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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15 19:08:30
Name 작은빵떡큰빵떡
Subject [일반] 어린 날의 교회와 달란트와 가상화폐
- 반말로 작성한 점 먼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__) - 

1. 요즘 가상화폐가 열풍이 뜨겁다. 주식은 커녕 펀드조차 먼 세상 이야기였던 내가 주변의 권유에 한번 해볼까 하고 소액이나마 넣어봤었을진대, 시비를 떠나서 분명 핫한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그 만큼이나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할게다.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의 대립각은 이미 관심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알만한 소식이고 매일같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기사가 넘쳐나는 요즈음에, 나는 가상화폐에서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리곤 한다.


2.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아마도 국민학생 때 였을것이다.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을 맞이해서 큰집에 가면 항상 문 안쪽에는 십자가가 걸려있고 성경구절이 적혀있던 기억이 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집은 종교가 없지만, 큰어머니께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시고 무교에 별 관심이 없으셨던 큰아버지께서는 그냥 큰어머니의 종교관에 모든것을 맞춰주곤 하셨기에 지금도 큰집은 신실한 개신교 집안이다. 차례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대신 과일등등을 올려두고 주기도문을 외우던 그런 집.
그래서인지 큰어머니께서는 명절예배를 드리고 나면 나를 꼭 교회에 데려가고 싶어하셨다. 지금에야 예배드리고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식이지만, 그때만 해도 하룻밤 자고 오는 일도 왕왕 있었던지라 어린 시절에 컴퓨터도 없는 집에서 혼자 남아 무얼 하겠는가. 그냥 친척형제들 간다는 교회에 큰집 가족에 딸려 가곤 했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참 부지런했구나 싶기도 하다.

각설하고, 교회에 몇번이나 갔을터인데 유독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몇개 되지 않는다.
우선 헌금. 어린 마음에 500원 내는게 왜 그리 아깝던지, 이 500원이면 집앞 광장오락실에서 야구왕 -최근들어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이란 걸 알게되었다.- 을 5판이나 끝까지 깰 수 있는 돈인데! 쌍쌍바를 5개나 사먹을 수 있는 거금인데! 하면서 우울해 하곤 했었다. 그래도 같이 간 사람들 다 내니까 나도 눈 딱 감고 냈지만.
그리고 떠오르는게 달란트라는 교회 쿠폰이었다. 교회에서 뭔가 외우라고 하는걸 잘 외우거나 말 잘들으면 하나씩 주는 거였는데, 어차피 교회도 안다니는데다가 그 달란트를 쓰려면 당장 이 교회로 돌아와야 하는지라 필요도 없을 그게 왜 그리 가지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 때의 나에게는 지금의 비트코인같은 물건으로 보였다. 그래서 시키는대로 주기도문을 눈 감고 달달 외울정도로 암기했었고, 덕분에 아직도 주기도문은 끝까지 암송할 수 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시여!), 그런데 요즘은 주기도문도 개정판이 나와서 바꼈다더라. 어린 날의 나에게 애도를.
여하튼간에 순결했던 나의 뇌를 혹사시켜서 대가로 얻은 달란트를 들고 좋다고 교회 매점으로 달려가서 뭘 살 수 있나 살펴봤었다. 근데 이 더러운 자본주의는 어린아이의 동심을 파괴하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 내가 받은 달란트 한장으로는 살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 10장은 있어야 연필세트라도 하나 사는 식이었으니,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주기도문만 외운채로 큰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 달란트 한 장은 사촌에게 쌍쌍바 반개와 바꿔먹었다. 개꿀


3. 어쩌면 옛날에 받았던 달란트 한장이 내 인생 최초의 가상화폐 -실물은 있었지만 여하튼 가상화폐- 가 아니었나 싶다. 그 코인을 지급하는 블록체인(교회) 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외부에서 사용할 곳은 마땅치 않지만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현물을 주고서라도 교환하고자 하는 (쌍쌍바) 화폐. 그래서인지 요즘 관련소식을 접할 때마다 단 한번 받아봤던 그 달란트가 생각나곤 한다.

* 참고로 꺼라위키에 따르면 달란트는 무게의 단위로 화폐단위가 아니었고, 금 1달란트는 2015년 8월 12일 기준으로 11억 5834만 9157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 흠좀무..
** 금으로 줬으면 지금쯤 내가 명왕님의 금괴 200톤보다 더 많은 금을 보유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조금 아쉽다. 흑흑.



- 글 휘리릭 올리고 친구랑 술 한잔 걸치러 퇴근하는지라, 모바일로 댓글이 늦을 수 있습니다. 반말에 이어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흑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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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이저물기전에
18/01/15 19:12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달란트는 나중에 죽어서 천국행 열차 탈때 받아주지 않을까요? 흐흐
Zoya Yaschenko
18/01/15 19:17
수정 아이콘
그 달란트는 스읍읍
발터벤야민
18/01/15 19:26
수정 아이콘
이거 완전 면죄부 아닌가요 크크크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28
수정 아이콘
그럼 전 천국열차 사용가능 티켓을 쌍쌍바 반개에 ...!!
아라가키
18/01/15 19:23
수정 아이콘
꺄하 달란트 그립네요 크크 주말에 먹는 떡볶이의 맛이란
엔조 골로미
18/01/15 19:24
수정 아이콘
거의 동시에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28
수정 아이콘
다른 교회는 가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달란트가 흔히 쓰는 쿠폰이었나보네요 흐흐
엔조 골로미
18/01/15 19:24
수정 아이콘
어릴때 가끔 열리던 교회장터(?)서 달란트로 떡볶이 사먹었던 생각이 나네요 크크크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29
수정 아이콘
달란트는 한 장 주고 최소 단위가 5개 이상이라 참 서글펐습니다. 크크크
Korea_Republic
18/01/15 22:20
수정 아이콘
제가 다니던 곳은 컵떡볶이요 크크크
목화씨내놔
18/01/15 19:34
수정 아이콘
뭐 비슷한 느낌이죠 크크

실상으로 보면 많이 다르지만 크크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38
수정 아이콘
흐흐 그냥 제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런거니까요~
스테비아
18/01/15 19:35
수정 아이콘
교회 가즈아~!!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39
수정 아이콘
약 20년을 존버했다면 100원짜리 쌍쌍바 반쪽에서 1000원짜리 쌍쌍바 반쪽을 먹는 인플레이션을 체감 할 수 있었을겁니다.

