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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8/13 17:50:42
Name The Siria
Subject [기타] 미디어의 올림픽...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기억나는 올림픽도 늘어나네요.
96 애틀란타때가 제 나이 11세였으니, 그 때 이후로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 시절과 조금씩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점점 볼 수 없는 경기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도 그랬었나... 싶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차가 비슷했던 시드니때를 생각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카누 경기도 처음 보고 그랬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라이브는 아니었고, 나중에 하이라이트였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도 별로 보이지가 않네요.

그 때와 달라진 것을 생각한다면, 일단 정권도 달라졌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요새 TV로 누구 경기를 봐, 하지만 그 경기를 찍는 것은 TV방송국이고, 인터넷의 영향력이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정작 기사로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신문사들이니까요. 오히려 기존 미디어가 신규 미디어를 제압하는 그런 과정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케이블 회사가 현재 지상파의 자회사 격으로 많이 운영이 되는데, 그럼에도 절대 활용하려 하지 않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배영 선수의 눈물겨운 투혼, 비록 그 것을 말리지 않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 쉽게 말릴 수는 없었던 문제이겠지요. 다만, 이제 그것을 어떻게 대접을 하는가의 문제겠지요. 오늘자 보수신문과 진보계열 신문을 한 번 다 봤습니다. 다행히 비슷한 정도로 나오더군요. 그 점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열심히 노력한 선수에 대해서는 칭찬과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는 어느 정도 공유하는 모양입니다.(기사의 비중은 다르지만, 그 점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죠.) 하지만, 이배영 선수도 저녁 프라임 타임에 경기가 있었고, 메달 후보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미디어의 힘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즉, 애당초 메달이라는 명제 아래에 계획된 보도에서 다만, 그 내용이 변했을 뿐이라는 점이겠죠.

한국 사회가 가장 안 좋아진 점이라면, 새로운 권력이 된 미디어에 대해서 시민이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니 애시당초 시민의 힘이 미약한 점이라면, 미디어 자체의 권력화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정보는 미디어가 독점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블로그가 발달해도, 미디어는 결국 기존의 미디어가 되버린 상황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미디어의 자유는 보장해야겠지만,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는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은 미디어가 자본과 결합할 때의 일이겠지요.

올림픽 중계의 역사를 보면, 2004 아테네 올림픽은 무슨 아테네 월드컵을 보는 것 같았고, 이 번 올림픽도 역시나 양대 인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사를 할애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태환이라는 기린아의 등장은 심지어 어제의 경우, 금메달을 능가하는 업적으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지만, 그간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씁쓸한 것은 사실입니다. (진종오 선수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아쉽다라는 표현을 쓴 은메달, 동메달 보도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올림픽의 보도는 이율배반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의 태도는 다시 시청자나 독자에게 돌아가고, 이게 다시 시청자나 독자의 뜻이 되어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겠지요. 어느 시점에서든지, 미디어에 대해서 견제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 된다고 봅니다.

조정, 요트에도 한국 선수들이 나갑니다. 이 선수들도 4년을 준비한 선수들입니다. 아, 한국에서 이 번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종목은 예선에서 떨어진 배구와 소프트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른 선수들에 대한 보도는 분명 있어야 하는데, 중계도 있어야 하는데, 자본의 논리로 관심의 논리로 사라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본이라면, 자본의 논리에 충실해야 하지만, 우리의 미디어는 자본의 논리를 드러내지 않는 것도 현실입니다. 즉,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왜 갑자기 미디어이냐면.... 저는 비인기종목에 대한 차별이 한국 사회 미디어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기륭전자 공장에서는 현재 60일째 단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꾼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는데, 이 것도 슬쩍 묻히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목숨을 건 단식이 조용히 미디어에서 사라지는 것과 참여에 의의를 둔 선수들이 조용히 관심에서 사라지는 것... 모두 사회의 주류가 아니기에 당하는 수모이자, 비극이라면, 조금 지나친 생각일까요....

ps. 그럼 성적으로 좀 잘 하면 되잖아, 그런 말씀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박태환이 그랬고, 여자 핸드볼이 그랬고, 양궁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자 핸드볼은 4년 전에도 그랬다가 사라지는 것이 영화 한 편의 힘으로 되살아난 것이고, 박태환도 06년 도하의 성과가 아니었다면, 그래서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양궁 협회의 최대 지원군에는 현대자동차라는 한국 4대 대기업이 있습니다. 자본이 없이, 과연 한국에서 반전의 길을 열 수 있을까요. 자본이 없어서 반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닐까요. 시청률이 적어서와, 내 일이 아니니까는 과연 다른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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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13 18:09
수정 아이콘
음 글쎄요 전 시민이 힘을 갖게 되어 미디어에 권력을 휘두르는 게 현 상황이라고 봅니다.
물론 비인기종목과 입상가능성 낮은 종목선수들에게 언제나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96아틀란타는 물론 92바르셀로나 88서울올림픽 등 그 이전의 올림픽에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현 시점 심권호해설의 담담한 사과표명, 그리고 시민들이 진정 원하는 경기가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방송사들의 발빠른 대처는 전보다 훨씬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글쓴님이 아쉬워하는 상황은 그 이전 시대에도 있었고 미디어입장에선 엄청나고도 영원한 숙제라고 봅니다.
이를 사회에 투영하는건 어쩌면 시뮬레이션을 조금 더 돌리신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다만 아쉬운건 스포츠 전문채널들... 그네들은 분명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번 워3 관련글 또 써주셔야죠~ ^^;
창해일성소
08/08/13 18:29
수정 아이콘
나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로 케이블에서는 올림픽, 월드컵 등 빅게임 경기을 생중계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압니다.
경기가 치뤄진 다음 날 10시가 넘어야 방송할수 있다고 하죠 -0-
08/08/13 18:33
수정 아이콘
창해일성소님// 아 생중계 이야기가 아니라 위에 언급한 비인기종목이나 입상가능성낮은 종목들의 방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forgotteness
08/08/13 18:50
수정 아이콘
어느 나라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동시에 너무 많은 종목이 경기를 하고...
방송사 입장에서도 선택해서 방송해야만 하죠...

비인기종목의 관심을 가지는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메달이 가능한 종목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절대 다수 입니다...

물론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면 비인기종목의 방송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하계올림픽의 경우는 그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죠...

동계 올림픽은 우리나라 유력종목이 몇몇 종목에 한정되다보니...
여러가지의 종목을 방송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계 올림픽은 시간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말씀하신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이 예선을 뚫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예선조차 뚫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메달유력 종목을 방송하는게 당연해 지는듯 합니다...

거기에 이번 올림픽은 메달 유력 종목이 초반에 전부 몰려있다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올림픽이 중후반으로 넘어가서 메달 유력종목이 끝이 많이난다면...
다양한 중계를 볼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08/08/13 20:23
수정 아이콘
케이블 채널의 올림픽, 월드컵 등 온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스포츠 이벤트 중계 금지가 되어있는 현 방송법을 조금 융통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동시간에 무조건 서로 다른종목을 중계해준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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