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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12/01 19:03:30
Name Farce
Link #1 https://youtu.be/G0lDOdDwGv4
Subject 로마군의 아프가니스탄: 게르마니아 원정 (수정됨)

이 글의 원본은 제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Invicta'에 얼마 전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한글 자막은 없습니다. 흑흑. 하지만 이 글이 있지요.)

제가 '인빅타' 채널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올라오는 영상이 항상 '고대/중세의 제도'를 중심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다른 전쟁사를 다루는 채널들이, '이렇게 병력이 맞붙었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는 것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서,
인빅타는 항상, 어째서 전쟁이 발발했는지, 각 군세는 어떻게 보급되고 편성되어서 전쟁의 목적을 이루고자 했는지,
당시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특정 원정을 평가했는지 등등을 알려줍니다.

이번 영상의 주제는 '게르마니아', 그러니까 로마인들 기준으로 라인강 동쪽 너머에 살던 독일인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중해 세계, 그러니까 고대 유럽의 문명권을 모두 포섭한 로마 제국은 계속해서 야만족의 군세를 뿜어내는 게르마니아를
복속시키고자 했고, 몇번이나 원정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티베리우스' 황제 시기의 대원정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기나긴 전쟁은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어째서 실패했을까요?

이 이야기는 들어볼 수록, 21세기 현대까지 알려진 많은 '실패한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줄로 요약을 하자면, '도저히 경제성이 없는 변방 지역에 대한 기나긴 파병에 지친 대제국의 철수'라고 요약이 되지요.

이런 뻔한 이야기가 왜 중요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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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이라는 어떤 19세기 소설은 아프리카로 떠나는 '문명인' 영국인들에 대해서 비웃습니다.]

"아프리카의 콩고 강을 올라가듯이, 어떤 로마군인은 천년도 전에 지금 문명의 중심이라고 칭송받는 템즈 강을 거슬러 올라갔을 것이다."
"그는 보았을 것이다. 안전한 갑판에서 움츠려든 상태로, 이해할 수 없이 지껄여지는 야만인들의 언어와 해석할 수 없이 빛나는 눈빛을.
그리고 속칭 '문명화'라는 것은 그저 힘이 강한 자가 보다 약한 자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물건을 뺏는 짓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금 이 시대, 서유럽과 서유럽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세계의 표준을 만들고 문명의 표준을 만드는 시대에서는,
지중해 문명의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인들이 서유럽 토착민들을 '문명인 원정군'의 입장에서 
야만, 무질서, 비문명에 대한 역겹고도 경이로운 감상으로 내려보았다는 서사는 언제나 들어도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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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가장 달콤한 와인조차도 이곳에서는 얼어붙습니다. 마치 인간의 문명과 상식이 멈추는 듯한 곳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언제라도 문명의 심장부로 내려올지 모르는, 도대체 저런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그렇게 새끼를 까는지 모를,
같은 인간인지도 의심스러운 야만인들을 노려보면서 눈이오나 비가오나 군생활을 해야합니다. 그것이 충성이자 희생입니다.

조금 짖궂게 이번 이야기의 주제를 다뤄보자면, 한국군이 진정한 로마군의 후예인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인빅타 채널의 최근 주제는 '바루스의 원정 실패와 이어진 징벌원정'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당시 로마 제국과 게르만 부족들이 처했던 상황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시려면, 각 작품을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영상은, 기나긴 주제의 에필로그를 겸해서, 거시적인 원정의 상황을 짧게 다루고 마무리 짓는 영상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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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로마 제국은 게르마니아를 복속 시키는 것에 최종적으로 실패 했을까요?]

물론 이 주제는 계속해서, 앞선 원정을 다루는 영상에서 다루어졌던 주제의 연장선이긴 합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당연히 수 많은 전투에서의 실패, 전쟁에서의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로마인들은 보다 우월한 무기체제와 문명인의 원정준비를 가지고 전투에 임했지만, 전투조차도 오류, 실수, 실패, 전멸의 연속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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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에필로그 영상에서, 인빅타는 좀더 거시적으로 '로마와 게르만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자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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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로마라는 도시에서 나와서 지중해의 제국을 건설한 그 순간부터, '게르만인'은 항상 문명 세계 밖에서 오는 안보위협이었습니다.]

물론 이건 게르만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는 지정학적인 논리였지요.
갈리아의 골 사람들, 판노니아의 다른 부족들과도 연합하며 로마의 팽창을 견제하던 '게르만 세계'는
로마인의 '문명 세계'가 확장되면서,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게르마니아'라고 불릴 땅만 그들에게 남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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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충돌은, 지금 프랑스 지역인 '갈리아'가 로마인들에게 넘어가면서 강렬해졌습니다.]
켈트계의 '골' 사람들을 복속시키면서, '골 땅'이라고 '갈리아'라 로마어로 지역이 확정되면서,
수많은 게르만 사람들은, 골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로마군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물론 '통일 골 왕국'이나 '통일 게르만 왕국'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저 '일선 부족'의 개별적인 참여였지요.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런 게르만 사람들의 칩입은, (몇몇 게르만 사람은 그저 '새로운 약탈지'로 갈리아를 보기 시작하면서)
로마 제국에게, 게르만 야만인을 복속시키지 못한다면, 갈리아를 발전시키고 지켜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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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로마인들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세력권, 문명권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르마니아 원정의 시작이었지요.]

기원전 1세기.
게르마니아의 총독으로는 '드루수스'가 부임하여, 로마 군단들을 이끌고 미지의 땅으로 들어가 부족들을 하나식 복속시켰습니다.
로마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세금을 바치며, 특산물을 진상하고, 로마군의 진군에 보조병과 길잡이로서 도울 것이며,
당연히 로마의 영토의 일부로서, 감히 반란을 일으킨다면 무자비한 '진압' 역시 준비되었음을 천명했지요.  

이들은 당연히 비문명권에게는 자연재해에 가까운 무력을 가지고 이 땅에 도착했습니다.
아니, 무력 뿐만이 문제가 아니었지요. 세금과 징발에 있어서 피말릴 정도로 정확하게 요구하는 행정체제, 
도저히 야만인이 주먹구구 전술로는 공략할 수 없는 요새들을 이어서 이 땅에서는 볼 수 없는 강철 갑옷과 전투마를 보충하는 보급체제, 
제국의 동방에서 동원된 용병과 정예병, 저들은 게르만어 통역자를 (현지에서라도 구해서) 대동했지만, 
부족민들은 저들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헐레벌떡 라틴어를 배워서 전전긍긍해야했죠.


로마군 기병대가 게르만 사람들의 마을에 도착해서 고압적인 라틴어로 선포합니다.

"위대하신 로마 제국의 황제와 원로원께서는 게르마니아에 새 총독 바루스를 임명하셨다. 
(바루스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겠습니다) 
새 총독께서는 새로운 공물을 요구하신다. 너희 마을은 다음과 같은 공납을 바쳐야한다. 소 20마리나 50 파운드의 곡식이다.

이 한심한 야만인 놈들, 하나도 못 알아 쳐먹는군."

