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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2/15 01:59:46
Name 데미캣
Subject 작곡자가 다시 부른 노래들.
많은 음반들이 프로듀싱 되는 현대의 음악산업의 시스템상, 점차 작곡자, 작사가와 보컬간의 명확한 구분이 뚜렷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뭐, 비단 오늘날의 음악세태에만 해당되는 것은 분명 아니고,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수라는 칭호는, 굳이 훌륭한 작곡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곡의 감성에 대해서 자신의 보컬능력으로 해석, 혹은 재해석한 뒤 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사실 누군가에 의해 작곡된 노래가 누군가에 의해 불려졌을 때, 그것이 100% 작곡자의 의도를 담아서 불렀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 곡을 창작해내는 과정에서의 그 감성은, 누구보다도 작곡자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리스너들이 보컬 능력과 작곡 능력을 동시에 갖춘 절정의 싱어송 라이터를 간절히 원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페르소나를 통해서 작곡자의 감성이 충분히, 혹은 완벽하게 반영되는 경우도 존재하고,(이영훈-이문세, 윤종신-성시경, 유희열-김연우) 완벽하고도 깐깐한 프로듀싱에 의해 작곡자의 의도가 비껴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허나, 작곡자들의 어설픈 보컬 솜씨로라도, 그 감성을 그대로 전달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긴 합니다.

해서, 작곡자가 다시 부른, 작곡자가 의도한 감성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는 몇 개의 영상을 짤막하게나마 준비했습니다.




"때는, 1990년대 중반쯤 됐을 거에요. 저의 첫사랑 그녀를 위해 만들었던 곡이 있는데요.."

걸출한 보컬리스트, 김연우가 부른 명곡 중의 명곡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스케치북에서 유희열이 다시 부른 영상입니다.

원곡과 달리 화려한 고음도 없고, 조용하고 잔잔하고 담담하고 담백하기만 한 노래지만,
가사가 가지고 있는 느낌과, 첫사랑 그녀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더욱 진솔하게 와닿습니다.

아련하고, 좋습니다. 첫사랑의 풋풋함과, 어설프기만 했던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애절함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얼마 전, 월간 윤종신 2월호에서 크게 이목을 받았던 것은 성시경이 다시 부른 '내일 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노래도 수록되어 있었지요. 윤종신이 다시 부른 '거리에서'입니다.

윤종신의 담백하고도 정확하게 짚는 어조가, 성시경이 부른 거리에서와는 명확한 차이를 줍니다.
많은 리스너 사이트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만,

성시경은 후회, 회한이 어린 채로 거리를 다시 찾는 20대의 사랑이라면,
윤종신은 옛사랑을 추억하며 소주를 마신 뒤 거리를 다시 찾는 30대, 혹은 40대의 사랑같다..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물론 성시경씨보다 감성을 표현하는 보컬능력에 있어서 조금 부족하지만, 이 쓸쓸하고 담백한 느낌 또한 너무 좋습니다.





사실 이 노래를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이적이 다시 부른 정인의 '미워요'때문입니다.
(50초대부터 나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정인의 미워요 또한 명곡입니다만, 이적이 표현하는 '미워요'라는 노래의 매력은 정인씨가 부른 것을 더 능가하는 느낌입니다.

멍하게 듣고, 듣고, 또 듣고를 반복하다 여러분께 소개하게 됐네요.



박진영이 다시 부른 Miss A의 'Bad girl, Good girl'입니다.
(1분 38초부터 나옵니다.)

겉으론 bad boy 속으론 good boy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남자로 보는 너의 시선이 난 너무나 웃겨
춤 출 땐 bad boy 사랑은 good boy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섹스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 춤추고 노래하기를 즐기는 개방적인 생활관, 한국의 격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 그 때문에 자신을 냉소적으로 내리까는 한국 대중들과 언론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 심정이, 생각이 이 노래에 투영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어떤 사랑 노래를 부를 때 보다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대들을 가볍게 훑으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이, 한국 사회를 멋지게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사실 이 글의 주제와는 맞지 않는 영상입니다만, 한번쯤 소개하고 싶은 노래였습니다. 끼워팔기입니다.
이승열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입니다. 1집 수록곡이고, 정말 좋은 노래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이렇게 소개해봅니다.


