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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10 11:32:14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변화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 이 칼럼은 2011년 2월 17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GSL의 2011년 두 번째 코드S 투어 리그인 GSL Mar. 대회와 차기 GSL 코드S로 진출할 후보군을 가리는 코드A 리그의 개막이 며칠 뒤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첫 번째 코드S 투어 대회와 비교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와 비교하여 몇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주요 변화만 요약해 보면,

- 코드S와 코드A의 경기일자가 분리되었으며, 듀얼토너먼트제가 32강에만 적용되고 16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됩니다.
- 새로운 맵(크레바스, 십자포화SE, 종착역, 탈다림 제단)이 등장합니다.
- 애니박스를 통해 케이블 방송이 이루어지며, 챔프 TV 채널에서도 GSL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됩니다.

이런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양상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점들을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현재 'GSL'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한해 제가 느낀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의 GSL은 "가능성은 있으되,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라는 콘텐츠는 분명히 e스포츠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그 가능성을 믿고 있으니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면 '검증'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케이블이라는 플랫폼과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은 플랫폼 자체도 다르고 향유하는 사용자층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방송 이야기니 방송과 관련하여 약간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연극 무대에서 아무리 잘 먹혀드는 아이템이라고 해도 그것을 TV 공개방송에서 방송하게 되면 반응은 당연히 달라집니다. 무대와 배우들의 아이템의 매력이 100% 발휘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더 많아지고 더 넓어진 시청자층이 얼마나 공감을 할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GSL은 이미 온라인으로 누적 조회수 1억 이상을 돌파했습니다. 마니아층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은 다릅니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보게 됩니다. 그러면 그런 이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그리고 보는 재미를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고 그렇게 해야 시청자층을 넓힐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전혀 모르던 사람이 게임에 빠져들어 마니아가 되도록 하는 게 좋은 게임의 힘이듯, 모르는 사람도 빠져들어 시청자가 되고 마니아가 되기도 하는 게 TV의 힘입니다. 지금까지가 온라인에서의 시험대 및 본게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TV 방송에서도 연습과 실전을 동시에 겪게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맵이 가져다 줄 경기 양상과 그로 인해 벌어질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타크래프트 2의 경우 밸런스 문제가 상당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이라 밸런스 패치 역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기존 래더맵들에 대해서는 '식상하다', '경기 양상이 비슷하다' 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GSTL을 통해 새로 선보여 신선함을 주었던 맵이 이번 투어를 통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일은 e스포츠 팬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돌아보면, GSTL의 경우 경기가 몇 경기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초전 성격이 짙었고 맵의 특성이나 그로 인한 장점들이 다 보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뒤집어 보면 맵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다 보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지금은 새로움이 가져다 주는 신선함 때문에 좋은 것만이 많이 부각되고 있지만, 지금껏 e스포츠 대회에서 맵들에 얽힌 이야기가 그래 왔듯 그런 첫인상이 앞으로도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사용되는 맵들도 코드S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익숙해지면서, 그리고 대회를 거듭함에 따라 언젠가는 고정된 패턴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면 또 지난 시즌처럼 밸런스 문제나 식상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보다 콘텐츠의 소모 속도가 빠른 게임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조짐이 보이기 전부터'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는 GSL이 안고 있는 불안요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제가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2의 저변 확대가 미진한 데에 있습니다. 물론 아직 두 개의 확장팩도 있고, 앞으로의 개선점 및 마케팅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e스포츠의 활성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게임에 재미를 느끼게 하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게이머가 게임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주체는 바로 게임사이고, 그런 점에서 블리자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e스포츠가 가지이고 꽃과 잎이라면, 게임의 저변은 뿌리이며 토양의 양분입니다.

케이블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시작으로서는 몰라도 이게 종착역이 되는 것은 곤란합니다. GSL이 케이블에 진출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환영하던 사람들이 애니박스라는 채널 이름을 듣자 의아해하거나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않는 채널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10년 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투니버스에서 시작할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물론 지금 애니박스와 계약하게 된 것은 지적재산권 분쟁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2 콘텐츠를 기존 게임채널에서 부당하게 거부하고 있는 점, GSL의 현재 위상이 가능성은 있되 케이블에서는 검증이 필요한 콘텐츠라는 점, 더 많은 시청자 확보를 위해 반드시 케이블 채널에 진출해야 했던 곰TV측의 필요성 등의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역량이 맞물려 생긴 결과물이죠. 그렇기에 더더욱 이것이 종착역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몇몇 인기 선수에 따라 흥행이 망하네 흥하네 하는 예단 혹은 그런 식의 논조를 띤 기사에 휘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수십 년에서 백여년 간 계속된 스포츠에서도 영원한 왕은 없었고 영원한 인기 선수도 없었습니다. 경기를 잘 하고 프로답게 자신을 어필할 줄 아는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고 인기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리그의 시작이고 토대를 쌓아나가는 중입니다. 기존에 인기를 얻었던 선수들이나 새로 인기를 얻게 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활용하는 것을 넘어 기대는 수준으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의 조회수와 시청률만을 신경쓴다면 정규 리그나 스포츠가 아니라 인기와 관념에 영합하는 엔터테인먼트를 편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인기와 관념에 영합해 본질을 잊어버린다면 얼마 전에 방송된 뉴스데스크처럼 본질과 동떨어진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무리수를 두는 일이 발생하게 되겠지요.

새로운 변화가 도래한 GSL Mar.대회의 새로운 모습이 더 많은 e스포츠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열린 자세로 다가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변화는 지금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어야 합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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