"(부족원 중 학식자에게 통역을 부탁하고는 내용을 듣고) 미쳤어?
눈깔이 있으면 주변을 둘러보란 말이야! 이 땅에서 그런게 나오게?"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기한은 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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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첫 총독 드루수스는 요절했지만, 그 형이자 후대의 황제 티베리우스의 임기에는 모든 것이 로마의 계획대로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통하는 로마군의 국밥 대전략"
1. 보급품을 제국의 다른 지역 및 현지에서 충분히 징발하고 모은다.
2. 군대를 일으켜, 확보된 지역보다 더 멀리까지 원정을 진행한다.
3. 부족/왕국의 중심 지역을 미리 선별하여 그곳으로 진출한다.
4.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자들은 무력적으로 섬멸한다.
5. 확보한 중심지에 새로운 행정관 및 현지의 유력자를 임명한다.
6. 그들을 통해서 지역의 세수 및 자원을 확보한다.
7. 주둔군은 체제의 힘을 빌려 새 체제에 대한 반란을 진압한다.
8. 지역이 완전히 안정화 될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비록 산발적인 저항이 계속 되었지만, 그건 제국의 시리아와 이집트 같은 보다 풍요로운 동방 영토에서도 '일상'인 일이었습니다.
갈리아가 그랬듯이, 아무리 미개한 야만인의 땅으로 시작했어도, 로마의 제도 속에 게르만인들이 오랫동안 포섭된다면
이들 역시 적당한 로마 시민, 그러니까 모범적인 문명인은 아니어도 모범 납세자이자 입영장정은 되어줄 수 있을 것이었고,
무엇보다 드루수스와 티베리우스가 모두 원했듯이, 제국의 방위선을 라인 강에서 엘베 강으로 밀어낼 수 있을 것이었죠.

뭐 그때가면 또 지금의 덴마크 땅 정도에서 또다른 야만족을 만났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더 위대해진 로마의 후손들이 고민할 문제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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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든게 계획대로만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관료들에게 올라오는 보고서 만큼이나, '안정화'라는 단어가 진실을 담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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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로마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가 전갈을 듣고서는 벽에 이마를 피나게 박으며 '바루스! 내 군단을 돌려다오!'라고 외쳤다고 하지요.]
서기 9년,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티베리우스의 후임자 바루스는 게르마니아를 '붕괴'시켜버리고맙니다.

오히려 더 멀리까지의 원정을 준비하며, 동쪽 국경선 위주로 멀리까지 돌출되어있던 로마군들은,
게르마니아 전체 주둔군의 일부가 일리리아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는 것에 차출되자, 급변하는 정치상황에 노출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마의 통치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게르만 부족들은 몇몇 대부족의 동맹을 통해 봉기하였고, 
문명화된 땅에서 멀리 떨어진 게르마니아의 숲 속 한복판에서 말그대로 3개 군단이 '전멸'하고 맙니다. 돌아온 자들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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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들의 발굴성과는 이들의 끔찍한 운명을 온전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옷이 벗겨진 상태로, 아니면 약간의 가죽 옷이 남은 상태로 땅에 버러졌습니다.
조금이나마 있던 갑주의 금속 쪼가리 역시, 게르만 문명에게는 너무나도 귀한 재화였기에 벗겨졌습니다.
주머니, 허리띠, 장식품 같은 것은 모조리 시체에서 훔쳐져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게 모인 노획품 창고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로마군의 샌달에 쓰이던 바닥의 금속 징까지 잠시 동안 부족민들 사이에 유사 화폐로 쓰였을 정도였습니다.

몇몇 로마군의 시체는 더 끔찍한 상황에서 발굴되었습니다.
가죽 옷조차 벗겨진 상태로, 나무에 목이 매달리거나, 늪에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원시 게르만 신앙에서, 양 같은 제물을 바칠 때 사용했던 방식이었지요. 
로마를 무찌른 승리에서는 당연히 오딘 신께 바쳐지는 제물로는 로마군인이 마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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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에게는 참으로 야만적이고 끔찍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더 끔찍한 사건은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바루스 총독이 게르마니아 주둔군의 주력을 잃어버리자, 곳곳에 주둔중이던 소규모 분견대와 '문명화된 지역'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졌습니다. 마치 존재한적이 없었다는 듯이요. 현지의 게르만 유력자는 시대의 흐름이 바뀐 것을 깨닫고,
주변의 다른 부족들에게 '부역자'들의 목을 돌리고 화해를 청했습니다.

한 때 게르마니아에서 문명인의 군세 '로마군'은 저항할 수 없는 불사신들이자 자연재해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죠. 자기 주제를 모르는 필멸자이자, 세력을 간수 못하는 오만한 정복자에 불과해졌습니다.

물론 라인 강의 수비선은 굳건했습니다. 로마는 엄청난 영토를 잃었지만, 
동시에 그 영토는 제대로 지배하는지도 의문스러웠던 곳이었을 뿐. 아직 무너지려면 수백년의 세월이 남아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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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4년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붕어하고, 한때 게르마니아의 지배자 '티베리우스'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친동생 드루수스와 함께 게르마니아를 거의 손에 넣었던 인물이었지요.

당연히, 새 황제가 해야 할 일 중에는, 자신의 명예를 드높이며 과거의 실수를 고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티베리우스는 드루수스의 아들 '게르마니쿠스'를 이제 없어진 영토인 게르마니아의 총독으로 재임명하고
다시 한번 게르마니아로의 거대한 원정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기록으로 미루어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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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들은 게르마니쿠스의 원정을, 피비린내나고 끔찍한 것이었다고 기록합니다.]
게르마니쿠스 또한, 이제 게르마니아가 로마의 영토에서 완전히 벗어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그걸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도, 그걸 위해서 필요한 것은 '로마의 위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피의 복수'였다는 것이지요. 
부족장들이 다시 로마를 두려워하고 후원하게 만들려면, 외교적인 선언문은 그들의 '야만적인 언어'로 보여지는게 더 좋았습니다.
로마군이 다시 라인 강을 넘어오자, 몇몇 부족장들은 로마에게 지난 세월에 대한 반성과 화친의 뜻을 사신을 통해서 밝혔습니다.
로마군은 사자들을 무시하거나, 처형하면서 진군했습니다. 로마군의 시체에서 얻은 약탈품이 있으면 전부 노예로 삼고 마을을 태웠습니다.

그러나, 결국 게르마니쿠스는 많은 게르만 부족들이 반로마동맹에 참여하는 것을 공포로 막았으나,
동시에 또한 거대한 유력자를 확보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물론 그런 거대한 지지세력이 있었다면
이미 게르마니아 자체가 이렇게 반란으로 손쉽게 날아가지 않았을 것이었지요. 

무슨 뜻이냐면, 결국 게르마니쿠스는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로마군이 계절을 견디면서 게르마니아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쟁할 수 없을 것이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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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나고 자란 게르만 사람들은 당연히 어디서 농성해야하는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잘 알았고,
이에 반비례해서, 로마군의 진출은 철저하게 계산된 지역에서 일정시간만큼만 머물러야 큰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접근한다면, 게르마니아의 척박한 땅은 바로 로마군단을 고립시키고 굶길 것이었습니다.

