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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3/30 02:26:56
Name 피우피우
Subject 소소한 학부시절 미팅 이야기 (수정됨)
[미팅.. 나에겐 거의 청춘과 동의어야]

예전에 미팅에서 만났던 사람이 조만간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에 대한 소회를 올린 내 SNS 글에 친구 B가 단 댓글을 보고, 나도 모르게 깊은 공감의 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도 미팅은 '청춘'과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I성향 집돌이였던 나는 대학에 와서도 약속이랄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미팅에 나가자며 불러내면 무조건 OK를 하곤 했다. 그렇게 튕기는 일 없이 나를 부르는 미팅 자리에 매번 나가다보니 자주 함께하게되는 일종의 '크루' 같은 그룹들이 생겨버렸고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몇몇 인싸 크루원들을 통해 꾸준히 미팅이 공급되곤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 대학교 동기들, 그리고 동아리 친구들로 이루어진 각각의 크루의 일원으로서 다년간 성실히 참여를 하다보니 어느새 학부 때 나간 미팅 횟수가 세 자리에 달하게 되어버렸다. 150번 가량 한 이후로는 세는 것을 포기했으니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아마 200번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계산해보니 연애를 하던 시기를 제외하고 매주 한 번씩은 꼬박꼬박 미팅에 나간 셈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체감도 계산과 얼추 비슷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내 청춘을 표현하기에 '미팅'보다 더 좋은 단어도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미팅은 내게 청춘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 때부터 쭉 극남초 환경에 있었던 내게 남녀가 주고받는 미묘한 시그널과 스파크로 가득한 '청춘'이라는 단어는 비일상 그 자체였는데 미팅은 이런 비일상을 제한된 세트피스의 형태로나마 맛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에 더욱 그랬다. 꽤 소심했던 나는 외부활동이나 각종 모임보다는 주로 과생활을 했고 취미는 게임이었으며 클럽이나 헌팅술집도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비일상'을 대부분 미팅으로만 경험하곤 했다. 첫 키스, 첫 연애, 두 번째 연애 같은 경험들이 그런 비일상의 한 종류였고, 여자끼리 키스를 하는 것을 목격하는 강렬한 비일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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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자친구였던 S는 새내기 때 미팅에서 처음 만났다. 그녀를 처음 만난 미팅은 갓 대학에 들어와 아직 서툰 남녀들간의 만남이었던데다 몇 가지 돌발상황까지 생겨서 대충 망한 미팅으로 흐지부지 되었었다. 그리고 이듬해, 친구 대타로 상대의 학교와 과, 나이도 모르고 생각없이 나간 미팅에서 S를 다시 만났다. 그녀가 먼저 날 알아봤고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다행히 그날 미팅은 전 해의 그 미팅과 달리 재미있었고 난 S에게서 번호를 받아왔다. 그녀를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 마치 운명같이 느껴졌으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느꼈던 건 단순히 그녀가 예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S를 만나면서 몇 가지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아니라 내 옆을 걷는 S를 향하는 시선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S를 몇 번 만난 뒤 나는 생애 첫 고백을 위해 하루 전부터 미리 데이트 장소를 답사하고 나름대로 멋진 멘트들도 준비했다. 하지만 결전의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덜덜 떨며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우리 사귈래?" 라는 짧은 한 마디 뿐이었다. S는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고 웃으며 그러자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각하지도 못한 채 멍한 상태로 돌아오다가, 집에 거의 다 와서야 내 감각이 이상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빛과 색채가 이전보다 훨씬 선명했고 소리는 평소보다 더 멀리서 들려왔다.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의 달빛과 몇 개 보이지도 않는 별빛이 그렇게 어지럽고 강렬할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황홀함이 무엇인지 알았다.

시선을 받는 느낌과 황홀함이라는 감정에 이어 세 번째로 알게 된 것은 연인이 꼭 비슷한 크기의 마음을 가지고 사귀는 것은 아니라는 냉혹한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예쁘고 쾌활하고 감정이 풍부하고 자신감도 넘치는데다 롯데 자이언츠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기까지 했던 S는 조용한 겜돌이였던 내겐 과분한 존재였다. 나는 S를 만나는 내내 서로 마음의 크기가 너무 다른 것 같다는 불안에 시달렸고, 이 불안감은 무섭게 적중하여 몇달 간의 짧은 연애 끝에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의 데이트를 마지막으로 S는 이별을 고했다.

