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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9 00:50
(수정됨) 질문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신체적 성추행은 아니고 여성에게 1년여간 스토킹을 당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전 남성이고 신체적, 사회적으로 그 여성에 비해 약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은 "극도의 귀찮음",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약간의 불안" 정도가 느꼈던 감정의 전부였습니다.(이는 물론 경도의 스토킹이었고 개인의 경험이므로 다른 스토킹 피해자의 감정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저와 유사한(물리적으로는 제가 겪은 것보다 가벼운) 수준의 스토킹을 경험한 여성은 직접적인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굉장히 큰 공포감"과 같은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감정을 느끼더군요. 말씀하신 성추행에서의 수치심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신체/사회적 힘의 우열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제가 정의하는 신체/사회적 힘의 우열에는 성별 차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8/10/09 02:00
제가 여자가 남자에게 행하는 성추행이 그 반대의 경우와 동일하게 중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남자라고 해서 여자보다 강자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나보군요. 하긴, 저는 어디 골목에서 좀 노는 것 같아 보이는 여자가 손짓하며 "헤이 요, 컴온 베이베" 정도만 해도 무서워서 도망갈 사람이긴 합니다.
18/10/09 02:12
(수정됨)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 대 개인으로는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강인한 여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실제로도 있습니다만,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전반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으로 학습된 공포감-적합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성추행(폭행)과 같은 상황에서 대다수의 여성은 패닉에 빠지고, 이는 신체적으로 남성보다 강인한 여성도 마찬가지더군요. 적확한 학술적 근거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 스파링에서 제가 쉽게 이기지 못할 정도로 강한 여성 친구조차 가벼운 성추행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 울분을 토하는 걸 여러번 봤습니다. 아! 제 의견은 절대 남성은 성추행에서 자유롭다거나, 당하더라도 불쾌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일반론으로 이야기한겁니다.
18/10/09 02:35
(수정됨) 저는 제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체력적으로 너무나도 약해서 군생활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었을 정도입니다. 남자는 꼭 운동을 좋아해서 체력적으로 튼튼하고 강해야한다는 인식도 정말 싫어하구요. 아무튼 [일반적인 남자의 힘과 체력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당연히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차이를 빼면 없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남자가 신체적으로 강하니까 여자를 강제로 ~하게 하고 이런게 가능이나 합니까? 요즘 시대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큰일날 행위죠. 남자가 여자와의 관계에서 "강함"을 이용할 수 없는건 물론이고, 오히려 강한만큼 행동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되는게 요즘 시댑니다. 요즘 신체적으로 강한지 어떤지는 요즘 시대에 무의미해졌다고 보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성별에 의해 어떤 역할을 부여받는지에 따른 차별이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할겁니다. 이건 아시다시피 여자만 일방적으로 피해자인게 아니라 여자가 피해보는 것만큼이나 남자가 피해보는 것도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10/09 02:54
혹 일반적으로 남성이 강하다는 뉘앙스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저는 남성과 여성이 호르몬을 포함한 뇌기능도 신체기능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는 강해야 한다 따위의 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매우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피해보는만큼 남성 피해보는 것도 있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18/10/09 01:10
(수정됨) 궁금해 하시는 점들이 사실은 갈수록 논란이 되고 있는 유죄추정 트렌드랑 연관이 많지요.
사실 성추행의 기준이라는게 굉장히 애매합니다. 그리고 기준 자체를 세우기가 어렵지요. 일단 근본적으로는 성추행이라는게 이성을 꼬셔보자 라는 동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동기 자체는 불순하다고 보기가 어렵지요. 법학적으로는 죄를 물으려면 결과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동기 (범의 - mens rea) 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시도 자체로 딱잘라 무 자르듯 죄라고 묻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언급하신것 처럼 상대방의 실제 피해나 체감 피해에 의해 문제시가 되고 법정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같은 행동이라도 A 가 느끼는 피해나 B가 느끼는 피해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법적 일관성이 아주 떨어지게 됩니다. 말그대로 같은 행동이라도 A라는 사람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B라는 사람은 벌쩍 뛰고 환장하고 일을 못할 정도라면 무죄가 유죄로, 그것도 아주 큰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양측 얘기만 가지고 따지기는 어렵고 주변인물들이나 증거 (CCTV, 메세지) 등등을 확보해서 최대한 정황파악을 해야 되는게 맞는건데 오래된 일일수록 증거가 남아있는데 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유죄추정을 하는것은 기존 법학의 근간을 몽땅 뒤엎는 방향이고... 무튼 성추행 문제라는게 그런 어려운 점들이 있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소위 말해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다" "여자가 괜히 고소를 하겠느냐" 등등의 논리가 실제로 법원에서 먹히는 트렌드로 가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꼭 유죄 판결까지 아니더라도 집유/합의 등등 애매한 케이스일때 피고인이 법적/경제적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단히 많죠. 기존 법철학은 무죄추정원칙을 통해 죄인을 다 못 처벌해도 좋으니 하나라도 억울한 사람을 덜 만들겠다인데 이건 완전히 반대로 억울한 사람 생겨도 좋으니 최대한 많이 잡아 넣자는 거라... 하여튼 요새 문제 많아요....
