavenger
08/12/04 10:39
수정 아이콘
우와...너무나도 멋진 고백이네요...덜덜;
솔로부대 pgr사단은 제게 맡기시고(아흑 ㅠ_ㅠ) 이쁜 사랑 하시길 바랍니다 ^^;
08/12/04 12:02
수정 아이콘
최종병기캐리어님// 아.. 누나가 휴학중일때 딱 어긋났군요^^;; 네, 2학기 내내 정신없어하더라고요...
문근영님// 헉... 12월에는 잘 풀리실거에요..ㅜㅠ..
너구리를 형으로둔 곰님// 안타깝네요... 제 친구가 작년에 임용고시 볼때 아깝게 떨어졌었는데... 올해는 시험친 광주가 전국 최고 지원율을 보이면서 지금 좌절중이고요[...]
초록추억님// Mynation님// GrayScavenger님// 감사드립니다 (_ _)
happyend
08/12/04 12:15
수정 아이콘
sinfire 님///-.-;;;;;이미 아이디에서 이 모든 걸 예견하신거 아닌가요? 좀 무섭.....
제가 학교 다닐 때,화학실험 수업받으러 5층에 가면,늘 실험실에서 에탄올로 술만들어먹었다는 무용담을 듣곤 했는데...아직도 그러는지는 모르지만(뭐,술이 귀한거라고....)
어찌되었든 미괄식은 피지알에 불지르는 것일테니...진정한 불의 신이십니다^^
08/12/04 12:20
수정 아이콘
happyend님// 헉... 실험실에서 에탄올로 술만들었다는건 아마 거짓말일껍니다.^^;;

소독용 에탄올이면 모를까, 실험용 에탄올은 순도가 99% 이상일텐데,
자연계에서 순수하게 얻을수 있는 에탄올의 순도는 74~5%가 최대입니다.

그 이상의 순도를 얻기위해서는 다른 첨가물을 넣어야지만 '강제로' 99%로 만들수 있는데
이 첨가물들이 굉장히 독한 물질들이기 때문에 실험용 에탄올로 술을 만드는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런데 제 닉네임이 그렇게 해석될수도 있긴 하네요^^;;
원래 유래는 KOF97 각성 크리스 스테이지 이름을 누가 'Fire of Sin' 이라고 붙여놓은게 마음에 들어서 그걸 따온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업화'라는 의미랄까요?
happyend
08/12/04 12:26
수정 아이콘
sinfire님//헉....전 그냥 옛날 친숙했던 5층의 실험실들이 생각나서(전 6층 출신입니다)해본 이야기일 뿐인데,너무 진지하셔서 깜짝놀랐습니다.^^;;;;
원래 에탄올 괴담은 그러다 메탄올을 잘 못 섞어서 실명이 되었다..이렇게 끝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아시다시피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분야가 화학이라....(전공관련성이 물리쪽이 더 가깝다보니...)
닉네임은....역시 농담입니다만 '업화'라고 한들 '불의 업보'에서 자유로울 줄 아셨습니까?크크크
08/12/04 13:25
수정 아이콘
happyend님// 전공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네요^^;; 아하하;;

음.. 닉네임이 저래서 열심히 불을 지른[?]걸까요..^^;;
08/12/06 15:59
수정 아이콘
sinfire님// ㅡ_ㅡ ! 그녈 지금 집에 보내셨단말입니까!!!!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뭐 장난이구요. 저도 예전에 부산사는 아가씨와 장거리 연애를 한 적이 있죠. 경상도 사투리 참 귀여워요 *-_-* 하악거린다는.... 암튼 많이 힘드실 거에요 ^^

저는 이상하게 장거리 연애만 하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장거린데 이게 벌써 4번째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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