북유럽의 날씨는 끔찍했고, 부족들이 땅을 닦는다고 닦아봤자 군단이 보급을 위해 사용할 만한 포장 도로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숲의 길을 아는 게르만 보조병은 저번 반란 이후로 믿을만 하지도 않았고, 많은 숫자가 남아있지도 않았지요.

그러니 남는 것은 초토화전략이었습니다. 봄에는 새로 라인강 너머에서 재정비된 로마군단이 넘어와서
라인강 동쪽의 모든 것을 싸그리 불태워버리고, 로마에게 대적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줬지요.

그리고는 도저히 유지할수 없는 전선을 깔끔하게 포기하고는 겨울 전에 잿더미가 된 점령지에서 철수하여 라인강 서쪽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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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기 16년, 로마군단의 점령지와 그 이상의 원정지역의 한계가 분명해지는 시점에서 티베리우스는 원정의 중지를 명령했습니다.]

많은 실패한 전쟁이 그렇듯이, "현재 점령지에서 정지. 방어선을 구축하고, 그 너머의 땅에서는 철군한다"였지요.
그렇게 영토적으로 보면 허무할 정도로, 티베리우스 황제의 게르마니아 원정은 끝나버렸고
이후 역사에서 로마인들은 다시 게르마니아에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수백년 뒤에는 게르만인들에게 제국의 서쪽을 영원히 잃고 맙니다.

티베리우스가 철군을 결정한 이유를 나열하기 위하여, 잠시 당시 유럽의 정세를 돌아볼 필요가 우리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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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하나의 원정은 아니었지만, 게르마니아 정복사업은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추구된 제국의 목표였습니다.]
고대사이니 현대사와 1대1로 대응은 어렵지만, 세월만 비교하자면 베트남 전쟁과 아프간 전쟁을 합친 것 만큼이나 길었습니다.

기나긴 전쟁 동안 군사적/외교적으로 중요한 순간이 워낙 많았기에, 
베트남이나 아프간에서처럼 '철군이 필연적이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따라서,
게르마니아 원정을 다루는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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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에 게르마니쿠스가 남긴 말은 놀랍게도 현대 전쟁의 장군들이 회고록에 똑같이 남기고는 할 것 같은 말이었습니다.]
"로마군은 충분히 게르만 부족들을 약화시켰고, 조금만 더 인내했다면 최종적인 승리가 코앞에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야전의 상황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군사적인 문제를 배신하였고, 말도 안되는 논쟁 끝에 원정을 망쳤다."라고요.

물론 모든 장군의 회고록이 그렇듯이, 우리는 한쪽의 자료만 볼것이 아니라, 또 '정치인들의 자료'를 접하고 비교해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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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로마제국의 전선은 게르마니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동방의 당시 파르티아, 그리고 파르티아 앞 뒤로 존재했던 기타 '페르시아'계 세력들은, 힘 쌔지면 '페르시아 제국' 아니랄까봐
오히려 로마의 '주적'으로서 계속해서 동방의 국경을 노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나중에 또 말씀드리겠지만,
갈리아가 아무리 중요한 땅이라고 해도, 동방의 젖과 꿀이 흐르는 교역로보다는 못했습니다.

그 밖에도, 일리리아, 히스파니아, 아프리카, 유대 (지금 팔레스타인 맞습니다) 등등 지속적인 '안정화'가 필요한 지역은 많았고,
다키아와 악숨 같이 지속적으로 국경선을 침공하는 군소세력도 많았지요. 

(인빅타는 이 부분이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뺏지만, 다키아는 결국 나중에 로마 제국이 '인종청소'를 해버립니다.
그래서 한 때 다키아라고 불리던 땅인 '루마니아'는 지금도 동유럽 한복판에 있는데도, 라틴어의 후손뻘인 언어를 쓰지요.)

이런 상황에서, 일리리아의 반란을 진압한다고 게르마니아의 주둔군의 일부가 빠졌을 때, 남은 주둔군까지 전멸하고 잃어버린 땅이라면,
그걸 다시 돌려받는 것에도 상당히 군사적으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당연해보입니다.

아직 로마의 영토가 전성기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이때부터 로마 역시 로마군을 동원해서 모든 변방을 수호하는 것에,
슬슬 인력적으로 무리가 오는 시기 역시도 맞았고요. 따라서, 많은 현지병력/용병을 보조병이라는 이름으로 동원하고 있었고,
이런 보조병이 게르마니아에서 어떤 사달을 냈는지를 생각하면, 무조건 보조병 확대, 징병기준 완화, 
노예를 자유민화하고 징집하는 등의 '술수'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습니다.

'승리가 코앞에 있었다'라는 말은 항상, 앞에 이런말이 빠지는 것이니까요
'여태까지 했었던 것만큼, 아니 더 많이 투자하면 코앞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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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하고 말해도 당연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문명의 중심지가 아닌 게르마니아는 보급지옥이었습니다.]

대서양을 통한 삼각무역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이 열리고 나서는 서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잡았지만,
우리는 지금 고대 로마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때의 알려진 문명시대의 모든 교역은 실크로드를 통해서 (유럽-중동-중앙아시아/인도양-중국/인도) 이루어졌습니다.

갈리아 역시, 갈리아가 무너지면 바로 이탈리아가 최전장이 된다는 안보적인 위협 때문에 열심히 지켜진 것이지,
갈리아 자체가 대서양을 통해서 특별히 부를 창조할 여지는 많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과 달리 지중해로 연결되는 남프랑스가 북부보다 더 중심지였습니다)

따라서 게르마니아 원정은, 게르마니아와 갈리아가 생산하는 부 이상의 자원을 정책단위로 제국이 쏟아부워야하는 과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예산이 그렇듯이,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국가의 경영에 있어서 여러가지 다른 생각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갈리아마저도, 기나긴 세월 '로마화'가 되면서, 서서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동방에 비하면 가소로울 정도인 판에,
이제부터 '문명화', '개발'이 되어야할 게르마니아는 도대체 언제 흑자를 낼지도 모를 수백년어치 뜬구름을 잡는 사업에 불과했지요.

거기에다가 게르마니쿠스의 장거리 원정은 해군에 의한 보급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이는 게르마니쿠스가 초토화 작전과 장거리 원정을 병행하여 게르만 야만족을 거의 말려죽이는 것을 성공시켰지만,
동시에 확보되지 않은 엠스 강 등에서의 작전은 엄청난 해군력의 소모와 그걸 대체하기 위한 예산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뚝심 있게 정책을 진행시킬 정치권의 의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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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치적으로도 게르마니아는 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게르마니쿠스를 소환하여, 시리아 (지금 그 시리아 맞습니다) 전선에 보내서 종군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 어느 정도 상반되며, 동시에 또 아주 모순되지 않는 두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1. 티베리우스의 아들 드루수스 (티베리우스의 동생이자 첫 게르마니아 총독 드루수스와는 동명이인입니다)가 암살되자,
가문의 후계자이자 차기 황제는 게르마니쿠스 (동생 드루수스의 아들이자, 티베리우스의 조카가 되죠)의 몫이 되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현 황제 티베리우스는 게르마니쿠스가 게르마니아에서 계속해서 전공을 세워, 
아들도 잃어버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것이 두려워, 제대로된 대승이 일어나기 전에 본토로 소환했다는 것입니다.