난 한동안 이별의 후유증을 '슬픔의 소환사의 협곡 접속'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승리의 잔나를 얻기 위해 협곡 대신 뒤틀린 숲에서 금장을 찍는 꼼수를 써야했던 (이 때는 골드가 아니라 금장이었다) 내 실력은 빠르게 일취월장하여 시즌4에 이르러선 당당히 다이아몬드 티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런 실력자가 된 덕에 가끔 과 내에서 친선 롤 대회가 개최되면 (많아봐야 세네 개 정도의 팀이긴 했지만) 나는 한 팀의 주장으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로서의 롤 실력이 선후배들과 교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걸 생각해보면 S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반쯤 농담으로 얘기하긴 했지만 실제로 S를 만나면서 있었던 모든 기억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지금도 내 첫사랑이 S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첫 연애치곤 썩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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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를 한 것도 미팅에서였다. S와 사귀기 전의 일이었는데, 문제의 미팅은 1학년 2학기 때 쯤 나갔던 미팅이었다. 그날도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서로 술이 꽤 들어가고, 어떤 비범한 친구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친구 중 한 명이 왕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도중 여자 n이 남자 m에게 입으로 얼음을 옮겨주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이 때 n은 J였고 m이 나였다.

J는 조금 민망해하더니 이내 사각얼음 하나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J가 얼음을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 나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나 아직 키스 안 해봤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 이걸 키스로 쳐야하나? 싫다고 하면 안 되나? 분위기 망치겠지? 이거 수위가 이게 맞나? 등등.

그렇지만 나는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편이었고 J는 꽤 귀여웠기에 별 저항없이 그녀와 입술을 맞대고 작은 얼음조각 하나를 입에서 입으로 건네 받았다. 차가운 얼음에 뒤이어 따뜻한 혀가 들어왔고 고맙게도 내 입 속에서 몇 번 휘감아 주었기에 나는 그것을 '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몇 번의 '첫 키스'가 더 있기는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진짜 첫 키스는 언제나 이것이었다. 설렘 따위는 전혀 없었고 어버버 당황하다가 얼떨결에 하게 된, 제대로 된 키스도 아닌 어설픈 입맞춤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 첫 키스는 이것이었다.

당연히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천천히, 그리고 달콤하게 혀를 섞는 풋풋하고 예쁜 첫 키스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게 내 첫 키스라는 게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첫 키스를 이렇게 한 덕에 키스에 대한 부담이 깨끗이 사라져서 그 뒤로는 조금 더 가볍게 키스를 시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배치고사를 망하고 나면 어차피 점수 조졌다며 부담없이 랭크를 돌릴 수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처음 30레벨을 찍고 감격에 찬 상태로 랭크 큐를 돌려 첫 배치를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처음 해보는 밴픽과 웅장한 랭크 전용 BGM에 벅차오르던 내 전율을, 퍼블 따이자마자 즉시 탈주해버린 우리 팀 정글 워윅이 처참히 깨부숴주었던 기억이다. 환상은 일찍 깨질수록 오히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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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이야기와 이어지는 것이지만 미팅과 키스라고 한다면 내겐 굉장히 강렬한 기억이 하나 있다. 그건 과 동기가 자기 고등학교 친구들과 하라고 잡아준 3:3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그 미팅도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사실 당연한 거지만, 인상적인 기억은 주로 즐거운 경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때도 술을 마시다가 왕게임을 시작했다. 몇 번의 턴이 돌았고 제비를 뽑아 k번과 l번이 키스를 하라고 했는데 하필 둘 다 여자였다. 안 해도 되니까 다시 제비를 뽑자고 했지만 여자 둘은 굳이 하겠다면서(?) 키스를 했다. 너무 신기해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봤는데 입술만 맞대는 게 아니라 분명 혀도 넣었고 꽤 진한 키스였다. 아니 고등학교 친구들 아니야? 저게 돼? 온갖 의문이 떠올랐지만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 보는 지리는 광경에 자연스럽게 텐션이 올라갔고 왕게임 또한 즐겁게 계속 돌아갔다.

