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상황이 기울었음에도 역전이 나오는 경기는 흔하지 않다. 특히 저그대저그의 경기에서는 그것이 훨씬 더 심하다. 저그대저그전의 역전이라고 한다면 고작해봐야 허를 찔린 빈집털이라던가, 뮤탈과 스커지의 콘트롤에 의한 정도로 이미 기운 게임을 역전시키는 경우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초반멀티로 시작한 이재항과 3해처리까지 본진에 건설한 안형모. 안형모의 3해처리 저글링스커지공격은 이재항에게 별 피해를 주지못하고 곧바로 2개의 가스를 채취하는 이재항의 뮤탈리스크에게 위기를 맞이했다. 가스부족으로 스커지를 생산해내지 못했던 안형모는 겨우겨우 히드라리스크체제로 전환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받으며 버티는 것은 가능했지만 누가봐도 게임은 충분히 이재항에게 기운 상황.

그러나 드론의 숫자를 확실히 늘려가며 대량의 히드라를 모으기 시작한 안형모에게 이재항은 게임을 너무 빠르게 종결짓길 원했던 것일까, 드론의 숫자가 많지않았던 이재항은 드론을 늘리지않고 채취하는 모든 자원을 뮤탈리스크의 숫자에 치중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저그대저그에서 뮤탈리스크가 아무리 효과적이라고는 해도, 히드라를 정면으로 상대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일단 생산해놓은 뮤탈로 지속적인 견제만 펼쳐주면서 드론을 늘려 자원채취를 확실히 한 이후에 넓은 장소에서의 저글링+뮤탈이나, 입구쪽을 뮤탈+러커로 조여놓았다면 안정적으로 승리를 얻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않았던 것은 뮤탈리스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었을까?

안형모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미네랄채취 이후에 뮤탈을 정면에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만큼의 히드라로 러쉬를 시도했고, 이재항은 뮤탈견제로 그 타이밍을 늦춰보지만 안형모는 이재항에게 더이상 시간을 주지않았다. 이재항의 본진으로 진격하는 대규모의 히드라부대는 더이상 자신의 멀티지역이 파괴되는 것을 개의치않았고 마치 서로간의 본진을 누가 빨리 부수나 해보자는 식의 자포자기식에 가까운 최종러쉬였다.

하지만 멀티지역을 완파시킨 이재항의 뮤탈은 바로 방어병력이 얼마 안되는 안형모의 본진으로 들어가지않았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방황하게 된다. 자원채취가 완전히 차단된 안형모의 본진을 지키던 것은 소수의 스포어콜로니와 히드라뿐, 안형모의 주력부대가 본진까지 귀환하기 전에 충분히 엘리미네이트를 시켜버릴 수 있었는데, 이러한 판단미스를 하게 된 원인은 자신의 본진이 파괴된다는 것에 대한 당황이었을까? 그와 함께 많은 관중들에게 둘러쌓여 경기를 진행하는 것에 아직 익숙치못하기때문일까..

뒤늦게 뮤탈이 안형모의 본진을 파괴시켜보려고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고, 안형모는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고 그에 반해 이재항은 멀티가 남아있기는한 상황. 이재항의 뮤탈부대가 충분히 반분된 히드라부대를 상대할 수 있었을 정도는 되었기때문에 만약 히드라부대가 마지막 멀티지역으로 진군해온다고 하더라도 익스트렉터 등을 숨겨서 건설하고 안형모의 본진을 파괴하는 작전정도를 사용해도 기회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그 기회를 그대로 놓쳐버리고 게임은 안형모의 희대의 역전승으로 기록되었다.

이 경기는, 저그 대 저그전에서 스파이어체제에서 성공을 거두지못하고 히드라체제로 바꾼 플레이어가 승리한 스타리그 최초의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안형모가 어느정도 히드라체제를 염두에 뒀었고, 또한 이재항의 실수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지만 말이다.

이재항님 너무 실망마시구요, 담부터는 셋팅이 이상하면 방송이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제대로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셔야 할듯합니다 ^_^; 후회없는 스타리그를 위해서 ㅇㅇ/ 파이팅


10월26일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16강 D조 2경기
제 4경기 이재항(Zerg) VS 안형모(Zerg)
경기맵 : 사일런트볼텍스

2001/10/27 김대기 올림. m(_._)m
_-_宇宙流 靑空      aozora@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