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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 00:57
카네만-트버스키 연구 이후로 정말 수많은 교양서적이 나왔지만, 역시 노벨상은 괜히 받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읽어볼수록 '생각에 관한 생각'은 정말 글을 깔끔하게 잘 썼습니다. 평생 학술 논문만 쓰던 연구자가 일반 교양서적을 이렇게 간결하면서 정확하게 쓸 줄은 몰랐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영어 원서로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문장이 참 좋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예시를 더 잘 다룬 책을 꼽자면, Dan Ariely의 책들이나, 아니면 '괴짜경제학' 시리즈들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카네만-트버스키 연구에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한 Gerd Gigerenzer 의 책들도 추천합니다. '어라 카네만-트버스키의 인지편향 연구들을 다 맞는 말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8/01 01:19
저도 읽어보면서 노벨상은 괜히 받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연구만 한 사람들은 일반인의 사고수준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기 쉬운데,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저도 쏙쏙 머리에 박히는데 참 신기하더라고요. 시스템1과 2로 나누어서 설명하는 부분부터 독자수준을 배려하기 위해 고민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책들은 모두 읽어보겠습니다. 그런데 번역본이 없는 책은 영어실력이 번역본을 아예 안읽은 상태로 원서를 읽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 조금 부담스럽네요. 일단 생각에 관한 생각은 영어공부도 할겸 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혹 우리말로 번역된 책중에도 (조금 더 교양수준에서 벗어나 전문적이어도 좋으니까) 읽을만한게 있을지요? +) 관련하여 잘 아시는분 같아서 하나만 더 여쭙습니다. 읽으면서 게리 클라인씨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카네만과 대비되어 알고리즘보다 인간의 자연적 직관력에 훨씬 무게를 두고 연구하는 분이고 카네만씨와 공동연구를 진행한걸로 나오는 인물이었습니다.) 혹 이분이나 이분과 같은 계열의 책들 중 추천해주실만한 책이 있을까요?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카네만씨가 클라인씨의 '인튜이션'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협업하고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고 나오는데, 시중에 나온 클라인씨가 가장 최근에 쓴 책이 인튜이션이더라고요. 공동연구 이후의 결과까지 함께 해석한 책을 읽고싶은데 마땅히 키워드를 못잡겠네요..
20/08/01 02:10
- 다른 책들에 비해 생각에 관한 생각의 원서인 'thinking fast and slow' 는 영어 문장도 깔끔해서 영어공부할 겸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Dan Ariely랑 Gerd Gigerenzer 책들은 번역서도 여럿 나와있습니다. 저자로 검색해보시면 나올 겁니다. 둘다 연구 실적이 엄청난 교수들이고 본인 연구들 기반으로 쓴 내용이 많아서, 그냥 일반사람들이 쓴 잡설/책/블로그 포스팅에 비하면 훨씬 전문적인 내용입니다. - 마찬가지로 괴짜경제학도 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인 Steve Levitt이 공동저자이니 내용은 깔끔합니다. - 언급해주신 Gary Klein 이나 Kahneman이나 다들 전문 연구자들이고 주요 투고대상은 학술지입니다. 일반인 대상 교양 서적은 어쩌다가 하나 둘 쓰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최근의, 세세한 연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어쩔수 없지 학술지를 보셔야 합니다 (예: Kahneman & Klein, 2009; https://psycnet.apa.org/doiLanding?doi=10.1037%2Fa0016755). 저라면 https://scholar.google.com/ 에 연구자들 이름으로 검색해서 최근 출간년도로 정렬해서 제목 중 끌리는 것 읽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글을 읽는게 부담스러우시다면 이건 어쩔수 없는 장벽이네요. - 저는 학술지를 주로 읽고 교양서적은 한 최근 6년간 거의 읽지를 못했어서 티타늄님이 저보다 이에 관한 서적은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20/08/01 01:12
1. 책이 아니라 논문이기는 한데 심리학적 '인지적 오류'가 판사들의 판단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관한 실증연구인
박광배, 김상준, 한미영 공저(박광배는 심리학자, 김상준은 판사, 한미영은 법원행정처 연구원입니다)의 "가상적인 재판 쟁점에서의 현역판사의 판단과 모의배심의 집단판단에 대한 인지적 방략의 효과"라는 논문이 있습니다.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문제 Vol 11, No 1(2005), 59~84쪽] 2. 특히 이 논문 중 흥미로운 대목은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에 관한 실증연구 부분입니다(논문 65~68쪽). 저자들은 2004년 2월 사법연수원 형사재판장 연수에 참여한 판사들 158인을 대상으로 설문 연구를 진행합니다. 연구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우선 판사들에게 강간치상 사건 하나를 제시합니다. (참고로 강간치상은 법정형은 5년 이상 징역이되, 작량감경 시 2년 6월로 감형이 가능하고 작량감경을 한 경우에 한해 집유도 가능합니다.) 유죄결론이 기본 전제이되, 유리한 양형요소와 불리한 양형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내용입니다. 2) 그런데 판사들이 받은 기록은 다른 점은 모두 똑같은데 딱 하나, 검사의 구형만 다릅니다. (참고로, 검사의 구형은 의견에 불과하여 판사를 기속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판사들을 미리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구형을 제시합니다. 가) 고정박점 그룹: 검사가 10년 구형을 했다는 정보가 제시됩니다. 나) 무정박점 그룹: 검사 구형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다) 저정박점 그룹: 검사가 2년 구형을 했다는 정보가 제시됩니다.(위에서 설명했듯, 법적으로 불가능한 구형입니다.) 3. 위 연구에서 판사들이 내놓은 양형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 고정박점 그룹: 평균 57.5월. 즉 평균 약 4년 9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나) 무정박점 그룹: 평균 57.2월. 즉 평균 약 4년 9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 저정박점 그룹: 평균 42.5월. 즉 평균 약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4. 검사의 10년 구형은 판사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또 판사들은 형법지식을 갑자기 까먹어서 2년 6월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검사의 낮은 구형을 제시받은 판사들의 형은 그렇지 않은 판사들보다 1년 3월 정도 적은 것이 발견됩니다. 검사의 낮은 구형이 판사들에게 정박효과를 야기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검사의 높은 구형은 그러한 효과를 야기하지 않았습니다.)
20/08/01 01:27
요약해주신 부분만 봐도 무척 흥미롭네요. 꽤 예전 논문인 것 같은데 '높은 구형이 효과를 일으키지 않은 원인'에 대한 추론이나 여러 의견까지 함께 보고싶은데 혹 여기까지 관련한 소스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키워드만 주셔도 어떻게든 찾아서 보겠습니다. 논문이랑 함께 여러 관점으로 보고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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