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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05 21:00:04
Name 마술사얀
Subject [일반] 인공지능 이야기 2 - 기호주의와 연결주의
신은 가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천재 라이벌들을 보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고약한 취미가  있는가봅니다. 제갈량과 주유, 그랜트와 리 그리고 몽고메리와 롬멜 등 천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결은 인류 역사에 드물지 않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두 명의 천재의 대결을 신은 어떻게 보았을까요.


<민스키와 로젠블랫>

마빈 민스키와 프랭크 로젠블렛은 각각 1927년, 1928년 1년의 시간차를 두고 뉴욕에서 태어나 그곳의 명문인 브롱스 과학 고등학교(The Bronx High School of Science) 동문으로 인연을 맺게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민스키는 하버드와 프린스턴을 거치면서 수학을 공부하게 되며, 로젠블렛은 코넬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됩니다. 각각의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인공지능 정복을 위해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셈이죠.

두각을 먼저 드러낸건 1살 나이가 많은 민스키였습니다. 그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최초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라는 용어를 제안하였으며, 존 매카시와 나다니얼 로체스터, 클로드 섀넌 등과 함께 약 한 달 동안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그 개념을 확립하였습니다. 민스키가 주장하는 개념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의 지식을 기호화 하고 그 기호간의 관계를 일일히 입력하여 학습을 시키면 컴퓨터는 인간과 비슷한 입력을 얻었을 때 출력또한 비슷하게 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입니다.이를 기호주의라고 합니다. 이 기호주의을 계승한 가장 전형적인 AI 기법이 바로 전문가 시스템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MYCIN 이라는 의료처방 시스템이 그 중 가장 성공적인 Case 인데 의사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 지식을 컴퓨터에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어떤 소견을 내야 한다는 정보를 넣어 컴퓨터도 의사만큼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식으로 인간의 모든 지식을 다 때려 넣으면 언젠간 기계도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란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호주의로 독주를 하고 있던 민스키에게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고등학교 동문이었던 로젠블렛입니다. 그는 당시 주류였던 기호주의 대신 연결주의를 선택합니다. 인간의 뇌는 수많은 신경망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컴퓨터도 신경망으로 학습을 시키고 추론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이른바 퍼셉트론입니다.




<단층 퍼셉트론>

 각각의 입력(X 값) 에 또 각각의 Weight 값을 곱한 후 더한 값이 출력값이 됩니다. 우리는 입력에 대한 적절한 출력을 낼 수 있는 Weight 와 bias 를 찾아 학습시키면 된다는게 퍼셉트론의 핵심이죠. 이렇게 되면 입력값이 어느정도 오차가 존재해도 출력은 대체로 비슷하게 나온다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생활에 사용이 가능한거죠. 실제로 로젠블렛은 이러한 신경망을 통해서 알파벳과 숫자를 컴퓨터가 인식하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심지어 어느정도 얼룩이 묻어 있는 글자도 인식을 성공적으로 하니. 그 당시 이 퍼셉트론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민스키의 기호주의. 그리고 로젠블랫의 연결주의 차이를 다시 한번 쉽게 비교해보겠습니다.
산수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민스키는 덧셈의 기술을 알려줍니다. 1하고 2가 더하면 3이 나오고. 또 10이 넘어가면 10자리에 1을 올려줘야 한다는 등의 지식을 일일히 가르쳐 주는 것이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래지 않아 덧셈을 무사히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뺄셈, 곱셈 등은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로젠블랫은 아이에게 그렇게 덧셈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무조건 덧셈을 해보라고 하고 틀린 답이 나오면, 정답을 다시 알려줍니다. 그런식으로 수백, 수천, 수만번을 덧셈을 시키면 아이는 덧셈의 원리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죠. 가르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만, 이 아이는 응용도 할 수 있을것입니다. 가르쳐주지 않은 뺄셈과 곱셈의 원리도 터득을 하는 것이지요.
이 두 개의 차이가 바로 기호주의와 연결주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기호주의가 연결주의가 충돌하던 시점은 슬슬 AI 의 한계가 보이던 시점이었습니다. 다트머스 회의에서 인공지능 개념이 처음 출범 될 때만 해도 일반인들은 물론 과학자들도 엄청난 낙관에 빠져 있었습니다. 곧 인공지능 개발이 완료되고, 컴퓨터는 사람대신 일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어마어마한 펀드가 인공지능 학계를 지원했습니다. 거의 묻지마 투자였습니다.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에게' 라는 모토를 가지고 투자하는 펀드도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정부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성과에는 한참 못미치는 결과가 나오자 슬슬 펀드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죠. 이것이 바로 1960년대 말입니다.