18/10/09 01:26
성추행의 기준이 굉장히 애매하다는 건 동감합니다. 무엇보다 증거가 없는 상황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다만 이성을 꼬셔보자라는 동기에서 출발한다라는 그 동기부분에는 그닥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성추행을 당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과 순간에 본인을 성적대상으로 봤다는 거 자체로도 굉장히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방에 대한 이성적 호감이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이어지는 사람이 많을거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믿고싶네요...
18/10/09 01:53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만지고 싶은게 자연스러운 일이죠.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스킨쉽 좋아합니다. 두근두근한 상대가 있으면 나를 좀 껴안아 줬으면 좋겠고 키스도 해줬으면 좋겠죠. 문제는 A는 B하고 스킨쉽할 단계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B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경우입니다. 근데 A는 시도를 해 볼수가 있는 문제입니다. 달리 나쁜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성이 먼저 그런 무브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스킨쉽 시도가 모두 OK라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남성의 의도와 결정에 악의성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람은 독심술사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정확한 마음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제대로 거부의사 표현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나랑 같이 모텔까지 따라왔을때는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겠지 하고 지레짐작 하는 수밖에 없고, 또 상대방은 "나를 얼릉 덮쳐줘" 라고 얘기할리가 없으니 자기가 싫으면 싫다고 하겠지 라고 넘겨짚는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거부할거면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게 아주 중요하지요. 근데 문제는 여성이 NO 를 하면 되는건데 모종의 이유로 인해 (남성의 기분을 망치기가 싫어서, 아니면 직장 상사라서, 아니면 남친이라서) NO를 안하고 나중에 문제를 삼으려고 하니까 권력관계로 인해 NO 를 하지 못했다, 뭐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게 확실한 권력관계에 있는 사람이랑 과의 문제라면 타당성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냥 수평적 관계에 있는 사람하고 "나는 그때 싫었어, 수치심이 들고 억압감이 들었어" 라고 하니 남자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라고 생각을 하다가 뒷통수를 맞는 거지요. (남성이 피고고 여성이 원고라는 입장에서 적었는데 둘을 바꿔서 생각해도 크게 문제 없지요) 성적 대상으로 보이는게 불쾌한 사람은 살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겠죠. 근데 상대방이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건 그 사람 자유인데 그걸 가지고 불쾌해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데 "나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지마" 라고 하는건 코미디죠. 그리고 불쾌함의 정도는 아주 주관적인 문제라 자신의 불쾌감의 정도가 죄의 유무 / 죄의 경중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성적 대상으로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여성도 있고 그 반대의 여성도 있습니다.
18/10/09 02:03
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일면식이 없는 사람과 일어나는 성추행을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이밤이 님은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 수 있는 일을 가정하고 글을 쓰신거같네요. 거기서 아마 오해가 생긴듯 합니다.
18/10/09 02:12
강제추행은 분명히 범죄고 차라리 딱 잘라 긋기 쉬운 문제인데...
성희롱/성추행은 포괄적이고 여러 형태를 띄고 있어서... 미투에 관련한 케이스를 가정하고 적었습니다.
18/10/09 01:38
그런 것들 이전에 본능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고 원치 않는 임신은 여자 본인과 아이 모두에게 치명적이니
낯선 남자에게 추행 당하고 강간 당하는 걸 극도로 꺼리도록 진화 해왔을 겁니다.
18/10/09 01:54
글에 도움이 되는 답일지는 모르겠는데 학창시절때는 두번, 성인되고 나서는 7번정도를 경험했습니다.