2. 또는 티베리우스가 게르마니쿠스가 쓸때 없이 잔인하기만한 게르마니아 원정에 종군하는 것으로는 후계자의 위엄이 서지 않으니,
마침 정세가 심상치 않으며, 더 정치적으로 대단한 승리가 기다리는 동방으로 보냈다는 것입니다. 

게르마니쿠스가 시리아에서 대승을 거두고 바로 병사하면서, 티베리우스가 암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정치 논쟁이 발생한 것을 보면,
실제로는 어쩌면 두가지 모두 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시 로마의 정치 상황은 매우 급작스러웠습니다.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한명의 장군이 속칭 총대매고 '캐리'하고 있었던 전쟁은 이런 것에 매우 취약해지고는 하지요.

또한, 티베리우스 본인 역시, 동생 드루수스를 도와서 한때 게르마니아를 정복하고 제국의 방위선을 엘베 강에 만들자는 인재였지만,
막상 자신이 황제가 되자, 바루스의 실패 이후로는 계속해서 게르마니아를 재정복하겠다는 것이 무리한 것이 아닌지 회의적인 언사를,
자신의 측근에게 줄곧 흘렸다고는 합니다. '선왕 아우구스투스 때의 굴욕을 충분히 갚았고, 복수가 이루어졌다'라면서 개선식을 열고,
게르마니쿠스에게 거대한 잔치를 열어준 다음, 시리아 전선에서 그를 중용한 것을 보면, 
어쩌면 그는 정통성에 대한 체면치례가 이루어지자, 본심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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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티베리우스를 무조건 음험한 정치꾼으로 보기에는, 이미 로마 제국에게 있어 원정의 득실이 분명했습니다.]

게르마니아 원정이 대성공한다면 무슨 이득이 생길까요?
1. 갈리아가 후방이 되면서 안보적인 완충지대가 생깁니다. 
갈리아 자체가 이탈리아에 대한 완충지인걸 감안하면, 이탈리아 자체, 나아가 제국의 미래 발전과도 연결이 됩니다.

2. 위대한 황제 (그러니까 황제 제도를 정립시킨) 아우구스투스의 유일한 정치적 오점을 설욕한 황제는 이름이 역사에 남겠지요!

3. 게르만족들이 약탈해간 것을 포함해서, 다양한 약탈품을 얻고, 분배될 벼슬과 개인적인 이득이 정권과 지지자들에게 생깁니다.

손해는 뭘까요?

1. 게르마니아 원정은 계속 다시 말하지만, 비싸디 비싸고 비싼 원정입니다. 
역사에서는 부유한 나라를 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한 제국의 역량이 드러나고는 합니다.

2. 게르마니아 원정은 다른 명예로운 전쟁과 달랐습니다. 
적의 수도를 점령하고, 부유한 국고를 털어서 분배하는, 그런 화끈한 동방 원정이 아니었지요. 
부족민을 학살하고, 지역을 통제하고, 안전지대를 통제하던 주둔군은 밤새 연락이 두절되고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이런 전쟁을 하면서 병력들 역시 사기가 항상 바닥이었고, 규율 역시 뒤틀렸습니다. 이는 장교, 장군, 행정관 할 것 없었습니다.

3. 아무리 위대한 장군도, 이 전쟁을 끝낼 한번의 대전투를 설계하지 못했습니다
동방에서 승리를 거둔 전략/전술의 천재들도, 게르마니아에 도착하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전쟁에서 학을 땠습니다.
이곳은 부족민, 군인, 관료, 성직자를 구분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페르시아인들은 신전을 점령하고, 왕궁을 무너트리면 복종했습니다.
이곳에서 게르마니쿠스는 미신적인 게르만 야만인들과, 똑같이 영향을 받아 주술적이 된 로마군인들을 향한 심리전으로,
도저히 본토에서 온 제정신의 로마장군이라면 할 수 없는 시체더미, 갑옷더미를 설치해 사기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곳은 미친 지옥이었습니다.

본토에서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온 이탈리아 귀족 도련님들은 '분명 승리할 것이다!'라고 눈이 텅빈 병사들에게 선언한 다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천막 속에서 포도주를 들이키면서 눈을 가리고 흐느끼는 부셔진 인간이 되어갔죠.    

hod-21

[게르만 사람들은 지옥에서 나온 악마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이 있다면, 그들은 '문명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전혀 중앙집권화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도시', 아니 '중심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각 부족은 부족 별로 하나도 조율이 되지 않고,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갔습니다.

로마인들은 누군가와 동맹을 맺으려고 했지만, 이 동맹은 시시각각 변하고 그들을 배신했으며,
알지도 못하는 부족끼리의 논리가 갑자기 로마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바뀌고 갑자기 그들을 이유없이 공격했지요.

이들을 '로마화'하는 말은, 아니 '협력자'를 구한다는 것조차, 미치광이나 해낼 수 있는 임무가 되어버렸고,
조금이라도 무엇인가 '통치'내지 '통제'가 된다 싶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그것이 무너지고 사라졌습니다.
마치 이들은 '문명'이나 '체제'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요.

hod-22

[로마인들이 원했던 것은, 요즘 평범한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금'과 '자원'이었습니다.]

게르마니아의 야만족들이여, 이게 그리도 어렵던가요? 

왼쪽은 동방의 '문명도시'입니다. 지역적/정치적/군사적 거점을 로마군이 주둔해서 지키고,
총독내지 유력자는 세금을 걷지요. 도시를 통제하면, 도시에 수매되는 농작물과 농촌 사회를 통제할 수 있고,
도시의 인력이 통제되기에, 발달된 산업체 (하다못해 1차산업, 채굴, 임업, 어업)를 통제하고 자원을 통제할 수 있지요.

이것은 로마 시대 뿐만이 아니라, 현대사회, 대한민국조차도 통제하는 모든 공권력의 원리입니다.

하지만 오른쪽을 보십시오. 산과 숲 사이에 사는 사람을 보십시오. 어딜 점령해야합니까? 누굴 무찔러야합니까?
지천에 황금이 깔려있고, 젖과 꿀이 숲에서 나온다고 해도 숲에 들어가는 로마군인은 실종될 것입니다.

그냥 몇몇 점과 선, 그리고 점과 점 사이에서 만나면 무찔러지는 헐벗은 현지인들을 살생하며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라고 생각하거나, 그것도 믿지 않고 코웃음치는 광기만이 남는 것이지요.


