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2/01/29 15:16:25
Name VKRKO
Subject [실화괴담][한국괴담]어느 한여름 날의 기묘한 사건 - VKRKO의 오늘의 괴담
*소루진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2003년 여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굉장히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아파트 단지가 경사진 언덕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파트 건물은 경사를 따라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중심으로 양 옆에 3개씩 있었다.

언덕 가장 아래쪽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슈퍼마켓, 문방구를 비롯한 여러 가게들이 있었다.

우리집 110동은 언덕 꼭대기에 있었다.



나는 아침부터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나니 게임이 질려서. 우리집 바로 아래층에 사는 A와 함께 바깥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로 했다.

1층 현관문을 나가자마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무슨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 날은 그 해 여름 중에서도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얼마나 심한 폭염이었던지 일기예보에서 야외활동을 되도록 하지말라고 할 정도였다.



나와 A는 잠깐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으나 이내 어느정도 더위에 익숙해져 어떻게든 놀기로 했다.

우리집 110동 근처에서 10분 정도 놀았는데 둘이서 노는 건 영 재미가 없었다.

휴대폰이 지금처럼 초등학생도 들고 다닐만큼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네의 또래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문방구 쪽으로 가서 애들을 좀 더 모으기로 했다.



더위 때문이었을까?

문방구에 가보니 평소 같으면 아무리 적어도 3~4명은 있어야 할 곳에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예 상가에 있는 가게 전체가 문을 닫았다.



생각해보니 집에서 문방구까지 오는 100m쯤 되는 길에 사람들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 말이다.

이글거리는 햇빛에 아스팔트는 지글지글 끓어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매미 소리만 세차게 들려올뿐, 온동네가 죽은 듯이 침묵에 잠겨있었다.



우리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멋쩍은듯 서로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는 상가 바로 옆에 있는 108동 아파트로 가봤다.

108동 아파트는 문방구도 가깝고 주차장도 넓고 사람도 많이 살아서 동네 아이들이 문방구 다음으로 잘 모이는 곳이다.



특이하게도 나무가 많이 심어져있어서 약간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아이들은 없었다.

우리는 굉장히 실망하며 108동 뒤쪽에 있는 공터로 갔다.



차가 4~5대 정도 주차되어 있을 뿐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A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스케이트를 타며 공터를 빙빙 돌았다.

한 10분쯤 놀았을까?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으니 뭔가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A와 함께 공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등골이 엄청나게 오싹해졌다.

온몸에 있는 닭살이 다 돋는 거 같았다.



친구도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뒤를 돌아봤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20m 정도 거리에 주차되어있는 흰색 승용차 뒤에 뭔가 기묘한 느낌의 여자가 서있었다.



아니, 여자라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흰색의 옷인지 모를 것에 검은 머리인지 모를 것을 한 물체가 기분 나쁘게 흐물거리고 있었다.

꾸물거린다고 해야하나.



우리는 순간 그 자리에 3~4초정도 얼어붙어있었는데 그 때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기분 나쁜 물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A와 나는 비명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얼마쯤 달리니 거리에 자동차들이 지나다니고 시끌벅적한 소리의 아이들이 문방구에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때 다른 차원의 세상에 있다가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위도 한풀 꺾인 것 같았다.



우리가 창백한 얼굴로 달려오는 것을 본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덜덜덜 떨면서 집에서 나온 뒤부터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우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우린 아침부터 여기서 계속 놀았는데, 너희들이 오는 건 아무도 못봤다.]

나와 A는 할말을 잃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한달 후 A는 집안 사정으로 서울로 이사갔고 나도 그 해 10월 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가서 그 친구와는 지금 서로 연락이 안된다.



우리가 겪은 것 다 무엇이었을까?

그 괴상한 여자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다른 차원에 들어갔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우연의 일치로 문방구에서 놀던 아이들과 엇갈렸던 걸까?

우리가 본건 단지 흰색 승용차에 햇빛이 반사되서 우리가 잘못 본 것일까?

난 그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 당신의 등뒤에 있는 그 여자에 대해서 말이다...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brasax_ :D
12/01/29 16:19
수정 아이콘
으악!
TheNeverEnders
12/01/29 19:04
수정 아이콘
바람의나라 크크..
갑자기 하고 싶어지네요.. [m]
우리고장해남
12/01/29 20:29
수정 아이콘
신기하네요 이거 오싹하기도 하구
12/01/30 12:12
수정 아이콘
이런 경험담이 더 오싹한 것 같아요.
12롯데우승
12/01/30 12:52
수정 아이콘
바람의나라가 짱인데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9 [번역괴담][2ch괴담]도토리 줍기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551 12/02/10 5551
348 [번역괴담][2ch괴담]오소레 산의 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34 12/02/09 5934
347 [청구야담]베옷 입은 노인의 영험한 예언(料倭寇麻衣明見) - VKRKO의 오늘의 괴담 VKRKO 5751 12/02/08 5751
346 [번역괴담][2ch괴담]트라우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757 12/02/06 5757
345 [번역괴담][2ch괴담]목을 매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7281 12/02/05 7281
344 [번역괴담][2ch괴담]싱글벙글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05 12/02/04 5905
343 [번역괴담][2ch괴담]바다에서 온 사람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874 12/02/02 5874
342 [청구야담]왜란을 예견한 류거사(劫倭僧柳居士明識)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426 12/02/01 5426
341 [번역괴담][2ch괴담]다리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679 12/01/31 5679
340 [번역괴담][2ch괴담]벽장 속의 아줌마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6014 12/01/30 6014
339 [실화괴담][한국괴담]어느 한여름 날의 기묘한 사건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546 12/01/29 6546
338 [번역괴담][2ch괴담]화장실의 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207 12/01/28 5207
337 [번역괴담][2ch괴담]웃는 소녀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563 12/01/26 5563
336 [청구야담]가난한 선비와 선전관 유진항(赦窮儒柳統使受報)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545 12/01/25 5545
335 [청구야담]이유가 귀신을 쫓아내다(逐邪鬼婦人獲生)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5606 12/01/24 5606
334 [번역괴담][2ch괴담]저주의 키홀더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9167 12/01/21 9167
333 [번역괴담][2ch괴담]현실로 나타난 꿈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081 12/01/20 6081
332 [번역괴담][2ch괴담]한밤의 드라이브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325 12/01/19 5325
331 [번역괴담][2ch괴담]빨간 구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5142 12/01/18 5142
330 [청구야담]네 선비의 관상(會琳宮四儒問相)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491 12/01/17 5491
329 [번역괴담][2ch괴담]맨발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267 12/01/16 5267
328 [실화괴담][한국괴담]천장에서 나타난 귀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6027 12/01/15 6027
327 [청구야담]별에 기도하던 세 노인(坐草堂三老禳星)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871 12/01/14 587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