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공부하다보면 늘 생각하는 것이 법은 마법과 닮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법을 설명해줄 때는 마법에 비유해서 설명해보곤 한다. 기말시험도 망해서 기분도 꿀꿀하니 심심풀이로 재미있는 마법 강의를 해보고자 한다


당신이 마법사의 탑에 있는 수련생이라 상상해보라. 나는 커다란 칠판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맡은 마법사이다.


“먼저 마법을 설명할 때 무엇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지 아는 이가 있는가? 당연히 마법의 근원인 마나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대현자 멀린에 의하면 마나란 생명이라면 모두 품고 있는 영적인 힘이다. 마법이란 마나라는 힘을 이용하여 현실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법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먼저 법에 대해 설명할 때 무엇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지 아는 이가 있는가? 법의 근원인 권력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미셸 푸코에 의하면 권력이란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힘이다. 법이란 권력을 이용하여 현실을 규율하는 기술이다.”


어떤가? 마나를 권력으로, 마법을 법으로 치환하니 순식간에 법학이 되었다. 물론 이건 기초 중에 기초다. 말 그대로 수련생이나 배울 것들이다. 하지만 더 복잡한 것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다양한 마법체계가 없던 고대에는 오로지 고대마법만이 있었다고 한다. 옛 엘프들은 고대마법만으로 이상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지. 그러나 시간이 흘러 고대마법은 잊히고 혼란이 찾아오게 되었다. 그 때 뜻을 모은 자들이 만든 것이 오늘날의 마법체계인 것이다.”


“사회계약이 있기 전에는 오로지 자연법만이 있었다고 가정된다. 과거에는 조직의 규모가 작았으므로 자연법을 충실히 지키면 충분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질수록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때 생명을 지키고자 한 사람들이 맺은 계약을 사회계약이라고 한다.”


엘프를 인류로, 고대마법을 자연법으로 바꿔보았다. 비슷하지 않나?


이번에는 마법의 분류체계를 정리해보겠다. D&D식으로도 할 수 있겠지만 좀 안 맞으니까 흔히 말하는 색깔 분류로.


권력=마나

자연법=고대 마법

헌법=백색 마법

민법=적색 마법

형법=청색 마법

행정법=녹색 마법


헌법은 모든 법의 기본이 되므로 백색으로 두었다.

민법과 형법, 행정법을 합치면 백색이 되도록 삼원색으로 배정했다.


마법의 학파에 대해서 알아보았으니 실제로 마법을 공부해 볼 차례다.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알아야 한다.


1. 쓸 마법을 외운 뒤

2. 마나를 모으고

3. 몇 가지 조건 하에서

4. 적절한 영창을 통하여

5. 발동한다.


법도 마찬가지다.


1. 의의를 배우고 난 뒤

2. (공)권력에 따라

3. 몇 가지 요건 하에서

4. 적절한 절차를 통하여

5. 효과를 발생시킨다.


법을 배울 때 대부분 의의, 요건, 절차, 효과 순으로 배열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실전으로 최강의 백색 계열 마법을 배워보자.


아까 말했듯이 마나=권력이다. 그러므로 권력이 모이면 모일수록 강력한 마법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판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대통령을 파면하는 행위이다.

국민의 권력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2/3 이상의 찬성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을 통해

탄핵을 결정한다.


여기서 국회의원은 한 도시를 대표하는 강력한 마법사에 해당하고, 헌법재판관은 최고원로에 해당한다. 최소 200명의 7~10레벨 위저드와 6명의 15레벨 이상의 위저드가 모여야 쓸 수 있는 대마법인 것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왜 국회의 초필살기인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상 속에서 활동하는 마법사들도 있다. 판사는 현자, 검사는 궁정마법사, 변호사는 보통의 마법사쯤 된다.

이러니 정치인들이나 법조인들이 하는 말이 어려운 게 이해가 가지 않나? 모두 괴팍한 마법사였던 거다. 자기들만 아는 용어로 지껄이고 있으니 알아들을 턱이 있나.


아무튼 마법의 본질이 현상의 해석을 통한 현실 조작에 있듯 법학도 법의 해석을 통한 현실 규율이 본질이다. 그래서 공통점도 많다. 클리셰마저 비슷하니까 말이다. 만약 법이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마법을 배운다고 생각해보고, 마법에 대해 잘 모르겠으면 법 구조를 뒤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