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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3 20:30:19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30시간의 Battle.net 점검
* 이 칼럼은 2011년 5월 11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 및 먹고 살 걱정 속에 '안고 갈 것, 떨쳐 낼 것'을 종료하고 다음 칼럼인 '넥스트 브랜드(가제)'를 집필하는 도중에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준비 중이던 칼럼을 잠시 접어 두고 이번 칼럼을 급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스타크래프트> 종목 e스포츠의 저작권 분쟁에 있어 합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소식인데 그 부분의 경우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공적으로 언급하기엔 이른 듯 하고, 두 번째가 바로 오늘 다루고자 하는 블리자드 게임의 - 정확하게는 <WOW>와 <스타크래프트 2>의 - 장시간 점검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사실 블리자드 게임이 하루 넘게 점검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전례가 없던 일은 아닙니다. <WOW>의 경우 공개 서비스 중에 특정 서버에 대해서는 1주일간 점검을 진행한 일도 있었고, 배틀넷 계정 통합이나 대규모 업데이트 때에 하루까지는 아니지만 12시간 혹은 그 이상의 서버 점검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버 점검의 이유가 글로벌 Battle.net 계정 통합작업과 <스타크래프트 2>의 1.3.3. 패치 업데이트와 같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중요 사안이라면 장시간의 서버 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요.

굳이 이번 건이 아니라 해도 '정당한 사유에 의해 진행되고, 예정 시간을 지킬 수 있으며, 필요 이상의 점검이 진행될 경우 게이머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게임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의 서버 점검이 있다 해도 그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장시간 점검에 대해, 블리자드 측은 보상으로 추가 게임 시간을 지급하겠다고 공지에 명시하고 있지요. 따라서 이번 점검은 고객에게 장시간의 불편을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규약에 의한 보상을 제공하기에 도의적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게임사와 게이머의 관계가 아닌 'e스포츠'의 측면으로 볼 때에는 우려할 만한 부분이나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 생기게 됩니다. 일단 첫째로 팬들과 프로게이머들이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더불어 이것은 글로벌 버전유지이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진행 중인 다른 나라의 대회 역시 서버점검 등으로 변경됩니다.) 그로 인해 예정된 대회 일정이나 프로게이머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지요. 그리고 제가 더욱 우려하는 부분은 일정 변경으로 인한 상황 그 자체보다는, 대한민국의 e스포츠 팬들에게 블리자드에서 GSL을 홀대하거나 등한시한다는 부정적 인상이 심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e스포츠 팬들이 부정적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선수의 권익 측면은 물론이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가치 측면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지요.

둘째로는 선수들의 연습 공백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의 연습에 공백이 생기면 경기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루가 넘는 점검 시간에 공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물론 북미 등의 점검 시간대가 다른 타 지역의 Battle.net 서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연습의 공백은 줄어들겠지만 타국의 Battle.net 서버가 우리나라 Battle.net 서버에 비해 회선 등이 불안정하여 대한민국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력 및 연습 환경 문제와 관련된 부분의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마지막으로는 1.3.3 버전으로 변경된 <스타크래프트 2> 버전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GSL May.의 결승이 된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건은 규칙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GSL은 <스타크래프트 2>의 최신 버전으로 경기를 진행한다고 규칙에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규칙에 문제가 없다 한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결승전을 준비하는 임재덕, 송준혁 선수가 연습을 하는 데에 있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경기 준비 과정에서 혼란이 올 수 있고, 이것이 결승전 경기에도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새로 업데이트된 게임 버전이 불안정할 경우 결승전에서 잦은 게임중단 사태가 일어나 e스포츠 콘텐츠의 품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지요.


