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비극
올여름 소니 픽처스는 절실히 대형 흥행작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신, 시즌 최고의 화제작을 넷플릭스에 넘겨버렸고, 이 영화가 향후 10억 달러 규모의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더라도 소니가 가져가는 건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넷플릭스에는 대박. 하지만 소니에겐 그렇지 않다. 소식통에 따르면, 소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약 2천만 달러밖에 벌지 못한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소니 픽처스는 올여름 극장가에서 정말 고전했다. 5월부터 8월까지 5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영화를 내놓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 할리우드 스튜디오였고, 그 격차도 꽤 컸다. 올해 현재까지 소니의 최고 흥행작은
[28년 후]인데, 전 세계 수익이 고작 1억 5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참담한 성적이다.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절실히 기다려질 만하다.
그렇지만 소니 픽처스는 이번 여름 가장 큰 화제작 중 하나를 만들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제작비 1억 달러 이상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후속편, 스핀오프, 음악 판매, 핼러윈 코스튬 등 할리우드 대작이 누릴 모든 부가 수익과 함께 10억 달러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대부분의 가치는 넷플릭스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 영화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고, 소니가 이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극장 개봉하는 대신 넷플릭스에 넘겼기 때문이다.
소니 영화 부문 수장이자 ‘극장 개봉의 왕’을 자처하는 톰 로스먼이 왜 이 작품을 스트리밍으로 보냈는지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지금쯤은 이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소니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숫자를 봤는가? 6월에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뮤지컬 어드벤처—저승 악귀와 맞서 싸우는 케이팝 3인조 이야기를 담은 작품—는 이번 주에만 2,590만 회의 추가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넷플릭스가 밝혔다.
현재 넷플릭스 영어권 영화 역대 TOP 10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예상대로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억 3,090만 회를 기록한
[레드 노티스]를 곧 넘어 플랫폼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오리지널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가상의 밴드 헌트릭스와 실제 케이팝 그룹 트와이스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은 현재 스포티파이 글로벌 Top 50 차트에서 무려 7곡이 상위 20위에 올라 있다. 그중 특히 중독성 강한 앤썸 ‘Golden’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아마 요즘 이 얘기만 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넘게 영화 사업을 해온 넷플릭스 입장에서, 수많은 시도 끝에 얻은 첫 번째 ‘애니메이션 메가히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직 극장 블록버스터급 ‘문화 현상’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극장 없이 이 정도로 다가간 건 거의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애니메이션 히트작은 오래도록 계속 수익을 낸다. 디즈니의
[모아나]와
[엔칸토]가 여전히 닐슨 주간 차트에 재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 라이브러리를 사고파는 콘텐츠 파트너스의 존 매스 사장에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넷플릭스에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가치가 있을지 물었다. 그는 “이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도, “시청 수치, 후속편과 스핀오프 계획, 음악 인기 등을 고려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히트작에 맞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에는 대박이지만, 소니에겐 그렇지 않다. 소식통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소니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약 2천만 달러에 불과하다. 물론 ‘0’은 아니지만, 이는 넷플릭스 영화에 출연하는 기성 톱스타의 개런티보다 적은 금액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소니가 기획·개발·제작까지 한 작품이다. 계약상 소니는 후속편이나 스핀오프를 제작할 권리는 있다. 실제로 매기 강·크리스 애펠한스 감독과의 후속작 협상도 막 시작했다. 하지만 1편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인한 추가 수익은 전혀 없다. 다만 중국 정부가 허가할 경우, 넷플릭스가 운영하지 않는 중국에서 개봉할 권리만 있다. 백엔드 수익도 없고, 넷플릭스가 후속작 계약을 재협상할 의무도 없다. (물론 넷플릭스가 ‘약간의 보너스’를 던져줄 가능성은 있다.)
