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3/22 17:18:49
Name sylent
Subject OSL 관전일기 - 결승전, 패자는 없다.
<OSL 관전일기 - NHN한게임배 스타리그 결승전>

어렵지 않게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경기 만큼 맥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게다가 그 예상이 보기좋게 적중하기라도 하면 게임 팬들은 깊은 허무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이번 NHN한게임배 스타리그 결승전은 모두의 예상대로 '몽상가' 강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였으나, '안전제일' 전태규 선수의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동일 종족전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종일관 유지된 팽팽한 긴장감으로 많은 게임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1경기 <패러독스2> : 두가지 고정관념

<패러독스2>에서 펼쳐진 1경기의 승패는 두가지 고정 관념에 의해 갈렸습니다.

첫 번째 고정 관념은 "강민은 전략가다"라는 것입니다. 경기를 중계하는 중계진, 관람하는 시청자, 강민 선수를 상대하는 전태규 선수 모두의 화두는 단연 "<패러독스2>를 위해 강민이 준비해온 전략이 무엇일까?"였습니다. 모두가 "강민이라면 뭔가 변칙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강민 선수는 10여개의 게이트웨이에서 병력을 쏟아냅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해온 강민 선수였기에 이런 일반적인 운영 조차 평범하지 않은 전략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다수의 지상 병력을 생산하는 강민 선수의 플레이를 확인한 중계진, 시청자, 전태규 선수는 다시 한 번 고정 관념에  사로잡힙니다. "<패러독스2>는 중앙을 장악하는 자가 승리한다". 뒤늦게 병력을 충원하기 시작한 전태규 선수는 중앙 섬에 많은 자원과 병력을 투입합니다. 강민 선수 역시 전태규 선수에게 "내가 중앙 섬을 차지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듯 무리한 드랍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강민 선수가 궁극적으로 노렸던건 전태규 선수의 멀티였습니다. 강민 선수가 입술을 질끈 물고 트리플 넥서스로 출발한 이유는 센터 싸움도 적당히 해주면서 상대방의 멀티를 공략하기 위한 병력을 보유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전태규 선수가 멀티 방어에 조금 더 자원을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습니다.


2경기 <노스텔지어> : 파일런의 힘!

전태규 선수는 "전형적인 힘싸움이라면 승리할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결승에 임했습니다. 만약 전형적인 힘싸움 구도인데다가 상대방의 자원 수급까지 방해할 수 있다면? 강민 선수 역시 생산력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두 차례나 매너 파일런에 성공한 전태규 선수의 물량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강민 선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빠른 멀티로 응수하였으나 전태규 선수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맞멀티로 대응하여 끝내 물량으로 압도하였습니다. 강민 선수의 다크 템플러 드랍을 확인한 순간 병력을 회군 시키지 않고 거침없이 진출하는 모습에서 전태규 선수의 센스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경기 <남자이야기> : 남자의 로망은 질럿

전태규 선수는 "강민은 소수의 유닛으로 방어가 가능한 맵에서는 앞마당 멀티를 차지하고 리버를 사용하여 시간을 번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앞마당 멀티를 가져갔고, 강민 선수의 리버 견제도 무난히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강민 선수의 앞마당을 강력하게 압박합니다. 전태규 선수도 강민 선수의 앞마당에서 펼쳐진 첫 교전에서 강민 선수의 뒷 섬 멀티 정도는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태규 선수 역시 12시 멀티에 넥서스를 소환하고 있었기에 자원전도 자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민 선수의 앞마당에 소환한 건물은 무려(!) 네 번째 넥서스였습니다.

<남자이야기>에서 펼쳐진 3경기는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고, 상대방의 자원 수급을 충분히 괴롭혀준 강민 선수가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경기 초반의 빠른 멀티에서 수급한 자원은  또다른 멀티와 병력으로 환산됩니다. 자원이 자원을 낳고, 병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상대방의 자원력에 가시적인 차이가 보일 때 까지 강민 선수는 병력을 진출시키지 않습니다. 강민 선수가 센터로 치고 나온 순간은 "지금부터 계속 병력을 바꿔주면 내가 이긴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였습니다.

두 선수의 하이테크 유닛 보유 비율은 비슷했습니다. 템플러의 스톰 컨트롤이나 아콘의 위치 지정은 전태규 선수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승부를 결정지은건 경기 초반의 빠른 미네랄 멀티가 낳은 강민 선수의 수많은 질럿들이었습니다. 결국 <남자이야기>는 질럿으로 마무리 된것입니다.


4경기 <기요틴> : 그를 믿지 마세요

<기요틴>에서 강민 선수를 상대하는 프로토스 플레이어는 '선제 공격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요틴>에서 펼쳐진 4경기는 지난 8강 B조 6경기(강민 vs 박정석)와 거의 유사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강민 선수가 리버를 선택했다는 것과, 당시의 강민 선수와 달리 전태규 선수는 옵저버를 확보하지 않은체 세 번째 게이트를 늘렸다는 것입니다.