어떤 이들은 이번의 경기 연기 및 장시간 서버 점검에 대해 '블리자드가 배틀넷 없이 <스타크래프트 2>를 할 수 있는 오프라인용 클라이언트를 지급해서 대회를 하게 하면 간단하지 않느냐' 라고 말하기도 하고(<스타크래프트>의 LAN 기능을 구현한 게임 프로그램을 제공해 달라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서버 점검에 대해서도 GSL 등의 대회 일정을 감안하여 조정하는 '융통성'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처럼 e스포츠만을 생각한 나머지 실제 게임 서비스마저 e스포츠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사실보다 매우 간단하게 보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머가 아닙니다만, 온라인을 통해 멀티플레이 게임이 실행되는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게임 프로그램, 즉 ‘클라이언트’를 보고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조작하여 입력한 명령을 ‘서버’로 보내고,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서버’에서 다시 ‘클라이언트’로 보내 게이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LAN 기능을 아예 구현하지 않은 <스타크래프트 2>에서 Battle.net 서버 없이 클라이언트만으로 멀티플레이 경기를 하도록 만드는 것을 손쉬운 작업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지요. 추가한다 한들 단시간에 해결되는 일도 아니며 미리 어느 정도 고려한 적도 없다면 그런 기능을 단시간에 추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서버 점검 및 업데이트를 할 때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e스포츠 대회의 일정을 감안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꼭 그래야 하는 것'이냐면, 절대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e스포츠로 사용되는 종목의 게임이든 그렇지 않든, 게임은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 중인 게임이라면 전 세계에서 동일한 버전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의 품질 유지를 위한 서버 점검은 e스포츠나 게임 서비스의 지속보다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제로 북미에서도 이번 주에 NASL 등의 대회 기간 중인데도 불구하고 1.3.3. 패치를 위한 점검을 실행하고 있지요. GSL만을 생각하고 '서버 점검쯤 연기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은 e스포츠를 중시한 나머지 그 게임을 실제로 즐기는 이들을 등한시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스타크래프트 2>가 더 활성화되어 GSL외에 다른 정례 대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요?


물론 저는 e스포츠가 게임의 서비스보다 낮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e스포츠도 중요하고 게임의 원활한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제가 수 차례에 걸쳐 주장한 것처럼 e스포츠는 여러 면에서 절대 게임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콘텐츠입니다. 다만 게임의 품질 유지가 그것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장기간의 서버 점검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게임사의 유지, 보수가 중단되어 이제 더 이상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종목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스타크래프트 2>는 두 번의 확장팩이 공식적으로 계획되어 있고 그에 따라 최소한 5~10년 혹은 그 이상의 유지, 보수가 진행될 게임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업데이트나 서버 점검 등으로 인해 연습이 원활치 않을 수도 있고, 대회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e스포츠가 우선이냐, 게임이 우선이냐는 식의 소모적인 이야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시간이 적든, 많든 차이만 있을 뿐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선수 및 관계자 여러분들의 권익과,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바라보는 팬들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서버 점검 중이라도 경기는 열 수 있도록 경기 전용 서버를 마련하는 것도 대책의 한 예가 될 수 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지혜를 모아 보면 선수와, 관계자들과, 그리고 e스포츠 팬들의 권익을 위한 대책들이 나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나은 게임 환경 및 e스포츠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새벽 1시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Battle.net이 열리지 않는 30시간이 여러 선수 여러분들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그저 소모적인 시간만이 아니기를 기원하며, 개인사정으로 직접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대구에서 펼쳐지는 임재덕 선수 대 송준혁 선수의 결승전도 잘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P.S. 지난 칼럼이 이로써 모두 업로드 되었으며, 앞으로는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와 같은 날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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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KY
11/05/13 23:05
수정 아이콘
흠...
11/05/14 04:37
수정 아이콘
점검시간에 한정하여 스타2용 테스트겸 전용서버를 열게 하는 방법은 동감되네요.
현재는 와우, 미래는 디아3 까지 점검을 하게 된다면
점검 시간만이라도 스타2를 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스타2의 접근성을 올리게 될테고
선수들도 지속적으로 경기가 가능해질테니까요.
그외에도 대회 한정용 서버도 도입이 되어 불상사를 막는 일을 최소화 했으면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글도 기대할께요.
드라군의위엄
11/05/14 10:26
수정 아이콘
더 당황스러운건 실제로 30시간이 아니라 10시간도 채 안되서 패치가 끝나버렸죠... 이건 뭐 본의아니게 낚시가.. 크;;
실루엣게임
11/05/14 23:13
수정 아이콘
e스포츠 등의 문제때문에 대회 한정으로라도 LAN 플레이가 가능한 클라이언트가 필요하지 않냐..라는 의견은 스타2가 LAN기능을 삭제한다는 발표가 나올때 부터 나왔던 소리인데 결국 반영되지 않았죠 (..) 서버 문제때문에 멀쩡한 GSL 경기가 중간에 끊기는 걸 볼때마다 진짜 오프라인 대회에 한정한 LAN 클라이언트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블리자드측에서는 패치를 대회 일정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지 않나요? 예전에 인터뷰에서 본 바로는 32강 경기가 진행중이라면 32강이 끝나고 16강이 시작하기 전에 패치를 진행하는 식으로 조정한다고 본 적이 있어서..
11/05/15 16:26
수정 아이콘
대회용 오프라인 클라이언트라..
유출 가능성이 커서;; 해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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