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을 접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자택근무를 하고 있는 20대 중후반 입니다.
자택근무가 말이 자택이지 사실상 도서관/카페에서 하고 있는데요. 지난 두어달 동안 집 가까운 카페에 자주 가게 되니 친해진 '그녀'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커피 주문하면서 간단한 얘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그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어 같이 알바 끝나고 맥주를 마시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흔쾌히 수락했어요. 너무 기분이 좋고 그래서 다음에도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하면서 손도 잡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두 달 조금 넘게 알고 지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자기는 소주마시고 싶다고 그럽디다. 으잉?! 그래서 각2병정도 했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집까지 바래다 준건 기억이 나는데, 다른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래서 다음날 전 이제 고백 타이밍이다. 라고 생각해서 '우리 같이 할 얘기가 있다'라는 식의 카톡을 보냈는데...

'이제 다시 보지 말아요,'라는 답이 왔어요. 허허 허허 허허

제가 뭘 잘못했냐고 하니까 답을 안 해줍니다. 다시 물어보니 제가 '키스'를 한 것 같네요. 그리고 남자는 다 똑같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실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나는 쓰레기였구나. 지금껏 자소서 쓰면서 늘어버린 글쓰기 실력으로 하루 동안 장문의 사과문 작성하고 카톡으로 보냈는데 카톡 보내고 바로 방을 나가버려서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겠네요. 답장은 안 왔습니다.

사과를 하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저는 이제 제가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취업을 해서 다른 도시로 가야 하는데, 이곳에서의 마지막이 깔끔하지 못해 아쉽네요. 그녀가 자기 스스로 화를 쉽게 내고 쉽게 푸는 타입이라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내일 마지막으로 한 번 찾아가 보려는데요. 매달리려는 것은 아니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고 항상 먹던 '아메리카노' 한 잔을 얻어먹는 것이 목표입니다. 찾아가는 변명거리는 있어요. 매일 가다보니 제가 책 몇권을 그 카페에 두고 다녔거든요. 그 책을 찾으러 간다 라는 변명으로 가려 합니다.

이 때 제가 어떤식으로 말을 해야 하나요?
1. 최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사과 한다. 그리고 귀여운 인형 하나를 선물하고 쿨하게 퇴장
2.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간단히 하고 이제 마지막이니까 잘 지내고 '갈때 가더라도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라는 말로 얻어먹고 귀여운 인형 하나를 선물하고 쿨하게 퇴장
3. 그냥 가지않는다. 몰래 책만 가지고 튄다. 

취직 이후에는 쿨하게 잊을 생각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변경사항-----

인형 제외했습니다.

---------------------후기--------------------------

오늘 찾아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1번을 택했습니다.

타이밍 잘 봐서 가게 안에 아무도 없을때 들어갔는데, 책 찾는 척 하면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눈 마주쳤으니 다가갔습니다. 다가가니 주문을 받으려고 하더라구요. 아 2번할까? 라는 고민을 잠깐 했지만 접고, '오늘은 주문 하러 온게 아니라 사과하러 왔다'고 하고 사과 했습니다.

실제로는 좀 길게 말한거 같은데 요약하면 제가  '지난번에 경솔하게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두손 모아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다 잊었어요'라고 하더군요. 물론 얼굴은 뭔가 짜증이 어려있었지만...

누군가가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1번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찌됐건,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댓글 다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