[마치 지금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처럼요. (64년 콩고의 '벨기에군/용병'을 다룹니다. 주의: 폭력적인 묘사가 나옵니다)]

Policing the Unpoliceable. 질서가 없는 곳에서 질서를 만들려는 사람은 손에 무기만큼 질서있는 무뢰배가 되는 것이지요.
문명인의 군대가 문명을 전달한다면서 벌이는 전쟁은, 왜이리 항상 이리도 야만적일까요?
게르마니아와 콩고는 어쩌면 '어둠의 심연'이 말했듯이, 그리고 멀지 않은 땅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게르만인들도, 로마인들을 흡수하는 것으로, 복수를 했는데, '총칼을 든 문명화'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hod-23

다시 로마로 주제를 돌리자면, 로마는 그렇게 눈을 동쪽으로 돌렸습니다.
수백년 뒤, 이슬람이 중동을 휩쓸어버릴 때까지도, 최후까지 페르시아와 그 후예들과 전쟁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지요.
서유럽은 다시 수백년 뒤에 큰 위기를 맞을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위기로 골골거리면서도 5세기까지 버텼습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방법을 통한 평화였습니다. 물론, 후대에 비난도 많이 받는 평화지만요.

hod-25

[조선시대에서 여진족을 다루듯이, 아니 그냥 로마인들이 로마 바깥의 야만인들을 흔히 다루듯이, '공물'과 '입조'의 시대였지요.]
게르만 부족들과 로마 제국은 소통을 끊지 않았습니다. 많은 외교관들이 서로를 오가면서,
다른 부족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부분적인 동맹을 형성하고, 무역권을 나눠줬지요. 그들이 절반은 문명세계에 머물게요.

게르만 사람들은 이주하여 로마인이 되거나, 로마군에 복무하고, 제국의 실무자 관리가 되기도 하였지요.
결국 이들은 로마의 '아름다움'과 '발전'에 매료되었고, 결국 수백년 뒤에는 마침에 '로마의 주인'이 됩니다.
물론 이건 로마인들이 원하던 결말은 아니겠지만, 역사가 흐르다보면 그런 일도 생기는 법이지요.

hod-26

[동시에 로마 군단들은, 그들의 체제가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 라인 강을 지켰습니다.]
요새는 몇 백년을 거쳐서 강화되고, 새로 만들어졌으며, 혹시나 불순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강을 넘어가 '예방전쟁'을 벌였지요.

라인 강은 그렇게 로마 vs. 비로마, 문명인 vs. 야만인의 경계선이 되었습니다. 전혀 다른 두 세계였지요.
이는 지금도 서유럽의 지정학과 문화, 그러니까 로마 이후로 천년 넘게 일어난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그건 아무래도 다른 글로 찾아뵈는 것이 좋겠지요?

hod-27

서로마의 파멸 역시 정말로 재밌으며, 어쩌면 더더욱 지금 서유럽의 모습과 연관이 있는 주제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고대 로마 제국은, 여느 선진국의 망신살 넘치는 패배가 그랬듯이, 그냥 씁쓸하게 '철수'했을 뿐이었고,
제국의 체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다키아와 브리타니아 등에 거대한 원정을 벌여서 성공할 것이었죠.

어쩌면, 티베리우스의 '손절'은 나중에 다른 미래인들이나 심지어 동시대인들이 뭐라고 비난하거나 가능성을 외칠지 몰라도,
제대로된 정치적 판단이자, '최선'인지도 모릅니다. 로마가 잿더미가 된게 아니었죠. 게르마니아의 야만족 땅이 수십년간 불탔었고,
가장 아픈 로마인이라고 해봤자, '내가 왕년에 게르마니아에서 복무했었어'라면서 끔찍한 악몽을 꾸는 병사들 몇명 정도겠지요.

hod-32

[문명인 제국 로마의 발달된 문학과 기록은 지금도 그 끔찍한 이야기를 전달해줍니다.]

게르만 사람들이 역사의 붓대를 뺏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에는 앞으로의 수백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지요.
하지만 베트남은요? 아프간은요? 콩고는요?

어떤 종류의 전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도 아름답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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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켑스
21/12/01 19:33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고 추천 누릅니다. 글 내용과는 상관없는 아주아주 사소한 건데, 티베리우스가 형이고 드루수스가 동생일 겁니다.
21/12/01 19: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앗, 역시 평상시에 머리에 안 집어놓고, 바로 그때 꽂힌 내용을 조사해서 글 쓰는 습관이 또 사고를 쳤군요. 정정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굵은거북
21/12/01 19:35
수정 아이콘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12/01 19:42
수정 아이콘
뜬금 없을 수도 있는 주제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겨울삼각형
21/12/01 19:40
수정 아이콘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게임에서야 그냥 땅따먹기 처럼 전쟁걸어서 쉽게 점령하지만,
(물론 뎌4 처럼 마구 확장하면 내 나라가 터지는 경우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문화(언어, 종교, 기타 등등)를 공유하지 않은 지역을 점령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역사상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원 주민들을 모두 쫒아내고 새로운 주민을 이주 정착 시키는 방법이지요.

물론 원 국가의 크기 대비 작은 지역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저렇게 넓은 지역이 대상이면..
쉽지 않지요.
21/12/01 19: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시키는 것 역시, 서구적인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 서구인이 보여준 오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키아, 서하, 중가르가 그랬듯이, 전근대에 '씨를 말리고 없애라'라는 것이 또 전근대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참 현대인에게는 씁쓸한 내용이고요.

역사가 대부분 '식민자'들이 정치/문화적 주도권을 쥐면서, 그 지역의 문물을 바꿔나가면서 발전한 것이겠지만, 또 '콩고'의 예시에 보이듯이, 대부분의 '현지인' 사이에 '총을 가지고 주도권을 가진 제국인'을 보내두는 행위는 또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지않은 결과로 이어지고는 했지요.

지금의 시대야, 서로 민족학살을 현대관료제와 화학무기를 가지고 몇번 해본 다음엔 '아이고 이걸로 국경선 정하기 놀이는 멈추고, 그냥 무역으로 상부상조합시다'라고 합의하고 세계화와 자본주의를 밀어주고 있지만, 민족주의의 귀신이 아주 죽은 것은 아니니 또 '국경은 사람비율로 정하는거 아니냐?'라고 총칼들고 우기기 시작할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역사와 지구는 다시 또 아름답지 못해지겠군요.

쉽지 않네요, 사람끼리의 역사 크크크크.
전자수도승
21/12/01 19:44
수정 아이콘
"Farce, 내 시간을 돌려다오!"

술술 읽다보니 시간 잘 가네요
BlazePsyki
21/12/01 19:51
수정 아이콘
레기온 세 개보다는 싼....가요? 크크크
21/12/01 20:11
수정 아이콘
약관에 따르자면, 환불을 해드리기에는 시간 초과입니다(?) 헤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오곡물티슈
21/12/01 19:46
수정 아이콘
마지막 짤방 찾다가 못 찾아서 포기했는데 여기서 보네요 크크크.
언제봐도 명짤방입니다.
헐리웃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게 블랙호크다운 같은 영화를 보면 분명 미국이 침략자 입장인데 관객인 우리는 미국 이겨라를 외치게 되죠.
21/12/01 20:14
수정 아이콘
그렇죠. 이런 기록도 철저하게 로마가 남긴 이야기로만 남아있는 것이고요. 그런 지독한 아이러니를 저는 좋아합니다.