전태규 선수는 강민 선수의 진영을 열심히 정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프루브가 보내온 정보는 '옵저버터리'. 프루브가 강민 선수의 드래군에 터지는 순간 전태규 선수는 강민 선수의 앞마당 멀티를 확신을 했을 것입니다. 자신은 3 게이트 병력이고, 상대방은 2게이트 병력인데다 서로 멀티를 하고 있다면? 설사 자신의 병력이 손해를 좀 보더라도 후속 병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과감한 공격을 시도하고, 언제나 처럼 좋은 진영으로 전투를 치룬 강민 선수는 무난히 막아냅니다.

강민 선수는 <기요틴>에서 박용욱 선수와 박정석 선수를 '2 게이트 / 옵저버 / 멀티'로 잡아낸 경험이 있습니다. 박용욱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리버를 예상하지 못했기에 큰 피해를 받았고(만약 박용욱 선수가 리버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강민 선수의 '<기요틴> 무패행진'은 지난 마이큐브배 결승전에서 종지부를 찍었을 것입니다), 박정석 선수의 리버는 옵저버로 확인한 뒤 손쉽게 막아냈습니다. 전태규 선수가 멀티에 욕심이 있었다면 3 게이트의 유혹을 참고 옵저버로 상대방의 테크트리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적어도 상대방의 진영에서 병력을 소모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습니다. 강민 선수가 보여주는대로 믿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패자는 없다

강민 선수는 전태규 선수를 꺾고 드디어 OSL 우승자 클럽에 입성하였습니다.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모두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사실, 강민 선수와 그의 팬들이 'OSL 우승'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강민 선수의 무서운 기세는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계속될 것입니다.

위대함은 결코 쓰러지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쓰러져도 매번 다시 일어나는 데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약점인 대 프로토스전을 극복해 낸 모습을 확인 시켜준 전태규 선수. 그의 위대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2004/03/22, sylent.


@듀얼 토너먼트 일정이 .. 압박입니다. 매일 하다니. -_-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3-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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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22 17:41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이번 결승전은 제가 나름대로 생각해본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랑 결과가 비슷하게 나와서
좋아하면서 봤습니다.

아래는 제가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고 그 아래는 결과 인데... 어떤가요?

Paradoxxx:
Zeus: 난 섬맵의 Zeus다.... Paradoxxx 도 섬맵이다. 하던대로 하겠다.
결과: 50% True, 그런데.. P vs P 섬맵 정석이 커세어 인가요? 아니면 옵저버 인가요?

Nal_rA: Paradoxxx는 맵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 이젠 더이상 새로운 전략은 없다.
결과: 80% True,Nal_rA는 그냥 평범하게 햇죠. 3넥이 조금 다르다는 거....

Nostalgia:
Zeus: 저 번에는 중앙을 쉽게 넘겨 줘서 졌다. 난 그 때를 기억 한다. 2번은 아니다.
결과: 60% Ture, 멀티도 조금 늦추고 중앙을 선점 하려 했죠.

Nal_rA: 난 같은 방식으로 2번 이기지 않는다.
결과: 50% True, 저번에는 중앙 선점 이 목표였는데... 이번에는, 하지만 초반 메너
파일론등으로 고생해서 그렇치 않았다면 어떻게 했을지...

NamjaIyagi:
Zeus: 중앙 힘싸움 이다. 힘으로 밀어버린다.
결과: 90% True, 빠른 멀티에 전형적인 힘싸움으로 경기를 유도했죠.

Nal_rA: 아직 이 맵은 알려지지 않은 전략이 있다.
결과: 80% True, 빠른 로보틱스 이후에 드랍이 아니라 빠른 섬 멀티... 좀 참신한
전략 아니였나요?

Guillotine:
Zeus: 어차피 P vs P다 정석으로 간다.
결과: 판단불능....

Nal_rA: 난 이맵을 믿는다.
결과: 판단불능....

호호 이 정도면 제가 생각하기에 비슷하게 맞춘것 같은데... 경기보면서 처음에
조금은 놀랐다는..(혹시 돗자리 펴야 하는것 아니면서..) 암튼 듀얼... 기대 기대...
04/03/22 17:47
수정 아이콘
정확한 분석...수고 하셨습니다..
다만 이전에 쓰신 (추게로 간..) 과 결과는 상당히 틀리게 나온듯 하네요.

예상과는 다르게, 결승전 4경기 모두 일반적인 양상(힘싸움)으로 흘렀지만 결과는 강민선수의 승이네요..
강민선수가 힘싸움에 강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전혀 다르네요.
통상 프프전의 양상은 물량이 어설픈 조합을 압도한다...입니다.

그렇기에 강민선수가 나타나기 이전까지 프프전 최강자는 박정석선수를 꼽았고, 현재까지도 그를 프프전 최강이라고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볼때는 강민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은 오히려 강민선수가 힘싸움, 혹은 물량에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을 택했다고 생각하는 점같네요.

가장 힘싸움이 중요시 되는 것은 팀플입니다..
현재 프로토스 중 팀플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를 꼽으라면 단연 박정석선수와 강민선수를 꼽을 것이며, 이는 김동수 해설위원이 MTL 에서 밝힌 김정민선수와의 대화와 MTL 에서 보여준 그의 성적 및 능력에서 충분히 주지된 바입니다..