달란트 존버 가즈아...?
피식인
18/01/15 19:38
수정 아이콘
달란트 시장.. 자본주의의 맛! 천국의 맛!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19:40
수정 아이콘
당장 가고싶진 않은 천국 대신에 집 앞 마트를 천국으로 삼아 원정을 다녀오렵니다.
비비고 왕교자 존맛....
김연아
18/01/15 19:54
수정 아이콘
예수 떡상 불신 떡락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2:19
수정 아이콘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달란트 만세
새벽포도
18/01/15 20:21
수정 아이콘
집 주변이 상가랑 가까워서 새벽만 되면 취객들의 고함소리가 조용한 새벽공기를 찢습니다.
주로, 울분에 찬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내뱉는 쌍욕이지요.
그런데 최근엔 쌍욕 대신 들뜬 목소리로 "가즈아!!"라고 외치는 취객이 자주 보입니다.
쌍욕보다는 덜 불쾌한 소리라서 들을 때마다 피식하곤 하는데 문득, 저들에겐 가상화폐가
천국행 티켓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0:40
수정 아이콘
가즈아를 꿈꾸면서 행복하다면 그것이 천국 아니겠습니까 흐흐
페로몬아돌
18/01/15 20:24
수정 아이콘
달란트로 떡볶이 크크크 역시 다들 같은 생각을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0:41
수정 아이콘
연필세트를 사려고 했던 저는 참으로 모범적인 어린이였다고 자부합니다.

제일 쌌었을거예요 아마..
18/01/15 20:27
수정 아이콘
달란트.. 떡볶이 꿀맛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0:41
수정 아이콘
저 떢볶이는 분명 신포도맛이 났을거야 ㅠㅠ
18/01/15 20:31
수정 아이콘
1년에 한번 달란트 잔치를 했었는데, 달란트 잔치 하는날 모여서, 그간 모았던 달란트 기부도 했었죠. 기부받은 달란트는 달란트 잔치날 처음 온 친구들에게 나눠주었고요. 이때만해도 친구 아무나 붙잡고 야 교회가자 하면 같이 가던..
물론 오락실도 있었고, 축구도 하고 놀건 많았지만 교회도 놀거리가 참 많았었죠. 저는 일상 생활이었던것 같아요.
예고다니던 교회누나에게 반주도 배우고, 책도 보고, 교회 영상장비들이 워낙 좋다보니 비디오도 보고, 유아실에서 낮잠도 자고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0: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흐흐 정말 교회다니는 사람은 그곳이 사교의 장이자 놀이의 장이 되더라구요
제가 게을러서 일요일마다 나가는걸 참아내지 못해 다니진 않았지만 교회에서 사람 만나는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8/01/15 20:56
수정 아이콘
최근에도 달란트 뿌리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 크흠...
그래도 가상화폐와는 다르게 신규 가입자도 받고 있고, 달란트 잔치 시즌이 다가오면 펑펑 뿌립니다?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1:16
수정 아이콘
신규 달란트 상장! 에어드랍 이벤트! 말 잘들으면 500달란트를 더!
18/01/16 08:09
수정 아이콘
소년부때였나 달란트 잔치 열리는날 예배때 부목사님이 자기 달란트 새로온 친구들에게 나눠줄 사람 손들라고 하더라구요.
아직도 유지되고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성경경시대회 노회1등도 하고 그랬던때라 나름 신앙심이 투철해서, 달란트비유도 생각나고 해서
10달란트였나 꽤 많이 냈던것 같아요. 그런데 부목사님이 예배 끝나고 달란트잔치 시작 전, 달란트 냈던 친구들 따로 불러서 낸거 2배로 돌려줬었습니다. 그때 꽤 비싼 장난감 샀던 기억나네요.
메가트롤
18/01/15 22:14
수정 아이콘
어릴적에 달란트 모아놓은걸 못 쓰고 이사갔습니다. 아아... 내 달란코인...
작은빵떡큰빵떡
18/01/15 22:18
수정 아이콘
존버 가즈아!?
윗 댓글들처럼 떡볶이로 칼로리로 환원하고 가셨어야 하셨을텐데 말입니다. 크크크
Chandler
18/01/15 23:10
수정 아이콘
달란트에 목숨걸던 추억이 새록새록 크크크

달란트 준다고 전도사님과 권사님들 앞에서 온갖 재롱이란 재롱은 다 떨었습니다.
Rorschach
18/01/16 01:53
수정 아이콘
전 저 달란트라는걸 생각하면 신기한게, 주위에 교회 다니는 친구들이 (아마도) 추수감사절 정도의 날에 교회를 가면 달란트를 준다고,
그게 있으면 이런 저런 것도 살 수 있다고 교회 같이 가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전 그 어린 나이에 '교회는 돈으로 사람을 꼬시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크크크
뭐 그러던 아이가 커서 지금도 종교 자체가 백해무익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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