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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6/26 18:27:51
Name 외력과내력
Subject [일반] 혐 죄송합니다) 고양이의 온기 때문에 운전대가 잡히지 않습니다 (수정됨)
갓길에 잠시 차 대고 끄적입니다 아놔
혐오스러운 끔찍한 내용이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글로, 이야기로 풀어야지만 ㅠㅠ
집에 갈 수 있을 거 같이서 써갈깁니다..

QM6 몰고 충북 음성 공장에서 서울쪽 집으로 복귀 중이었습니다.

시골이다보니 이런저런 동물들이 길 건너가는 거 자주 봅니다

근데 로드킬을 제대로 본 건 입사 2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네요
손바닥 두 개 맞대면 딱 같은 크기인,
회색 몸통에 흰색 배와 발이 그렇게 하얄 수 없는
새끼 고양이가
제가 가는 차선 가운데에 죽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로드킬 물론 본 적은 있는데
갓길로 치워진 것들만 봐서 그런지

아니면 겉으로는 이래도 고양이입니까, 라며
나는 강아지파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애교 안 부려도 좋으니 고양이 한번
쓰다듬어보고 키워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는지

본 순간부터 머릿속에 지워지지를 않아가지고
2~3분간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핸들 돌려서
나라도 길에서 쟤 빼내야지 꿈에 안 나오겠다 싶어,
그리고 저같은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겠다 싶어서
사고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돌아오지 말걸

분명히 제가 봤을 땐
아주 깨끗한 고양이가 누워 있었는데 그새...
그리고 잠깐 차 대놓고 공장 단체복 외투 벗어서
수습할라 하는 그 사이에 지나가는 차들에

고양이가 공중으로 몇 번을 뛰어오르더라고요.
여기서 1차 멘탈 나가고,
다리 후들거리면서 외투로 손 팔 감싸서 접근하는데
사람 보고도 (물론 횡단보도는 아니었지만)
속도 안 줄이면서 [심한 욕]지나가는 땜에 2차 멘탈 승천,
그 트럭이 또 고양이 튀어오르게 해서 3차,

거기에 ... 어떻게어떻게 수습해서
손에 들었는데 느껴지는 고양이의 온기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어서 4차....

근처 흙바닥 풀밭에 뉘여 놓고는 도망치듯 차로 뛰어와서ㅠ
외투 트렁크에 던져두고 운전대에 앉았는데
손도 발도 후들후들거려서 운전대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ㅠㅠ

멘탈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게 이런 거다 싶네요...

뭔 겨우 고양이 시체 가지고 이러냐 싶으시겠지만
ㅠㅠ 멘탈 잡는데 도움말씀 구합니다 ㅠㅠ
바로앞에 GS25시 가서 술이라도 마시고싶은데.그러면 음주운전이네요ㅠㅠㅠ

뭐 글을 어찌 마무리해야할지...

다들 안전운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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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6 18:30
수정 아이콘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고양이도 고마워할거에요.
외력과내력
19/06/26 19:06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이제서야 좀 진정이 됩니다 ㅠㅠ
김티모
19/06/26 18:32
수정 아이콘
아유... 잘하셨어요 고양이가 천국가면서 고마워할겁니다.
외력과내력
19/06/26 19:07
수정 아이콘
그러길 바라는데 ㅠㅠ 제대로 안 묻어주고 팽개치듯 두고나온게 또 마음에 걸리네요 근데 도저히 다시는 못 가겠습니다 ㅠㅠㅠㅠ
계란초코파이
19/06/26 18:34
수정 아이콘
급하지 않으시면 한숨 돌리고 마음 가라앉히고 가셔요ㅠㅜ 고양이도 외력과내력님 덕에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외력과내력
19/06/26 19:08
수정 아이콘
네 30분쯤 길가에 차 대고 에드시런 음악 들으며 멍때렸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녹차김밥
19/06/26 18:40
수정 아이콘
좋은일 하셨습니다. 좀 쉬다가 출발하셔요.
외력과내력
19/06/26 19:08
수정 아이콘
예 이제 다시 운전대 잡아보려 합니다. 그새 빗길이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김솔로_35년산
19/06/26 18:42
수정 아이콘
그 온기라는 것이 참 많은 감정 불러오더라구요.