그러다 이번엔 제비뽑기의 결과 나와 내 친구 L이 키스를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우리는 경악을 하며 맥주 500에 소주 말아서 원샷을 할테니 넘어가주면 안 되겠냐고 애걸했지만 여자들 쪽에선 완강하게 자기들도 키스를 했으니 우리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하기로 했으나 나와 L은 죽어도 남자끼리 키스를 하기는 싫었고 어떻게든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각도를 조정하면서 키스를 하는 척만 했다. 아마 여자들도 우리의 눈물겨운 연기를 눈치챘겠지만 그렇게 애를 쓰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그냥 넘어가 주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미팅이 끝나고 L과 나는 따로 해장국을 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우리는 인상을 찌푸려가며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던 순간 느꼈던 생리적인 거부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나는 그동안 내가 아직 동성애를 겪어보지 않은 양성애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는데 이 일 덕분에 이성애자로서의 성적 지향을 확립할 수 있었다.

서로 키스를 했던 두 여자 C와 Y 중 Y는,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일본의 모 유명 AV 배우를 꼭 닮은 사람이었다. L은 처음 여자들을 봤을 때부터 내게 몰래 Y가 그 AV 배우와 닮았다는 얘기를 하며 (물론 나도 매우 공감할 수 있었다.) 노골적으로 Y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팅 자리가 파하기 전에 Y에게서 번호를 받아낸 것 같았다.

L은 Y에게 애프터를 신청했고 둘은 나중에 우리 학교 근처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미팅을 주선해준 과 동기 D가 마침 그 주변을 지나가다가 잠깐 L과 Y가 만나는 자리에 합석했는데, 여기서 Y는 너무 늦으면 안 된다고 10시쯤 집에 가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D가 "야 너 지금 안들어가도 되잖아~" 라며 일침을 가했고 무안해진 Y는 좀 더 오래 있게 되었는데, D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L과 Y는 한참동안 술을 마셨고 결국 둘은 L의 자취방으로 자리를 옮겨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L은 나중에 내게, 학교 다니면서 D가 그렇게 고마웠던 적이 없었다는 말을 했다. 나는 C와 애프터를 했다가 망했기 때문에 더욱 더 L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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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재미있는 기억은 X여대 Z과와 관련된 기억이다. 언젠가 X여대 Z과 사람들과 했던 미팅에서 H라는 친구와 친해졌는데 이 친구가 자기 동기 및 후배들과 미팅을 몇번 더 시켜주기도 했고, 나는 나대로 다른 크루들과 나간 미팅에서 뜬금없이 그 과 사람들을 두 번인가 세 번 더 만나기도 하면서 어쩌다보니 X여대 Z과와 미팅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다. Z과가 한 학번에 20명이 조금 넘는 소형 과라는 걸 고려하면 정말 많이 했던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H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내가 그쪽과 미팅을 워낙 많이 해서인지 Z과 엠티에서 내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나와 미팅을 해보고 싶어 했고, 마침 나랑 한 번 더 미팅을 하고 싶어 하던 친구도 한 명 있어서 네 명이 모였으니 얘네랑 미팅 한 번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들어오는 미팅은 절대 마다하지 않는 나였기에 당연히 크루원들을 모아 미팅에 나갔다. 사실 난 이 미팅에 큰 흥미는 없었는데, Z과 사람들을 이미 너무 많이 만나보기도 한 데다가 나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했다는 E에게 내가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E는 아니나다를까 미팅 자리에서 내게 대시를 꽤 했는데 나는 하루 적당히 놀다 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의 대시를 대충 차단했다. 그런데 그렇게 놀다보니 E가 어느새 내 친구 L과 (위 에피소드의 L과 동일인이다.) 붙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L은, 내게 관심을 보이는 E와 E에게 별 관심이 없는 나의 관계를 파악하고 인터셉트 할 각을 재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E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평소에도 이런 식의 각을 보는 능력이 출중한 L이었기에 그 칼같은 인터셉트 각에 감탄하며 과연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친구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 미팅에서 내 파트너였던 K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너무 당당하게 약지에 반지를 끼고 와서 자연스레 알게되었는데 "남자친구 있는데 미팅 나와도 돼?" 하고 물어보니 "뭐 어때" 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이전에도 남친 있는 여자가 미팅에 나온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에 나도 "그래 뭐 상관없지" 라고 대답하고 계속 놀았다. 나도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를 데리고 미팅에 나가본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태클을 걸 만한 입장도 아니었고 말이다. 사실, 그 자리의 여자들 중 K가 제일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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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여러가지 경험이 있었지만, 사실 미팅이란 게 은근히 정형화된 루틴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게 그거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청춘이라는 것도 애초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들이 전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이따금 비일상에 가까운 강렬한 스파크가 튀듯, 미팅을 하면 할수록 출석체크하는 것마냥 기계적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위의 에피소드들 같은 인상적인 일들이 가끔 생기곤 했다.