불태우는 사람은 집이 불이 타지 않지요. 집이 불탄 사람은 남길 글도 집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귀한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가 아니여도 알아서 잘 전달하니까요~
aDayInTheLife
21/12/01 19:47
수정 아이콘
어디선가 중일 전쟁에 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들은 점과 선을 차지했지만 면이라는 측면에선 그들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였다.

면을,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려운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세계 정부, 세계 단일 국가에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뭐 지금과 같은 과학 기술이 교류의 수단은 되겠지만요.
21/12/01 20:2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본의 아시아주의는 참 괴상한 사상이지요. 너무 이상한 나머지 저도 한번 피지알에서 다뤄볼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아를 해방시킨다는데 도저히 일본인외 아시아사람들은 들어주지도 못할 제국주의였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압도적인 우위로 총으로 쏠 수 있다고 해도, 한발짝도 못 전진하는 것이 옳은 것이겠죠. 하지만, 이미 '인종청소', '인구교환', '공교육', '유튜브 영상'이 있는 시대에서, 저는 언제까지 '지역사고'가 남아있을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마치, 사라져가는 방언과 전설을 보는 것처럼요. 아프간의 신정주의는 결코, 인류가 우주에 나가서 별들에 씨앗을 뿌릴때, 우주에까지 퍼지지 못하고, 인류 역사에서 스러진 많은 단절된 사상처럼 사라지고 말겠지요. 세계 정부가, '문명화'의 성전을 나섰을 때, 우리는 그걸 비난할 수나, 다른 시점에서 볼 수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점에서는 우려가 됩니다.
21/12/01 20:18
수정 아이콘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1/12/01 20:26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더 끔찍하면서도 멋진 이야기로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1/12/01 20:27
수정 아이콘
아 로마인 이야기에서 봤던 내용이 다시금 생각나네요 십년도 더 전에 봤던 건데 드루수스라고 바로 생각났어요 크크크

점령과 점유의 개념은 문명인에게나 먹히는 거고, 비문명인을 상대로 점령이란 훨씬 더 가혹한 것이었네요.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비문명화된 갈리아를 찜쩌먹은 카이사르는 얼마나 대단한 역량이었던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21/12/01 21:06
수정 아이콘
갈리아는 이탈리아와 인접한 덕분인지 빠르게 문명화가 되었지만, 또 게르만족이 라인강을 넘어오자 순식간에 로마세계를 이탈해서 게르만 세계에 편입이 되었다가, 또 독일본토와는 다르게, 절반-로마(?) 프랑스 정체성을 만드는게 참 재미있지요.

크크크 로마인 이야기가 정말 잘 쓴 책이 맞나보군요, 오래전에 보신 내용인데 기억하신다니 대단합니다. 체제가 있으면 인수인계라도 쉽지만, 비문명의 지역에는 문명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하며, 대부분 '제국'은 그런 귀찮은 짓은 공들여 안하고 도망간다는게 참 복잡미묘한 현실이라고 봅니다.
Dynazenon
21/12/01 20:33
수정 아이콘
글이 참 재미있네요 잘 읽었어요
21/12/01 21:27
수정 아이콘
다음에도 더 이상한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가타이칸
21/12/01 20:37
수정 아이콘
이 주제와 연관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어느 유튜버가 한 말이 생각나는 군요....

'다인종 동일 문화 사회는 유지할 수 있어도, 다문화 사회는 절대 쉽게 유지되지 않는다'
Lord Be Goja
21/12/01 20:51
수정 아이콘
잉글랜드회사인 CA가 만든, 저시기를 다룬 게임인, 토탈워 : 로마2를 플레이 해보면 (1은 안해봐서 모르겠네요)로마가 진출했을대 가장 먼저 착수하는게 토착문화(종교)를 로마식으로 바꾸는거죠.스웨덴에 위치한 역설사에서 만든 게임도 새로운 동네에 진출하면 기존 지배자들을 그대로 인정할거 아니면 종교 문화는 우선적으로 다 바꿔버리죠. 안그러면 유지가 너무 힘들어지니까...
21/12/01 21:28
수정 아이콘
이런 어려운 절차를 자세히 잘 다뤄보려고, 역설사에서는 '임페라토르: 롬'이라는 엄청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와 반드시 해봐야겠어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무리 봐도 패치도 얼마 못하고 멈춘게 그냥 빅토리아 3를 위한 기술실증용이 맞았나봅니다 흐흐흐. 다음에는 다시 근대 이야기로 돌아와야겠어요.
파프리카
21/12/01 21:18
수정 아이콘
쉽게 유지되지 않는걸 최대한 구현했기에 '제국'이라 부르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1/12/01 21:27
수정 아이콘
크크,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국'이 괜히 역사에 몇개 안되는 강대국들인게 아니라고 봅니다. 로마 제국도 분명히 지금봐도 대단한 체제를 가진 국가였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물론, 시대의 한계를 초월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만요. 뿌리가 얼마나 깊으면 이천년이나 갔으니까요, 흐흐.
21/12/01 21:33
수정 아이콘
정말 멋있는 말이군요. '문화 헤게모니'가 중요해진 현대사회를 꼬집는 것 같기도하고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교류가 있지만, 현대국가는 그에 상승하는 관료제, 대중문화, 공권력으로 오히려 전근대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이 국민들의 '문화'를 통제하고 자율규제하지요.

로마인들이 돌아온다면 지금의 시대야말로 팍스 로마나를 구현하기 좋은 시대라고 평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의 후예인지, 참칭자들인지는 이미 수백년째 사람들이 논쟁을 해주고 있지만, 결국 민족주의 앞에 비극적으로 붕괴한 '오스만 제국'을 봐도 말씀해주신 말은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지요. '왕께서 통치하시는 일종의 콜렉션이야'라면서 관대하던 다양한 종교와 민족을 아우르던 전근대의 유목제국이, 민족주의 앞에서 결국 서로가 역적이 되고, 내부의 적이 되면서 내란과 내분에 휩싸이다가 결국 '터키인'이라고 하라고 통일하자, 라는 합의를 피와 총알로 완성했으니까요. 헤, 아타튀르크는 말씀하신 그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던 사람이었겠군요.
21/12/01 20:56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건조하게 보면 공세종말점을 넘어가서 그런거죠 뭐
21/12/01 21:22
수정 아이콘
아프간의 경우도 그렇고, '장거리원정 끝에 지친', 살수대첩 같은 것과 이런 경우는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군사적인 승리가 모자랐던 것도, 적을 무찌를 병기가 먼저 떨어진 것도 아니었죠. 다만 얼마나 이질적이고, 기존 체제와 어울리지 않은 지역을 엄청난 국력을 투자하면서까지 흡수하려고 하는가의 의지라고 봅니다.