물 웅덩이가 말라가면. 그 웅덩이에서 살아가는 하마들은 이전투구를 시작합니다. 힘센 놈이 물을 차지하고 힘이 없는 하마는 밖으로 밀려나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타 죽어가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이야기 해서 그 당시 인공지능 학계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 시기에 민스키는 자신의 기호주의를 위협하는 연결주의에 위기감을 느낀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올라오는 새싹은 아예 짓밟아야 겠다고 마음먹고 벼르고 별려 연결주의를 향해서 '롱기누스의 창' 을 던집니다. 바로 1969년 줄간된 '퍼셉트론' 이라는 책입니다.


<마빈 민스키의 퍼셉트론>


이 책은 기존 연결주의 즉 퍼셉트론의 한계를 수학적으로 증명합니다. 퍼셉트론은 XOR 연산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모델이며, 우리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 책의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 했습니다. 연결주의에 투자되어 있던 펀드는 모두 떠나고 관련 학자들도 신의 명령을 받아 이집트를 탈출하는 유대인들처럼 퍼셉트론에서 집단적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결국 로젠블랫은 1971년 그의 생일에 Chesapeake Bay 위 보트에서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 이후 인공지능계는 15년이 넘도록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이른바 'AI Winter' 라고 불리는 시기입니다. 민스키의 의도가 어떻게 되었던간에 인공지능계가 쑥대밭이 된것입니다.

그나마 민스키의 기호주의 방식은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었으나, 연결주의는 10년이 넘도록 싹도 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로젠블랫의 사도들은 퍼셉트론의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스티븐 그로스버그와 일본 동경대학의 수니치 아마리, NHK 연구소의 쿠니히코 후쿠시마, 핀란드의 코호넨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결국 1984년 데이빗 럼멜할크와 존 홉필드는 마빈 민스키가 지적했던 XOR 연산에 대한 문제를 극복하고 hidden layer 채용 및 역전파 학습법을 고안하여 드디어 연결주의를 되살려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들은 다층 퍼셉트론을 이용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데 NetTalk 가 바로 그것입니다. 컴퓨터에게 말하는 법을 신경망으로 가르치는데 처음에는 아기처럼 옹알거리다가 차츰 성인처럼 이야기 하는 과정이 소개가 됩니다. 이렇게 화려한 부활을 한 신경망은 침체기에 있던 AI 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충분했습니다. 당시 신경망의 인기가 대단하여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도 미래 로봇이 신경망 chip(neural network chip) 을 사용하는 것으로 배경 묘사가 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2, T800 에 장착되었던 신경망칩>


민스키의 퍼셉트론의 공동저자 시모르 페퍼트는 신경망의 몰락과 부활을 시켜보며 훗날 이렇게 반성어린 술회를 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인지과학에게 2 명의 딸이 태어났다. 한 딸은 두뇌의 연구로부터 얻은 특징을 갖는 자연스러운 '자연' 이고, 다른 딸은 처음부터 컴퓨터의 사용과 관련된 '인공' 이었다. 두 자매는 인지의 모델을 구성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각기 사용한 재료는 아주 달랐다. '자연' 은 신경세포로부터 수학적으로 정리된 (신경망으로 불리는) 모델을 구성한 반면, '인공' 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부터 그녀의 모델을 구성하였다.

그들의 유년기에 두 자매는 모두 성공적이었고, 다른 지식분야로부터 구혼자들이 따라 다녔다. 두 자매는 사이가 좋았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반 과학왕국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많은 보화를 가진 DARP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경이 군주로 나타나면서 두 자매의 사이는 변했다. '인공' 은 질투가 나서 DARPA 경의 연구비를 혼자 독차지하려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 은 죽어야 했다.

'인공' 의 충실한 추종자 마빈 민스키 (Marvin Minsky) 와 시모르 페퍼트 (Seymour Papert) 두 사람이 백설공주를 살해하고 그 증명으로 그녀의 심장을 가져오는 사냥꾼의 역할을 맡아 피비린내 나는 일을 시도하였다. 그들의 무기는 단검이 아니라 보다 막강한 펜이었고, 이로부터 한 권의 책이 씌어졌다. Perceptrons 라는 이름의 이 책은, 신경망은 지성을 모델화하고자 하는 약속을 지킬 수 없고, 오직 컴퓨터 프로그램만이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인공' 의 승리가 확실한 것 같았다. 실제로 다음 10년간 왕국의 모든 포상은 '인공' 의 자손에게 돌아갔는데, 그 중에서도 전문가시스템 (Expert System) 가문의 행운과 명성이 제일 높았다."  "그러나 백설공주는 죽지 않았다. Minsky 와 Papert 가 세상에 증거로 제시한 것은 공주의 심장이 아니라 돼지의 심장이었다."

