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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8/28 03:04:17
Name 작은광대
Subject Anippi를 기리며..
"... 정말 가시는 것입니까.."

"물론일세."

어두운 밤.. 그리고 그 하늘에 시리도록 새겨질만큼 밝은 빛을 뿜는 달 아래

센티널이 대대로 지켜온, 세계를 떠받친다는 세계수 아래에

두 명의 그림자가 아련히 비치고 있었다.

"가야할 때를 아는 자가 아름다운 법.. 한 때 '전장의 예술가'라는 사치스런 이름을 얻었던 만큼, 아름답고, 조용히 사라지고 싶구먼."

"하지만, 아직도 우리 센티널에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허허.. 평소 미동조차 않던 차가운 얼굴에 저런 격정적 얼굴이 있었던가.

"Moon."

자신의 이름을 들은 사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자신을 부른..

혼돈의 시대 속에서 방황하는 센티널을 이끌고 온 몇 남지 않은 장수를 바라보았다.

"나는 늙었네."

그 장수는 아련히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아니.. 낡았다는 표현이 맞겠군. 시대는 바뀌었네. 예술은 시대에 따라 언제나 변한다네. 이제 나의 예술은 낡았고, 자네의 예술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새로워지고 있다네."

Moon의 얼굴은 안타까움에 펴지지 않았다.

"나와 함께 혼돈의 시대를 막아온... 또는 서로 싸우기도 했던 이들도 다 떠나지 않았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장수는 말을 이었다.

"이제는 자네의 시대일세. 이 대륙에.. 아니, 이 세계에 자네를 막을 수 있는 장수는 아마도 한동안 없을테지. 요즘 젊은이들은 영 패기가 없는 건지.. 쯧쯧.. 이렇게 어린아이 하나 못 막다니."

센티널 이래 최고의 전략가라 불리는 이를 이 장수는 마치 애 다루듯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러곤 문득 몸을 돌려 천천히 애쉰배일 숲을 향하기 시작했다.

".... Anippi"

"응?"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런지요."

"어머니의 마음에 달린 것이지. 나로선 장담을 못하겠구나."

"네..."

"Moon."

"....."

"센티널을.. 이 세계수를.. 어머니 엘룬을.. 모두 너에게 맡기마. 널 믿겠다."

마지막 말을 마친 장수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Moon 역시 Anippi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사라졌다.



대대로 호드의 영웅만이 묵었다는 폭풍의 제단.

그 곳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오크의 검랑에게 편지를 전하고는 사라졌다.

편지의 내용을 읽은 검랑는 새가 날아간 하늘을 바라보았다.

"Anippi... 결국 떠나는 것인가.."

함께 혼돈의 군대를 막았던 장수중 1인. 자신의 칼마저 맡길 수 있었던 친구. 그리고 최고의 경쟁자.

"염치없는 녀석 같으니.."

검랑은 편지를 창밖에 날려버리고, 그의 애도의 날을 다시 벼루기 시작했다.

---나의 전우..DayFly여..

자네는 돌아왔지만.. 나는 떠나야 한다네.  더 이상 자네 애도의 상대가 되어주지 못하여 미안하구먼..

아마 떠나간 모든 이들이 아쉬웠을 것이야. 승부의 끝을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던.. 장수로서의 안타까움이 그들의 속을 얼마나 태웠겠는가.

Disgust, Scorpio, Startruth, Star, juju, Medusa, Rusi, AngelBeat, Gerrad ...

모두 그랬을테지..

염치 없지만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나만 함세..

얼어붙은 왕좌를 놓고 싸우는 이 시대에서..

젊은이들의 전사의 긍지를 잃지 않게.. 이끌어 주게..

다음번에 만나면 내가 술이라도 사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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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워3의 하나의 목표였던.. 애니삐..

제 물리 책에 적힌 영웅이 사라지는 군요.(문,데이플라이,애니피,쇼타임)

꼭.. 프로게이머가 되었을때 겨루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흐르려고 하네요.

꼭.. 다시 볼 수 있길.



Adios. Anip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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