그리고 의지가 나약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제대로 된 대제국이라면 이런 괴상한 원정보다는 더 제대로된 예산순위가 있는 것이 더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되는 강대국이겠지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이나 아프간도 미국을 멸망시키지 못했고, 게르마니아와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몇번의 큰 동방 원정이 실패했음에도, 로마가 결과론적으로 멸망하는 것에는 수백년, 아니 동로마까지 포함하면 천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식민지'의 경계는 제국마다 달라서, 영국이 인도를 내준것과 달리, 벨기에의 콩고와 포르투갈의 앙골라 같은 경우에는 정말로 국운을 결고 최후의 순간까지 전쟁했으며, 식민지에서의 패배보다 정권이 먼저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앙골라, 콩고의 사람들은, 게르마니아의 게르만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저히 이길수 없으며, 자신들을 쉽게 죽이고 핍박하던 강력한 군대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안을 벙벙해했죠. 아 그리고 이들은 개입사유가 있으면 다시 돌아와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고요. 다시 말해, 군사적인 한계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별로 정확한 시각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저는 오히려 군사학에 이런 개념을 다루는 개념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명확한 전쟁목표', '무찌를 주력 적군'도 없는 전장이요. '대테러전', '대게릴라전', '현대전' 등등 여러 개념이 이걸 설명하려고 하지만, 문명인이 결국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무도 못하지요 흐흐.
21/12/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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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저는 오히려 그래서 공세종말점이라는 단어가 더욱 적합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단어가 꼭 단순히 병력이 진출하는 한계선만을 말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문화적인면에서든 경제적인면에서든 공세종말점이라는 개념은 쓰일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군사적인 힘이있어도, 어느선이상으로 가지못한다면 역시 공세종말선이 거기까지인거죠

종합적인면에서 말입니다
21/12/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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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긴 합니다만, '공세종말점'은 매우 구체적인 군사용어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의미를 확대하시는 것은 올바른 활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세력권', '영향권', '문명세계', '패권 (근대 이후의 이념적인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긴 합니다만)' 등 다른 단어가 의도하시자 하는 개념을 더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세종말점'의 개념 자체가 종심(흔히 깊이로 번역하는 영단어 depth의 다른 번역어입니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게르마니아로의 보급은 설명할 수 있지만, 베트남과 아프간의 경우에는 미군의 보급 종심의 문제였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비록 최상의 보급로에서 전쟁을 치른 것은 아니며, 저도 인지하기로는 특히 아프간으로의 보급은 확실히 미군의 전투 능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수대첩이나, 벌지대전투의 역습과는 달리, 미군이 보급에 허덕여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궤멸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철군한 이유는 철저히 정치적이었고, 직전까지의 전투에서도 훌륭한 '공세'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의 정치적 전환점이 된 '테트 공세'의 경우 베트콩 주력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혔을 정도로, 미군은 결코 전쟁수행능력에 피해를 입거나 한계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음, 물론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입장 차이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합니다.
21/12/01 22:28
수정 아이콘
아뇨 강하지않습니다 흐흐

네 뭐 그런거죠 클리셰라는 단어가 꼭 영화에서만 쓰여야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런의미로 넓게 쓸수있다고 봅니다
라흐마니
21/12/01 21:34
수정 아이콘
비슷한 느낌으로 역사로 전해지지 않는 조선-여진 간의 스토리도 얼마나 많을까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1/12/01 21:59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갑자기 용비어천가를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만주 국경지대가 생각나더라고요, 흐흐흐. 그 시대를 다루는 창작물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의 최전선, 절박한 사람들, 척박한 땅... 그야 말로 피가 끓어올라오는 소재겠군요! 다음에도 비슷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퀀텀리프
21/12/01 22:15
수정 아이콘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물량을 폭발시켜 로마를 먹어버린 게르만이라.. 저..그 ?
21/12/0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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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족이나 튀르크인들이 그랬듯이, 결국 이들은 수백년 존버를 하면서 주변 문명세계의 기술을 흡수하고 교류하면서 자신들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결국 서로마가 무너질 때쯤에는 결코 서로 수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존재들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서로마 지역들이 순식간에 프랑크 왕국이니, 서고트 왕국이니, 반달 왕국이니 하면서 동화되고 떨어져나가고요.

중세 자체가 암흑기였다기 보다는, 소빙하기를 포함해서 서로마의 패망이 질서있기는 커녕 아주 수준급 난세였기에, 그 피해를 수습하는게 중세였고, 그게 바로 극복되자마자 근대로 이행한게 아니냐는 꽤나 중세를 너그럽게 보는 관점이 요즘에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리 근대인들이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로마이지도 제국이지도 않다'라고 비웃었지만, 서유럽의 풍요는 결코 '더럽고도 미개한 중세'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한게 아니었지요.

어쩌면 그냥 서유럽자체가 엄청난 진화와 발전의 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다만, 그런 지역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무질서와 무의미한 전쟁의 황무지였다니, 정말 역사는 재미있습니다.
abc초콜릿
21/12/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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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쓸 데 없는 태클일 지도 몰르겠지만 서로마 말기의 게르만족이란 로마인과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 아닌 그냥 로마인 자체였습니다. 상당수의 게르만족 출신들이 로마 군대에 입대 해서 입신양명 했고, 장군도 해먹고 재상도 해먹었지만 그들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옛 동포들을 딱히 동포라고 여기지도 않았죠. 그저 야만족이었을 뿐.

오히려 서로마가 마지막으로 치닫는 동안 그 최후의 서로마를 지탱하던 최후의 로마인들은 하나 같이 옛 야만족 출신들이 수두룩 빽빽하죠. 이것이야말로 로마가 왜 제국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는 지를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정복 당한 옛 노예들이 결국엔 과거의 정복자들이 가졌던 모든 것을 빼앗는 그 이상 갈 수 없는 최고의 복수를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구요
21/12/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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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스틸리코 장군님 그러게 왜 찬탈을 안하셨어요. 진정한 로마인이 될 수 있었는데요...
abc초콜릿
21/12/0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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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로마의 민속놀이인 내전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스틸리코는 한낱 야만인에 불과했음이 증명 가능합니다.

물론 농담이고 점점 맛이 가다가 완전히 맛이 가버렸던 5세기에도 서로마는 멸망이 코앞에 닥친 나라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을 보여주며 수많은 도전자들을 거꾸러뜨렸습니다. 그것도 서로마가 일치단결 하여 최후의 힘을 쥐어짠 결과도 아니고 이 와중에도 열심히 자기들끼리 치고 받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서로마의 위정자들이 조금만 더 제정신을 붙들고 있었더라면 서로마는 멸망하던 순간까지 이탈리아-달마티아-갈리아 남부의 수백만 인구를 통제하고 있었고 이것으로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했을 텐데, 아까도 말한 그 최후의 로마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는 고사하고 그런 뛰어난 인재들이 자기들끼리 치고박다 죽게 만들었죠.

