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5/12 01:04:47
Name sylent
Subject OCL 관전일기 - <레퀴엠>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OCL 관전일기 - G-Voice 2004 온게임넷 1st 챌린지리그 4주차(2004년 5월 11일)


<레퀴엠>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늘은 부끄러운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프리매치에서 처음 <레퀴엠>이 공개되었을 때 저그의 무덤이 될거라 확신했고, 관전일기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난 ‘서지훈 대 변은종 전’을 보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저그에게 난감한건 사실이지만, <라그나로크>처럼 답이 없는 맵은 아니다”. 테란을 상대로 한 ‘질럿-캐논 푸시’가 논란이 되었을 때 테란이 정말 힘들게 운영해야 하는 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퀴엠>에서 패배한 테란은 단 한명도 없고, <레퀴엠>에서 승리한 프로토스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질럿-캐논 푸시’ 이후의 드래군 압박이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질럿-캐논 푸시’로부터 서플라이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프로 게이머들의 연습량을 더 믿는다. 수백 게임을 소화했을 그들의 노력을 믿는다. 그들은 ‘프로’니까.

<레퀴엠>에서 네 번의 경기가 있었지만, ‘질럿-캐논 푸시’를 막아내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시청자는 없는 것 같다. 김창선, 엄재경 해설위원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질럿-캐논 푸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테란 플레이어들은 막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해설자에게 원하는 것은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다.


1경기 <머큐리> : 이주영(Z5) vs 이재항(Z8)

저그와 저그의 대결에서 ‘12드론 스포닝풀’과 ‘트윈 해처리’로 전략이 엇갈릴 경우, 게다가 <머큐리> 같은 개방형 맵일 경우 저글링 겨루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엘리트 저그’ 이주영 선수는 ‘12드론 스포닝풀’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라소니’ 이재항 선수의 병력과 균형을 맞춰 저글링을 생산했다. 이 후, 이주영 선수가 선택한 멀티는 비교적 안전한 앞마당 미네랄 멀티였고, 이재항 선수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입구 가스 멀티에 해처리를 건설했다.

조금 늦은 스파이어는 스컬지로 만회하고, 저글링 규모에서 우위를 점하며 스포어 콜로니로 방어하면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재항 선수는 반사적으로 저글링 싸움을 유도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테크트리가 빠른 저그는 뮤탈리스크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에 자원과 라바를 아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주영 선수는 저글링을 생산하는데 게으르지 않았고, 좋은 진영에서 싸워 저글링 보유 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결국 입구 가스 멀티를 취소하게 된 이재항 선수는, 지상에서도 공중에서도 병력의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뮤탈로 본진을 노려 이재항 선수의 시선을 잡아 둔 뒤, 저글링으로 앞마당 멀티를 공략하는 전술은 이주영 선수의 영리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었다.


2경기 <레퀴엠> : 김종성(Z9) vs 신정민(Z12)

2경기는 ‘12드론 스포닝풀’과 ‘9드론 스포닝풀’의 대결이었다. 김종성 선수의 ‘12드론 스포닝풀’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성큰 콜로니의 위치는 좋지 않았다. 물론 신정민 선수의 신들린듯한 저글링 컨트롤 덕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익스트렉터가 깨진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신정민 선수를 주목하자. ‘웰빙 저그’ 신정민 선수의 저글링 컨트롤에서는 ‘포스’를 느낄 수 있다.


3경기 <머큐리> : 송병석(P5) vs 조정현(T11)

방송 경기에서 아비터를, 게다가 스테이시스필드를 사용하는 아비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조정현 선수의 과감한 조이기를 막아낸 송병석 선수는 단 한 개의 가스를 채취함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스타게이트를 건설했다. 한동안 드래군을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네랄이 남을 수밖에 없었고, 남는 미네랄은 넥서스를 소환하고 캐논을 건설하는데 사용했다. 왜 두 개의 스타게이트를 동시에 건설했을까?

답은 한 가지, 특정 타이밍에 ‘스테이시스필드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마나를 보유한 아비터 2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특정 타이밍이란 테란이 병력을 모아 다시 한 번 진출을 도모하는 순간이다. 건담 러시를 실패한 조정현 선수는 어쨌든 멀티를 선택해야 했다. 송병석 선수는 병력을 잠시 참더라도 아비터 2기만 보유하면 테란의 두 번째 진출을 막을 수 있으며 세 번째 진출은 활성화 된 멀티의 자원력을 바탕으로 한 힘싸움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증명해 보였다.