아직도 혹자는 민스키와 페퍼트를 들어 백설공주를 죽인 사악한 사냥꾼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로젠블랫이 죽고난 이후 민스키는 그의 책 '퍼셉트론' 의 추가 출판본에 대해서 로젠블랫에 대한 헌사를 추가하게 됩니다. 만일 로젠블랫이 살아서, 그의 퍼셉트론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기호주의를 대표하는 민스키, 연결주의를 대표하는 로젠블랫 두 라이벌의 대결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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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rRay
15/04/05 21:2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제가 데이터마이닝 들을 때는 다층 퍼셉트론을 배웠는데요. overfitting이나 그런 문제점들... 갑자기 예전 생각나네요.
마술사얀
15/04/05 22:49
수정 아이콘
과적합 문제는 오랫동안 신경망이 안고있던 이슈였죠. 다음편에 다룰 딥러닝을 통해 해당 이슈의 돌파구를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마나통이밴댕이
15/04/05 22:16
수정 아이콘
역시 인간사가 재미있네요~~~
인공지능에 문외한이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근데 무생물도 자아를 가질 수 있을까요?
마술사얀
15/04/05 22:4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공지능의 자아 이야기는 5편쯤에 다룰 예정입니다.
캡슐유산균
15/04/05 22:37
수정 아이콘
회사 현장 교육법과 비슷하네요.

1. 기호주의 - 모든 기능에 대한 설명과 실습

2. 연결주의 - 한두가지 요령에 대한 설명 후 무한 도전 나머지는 시간과 반복이 해결

인간의 눈으로 보면 2번은 참으로 무책임한거 같은데, 기계에는 무한 반복이란것에 피로가 없으니 가공할 발전속도가 나올수 있겠죠.

여담으로 인간이 인간을 닮은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것은 본능인거 같습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없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죠.

언젠가 AI를 인간으로 착각하는 평화사랑 멍청이가 AI에게 자유를 주고 인류를 동물원에 살게 할텐데 말이죠.
마술사얀
15/04/05 22:54
수정 아이콘
인간과 기계가 같은 자원을 놓고 다툴 이유가 있을까요? 앨런 머스크나 스티브 호킹 박사가 인공지능 비관론을 펴고 있지만 그 정확한 근거를 들어본적이 없어서 쉽게 동의하기 힘드네요.
15/04/05 23:36
수정 아이콘
AI 에게도 인권을 주려는 시도를 하는 평화사랑 멍청이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네요.
근데, 그런 멍청이보다는, AI를 독점하여 자신들의 부를 늘리는데만 써먹으려는 기득권이 만들어낼 디스토피아가 먼저 올겁니다.
Legend0fProToss
15/04/05 22:48
수정 아이콘
요즘 머신러닝쪽에 대해 조금 알필요를 느껴서
공부중인데
내용만 알았지
네트워크 모형이 왜 망했다가 살아나고
딥넷 같은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역사적인 부분은 처음들어서 신기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술사얀
15/04/05 22:55
수정 아이콘
일반인들 대상으로 소개하는 글이라 학문적 깊이는 좀 낮습니다.
Keeley Kelly
15/04/06 01:39
수정 아이콘
이런거 좋아요 흐흐 다음 회가 기대됩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15/04/06 03:31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가볍게 넘어간 구체적인 이야기들도 궁금해지네요.
벌써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기아트윈스
15/04/06 05:36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습니다.

문장 구사도 매끄러워 술술 읽히네요.
15/04/06 07:55
수정 아이콘
요즘 제 토픽이라 잘 읽고 갑니다.
예전에 후쿠시마 교수님 플레너리 톡이였나 튜토리얼이였나 들어갔다가 아직 나는 멀었구나 하고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크크
세계구조
15/04/06 08:56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다음 글 기대할게요.
시즈플레어
15/04/06 10:56
수정 아이콘
역시 히든 레이어죠!
감춰진게 그냥 보여지는거보다 흥미를 이끄는 법입니다.
물론 네트워크이야기에요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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