볼리비아 시골 마을에 있을 때 염소 요리해 먹으려고 한 마리 사서 들쳐매고 돌아오는데
제 집을 향한 슬픈 울음소리와 손으로 몸으로 전해져오는 온기가 참... 그때 언젠가 때가 되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물론 여전히 육식주의자인 저를 봤을 때 고양이의 온기도 서서히 잊혀지겠지요. ㅠㅠ
외력과내력
19/06/26 19:06
수정 아이콘
그렇겠지요...... 서서히 잊혀... 휴 ㅠ
군령술사
19/06/26 18:42
수정 아이콘
아... 우선 마음을 안정 시키셔야 하는데, 쉽게 안 되실 것 같아요.
진정하려고 눈을 감으면 그 상황이 떠오를 것 같고요...
일종의 PTSD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말씀드리자면, 안구를 움직이는 게 PTSD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기억을 정리하는 꿈을 꿀 때 눈알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그것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서, 증상을 완화한다고 합니다. 혹시 하시는 모바일 게임이 있다면, 그리고 그 게임이 시선을 많이 움직인다면, 잠시 숨 돌리시면서 몇 게임 하시고 출발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비오는 지역도 많은데, 꼭 안전운전 하세요.
외력과내력
19/06/26 19:00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ㅠㅠ뭐라도좀 게임하다 가야겠네요
외력과내력
19/06/26 19:10
수정 아이콘
말씀 그대로 ㅠㅠ 저도 이게 멘탈이 감당이 안 되어서ㅠ눈 감으니까 더 생생히 떠오르더라고요 아오...
오토체스랑 브롤스타즈 막하다 보니 좀 나아집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외력과내력
19/06/26 19:00
수정 아이콘
하 다들 말씀 감사합니다. 동생이 군생활 대신 소방서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때 사고난 시체 수습했다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전화하면서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ㅠㅠ 다들 따뜻한 말씀 다시 보면서 안정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By Your Side
19/06/26 19:10
수정 아이콘
마음이 참 착하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외력과내력
19/06/26 19:11
수정 아이콘
이기적이죠 제꿈에 나와서 괴롭힐까봐 ㅠㅠ... 고맙습니다
19/06/26 19:11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네요 멘탈 잘 추스르세요
외력과내력
19/06/26 20:47
수정 아이콘
ㅡ감사합니다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ㅠ
도라지
19/06/26 19:16
수정 아이콘
반려동물을 키우면 나중에 죽었을 때 반려동물들이 무지개다리로 마중나온다고 하죠.
아마 그 고양이도 살아생전의 귀여운 모습으로 무지개다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만나면 꼭 안아주세요.
외력과내력
19/06/26 20:47
수정 아이콘
아 이 생각하니 며칠 째 아침저녁 인사만 겨우 하는 저희집 털 민 요크셔테리어 댕댕이 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19/06/26 20:43
수정 아이콘
아이고 ㅠㅠ 고생하셨어요. 복받으실거에요 ㅠㅠ
외력과내력
19/06/26 20:48
수정 아이콘
다시 하라면 못하겠습니다.. 감사해요
19/06/26 22:21
수정 아이콘
저는 얼마전 회사에서 참새가 죽어 있길래 조용히 화단에 묻어줬습니다. 저도 누가 볼까봐 대충 낙엽 같은걸로 덮어주고 왔습니다. 이미 죽었지만 참새의 체온이 조금 남아있었습니다. 마음이 찝찝했지만 아무도 안치우는거 나라도 좋은 일 했다고 자위 했지만 죽은 참새의 얼굴이 쉽게 잊혀지지 않더군요. 그냥 시간이 약인것 같아요.
외력과내력
19/06/26 22:56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언젠가 무덤덤해지겠지요. 조금 서글프긴 합니다. 하....
-안군-
19/06/27 01:00
수정 아이콘
모질지 못해서 고생하시네요 ㅠㅠ 그 착한 마음씨는 죽은 고양이에게도 정해졌을 겁니다.
외력과내력
19/06/27 12:15
수정 아이콘
지나쳐간 후에, 앞에 보이는 도로에 계속 고양이가 어른거리더라고요 어휴...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인지 ㅠㅠ
전자수도승
19/06/27 02:53
수정 아이콘
좋은 일 하셨으니 마음 편히 먹으세요
외력과내력
19/06/27 12:15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다행히 자고 일어났는데 꿈에 나어지는 않았습니다...
19/06/27 09:08
수정 아이콘
무섭네요 그 상황 생각만 해도
외력과내력
19/06/27 12:16
수정 아이콘
다시는 보고 싶지ㅠ않습니다.

그런데 또 드는 생각이, 어차피 누구든 무엇이든 죽으면 다 고깃덩어리구나 싶은 마음도 있네요...
호야만세
19/06/27 10:22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수습해주신 것만으로도 진짜로 대단하신거예요..
외력과내력
19/06/27 12:18
수정 아이콘
비교적 멀쩡했던 동물 시체 보고도 저는 이런데 사람들 시신 다루는 분들은 ㅠㅠ... 고맙습니다
유니꽃
19/06/28 03:07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저도 음성 감곡쪽에있는 공장에 다니고있습니다. 국도 출퇴근하다보면 로드킬 정말 많이보고 밤에 차가없으니 동물이 가장 무섭더라구요.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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