개방형 맵에서, 대각선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건담 러시를 시도한 조정현 선수의 고집에 언제까지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늘 같은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는 테란을 두려워할 프로토스 플레이어는 없다. 조정현 선수는 변해야 한다, 많이 변해야 한다. 신세기의 화두는 ‘변화’가 아니던가.


4경기 <레퀴엠> : 김환중(P) vs 변길섭(T)

언덕 위에 게이트웨이를 건설 할 때 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질럿-캐논 푸시’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흠뻑 취해있었지만, 김환중 선수의 의도는 전진 게이트 이상의 무엇도 아니었다. 1질럿 2드래군의 압박을 막아낸 ‘불꽃 테란’ 변길섭 선수의 SCV 컨트롤도 대단했지만, 2질럿과 3드래군을 던져주면서 다크템플러를 난입시킨 김환중 선수의 뚝심도 그에 못지않았다.

결과적으로 김환중 선수의 다크템플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변길섭 선수의 벌처 세 기는 많은 프루브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김환중 선수의 본진 입구에 다크템플러 한기, 드래군 한기만 서 있었어도 경기시간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던 것처럼, <레퀴엠>에서 프로토스를 상대하는 테란은 지금 보다 더 어려워야 한다. 하지만, 극도로 가까운 러시거리, 언덕 아래에서 위로 병력을 올려야 하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테란 플레이어들의 운영에는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인다. <레퀴엠>만의 정석을 정립한 것일까? ‘몽상가’ 강민, ‘영웅’ 박정석, ‘안전제일’ 전태규, ‘악마’ 박용욱 선수가 찾아낸 <레퀴엠>의 문법은 무엇일까? 게임 팬들의 호기심은 깊어만 간다.


