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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11 02:47:09
Name 라울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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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http://blog.naver.com/raulmadrid
Subject [기타] 축구는 산수가 아니다


축구가 몇몇 게임들처럼 쉽게쉽게 표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선수 집어넣으면 공격력 몇 올라가고, 수비력 몇 내려가고 이런식으로 말이다. 능력치가 1~20으로 보기좋게 세분화 되어있음 얼마나 좋으며, 그렇게만 된다면 감독하기 얼마나 쉬울까. 우리들이 그렇게 자주하는 FM처럼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축구는 이러한 산수가 아니다. 피치안의 변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명장이 있고, 졸장이 있는 것이다. 홍명보는 국내엔 '축구전문가'가 너무 많다고 비아냥거리듯 말했지만, 국민들이 화가 나는 것은 올림픽 대표 감독이라는 사람이 '축구전문가' 행세를 하는 국민들의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렉스 퍼거슨이 챔피언스 리그 4강에서 맹활약한 박지성을 빼고 플레쳐를 투입한 이유를 정확하게 해석할수는 없으나, 박성화가 오장은-김정우-기성용이라는 충격의 미드필드진을 구성한 이유를 뻔하게 알기 때문에 우리는 욕하는 것이다.

솔까말, 축구광팬이라고 자처하지만, 이탈리아 올림픽 대표의 면면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나마 경기하는 모습을 좀 많이 본 선수는 비야레알에서 괜찮은 시즌을 보낸 쥐세페 로씨와 라치오에서 꾸준히 잘해오던 로키 정도일뿐(물론, 다른 선수들 이름은 종종 들어봤지만). 그러나, 대한민국과의 경기에서 본 이탈리아의 모습은 우리가 7백을 써야할 정도로, 시작부터 '어서옵쇼!! 대한민국 미드필드에!'라는 듯한 전술로 시작해야 할 정도로 쫄만한 상대를 아니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카테나치오는 오로지 4백의 견고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가 잘나갈 때의 수비형태는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의 엄청난 연결고리였고, 이를 해결해 주는것은 디 비아지오-알베르티니-피를로-데 로시 세대로 이어지는 엄청난 활동량과 세밀함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몫이었다. 파비오 칸나바로가 2006년 발롱도흐와 피파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던 원동력은 그가 사기급 '맨마킹'을 갖춰서가 아니라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들과의 호흡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능력이 지녀서였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과의 경기를 보았을 때, 이탈리아 수비진의 능력은 위에서 언급한 선배들에 비해선 다소 부족해 보였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들간의 간극이 과거 이탈리아들처럼 '4차원 벽'의 간극은 아니었다는 점. 즉, 우리가 정공법으로 맞섰어도 이러한 졸전은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상대팀을 제대로 분석했는지도 의문스러운 박성화 감독은 초유의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성하며 7-0-3이라는 독특한 전술을 창조했고, 7명의 수비수들은 자신들의 전술을 이해하지도 못한채(잠그는 것도 해본놈이 잘한다고, 이런 전술을 연습해본 적이나 있을라나?), 제 위치를 찾지못해 우물쭈물하며 이탈리아의 공격수들을 놓치고야 말았다. 자신들이 왜 3톱으로 기용되었는지 궁금해 할 법한 이근호-박주영-신영록 3톱은 미드필더들에게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공만보며 쫒아다니는 꼴을 보여주었고, 답답한 박주영이 '볼 운반'을 맡으려 애썼지만, 공격의 핵심이 3톱인데, 이 진형이 붕괴되니 공격이 될 틈이 있을리가.

축구가 산수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를 3명을 세운다고 수비력이 +3이 된다면, 빠른선수 3명으로 스리톱을 구성했을때 역습능력이 +3이 된다면 아마 박성화의 전술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할 최상의 전술이었을게다. 그러나 미드필드는 축구의 허리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잊어버린 한국축구는 '볼 운반'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아무도 하지 못하며 상대에게 주도권을 갖다 바친 채 출발했다. 소심한 한국의 전술에 완전히 신이 날대로 난 이탈리아의 공격에 한국 특유의 정신력과 기세마저 무너졌다. 박성화 감독에게 칭찬할 단 한가지는 후반전에 이청용과 백지훈을 투입한 판단이었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결과가 너무나 중요한 한국축구의 썩을 풍토에 박성화 감독이 과연 이 전술로 그토록 원하는 '무승부'를 성취했어도 좋아할 국민들이 있었을까?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인 세리에A를 보유한 그들을 꺾는다던가, 비긴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다. 다만, 국민들은 그들에 맞서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의 '투지'를 보고싶어하는 것이다. 왜 국민들이 몇십년동안 그토록 밤새어가며 올림픽-월드컵을 시청했는지 허정무-박성화 감독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강팀들에게 발려왔던 것은 변함 없으나, 요즘처럼 기분나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진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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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8/08/11 02:51
수정 아이콘
맞는 말이군요.

항상 청대에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는 이유가, 이기기 때문이 아니죠.
그들은 겁없이 들이대고,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그런 걸 기대하는 측면이 큽니다.

항상 아.. 질거야.. 전전긍긍하는 경기를 보는 것도 지쳤습니다.

질거란 건 압니다. 실력이 안되죠. 누구라도 압니다.
그런데 지겠다고 싸우면서 이기기를 바라는 건 더 말이 안됩니다.
08/08/11 03:12
수정 아이콘
과거에도 강팀들에게 발려왔던 것은 변함 없으나, 요즘처럼 기분나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허허. 그냥 웃지요.
forgotteness
08/08/11 04:05
수정 아이콘
프랑스 월드컵때 네덜란드에게 5-0으로 발렸을때를 기억하시나요??...
오죽했으면 월드컵 도중 감독까지 교체한 나라가 우리나라였고...
그 당시 차범근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었죠...