당장 지난주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겪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고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제 옆 빈자리에 앉으시더니 다리를 제 다리에 계속 비비시더라고요;;;;; 그때 치마를 입고 있었기에 더 당황하고 짜증스러웠습니다. 그냥 내가 예민한건가 싶어서 몸을 최대한 다른쪽으로 붙이는데(그때 제일 지하철 좌석 제일 오른쪽에 앉아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더 쩍벌하시고 다음정거장까지 계속 비비시길래 그냥 다른칸으로 자리를 옮겼네요... 성추행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건 결국 증거죠. 특히 지하철, 버스같은 대중교통에서 당한건 증거자체가 아예 없으니 내가 예민한건가...라는 생각으로 결국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뭐 제가 성추행을 당하고 느낀건 그냥 왜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은 사람한테 성적대상으로 왜보인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왜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고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나라는 자괴감비슷한 감정이 들었네요.특히 할아버지들한테 당하면 기분이 더 더럽습니다...진짜 세상에 상상이상으로 이상하신 분들이 많아요. 이번 여름에 어떤 할아버지는 본인 자랑 엄청 하시다가 저한테 예쁘다고 하시면서 창녀짓하고 다니면 안돼라고 대놓고 말하시면서 저한테 학생은 아직 처녀지?라고 진짜 물어보시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억지로 앉히시고 저런말하니까 진짜 무섭더라고요. 학생때 학교가다가 미친 아저씨가 차로 쫓아오다 빤스만 입은채로 내거 보여줄게!!같이가자!! 내리면서 저말하던데 지금에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 한동안은 엄마가 계속 바래다 주셨습니다. 성인과 미성년자는 진짜 힘의 우위로 나를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진짜 공포더라고요. (저때 당시 150 /36~37kg이였음) 물리적 힘이 저한테 가장 크게 와닿을 수 밖에 없는게, 저같은 경우는 학창시절에 상당히 왜소하고 마른 편이였거든요. 중학생때...같은 반 친구들이 한다는 말이 생일선물로 아기만들어줄게 이말을 하는데 세명이서 저를 둘러싸고 그러니까 저것도 비록 언어적 성희롱이...였지만 진짜 무서웠습니다. 같은 학생이고, 비슷한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저때부터는 꽤나 성장격차가 나는 시점이여서 저는 신체적인 힘의 차이가 가장 두려웠네요. 성인인 지금도 저는 신체적인 힘의차이가 가장 두렵습니다. 외진곳에서 당하거나 단둘이라면 제가 저항을 못할거라는걸 알고있거든요. 추가로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적으로 평가받는 것같은 느낌이 굉장히 수치스럽습니다.또 당하고서 그 자리에서 말하지 못하는 내가 싫은 자괴감정도...?이건 또 사람마다 다를거같아요. 요즘 시대가 시대인만큼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항인데 남녀를 떠나서 억울한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뿐이네요....새벽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가서 글이 개판인걸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8/10/09 03:10
수평적인 또는 반대 서열에서 성추행은 반격, 응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케이스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반격, 응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했기 때문에 수치심이 증폭되는거 아닐까요 지금은 40대 후반의 남자인데 성추행 당해본 경험이 몇번 있습니다 군대에서 고참들 한테, 어린나이 학생때 성인의 게이한테... 군대에서 고참이 아닌 동기였거나 쫄다구 였으면 죽탱이 날아갔을테고 게이를 만났을때도 어린나이 학생이 아니었으면 불알을 걷어 찼을테니까요 남자가 남자에게 당할때도 수치심과 분노가 미친듯이 솓구치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당하면 거기에 공포심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18/10/09 03:43
6개월 실형 사건 보면서 저렇게 억울하게 증거도 없이 판결하는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반대로 증거는 없는데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들구요. 참 어려운 문제더라구요. 그냥 인터넷에서 논리적으로는 10명의 범인을 잡아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 법정에서는 무조건 증거주의로 판결해야한다. 라고 생각은 하는데 주위의 수많은 성추행 경험담을 들어보면.....정말 증거 안남기고 추행하는/당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참.....
18/10/09 12:16
이래저래 환경덕에 여사친들이 많이 있는 편인데, 성추행경험없는 여성분은 찾기 힘든 수준이죠.. 미약하게나마 약간씩은 다 경험하더라구요.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대상화되는 경험, 특히 성적 대상화되는 경험은 느낄 수 있는 불쾌함중에 거의 최고조긴 하더라구요.
18/10/09 15:57
원치않는 상대에게 성적 대상화된다는 극도의 불쾌감과, 나를 제압하고 해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요. 상대가 실제로 덩치가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큰 상관은 없어요. 버스에서 누군가 내 엉덩이를 성기로 비비는데 그 사람이 젊은지 늙은지 힘이 세게 생겼는지 어떤지 전혀 모르지만 미치게 불쾌하고 무서운데도 '뭐하시는 거예요?'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안 올라오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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