이런 ‘제작비+서비스료’ 방식은 스트리밍 업계에서 흔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례는 지난해
[슈츠] 사태와 비슷하다. 넷플릭스가 저렴하게 판권을 사들여 대형 히트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소니는 단순 제작사가 아니다. 극장 배급에 숙련된 완전한 스튜디오다. 그런데 왜 스스로 개봉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계약 시점에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개발 중이던 2021년, 소니는 넷플릭스와 극장 개봉작의 1차 스트리밍 판권을 제공하는 대규모 ‘Pay One’ 계약을 맺었다.
이와 동시에, 양사는 실사 및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일부를 넷플릭스에 ‘우선 제공’하는 별도의 ‘직행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매년 최소한의 작품을 바로 제작·공개하기로 약속했고, 소니는 제작비에 사전 합의된 프리미엄(제작비의 25%, 단 작품당 최대 2천만 달러)을 더해 받았다. 권리는 전부 넷플릭스가 소유하며, 이익 배분은 전혀 없었다.
2021년 당시만 해도, 이 계약은 양측 모두에 ‘괜찮은 거래’였다. 대부분의 극장이 여전히 팬데믹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고, 극장 사업은 사실상 붕괴 직전이었다. 자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이 없는 소니는 이른바 ‘무기상’ 전략을 택해, 이미 제작된 영화를 최고가로 사줄 곳에 과감히 팔아넘겼다. 톰 행크스 주연의
[그레이하운드]나 애니메이션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같은 작품들이 그 예다. 넷플릭스에 매년 일정 수의 신작을 보장 제작함으로써, 소니 영화 부문 대표 로스먼은 스튜디오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대규모 해고를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계약 덕분에 나온 일부 영화는 소니가 직접 극장 개봉했더라도 흥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계약에는 애초에 ‘극장 개봉용’이 아닌 작품, 즉 원래는 관객을 찾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영화까지 넷플릭스가 사들이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극장 산업이 사실상 최악이었던 시기에 소니에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안전장치였다.
예컨대, 이 계약을 통해 제작된
[채털리 부인의 연인] 리메이크는 소니가 극장용으로는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공개될 예정인 로맨틱 코미디
[People We Meet on Vacation]도 같은 맥락이다. 즉, 로스먼이 넷플릭스와 손잡은 건 ‘더 안전한 길’을 택한 셈이었다. 그리고 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이 프로젝트는 원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부사장이던 멜리사 콥이 들여온 것이었다. 감독 매기 강은 베테랑 애니메이터 크리스 애펠한스가 합류하기 전부터 수년간 이 작품을 준비해왔다. 소니는 제작사 역할을 맡았고, 실제 애니메이션은 미셸 그래디가 이끄는 소니 픽처스 이미지웍스에서 제작했으며, 넷플릭스가 스튜디오로서 전반을 관리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가족 영화 부문 책임자로 합류한 한나 밍겔라는 인기 케이팝 그룹 트와이스를 참여시켜 OST 2곡을 맡겼다. (트와이스는 유니버설 뮤직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 소속이라, 소니의 음악 부문도 음악 스트리밍 수익을 놓쳤다.) 밍겔라는 또한 영화 초반부를 다듬는 작업을 총괄했는데, 이는 시청 이탈률이 높은 스트리밍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영화는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테스트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지금의 시청 기록은 ‘예상 밖’이었다.
극장 개봉 문제
10억 달러짜리 질문은 이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극장에서 실제로 흥행했을까?
지난 2주간 내가 이야기를 나눈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은 “아마도 아니다”라는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수백억 원대의 제작비다. 코로나 이후 원작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스파이더버스] 시리즈를 제외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날카롭고 애니메이션·아트 스타일이 강한 비주얼은 특히 미국 내 대중 극장 관객층과는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밀리 보비 브라운에게 무례할 생각은 없지만, 넷플릭스 역대 Top 10을 보면 상당수 영화가 현대적인 의미의 ‘극장형’ 영화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즉,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와,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보고 싶은 영화는 다르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이 아니라, 입소문·음악 소비·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서서히 관객층을 확대한 경우다. 그리고 이 방식은 넷플릭스에서 여러 차례 ‘대히트’를 만든 공식이기도 하다. 젊은 넷플릭스 이용자층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자기들만의 영화로 받아들이고, 지금도 계속 반복 재생하며 1위까지 끌어올렸다.