그렇지만 물에 물 탄듯 평범하기 그지없는 미팅이더라도 역시 의미는 있었다. 내가 미팅 장소로 애용하던 강남역의 한 술집에서 흥하지 못했지만 망하지도 않은 애매한 4:4 미팅을 끝내고 11시 20분 쯤 밖으로 나와, 이미 술을 진탕 퍼마셨지만 도수 낮은 맥주 한 잔만 더 마시고 싶은 뜨뜻미지근한 기분이 되어 괜히 "후.. x발" 하고 낮게 욕을 한 마디 내뱉으면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미정국수 0410이 눈에 들어오곤 했다. 그리고 습관처럼 친구들에게 "야 국수 한 그릇만 먹고 가자" 했을 때 두 명 정도는 그냥 집에 가고, 남은 친구 한 명과 제일 싼 3000원 짜리 멸치국수 한 그릇을 시켜먹으며 오늘은 누가 제일 괜찮았다느니 하는 값싼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자면,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내 삶이 소설 속의 한 장면같이 느껴지곤 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기억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이 장면들이 미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누가 뭐래도 내게 청춘의 동의어는 '미팅'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2-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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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달린뱀
22/03/30 02:39
수정 아이콘
흑흑 부러운 청춘이네요.
후속도 기대하겠습니다?
피우피우
22/03/30 09:1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코로나아웃
22/03/30 08:4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소소한 예전 미팅 기억들이 나네요

왕게임은 해본적 없지만
이미지게임류들
진실게임 비슷하게 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피우피우
22/03/30 09:17
수정 아이콘
글엔 왕게임만 적어두긴 했지만
사실 저도 은근한 걸 좋아해서 이미지 게임이나 귓속말 게임같은 게 더 재밌었어요.
왕게임은 아무래도 너무 노골적이라.. 누구 한 명이라도 꺼려하면 할 수도 없구요.
코로나아웃
22/03/30 11:52
수정 아이콘
제대로 해보고 싶었던..부러움과 아쉬움이 있어서요 크크

귓속말 게임이면
이미지게임류 아닌가요?

옆사람에게 질문하고 그 사람이 누구 찍고
질문 궁금하면 술먹고요

이게 제일 재밌었던 기억이있네요 그립
피우피우
22/03/30 14:03
수정 아이콘
네 그 게임 맞습니다.

계속 한 사람만 고르게 하면 루즈해질까봐 중간중간 1,2,3,4위 순위 뽑으라고 하는 식으로 바리에이션 좀 주기도 하고 그랬어요.
이야기하다보니 술게임하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크크
구라리오
22/03/30 08:58
수정 아이콘
집돌이가 왜 미팅을 나가죠?!
말해봐요...
집돌이가 무슨 미팅을 200번 넘게 나가요...
피우피우
22/03/30 09:19
수정 아이콘
다른 약속이 없다보니 부르면 다 나감 -> 무조건 머릿수 채워주는 신뢰의 멤버 -> 고정멤버 이렇게 되었습니다 크크
Zeegolraid
22/03/30 09:01
수정 아이콘
추억 돋네요.
저는 대학교때 5:5 미팅에서 만나서 5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학고팅으로 진행했고 저는 와이프를 1지망 썼는데 나중에 결혼하고 알려주더라고요. 자기는 내가 2지망이었다고...쩝...
99년에 만나서 2004년 결혼하고 지금 딸하나 아들하나 낳고 아직까지도 신혼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어이구...만난지 벌씨 23년이구나...세월 참 빠르네요.
피우피우
22/03/30 09:27
수정 아이콘
미팅으로 만나서 사귀면 연애하면서 그 미팅 얘기하는 재미가 또 있죠. 그래도 5:5에서 2지망이면 꽤 선방하셨군요!
아직도 신혼같으시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22/03/30 09:17
수정 아이콘
소개팅은 많이 해봤는데
미팅은 한번도 못해봐서 아쉽습니다
브루투스
22/03/30 09:18
수정 아이콘
미팅을 나가는 것 자체가 기만아닌가요?ㅜㅜ
브리니
22/03/30 09:21
수정 아이콘
여기도 빼앗겨버린 x시리즈가 있네요 미팅을 200번이나 한 아싸 겜돌이라...저는 미팅에 관한 안좋은 기억이 있는데 저 때에도 남자가 술값을 거의 다 내는 분위기었는데 한번은 진취적인 동기 a가 여자한테 돈을 걷었다가 나중에 주선자에게 옩갖 욕을 들었다고...글쓴이분은 비슷한 또래같은데 비용을 어찌했을지 궁금하네요
피우피우
22/03/30 09:25
수정 아이콘
저희는 남녀 다 똑같이 내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그거 얘기하면 양심에 좀 찔리는데, 저는 1,2학년 땐 주로 신촌에서 미팅을 했거든요. 그리고 끝날 때 8명이 각자 만 원씩 내서 총 8만원을 걷었습니다.
근데 보통 신촌에서 미팅하면 7만원 조금 넘게 나와서 돈이 남았는데 그거 그냥 제가 가지거나 남은 멤버들이랑 아이스크림 사먹거나 했습니다 크크