강민선수는 팀플을 상당히 잘하고, 자신있어 합니다..
여기서 그가 힘싸움에 대해 충분히 자신있어한 다는것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밝혔드시 통상 프프전은 물량이 조합을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민선수는 보통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제가 볼때 그것은 힘싸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보다 적은 유닛으로도(테크를 올리기 때문에) 비슷한 병력싸움을 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네요..

실제로 강민선수는 테크 혹은 패스트 멀티로 인한 병력부족의 어려운 상황을 극도의 진형과 컨트롤 즉 병력싸움으로 극복하고 후에 폭발하는 하이테크 유닛이나 좀 더 빠른 멀티로 인한 물량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줍니다..

또 4강 변은종 선수와의 남자이야기와 이번 전태규선수와의 남자이야기에서 중후반 경기 운영 또한 백미임을 보여 주었죠..

정말 흠잡기 힘든 플토라는 생각이 드네요.
04/03/22 18:30
수정 아이콘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지 못한경기의 후기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 조금 있다 후기 게시판으로 갈께요. 양해 해주세요. ^^
04/03/22 18:56
수정 아이콘
강민선수가 하는 모든 것이 전략이 됩니다.
결국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매너파일런"뿐입니까?

대단하다는 생각만 드네요...
남자의로망은
04/03/22 19:13
수정 아이콘
딴소리지만, 3경기 분석이 제 닉네임네요 -_-aa
강은희
04/03/22 19:26
수정 아이콘
허허허헐..남자의 로망은 질럿..;;
04/03/22 20:44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민 선수를 '전략가'로 규정짓는 것보다는 '무엇을 할 지 알 수 없는 선수'라는 것이 더 강민 선수를 잘 나타내는 표현이 아닐까 하네요 ^^
GrandBleU
04/03/23 00:01
수정 아이콘
그럼 얌체공 강민 어때요.
안전제일
04/03/23 00:16
수정 아이콘
멋진경기들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을 100%만족시키기에는 불가능한게 사실이지만 최소한 그들이 이번 결승을 준비하면서 흘렸을 땀과 노력은 그 100%의 만족도를 상회하고도 남을 시간들이었을겁니다.(무슨 문장이 이런가..싶군요.으하하하)

두 선수 모두 수고하셨고 좋은 경기 너무 잘 봤습니다.
다음 시즌에서 두선수를 포함한 많은 선수들의 선전을 바랍니다.

그리고..제가 느끼는 강민선수는 시간을 주면 안되는 선수입니다.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앞뒤보지 않고 달려들어 그가 파 놓은 함정에 휩쓸려 들어가서도 안되지만, 그가 함정을 파 놓았을까봐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서는 순간 이미 두걸음 이상을 다가와있는 듯하니까요.
내가 지금 유리한지..아니면 그가 나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선수가 강민선수에게 승리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전태규 선수는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이번의 패배는 다음시즌...이번시즌과는 또다른 모습의 전태규를 기대하게 합니다.
단단한 자신의 땅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무엇보다.
스스로가 믿는것이 옳은 겁니다.^_^
04/03/23 11:00
수정 아이콘
경기도 멋졌고, 비오듯 쏟아내는 땀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경기의 남자이야기 경기가 기억이 남는데요, 무조건 4경기가면 맵이 기요틴인지라-_- 3경기를 넘겨주어도 5경기까지 갈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5경기간다면 1경기에서 정석 플레이로 승리한 강민선수가 전략을 선보이며 이길듯 했기때문에; 라고 하지만 그래도 3경기의 대 역전극은 강민선수의 힘싸움과 장기전에서의 역량도 제대로 확인할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글쓰신분 말씀대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될때까지 참고, 또 참더군요. 그러면서 점차 승기를 잡아가고, 그때 흘리는 전태규선수의 땀방울들이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2,3,4경기의 초중반 경기운영은 전태규선수가 확실히 나아보였는데 말이죠;;
하여튼 두분다 너무 멋진 경기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자의로망은
04/03/23 14:24
수정 아이콘
강민 선수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상대 뒤통수만 때리던 임요환 선수를 연거푸 머리싸움 심리전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보일때는 더없는 전략가로 보이지만 물량 프로토스 박정석 선수를 맞물량으로 잡아내는 모습을 볼때는 할말이 없어집니다.
vividvoyage
04/03/23 14:4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 1경기 관람평을 읽고 나니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가수 박진영씨 이야기인데요. 한 번은 정장을 입고 방송국을 간 적이 있었는데 매번 독특한 패션을 보여주던 박진영씨가 정장을 입고 오니 방송국 관계자들이 '패션이 참 독특하네요' 했다네요.
강민 선수가 하는 평범한 플레이는 그 누구의 전략보다 기발한 전략인 듯 합니다. ^^;
신문진
04/03/23 19:37
수정 아이콘
남자의로망은질럿 님//님의 아이디를 보고 3경기분석 제목을 정한게 아닐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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