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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6/17 23:0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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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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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아르헨티나 전 패배 분석 |
먼저 상대가 강하고 우리는 약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니 그냥 '상대가 강해서 졌다.' 이런건 아무 도움도 안되죠. 아무리 상대가
강했더라도 4:1로 처참하게 진 이유는 분명 존재합니다. 저는 두가지 이유를 뽑아보고자 합니다.
1.자살골과 10백 전술의 붕괴
경기 초반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을 보면 허정무 감독이 의도하는게 뭔지 딱 드러납니다. 일단 전반은 10백 수비로 걸어잠궈서 0:0으로
후반 가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체력적으로 우위에 설 것이라 예상되는 후반에 지친 아르헨티나의 실수를 노려 승리를 주워먹겠
다는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계획이 초장부터 무너졌습니다. 박주영 선수의 자살골로 매우 이른 상황에 벌써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고
만 것입니다. 스타로 비유하면 벙커더블해서 후반에 반땅싸움가려는 생각이었는데 질드라 압박으로 벙커 깨지고 앞마당 취소당한 상황이죠.
결국 자기 페이스가 말려 어쩔 수 없이 공세로 점점 전환하게 되고, 상대에게 생길 기회는 늘어납니다. 10백 전술의 핵심은 내가 골을 못 넣
어도 상관없으니 상대도 골 못 넣게한다는 것입니다. 박주영 선수의 자살골은 실수일뿐이지만 그것이 너무 컸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오늘 박
주영 선수가 최악의 선수들 사이에 꼽히는 이유로 충분합니다. 팀의 전체적인 경기운영을 날려먹었으니까요. 더군다나 이후 플레이가 좋았
다면 모르겠지만 딱히 잘한 것도 아니고, 오늘 대한민국 붕괴의 서곡은 박주영 선수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10백 전술이란게 그리 효용있는 전술인지 의문입니다. 수비가 가능한 팀에겐 확실히 0점으로 묶을 수 있겠지만 그런
상대라면 굳이 수비적으로 안해도 대등히 맞상대할 수 있는 상대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10백 전술을 구사하는걸 보면 맘먹고 수비를 해도
결국 뚫릴 수 밖에 없는 기량 차이를 보입니다. 10백을 쓰는건 그저 뚫릴 확률을 조금 낮추는 것뿐입니다. 확률 낮춰놓고 그저 안 들어가길
비는거죠. 그리고 골 넣는 것도 요행과 운을 바라는게 대부분입니다. 상대의 실수가 있길 바라며, 공이 이상한대로 튀길 바라며 90분 내내 그
걸 기다립니다. 경기 내의 수동적인 플레이뿐만 아니라 축구 자체를 수동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물론 공격을 해도 절대 뚫을
수 없을꺼 같은 압도적 기량차가 나는 상대라면 원하지 않아도 이기고 싶다면 10백 전술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와 한국
의 차이가 그정도까지 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랬다면 오늘 스코어는 4:1이 아니라 8:0이 나왔겠죠. 오늘 후반전 초반 한국의 플레이는
전반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고 강력했습니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공을 받은 상대를 몇명씩 압박하며 그걸 끊어먹고 역습에 나섰습니다. 뭐,
다음에 적을 오염라인의 막장짓으로 기회 날려먹고 자동문 모드로 뻥뻥 뚫려 관광당했지만요. 오늘 경기는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
만 그 중 한가지만 꼽으라면 10백 전술이 아니라 지난 그리스 전처럼 강력한 압박과 공세를 유지하며 수비도 유기적으로 막아주는 그런 플레
이를 했으면 골도 먹었겠지만 꽤 대등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꺼라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도 한국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가하니
틈이 없진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허정무 감독의 판단이 너무 아쉽습니다. 자기 팀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않았나, 그래서 전반전의 무기력
한 75:25 점유율 관광을 당하며 자살골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2.Man of the MakJang 오범석, 염기훈
박주영 선수의 경우 그래도 자기 역할은 잊지 않고 해줬는데 저 두 사람은 뭘 했는지 궁금합니다. 뭐라고 길게 적고 싶지만 그냥 경기보면
딱 눈에 띄는 두 명이기에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오늘의 4골 중 오범석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골이 없었으며 털릴때 털리더라도 적
당히 털려야지, 이건 뭐 안드로메다 저너머까지 가더군요. 오범석이 그리스전의 차두리 반만 해줬어도 2골은 덜 먹혔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안 봤으면 하는 최우선 선수입니다. 그리고 염기훈...그리스 전에선 그나마 열심히 뛴 거 인정은 할 수 있는데, 아르헨티나 전에서도
열심히만 뛰면 된다는 생각이었을까요. 강팀과의 상대에서 열심히 뛰기만 하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비효율도 그런 비효율이 없죠. 90분 내내
설렁설렁 뛰어도 딱 한번 기회가 왔을때 제대로 해주는 선수가 강팀과 싸울땐 더 낫습니다. 후반전에 왔었던 그 결정적인 기회! 그 전에도
막장이었지만 그 기회를 막아먹은게 오늘 염기훈 최대의 막장짓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하고 싸울때 그런 기회가 한두번 올까말까인데 그걸
말아먹다뇨. 제발 다음 나이지리아 전에선 이동국 선수나 이승렬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동국 선수 포스트 플레이는 괜찮았거
든요. 이승렬 선수의 젊은 패기도 기대할만 하구요. 근데 염기훈에겐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놈의 왼발...!
위의 두가지 패인만 없었다면 1:1 혹은 2:2 정도의 무승부도 기대해볼 만했습니다. 가정은 소용없지만, 오범석 대신 차두리가 나오고 염기
훈 대신 이승렬이나 이동국이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박주영이 자살골을 넣지 않았다면...오늘 경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참
안 따라주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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