그리고 나중에 미팅 나갔다가 지갑에 있던 20만원이 없어진 적이 있었는데 업보를 치렀다고 생각하고 잊었죠..
페스티
22/03/30 09:56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학부시절 그립네요 흐흐
Faker Senpai
22/03/30 09:57
수정 아이콘
이정도면 집돌이를 가장한 초인싸시네요. 저도 집돌이지만 또 놀건 다 놀았고 연애도 쉬지않고 잘했어서 집돌이라고 주장하시는 마음을 인정합니다.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셔서 술술읽히네요. 다음번에도 재미있는글 기대해봅니다. 참고로 전 K처럼 남친있으면 더 좋더라고요. 어떤 여자분이 왜 더 좋은지 이해 못하길래 골기퍼도 없는데 혼자 골넣으면 좋아? 그랬더니 아 바로 이해했다 라고 하더군요.
피우피우
22/03/30 10:58
수정 아이콘
남친있는 여자들이 저런 자리에서 오히려 더 쉽게 리미트 해제되는 경향이 있던데, 왜 그런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더 좋다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만 제 안의 미니미 유교드래곤이 그걸 표현하지 못하게 막곤 합니다.
Faker Senpai
22/03/30 13:05
수정 아이콘
리스크 테이킹에 대한 보상심리죠. 혹시 나중에 남친에게 걸리면 난리나겠네. 그걸 감수하고 나온 난 오늘 제대로 놀아야지.
abc초콜릿
22/03/30 10: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마치 강남의 20억대 아파트에서 벤츠를 끌고 다니면서 "난 부자 아니야, 진짜 부자를 못 봐서 그래. 난 서민이야" 하는 느낌이네요
대체 이런 맘에도 없는 가식은 왜 하는 걸까
22/03/30 10:18
수정 아이콘
어떤 마음으로 말씀하시는 지는 알겠는데 이 분 입장에선 가식은 아니겠죠.

신촌에서 1,2학년 미팅하신걸로 봐서 그 근처 대학 다니셨을 텐데 그 쪽 대학 인싸들은 서울 인싸 중에서도 거르고 거른 인싸거든요.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다 보면 난 집돌이군 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고 계실겁니다.

원래 사람은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으면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동물이니까요. 상대적으로 세상을 판단하는게 당연하죠.
피우피우
22/03/30 10:53
수정 아이콘
저는 집돌이이자 겜돌이라고 했지 아싸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저 때나 지금이나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게임하거나 LCK, 프레이TV, 침투부, 애니 보며 보내는데 이게 집돌이지 뭘까요.
及時雨
22/03/30 10:21
수정 아이콘
아이쒸 난 너무 늦게 태어났어 흑흑
안철수
22/03/30 10:26
수정 아이콘
저도 학교 잘 안갔는데 어찌어찌 알게된 친구들이
싫다는데도 억지로 불러내서 한 미팅이 50번은 넘으니..
그러다보면 썸도 타고 뽀뽀도 하고 뭔가 되더라구요.