-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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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비나
04/05/12 01:10
수정 아이콘
레퀴엠의 테란과 프로토스전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여~
souLflower
04/05/12 01:22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는 자신이 방심했고 상대방이 잘해서 졌다고 하고 박용욱선수는 최연성선수가 자신한테 훨씬 많이 이겼다고 하고...최연성선수는 앞으로 이맵에선 테란이 이기는 일은 없을꺼라고 하고....김환중선수는 전진게이트웨이 포톤러쉬 초반 5,6판정도만 통했지 그 다음부터는 다막혔고 레퀴엠은 테란맵이다라고 하시고....도데체 어떤말이 맞는건지 머리가 복잡한 맵이네요....암튼 보는 입장에서는 기대됩니다...앞으로 레퀴엠의 행보가....^^;
천재여우
04/05/12 01:36
수정 아이콘
저도 사뭇 기대되네요.......레퀴엠의 운명이.......
진실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조정현 선수가 진건 아쉽지만 송병석선수 더 좋은 모습 기대됩니다.
왕성준
04/05/12 01:40
수정 아이콘
현재 예정된 레퀴엠의 대진은...챌린지리그 C조 승자전과, 스타리그 4주차와 6주차의 테란과 프로토스의 대결입니다.
안기효, 김성제, 전태규 선수중에 승자가 나타난다면...해법을 찾은 것으로 봐도 될 것인지...관심이 갑니다.
기억의 습작...
04/05/12 01:59
수정 아이콘
레퀴엠에서 해설자분들이 설명을 안해주시는 이유가 테란을 하시는 프로게이머 분들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라고 얼핏 들었던거 같은데..아닌가요?
안파랑
04/05/12 03:16
수정 아이콘
설마요?
테란들이 다 안다면, 그와 같이 연습한 프로토스들도 다 알텐데, 굳이 숨길 필요가 있습니까?
어느 한팀에서만 파해법이 나왔다면 숨길만 하지만은요.
04/05/12 04:37
수정 아이콘
변길섭 선수의 scv 3기의 서로 감싸주기와
벌처 3기?의 상대 본진 난입이 컸던 것 같아요
달라몬드
04/05/12 08:50
수정 아이콘
sylent님 매번 좋을 글 읽지만 사실 스타 실력이 실력인만큼 이 곳에 댓글을 달 수가 없었는데요...
그래도 고마움 정돈 표시해야 할 것 같아서...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04/05/12 09:47
수정 아이콘
방송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질롯 캐논 러시를 제대로 구현할 프로게이머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것을 제대로 막아내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단지 말로만 된다라고 하는 것은 아무런 믿음도 주지 못하더군요.
레드드레곤~
04/05/12 10:51
수정 아이콘
저는 토스유저고요, 질럿 케넌 러쉬가 안댄다고 주장한 사람인데 어제 경기는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어제 경기 초반을 보면 노 마린에 입구 막고 바로 팩토리였는데 팩토리 올라가기 전까진 상대 진영이 정찰이 안댄것 같았습니다(아닐수도 있고요) 상대 진영을 맨 마지막에 정찰 한것 같던데 변깁섭 선수는 입구 막고 원바락에 질럿 케넌을 막을수 있다고 확신을 한건지 궁금 하군요.
개인적인 생각은 질 캐넌 러쉬 했스면 이겼슬거라 생각 되어지는데요(전진 게이트였죠)
예전에 베틀넷에서 유행을 한 불독 토스라는 것이 있지요. 아마 중고수 사이에서도 유행을 했지만 빌드의 미완성적인 이유로 결국은 한번도 방송경기에서 선보인적이 없썻는데, 불연듯 불독 토스가 생각이 나네요.
사일런트님이 쓰신대로 한번쯤 제대로 된 전진 게이트 질케넌 러쉬를 보구 싶군요.
ps) 최적화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다소 조금 느져지더라도 차라리
드라군군 병력을 수비로 돌리고 2질럿 2다크 드럽을 했스면
어떻게 되었쓸가 하는..
unlimited
04/05/12 11:05
수정 아이콘
혹시 전진게이트 질럿 케논 러쉬가 필승전략이라 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쓰지 않는 것은 아니겠죠. 아니길 빕니다.
harisudrone
04/05/12 12:29
수정 아이콘
조정현 선수 건담러쉬는 간만에 봐서 오히려 반갑던데요.^^ 모든 방송 경기를 다 보는게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갠적으론 조정현 선수가 방송에서 제대로 된 건담러쉬를 쓰는 건 거의 1년만에 보는 거 같습니다. 최근엔 대부분 빠른 멀티 전략을 쓰다가 지곤 했죠. (해설자들이 '아.. 이 상황에선 조정현 선수 특유의 건담러쉬가 강력할 꺼 같네요.'라는 말이 머쓱하게 건담러쉬를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건담러쉬의 힘을 보여줄 때다 했더니만 결국 지고 말더군요. ㅠㅠ
04/05/12 14:22
수정 아이콘
레드드레곤~님// 불독 비스무리한 운영 ( 패스트 옵져버 -> 본진 3게이트 ) 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몇번 나온적이 있었죠.. 송병석 선수, 박정석 선수가 사용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노액션
04/05/12 15:58
수정 아이콘
음..최연성선수 무안하겠군요....
테란이 2명이나 더 이겨버렸으니 말이죠 ^^;;; 아직은 모르지만 레퀴엠
이 적어도 한시즌 혹은 두시즌만 사용되고 묻히는 일은 없을듯하군요..
레드드레곤~
04/05/12 16:30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저희집은 온겜넷만 나와서요
GunSeal[cn]
04/05/12 18:07
수정 아이콘
이재훈선수의 경기는 제가 본게 대부분 불독이었던거 같습니다만...
송병석선수도 마찬가지...
그때서야 불독이 좋긴 좋구나아~ 했는데...
souLflower
04/05/12 18:23
수정 아이콘
이재훈선수가 말하시길....자신은 불독토스란걸 모른다고 하셨었죠....
그냥 평소하던대로 했다고 하셨죠....변형된 불독토스같은 느낌이었죠...이재훈선수의 빌드는...
04/05/12 19:17
수정 아이콘
역시 레퀴엠......저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갑자기 또 생각나네요.....완벽한 전략은 없다......
04/05/12 20:46
수정 아이콘
오늘 프로리그 레퀴엠에서 테란이 프로토스 또 이겼네요. -_-;
임진록보단임
04/05/12 21:04
수정 아이콘
신정민 선수...진짜 주목해야 될 선수인것 같습니다.
Blossom.P
04/05/14 16:27
수정 아이콘
레퀴엠에서 테란을 상대로 프로토스가 어떠한 파헤법을 가져올까 기대 되는군요. 음.. 테란이 많이 이겼다고 해서 맵이 테란맵이기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않습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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