나는 영화 리서처이자 시사회 분석 전문가 케빈 게츠(넷플릭스와 소니 모두의 고객)를 인터뷰하며, 이 영화가 극장에서 흥행했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와서 보면 명백한 흥행작처럼 보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문화적 화제로 만든 건 넷플릭스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100% 동의하긴 어렵다.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느리게 출발한 건 사실이지만, 소니의 전통적인 극장 마케팅 캠페인이라면 중독성 있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고, 타깃 관객층을 사전 공략해 충분히 극장 흥행으로 연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억하자. 소니는
[페이크 러브](시드니 스위니·글렌 파월 주연)도 점진적으로 흥행세를 키워낸 전력이 있다. 게다가 여름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경쟁작이 전무했다. 디즈니의
[엘리오]는 실패했고, 유니버설의
[배드 가이즈 2]는 소규모 목표로 제작됐으며,
[드래곤 길들이기]와
[릴로 & 스티치]는 모두 ‘실사’ 가족 영화였다.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가 개봉일을 6월 20일로 잡은 것이다.
만약 소니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결과는 ‘대박’이 아닌 ‘그럭저럭’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시장에서 조금 더 강세를 보였을 수는 있지만, 그 후 Pay One 윈도우(극장 상영 후 첫 스트리밍 계약 기간)에서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필연적으로 제작될 속편은 극장에서 개봉했을 것이고, 이미 막강한 팬층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억 달러의 수익을 소니에 안겨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21년에 체결된 계약 덕분에, 속편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바로 직행하게 됐다.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가 돌연 극장 개봉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 이상 말이다. 넷플릭스 영화 부문 수장 댄 린에게는 그야말로 ‘스튜디오 회장의 꿈’ 같은 상황이다.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초대형 히트작, 그리고 다양한 사업 확장이 가능한 깔끔한 여유 구간. 생각해 보라. 넷플릭스는 이제 수백만 팬을 거느린 ‘가상의 록 밴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불평도 없고, 군 복무 의무도 없으며, 성우들도 대부분 무명이라 재계약 협상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넷플릭스에겐 최고의 조건이지만, 소니에는 그렇지 않다. 소니는 대중형 스트리밍 서비스에 돈을 쏟아붓지 않고, ‘스트리밍 전쟁’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말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에 판다는 전략이 오히려 이 한 작품에서 막대한 수익을 놓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수직 계열화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프로젝트는 극장 개봉권을 유지하거나,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직행 예정이던 속편을 극장으로 격상시킬 수도 있다. 디즈니가
[모아나 2]를 원래는 디즈니+ 시리즈로 개발하다가 극장 영화로 재편성했고, 그 결과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넷플릭스는 이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싱어롱 버전’을 다음 주말 2일간 한정 이벤트로 1,100개 극장에서 상영한다. 오늘 밤 기준, 이미 300회 이상이 매진됐고, 극장 측은 추가 상영 날짜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이 흥행 수익은 소니와 나누지 않는다.
https://puck.news/why-did-kpop-demon-hunters-go-straight-to-streaming/
요약
1. 소니는 넷플에 2천만달러 받고 끝!
위 내용과 상관 없는 추가 내용
추가1 ) 소니는 음원저작권도 경쟁사에 모두 팔아서.. 음원수익도 없다.
추가2 ) 소니 픽쳐스는 이제 그냥 미국 회사라고 봐야 된다
그래서 .. 데몬이 대박 나서 미국과 일본만 돈번다는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
그냥 미국이 그러니까 넷플이랑 유니버셜 뮤직만 대박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