더 많은 영상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능력의 한계군요. 이만 줄입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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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5 02:26
수정 아이콘
잘 들었습니다.
차유람
13/02/15 02:30
수정 아이콘
아, 오늘 잠 다 잤습니다...^^;;
이적 씨가 또 제 심금을 울려버렸네요. (물론 다른 곡들도 충분히 제 마음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좋은 곡 잘 듣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13/02/15 06:17
수정 아이콘
김광진 1집에 김광진씨가 직접 부른 "처음느낌 그대로"는 잊지를 못합니다.

정말 많이 울었죠.
엄의아들김명운
13/02/15 08:21
수정 아이콘
제가 패닉 1집떄부터 이적을 제 신으로 생각하며 받들고있었지만, 가창력에 대해서는 약간 부족함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이적 3집 이후, 그러니까 피아노에 앉아 의자를 부르기 시작한 이후 그의 노래는 비로소 완벽해진 느낌입니다. 정말 좋네요. 심심할때마다 돌려보는 패닉&이적 음반이지만 오늘 한번 더 돌려봐야겠습니다.

p.s:목록에는 없지만 윤종신씨가 종종 라이브 무대에서 부르는 이별택시도 참 좋은것 같습니다. 이번 거리에서를 보니 이별택시 윤종신 버전도 음원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ST_PartinG
13/02/15 09:50
수정 아이콘
올해 월간 윤종신은 컨셉이 Repair라고 리메이크로 간다고 합니다. 이별택시는 왠만하면 나올거같네요
장어의심장
13/02/15 13:39
수정 아이콘
아마 4월쯤 나올꺼라 예상됩니다.
Pavlyuchenko
13/02/15 09:28
수정 아이콘
미워요. 정말 눈물나게 좋죠.ㅜㅠ
그런데 정인씨 보컬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이적씨의 목소리로 부른 미워요보단 아직 정인씨의 버전이 더 좋네요.
 
저는 임정희씨에게 준 "나 돌아가"를 작곡자인 박진영씨 본인이 부른 버전을 좋아합니다. 원곡자의 노래를 듣다보니 임정희씨는 노래 잘 부른다 정도의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안 들어보셨으면 꼭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장어의심장
13/02/15 13:38
수정 아이콘
이적 미워요는 진심 사기엿죠 정인이 부른것도 울컥했는데 ..

이적이 부른건 뭐.. 더 와닫고 흔드는 수준..

그리고 종신옹의 거리에서가 저한테 더 와닫는다 하니 넌 찌질감성 충만함 이라고 우리 이모가 그러네요..

하... 종신옹 좋아하면 찌질한감성이 위대한걸 느낍니다.
불량품
13/02/15 13:48
수정 아이콘
윤종신씨의 음악은 10집 behind the smile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윤종신씨의 목소리는 청승떨기에는 너무 좋은 목소리라 생각됩니다 크크
예전 음악창고에서 몬스터를 몇소절 추가해서 애드립 형식으로 부른 버젼이 있는데
(윤종신씨 공연엔 가본적이 없어서 이걸 공연에서 이대로하는지는 모르겟네요)
그 버전을 너무 좋아서해서 언제한번 녹음하셔서 내놓으면 너무 좋을거 같아요
Abrasax_ :D
13/02/15 14:32
수정 아이콘
월간 윤종신 작업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회왕이나 말꼬리 같은 곡은 윤종신의 건재함을 입증하기에 충분했죠.
장어의심장
13/02/15 15:01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월관 윤종신에서 나는 두마리토끼 다잡는다 라는걸 확증시켜주셨죠
13/02/15 23:28
수정 아이콘
유희열씨는 역시 작곡과 연주에 몰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쿨럭-_-;
이퀄라이져
13/02/15 23:42
수정 아이콘
이 글의 주제와는 맞지 않는 리플이지만 이승열은 진짜 사기에요...
포도사과
13/03/06 12:56
수정 아이콘
이승열 1집은..갑인듯..........
13/03/09 12:35
수정 아이콘
무대 위의 박진영은 진짜 카리스마가 줄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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