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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7/11 13:25:22
Name 아슨벵거날
Subject 큰 할어버지의 한 마디
때는 2010년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 그날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큰아버지 삼촌들과는 다르게 할아버지 대의 형제애와 우애는 남다르게 좋았습니다. (증조 할아버지는 부인이 2분이셨음에도 불구하구요)
예전 시골에서도 우애 깊기로 소문이 자자하고 각자 결혼하시고도 몇년간은 같이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날도 할아버지를 모시고 비오는 밤을 달려 부산에 계시는 큰 할아버지 댁에 갔죠 제사였습니다. 11시부터 축구를 보면서 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했고 12시에 제사를 지낸후 바로 축구를 시청 했습니다.

저와 아버지는 이동국 선수의 팬이지만 그날 유독 아버지는 친척분들에게 이동국 선수의 우수함을 선전하고 빨리 투입시켜라 허정무는 별로다라며 연신 말씀 하시며 저에게 동조하라는 신호도 보냈습니다. 결국 이동국 선수가 투입되었고 할아버지분들과 친척분들은 아버지가 그렇게 극찬한 선수가 나오자 모두 집중하였고 몇번의 좋은 모습에 아버지와 저는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이동국 투입의 효과라며 떠벌렸죠. 그러나 아뿔사 물에 젖은 공은 데굴데굴 구르며 빠져 버렸고 저희 부자는 입을 닫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땐 왜 그렇게 슬프던지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신 할아버지의 두번째 형님께서 "너희 부자는 참으로 사이가 좋구나."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평소 아버지와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였고 부자의 관계에 대해서 큰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그 말이 참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그냥 흘려 버렸지요. 그러나
아직도 가끔 그 말씀이 들립니다. 지금에 와서 제가 느끼는 그 말씀은 저와 아버지의 관계를 인정 받은것 같은 이상한 생각과 감정이 피어오릅니다.

그 이후로 무언가 아버지에 대해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거 같고 저도 많이 양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닮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고 또 다른 나의 모습, 내 미래에 모습이 아버지에게 보이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참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리 핵가족화 되는 시대이지만 집안의 큰 어른들의 영향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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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쥴레이
19/07/11 13:32
수정 아이콘
가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전에 군대 다녀오고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왜그러지 못했을까 후회는 합니다.
아버지한테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것도 참 쉽게 안되네요.

그래도 독립하여 취업하고 사회로 나가면서 아버지랑 술한잔하는 기회도 많아졌고 많은 이야기들을 할수 있어서
나쁘지는 않습니다. 정치이야기 하면 빨갱이로 찍혀 있고, 직장이나 돈 이야기 나오면 넌 약해서 안된다고 뭐라 하시지만
아버지가 가오라고 해야되네 그런 뽐세는 최대한 존중해드릴려고 합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뭔가 슬퍼지는게 많더라고요.
아버지도 자신이 좋은 아버지라고 할수 없지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을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게 지금도 보여서 좀 서글프네요.
아슨벵거날
19/07/11 13:40
수정 아이콘
제가 미래에서 잠깐 보고 왔는데 자녀분들이 훌륭한 아버지라고 칭찬을 많이 하시던데요?
19/07/11 14:16
수정 아이콘
앗...아아... 우루과이전이면 '그 슈팅' 이후로 두 분 모두 조용해지셨겠군요 크크크. 그때는 슬퍼도 지금 이렇게 제 3자가 떠올리기에는 사이좋은-하이킥 시리즈 같은데 나오는 거 같은- 부자지간처럼 보일 거 같습니다. 저도 부모님 댁에 좀 더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19/07/11 14:49
수정 아이콘
자식 낳아보면 부모맘 안다는데 제가 이제 돌되가는 아들 키워보니 진짜로 옛날 어릴때 생각 어렴풋이 나면서 아빠가 했던 말들 행동들 생각나더군요.

내가 내 아들 보면서 이렇게 이쁜데 우리아빠도 그랬을거란게 당연한건데 집적 느껴보니까 애 안낳았으면 그게 어떤건지 평생 몰랐을거 같아요.
티모대위
19/07/11 19:24
수정 아이콘
맞아요. 집안 큰 어른이 해주시는 한 마디가 우리 인생에 작지 않은 흔적을 남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승률대폭상승!
19/07/11 22:34
수정 아이콘
뭐 사실 이동국 들어가서 공격이 활발해지니 동점골 넣은건 맞긴한데 하필 그 슈팅을
아슨벵거날
19/07/11 23:33
수정 아이콘
대굴대굴대굴.... ㅠㅠ 그 골만 들어갔어도 세간의 평가가 바뀌었을텐데 벌써 10년이 다되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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