그리고 독일 땅의 경우에는 상당히 최근까지 똥땅이었습니다. 독일이 유럽 한복판이다보니 온갖 부침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독일 땅은 프랑크 왕국 내에서도 똥땅 취급이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알짜배기 땅 취급이었죠. 독일이 유럽의 중심이 된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지만 독일이 유럽의 중심이 될 만큼 강력해진 건 불과 150년도 되지 않은 매우 짧은 기간이죠.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유럽의 중심은 이론의 여지 없이 프랑스였으니까요
21/12/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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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로마에 대한 아쉬움은 확실히 삼국지 만큼이나 기나긴 재밌는 떡밥이군요 크크크. 아 정말 아쉽습니다. 동로마도 수백년 더 간 것을 보면, 서로마도 저력이 없지는 않았을텐데 정말로 망하라고 암군 연타를 주니까 뭐 망해야지요 흑흑.

중세 성기의 신성로마제국은 실질적인 서유럽의 제왕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경제 통계를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했는데, 검색어가 알맞지 않은지 잘 안 찾아지는군요... 전근대 경제사에 대한 이야기도 참 재밌을 것 같지만 제가 아는게 적은 것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이븐할둔
21/12/0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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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하자면 제가 읽은 책들에선 동로마와 달리 서로마가 버티지 못한 두 가지 이유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1. 비옥한 동로마제국의 핵심 영토인 발칸반도/아나톨리아에 비해 서로마 지역의 핵심 지역인 이탈리아/갈리아는 생산성과 인구 부양력이 떨어진다. 2. 동로마 지방의 유력자들은 페르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제국 정부에 협력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다. 반면 서로마 지방의 유력자들은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게르만 부족장과 제휴하는 쪽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라고요.
만취백수
21/12/0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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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가 그 체제 안정성 하나만으로 에게해 와 흑해 연안의 핵심지의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과 후퇴를 반복했던걸 생각하면, 서로마도 정치 체제의 안정만 유지했더라면 어떻게 됬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아... 아틸라 토탈워 마렵다.
어둠의그림자
21/12/0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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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넷플릭스 바바리안을 추천해봅니다.
21/12/0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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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의 반란을 주도했던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를 국뽕(문화권뽕?)을 섞지 않고 담담하게 다루는 정말 좋은 전통 사극이었지요! 인빅타 채널도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에 꽤나 분량을 할애했는데, 저는 어쩌다보니 분량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를 통편집해버렸습니다. 흑흑.

게르만 사람들 시점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분은 넷플릭의 바바리안! 정말 추천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1/12/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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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cta 정말 재미있죠. Kings and Generals, Epic History TV 와 함께 저도 즐겨보는 채널입니다.

을유문화사판 「어둠의 심연」커버아트가 무척 흥미롭네요. 파생작품의 이미지를 원작에 가져다 쓴다는게 뭔가 요즘말로 하자면 메타적으라고나 할까요.
21/12/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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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이 그냥 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 수 있던 것을, "지옥의 묵시록"이야말로, 자신의 문화에서 벗어난 식민주의자의 붕괴와 문명화의 허망함을 다루는 식으로 작품 자체에 대한 논의를 크게 넓혔다고 저는 봅니다. 어둠의 심연은 말씀하신 것처럼 '메타적'으로 비평할 여지가 많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pic History TV는 저는 처음 들어본 채널이군요. 구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군-
21/12/0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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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소리지만 라틴어는 뭔가 어감이 멋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도 몇가지 일이 정리되면 법인을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인데, 회사이름은 꼭 라틴어로 지을겁니다!!
21/1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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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크, 사어 특유의 멋짐이 있지요. 단어의 뜻이 이상하게 바뀌지도 않을테니 단어를 잘 고르시면 정말 멋있겠네요!

다만, 저는 라틴어를 생각하면 이게 생각나서 웃음이 막 올라오곤 합니다.https://youtu.be/oa5nG4-L_BI 크크크크크크크
-안군-
21/12/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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엌크크크크크크...
21/12/0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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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독일 땅은 꽤 기후가 온화하고 비도적당히만 내리는 그런땅이고 철학서적이 베스트셀러가되는 땅인데 야만적이고 살기도팍팍한 땅이라는 표현이 믿기지가 않은 느낌이에요 아우구스투스즈음 독일보다 지형도괴팍하고 겨울에얼어죽고 여름에타죽는 한반도에는 그 이전부터 고조선이란 나라가 있었는대말이죠.
어둠의그림자
21/12/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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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의 시선에서 게르만이 야만적이라면, 고조선도 별반 다를것은 없었을 겁니다.
21/12/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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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부족이아닌 국가 구색을 갖춘게 차이로느꼈어요 전 그래서쓴 댓글입니다 히히
21/12/0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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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문명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존재만이, 그 국경선의 끝에 서서 '야만인의 땅으로 우리가 걸어들어가다니 미쳤다'라고 뇌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을 침공하던 몽골군도, 요동정벌을 따라가던 고려군도, 나선정벌 때 조선군과 그걸 상대하는 러시아 코사크들도 다들 그리 생각했을 것이며, 날씨는 괴상하고, 풍토병은 창궐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하고는 했겠지요.

막상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텐데도 말입니다. 베트남이나 아프간도 기후가 절대적으로 인간이 서식이 불가능한 그런 마경은 아니니까요. 어떤 미군 할아버지는 한국을 장진호만 기억하시겠죠. 저는 그래서 전쟁이 총알보다 무섭습니다.
마프리프
21/12/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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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봤습니다.
21/12/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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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깃털달린뱀
21/12/0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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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는 말이 단순 표어가 아니라 절절한 현실의 표현이라는 게 가슴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옛날같이 게임처럼 1:1 맞다이! 총력전!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그 뒤 배경을 보기 시작하니 이 다채롭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혼란한 상황이 너무 재밌습니다.

이런 쪽을 보면 볼수록 과거인은 단순 미개인이 아니라, 그거 기술과 제도의 제약이 있을 뿐 우리와 동등한 지성을 가진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솔직히 제가 그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는 절대 아니라고 봐서 흐흐. 시간의 간극을 빼고 보면 지금 기준으로도 초인들이니.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유튭 채널 추천도 감사합니다. 틀고 들으며 잘 영어 유튜브 채널이 늘었군요 흐흐흐. 완전 제 스타일이라.
21/12/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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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요즘엔 많이 현대인 천재론 같은 이야기가 죽긴했죠 크크크크. 대체역사 같은 소재에서도 '아니 현실에서 이걸 어떤 천재가 해결했다고? 아니 현실 전개가 이랬다고?' 하면서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요. 흑흑,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혼란해지니, 과거의 편린조차도 속편하게 보지 못하고, 이런 이야기는 널리널리 퍼지니 정말 저에게는 좋은 일이군요.

인빅타 채널 좋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인빅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에도 더 좋은 소재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이븐할둔
21/12/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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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옛날에 읽은 책 중 하나에선 티베리우스가 게르마니아 정복을 중단시킨 이유를 "게르마니쿠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서술하더군요. 저도 그 견해에 제법 동감하는 편입니다. 물론 인간은 저녁밥 먹을 때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지라, 정복이나 후계 구도 정리 쯤되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하겠지만요.
지구 최후의 밤
21/12/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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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혹시 본문에 링크된 바바리안 드라마도 추천하실 만 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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