친구들아 고마워
과수원옆집
22/03/30 10:40
수정 아이콘
미팅 사회자로 나가서 술값도 계산한 적이 있는 흑우는 이런게 진짜 미팅이구나 감탄하며 갑니다…
짬뽕순두부
22/03/30 10:4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22/03/30 10:58
수정 아이콘
부러운 대학생활을 하셨네요.. 서른 중반이 넘어가다 보니 스무살 언저리 때에만 허용되었던 여러가지 경험들의 부재가 참 아쉽더라구요. 시간낭비였을 것 같았던 그런 일들이 생각보다 '자신'을 이루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달까. 제가 느끼기에는 이성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은 배려와 사소한 마인드 차이 같은게 확실히 좀 '놀아본' 친구들과 '못 놀아본' 친구들이 조금 다르더라구요.
nm막장
22/03/30 11:12
수정 아이콘
크크 글 너무 잘쓰시는데요?
빼앗겨 버린 어쩌구 지적이 많지만 그럴수 있어~입장입니다
왜냐면 저도 성향상 집돌이인데 어쩌다보니 소개팅을 100번 넘게 해서...
피우피우
22/03/30 11:28
수정 아이콘
사실 진짜 리얼 핵인싸들은 오히려 미팅 소개팅 이렇게까지 많이는 안 하죠.
그들에게는 이런 인위적인 만남의 장이 별로 필요없기에... 소개팅은 나이 들면 또 다른 것 같긴 합니다만
22/03/30 12:06
수정 아이콘
나도 미팅 소개팅 받아보고싶다
22/03/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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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자 쉬익쉬익... 글 잘 읽었습니다.
서린언니
22/03/3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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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 않은 대대대한 미팅 이야기
22/03/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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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학 4학년 말 돼서야 미팅의 재미를 알게 됐습니다 ㅠㅠ. 미팅 2~3번 정말 재미있게 하다가 소개팅 했는데 사귀게 돼서 그 이후론 미팅은 NAVER... 아쉽네요...
봄날엔
22/03/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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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크크 글을 잘 쓰시는데요
살려야한다
22/03/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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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싸들은 항상 I성향 집돌이 겜돌이를 가장하는가
내맘대로만듦
22/03/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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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게임이 현실에 존재하는것이었단말입니까?
22/03/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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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 집돌이라면 불러내면 X까를 외치고 게임으로 주말을 보내야 하는 것이거늘
세상을보고올게
22/03/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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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 두배 이벤트란 말이야
여행가요
22/03/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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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만 해봤지, 미팅을 한 번도 안해본 입장에서 부럽기도 하고 난 왜 미팅을
안해봤나 하는 후회도 되고 그렇네요.
팔라디노
22/03/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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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잔나..! 저랑 똑같네요 크크 저는 팀랭으로 보상받고, 시즌4 다이아 커리어하이.. 그이후 차츰차츰아래로..
피우피우
22/03/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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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즌5에 다이아3까지 올라간 게 커리어 하이였고, 그 때 아이디 삭제했다가 결국 다시 만들었습니다.
시즌6 다이아 찍먹만 하고 이후로는 쭉 플레 유지하다가 요새는 랭크를 거의 안하네요.
이젠 진짜 개빡겜해야 겨우 플레 갈 것 같고 아니면 그냥 골딱이일 것 같습니다 크크
피지알 안 합니다
22/03/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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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앞 문단만 봤을 땐 꽤 예전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협곡이라니 생각보다 최근이군요. 그런데 미팅을 200번 하신 분이 평범한 I성향 집돌이라니... 이거 맞는 겁니까? 크크
22/03/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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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으니까 데리고나갔겠죠...
22/03/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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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 200번은 어마어마하네요.
여친이 없던 기간이 짧아서 그런가 한번도 못해봤네요ㅠ
그 닉네임
22/03/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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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이야기랑 국수이야기보니까 연령대가 비슷한거 같네요.
저는 국수보다는 콩나물국밥 쪽을 더 많이 갔지만...
200번은 아니더라도 100번 좀 안되게 한거같은데 생각보다 타율이 시원찮습니다ㅜ

그리고 집돌이 I 성향인것도 공감됩니다.
진짜 인싸들이나 존잘들 데리고 미팅나가면, 상대 여자들보고 그냥 1차 빠르게 끝내고, 감성주점이나 클럽가자 함 크크크
하마아저씨
22/03/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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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인싸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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