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만에 와이프가 애 데리고 시댁을 가서.. 새벽인데 잠이 안오네요...
오늘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 써보려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니 별로 읽고 싶지 않으시거나
관심 없으시다면 목록 누르셔서 더 유익하고 알찬 글 읽으셔도 됩니다..
반말좀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항상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그 날은 온가족이 다 개박살 나는 날이었으니...
근데 사흘이 멀다하고 술을 먹고 와서 온 집안 뒤집는 건 주간 행사였다..
엄마는 엄마대로 구타당하고 쫒겨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두드려맞고 벌 서고 잠 못자고 다른 집에 도망가고...
말 그대로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져서 생활했다..
그 와중에도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때문이었다.
그렇게 심한 폭력과 욕설과 괴롭힘에도 우리 어머니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우리가 올바로 자라기를 바라셨다.
남편이란 작자가 삼일이면 벌어올 돈을 벌기위해 한달 내내 일을 하셔야 했다..
그 남편이란 작자는 술쳐먹고 자빠져 자고 있는데 어머니는 아침을 준비하시고 우리를 챙겨서 학교 보내고 출근을 하셨다.
아빠는 용접사였는데 그 당시(90년대 초) 하루 일당으로 10만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근데 일을 한달에 정말 삼일정도밖에 안한 거 같다..
너무 너무 게으르고 술 좋아하고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던 쓰레기같은 사람이었다. 그 때는 어린 나이라 잘 몰랐지만 지금 아이를 키워보니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너무 열받아서 꼴도 보기 싫다.. 어머니는 이제 그만 용서하라고 하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온 가족이 화목하고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었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고작 초등학교 2~3학년이던 내가 그날도 북어마냥 쥐어 터지고 엄마랑 내쫒기듯 도망쳐서 아빠라는 작자가 잠들 때까지 동네 구석에
숨어있던 생각이 난다.. 엄마랑 동네 구석에 앉아서 울면서 "엄마 그냥 우리 두고 도망가" 그러면서 엉엉 울었다..
엄마가 맞는게 너무 너무 싫었고 내가 힘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발 빨리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엄마는 종종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단 한번도 내 소중한 아이들을 놓고 떠나는 걸 생각해보신적이 없다고 했다..
너무 너무 예쁘고 소중한 아이들이 자기 없으면 어떻게 살까 걱정되서 도저히 그냥 떠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는 정말 우리를 사랑해주셨지만 그만큼 엄하게 키우셨다..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자라도록 본인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하셨다..
그 어머니를 보면서 나도 버텼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위해 정말 노력했다..
어렵고 힘든 환경이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밝게 지내기위해 노력하셨고 항상 우리와 시간을 보내주시려 최선을 다 하셨다.
일하랴 살림하랴 애들 돌보랴 남편이라는 작자 챙기랴...
그러다 내가 중2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해준 마지막 선물이 있다면 본인이 일찍 세상을 떠난 거다..
안그랬으면 그런 어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붕괴되서 편협하고 부족하며 온갖 나쁜짓 저지르며 사는 양아치가 되어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아무튼 아버지가 죽고나니 당장의 생계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지독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라진건지 우리 가족은 더 밝아지고 끈끈해졌다.
어머니는 우리를 위해 충분히 헌신적이셨지만 더 사려깊고 헌신적으로 보살펴주셨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로를 고민할 때 괜찮은 조건의 기업으로 취직을 나갔다..
그럭저럭 어린 나이지만 저축도 하고 먹고 살수는 있었으니 좋은 회사였겠지.....
그렇게 모은 돈으로 대학교 가겠다며 그만두고 대학교도 다녔고 군문제때문에 휴학하고 어머니랑 누나랑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 몇년만에
다시 모여 살게되었다..
나름 아르바이트도 좀 하고 누나는 회사 다니고 어머니도 타고난 생활력으로 본인 하실일 하셔서 나쁘지 않게 행복하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하게 됬다.
아빠 이야기가 나오고 고생한 이야기가 나오다 내 코가 비뚤어진 이야기가 나왔다..
난 심각한 비염이 있었는데 특히 내 코뼈가 휘어서 비염이 더 심했다.
근데 어머니가 옛날 이야기 하다가 내가 아빠한테 따귀를 맞아서 날아간 게 생각이 나셨나보다..
그때 따귀맞고 날아가면서 코피까지 터졌는데 아무래도 그 때 너무 쎄게 맞아서 코뼈가 흰거 같다면서 속상하다고 울먹이셨다..
그렇게 고생한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난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못 참아서 부들부들거리며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데 그 날도 어김없이 아빠이야기때문에 열받아서 부들거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도 속상하신지 또 울먹이셨다..
"우리 아들 딸 이렇게 이쁘고 소중한데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어렸을 때 안좋은 기억만 많이 나게 해서.. "
그 때 내가 그랬다. 어렸을 때 고생하고 맞고 도망다니던 설움이 생각나서 감정이 조절이 안됬는지..
"그러니까 왜 아빠같은 사람 만났어. 그러게 왜 낳아서 자식들 고생을 시켜!!"
이딴 말을 내뱉었다.. 물론 말 하자마자 아차 실수했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엄마가 능력도 없는데 낳아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우시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누나는 할 소리 안 할소리 따로 있지 그딴 소리를 하냐며 화를 내고...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버렸다...
그 날은 결국 유야무야 지나가버렸지만 참 후회되는 일이다...
벌써 9년은 된 것 같다.. 저 말을 한지...
그리고 9년째 후회가 된다.. 왜 저말을 한지...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하셨고 얼마나 노력을 하셨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자신을 포기하셨다는걸
실제로 보고 느끼고 알면서 도대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최근에 아내와 맥주 한 잔하며 이야기 하다 이 이야기를 해주며 울었다..
그런데 아직도 어머니께 사과하지 못했다고...
어머니의 그 슬프고 미안한 표정이 도저히 잊혀지지 않아서 후회스럽다고...
아내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여보. 용기내서 어머니네 가면 꼭 이야기 하세요.. 죄송하다고.. 절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꼭 이야기 하세요"
라고 하며 같이 울었다..
하.. 어머니에게 어찌 이야기를 해야할까...
얼마전에 정말 오랜만에 혼자 어머니댁 근처에 일이 있어서 일 끝나고 어머니께 갔었다.
어머니랑 같이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머니를 꼭안고 사랑한다고 말 해드렸다.
그 때 사과도 같이 할걸...
머리가 나쁜지 그 때는 기억이 안났는데...
다음에 혼자 또 어머니네 가게되면 그 때는 꼭 이야기 해야겠다..
내일로 내일로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어머니가 눈 감고 이 세상 떠나시는 날까지 못하면 얼마나 슬프고 후회될지 모르니....
이번에는 정말 꼭 해야겠다.....
이번엔 정말 할겁니다..
어미니께서는 기억 못하실 수도 있지만... 날 낳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고.. 언제나 훌륭한 본으로 생활해주셔서 우리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고.. 그 때 했던 생각없는 말 정말 죄송하다고... 꼭 이야기 할겁니다..
이건 저에 대한 다짐입니다.. 더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참 어렵네요.. 어머니 붙잡고 사과하는게.. 좀 많이 쑥스러워요..
저도 아직 못했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셨다면 꼭 용기내셔서 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하고싶어도 못하는 때가 와서 너무 후회되지 않도록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8-24 17:2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