이탈리아 월드컵때 스폐인에게 황보관 선수의 프리킥골 이후 아무것도 못하고 3-1로 발렸을때는요???...
초등학교때지만 스폐인 미첼 선수가 헤트트릭 기록하고 골 세레모니한게 꼴보기 싫고 분통터져서...
어린마음에 일기장에 다리를 확 부러뜨리고 싶다라는 표현까지 썼었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팀들에게 발리고 나면...
집안분위기 안좋아지는건 매한가지입니다...

네덜란드에게 5-0으로 발리던 그때...
제가 고1이었는데 새벽에 같이 통닭 먹으면서 재미있게 보시다가 아버지가 그렇게 돌변하실줄 전 상상조차 할수 없었습니다...

그냥 저도 웃지요...^^;

우리나라가 항상 강팀들에게 질때의 공통점은 투지조차 보이지 않아서 대패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꼭 이런식으로 한번 국민들에게 시원하게 욕먹고나면...
그때서야 발동걸려서 없는 투혼까지 만들어서 뛰는게 한국축구의 단골 레퍼토리 아닙니까???...

축구가 산수가 아니다라는 점은 매우 공감이 가지만...
어제의 경기는 전술의 부재도 투지의 실종도 아닌 그저 실력차에 의한 패배였을 뿐입니다...

4-5-1 혹은 4-3-3 을 쓰려고 했지만 이탈리아 선수가 우리나라 수비 두명을 그냥 돌파하고 지나가버리는데...
포메이션은 그냥 숫자 놀음이 될 뿐입니다...
당연히 정상적인 수비가 될리 만무하고 자기 자리를 찾으면서 수비한다는건 입축구에서나 가능한 소리입니다...

실력차가 나면 날수록 구기 종목은 사람을 마크하지 않고 공에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이고...
수비의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게 되고 공격하는 쪽은 비교적 많은 공간을 확보해서 득점이 쉬워지죠...
08/08/11 05:36
수정 아이콘
실력차가 나면 그걸 한발 더 뛰려는 투지로 극복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수가 없어서 안타깝네요. 박성화 감독의 마인드가 워나게 소극적이다보니...... 이래서 국내 지도자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를 괜히 하는게 아닙니다.
08/08/11 10:32
수정 아이콘
그냥 박성화만보면 울화통이터집니다 아유.. 잘하던 청대애들 현 국대처럼됄듯..
폭렬저그
08/08/11 17:14
수정 아이콘
전술로 극복할수 없었던 개인기량,경험차가 확연했음..

솔직히말해서...히딩크아니면 방법없음 ㅠㅠ;;

힝크형님...어여오3 ㅠㅠ
폭렬저그
08/08/11 17:37
수정 아이콘
박성화를 욕할수 있는 차원의 경기가 아니었습니다.

카메룬과 경기때 확실히 다들 느꼈겟지만 조직력이나 전술 상당히 좋았습니다.

훈련이나 조련이 상당히 잘됬다는 반증입니다.

(다만 모든 승패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감독이 전적으로 져야 합니다.)
라울리스타
08/08/11 19:09
수정 아이콘
제 의견을 덧 붙이자면, 저는 올해 21살이므로, 스페인전, 네덜란드전 대패때 국민들의 심정을 잘 모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 경질에 대해선 정치적인 이유가 없지 않았다고 보기때문에, 그 당시 반대하는 국민들도 꽤나 있었다고 생각하네요.

제가 보아왔던 유럽팀과의 패배는 프랑스, 체코 5-0대패가 생각나는데, 프랑스때는 확연한 실력차이를 느꼈구요, 체코때는 선수들이 점점 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여서 이번과는 다른 느낌인 것 같습니다.

저도 물론 압니다. 이탈리아전도 개인기량차가 있었고,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은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

그러나, 한국-이탈리아 양팀이 올림픽 내내 보여준 경기력을 종합해 봤을때, 우리가 그런식으로 소극적으로 전술을 짤만한 상황이었나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프랑스 월드컵때 한국대표팀이 극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선수들의 종합적인 기량, 경험모두 부족한 상태였다면, 이번때는 박주영 선수 인터뷰대로 선수들의 사기와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였습니다. 후반에 보여주는 경기력이 이를 반증하구요.

이기는 전술을 짜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상대의 명성에 주눅이 든 채, '기세'마저 완전히 내준 상태로 경기를 하는 모습이 불만인 것입니다.

유로 2008 터키의 돌풍엔 '나 약하지만, 너하고 맞장한번 떠보자'라는 '기세'가 뒷받침 되었고, 이에는 명장 테림 감독의 탄탄한 전술이 있었습니다. '수비수 7명 두면 수비가 강해지겠지'라는 안이한 전술로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선전'조차 기대할 수 없는데, 그렇게 하니 답답한 것이구요.

ps) 저도 프랑스, 체코전때보다는 담담하더군요. 그러나 기분이 더 나쁘다는 것은, 이렇게 '흠..또 졌네'라는 '패배주의'에 빠져간다는 점을 뜻합니다.
08/08/11 19:16
수정 아이콘
아무리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더 나은 실력을 지닌팀이라지만 그렇다고 감독이 대놓고 언론에다 비기기 작전을 구사하겠다라고 하면 선수들 사기는 어떻게 될까요. 설령 패할지언정 선수들에겐 자신감을 불어넣을수 있어야 합니다. 박성화 감독은 단순한 이론가일뿐 축구감독으로써 그릇이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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