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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3/20 21:58:06 |
Name |
짱짱걸제시카 |
출처 |
자작 |
Subject |
[텍스트] 어느 라멘가게의 비밀.txt. (수정됨) |
우리는 사채업자 김씨의 사무실을 털기로 했다. 방법은 땅굴이었다. 영수는 도박에 중독되어 김씨에게 꽁짓돈을 빌려 썼는데, 포플 출발이 끝내 메이드가 되지 않는 바람에 오링이 났다. 돈을 갚지 못한 영수는 매일같이 사무실로 끌려가 죽도록 맞으며 협박을 당했다. 그렇게 사무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영수는 깨닫는게 있었다.
1. 김씨네 사무실 금고에는 현금다발이 쌓여있고,
2. 금고를 지키는건 모서리 골방에서 숙식하는 똘마니 몇명 뿐.
만약에 땅굴을 팔수있다면 들키지않고 금고가 있는 사장실로 우회하는게 가능했다. 방법이 조금 클래식 했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계획이었다.
우리는 사무실 옆의 빈상가를 임대했다. 그리고 밤에는 땅굴을 파고 낮에는 잠을 잤다. 쇼생크 탈출에 대한 평점에서 별 반개를 깎아야 할 것같다. 삽으로 이렇게 힘든데, 과연 숟가락으로?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노숙자가 여고생을 추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노숙자가 숨어있을만한 옥상이나 빈상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겁이 났다. 경찰이 우리 상가도 조사하러 왔다가 땅굴을 발견하면 어떡하지? 나는 하루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마침내 묘수를 찾아냈다. 창업을 하자. 장사를 시작 하면 의심을 피할수 있다. 경찰이 올 이유가 사라진다.
메뉴는 라멘으로 정했다. 평범한 라멘은 아니다. 우리는 바질 라멘을 파는 가게를 열 것이다. 바질 라멘이란 말그대로 녹색 풀 바질을 갈아넣은 국물이 푸른색인 라멘이다.
그게 뭐냐고? 그딴걸 누가 사먹냐고? 망할게 뻔하다고? 이놈들아,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다. 망하는 거.어차피 내 본업은 땅굴을 파는 것이고, 라멘 가게는 그냥 눈속임용으로 운영하는 것 이기 때문에 손님따위는 없어도 된다. 오히려 손님이 있으면 귀찮기만 할뿐이지. 그래서 바질 라멘을 택했다. 녹색 국물이 더럽게 맛없어 보이는 게 참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오전 열시에 기상했다. 오늘부터는 장사때문에 늘 일찍 일어나야 한다. 대충 세수와 양치를 하고 어슬렁 걸어 나갔다. 그런데, 우리가게 앞에 왠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있지? 사고라도 났나? 나는 조용히 인파속으로 다가가 물었다.
-무슨일 있어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죠?
-바질라멘 이라니! 너무 신기하잖아요!
x된거 같다. 손님이 꾸역 꾸역 들어온다. 한시간에 둘에서 셋정도.. 아니, 도대체 이딴걸 돈주고 왜사먹지?
월요일에 오픈을해서 금요일이 되었다. 내일은 주말이다. 평일 손님 숫자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주말에는 최소 두배의 손님이 올꺼같고, 그것은 곧 헬게이트의 오픈을 뜻한다.
결국 주말이 지나고 우리는 앓아 누웠다. 사실 다른 가게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식당일이 처음 아닌가. 서빙부터 설거지까 정말 엉망진창 이었고 실수가 연발되니 너무 힘이 들었다. 온몸이 쑤셔서 일단 땅굴 파는건 하루 미뤘다.
땅굴 파는걸 자주 쉬게 되었다. 체력이 딸려서 어쩔수가 없었다. 계획이 자꾸 딜레이되니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책과 동영상을 보고 요식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걸 배웠다. 주방 구조를 개선하여 편하게 요리할수 있도록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서빙 동선도 훨씬 단축 시켰다. 설거지 빨리하는 요령도 익혔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나니 일이 좀 편해졌고 밤에 땅굴을 팔 수 있게 되었다.
역대급 진상 손님을 만났다. 할아버지 한분이 음식이 맛없는건 둘째치고,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으로 짜다고 태클을 걸었다. 사과하고 환불해준다고 조치를 취했지만 한입 먹고 정신적 충격이 왔다고 장작 몇시간을 소리질렀다. 난 레시피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원래 일식이 짠것도 모르는건지..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왔다. 영혼까지 털린 내 모습을 보고 영수가 하루 땅굴을 쉬라며 먼저 권유했다.
다음날 레시피를 바꿨다. 돌이켜보니 그 진상 할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짜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왔던거 같다. 또 비슷한 문제로 탈탈 털리는걸 방지하기위해 한국인 입맛에 맞게 염도를 조절했다. 또 멘탈 나가서 땅굴 파는걸 쉴수는 없으니.. 모든건 땅굴을 위해..
경찰 한명이 가게에 방문했다. 단순히 라멘을 좋아해서 먹으러 온 것 뿐인데,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찍 찍 쥐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요 며칠전부터 땅굴 속으로 쥐새끼가 드나드는거 같더니만.. 귀찮아서 쥐약 뿌리는걸 미룬게 화근 이었다. 경찰은 특유의 촉이라도 발동 했는지 선반으로 가려놓은 땅굴쪽을 자꾸 흘깃 거렸다. 쥐가 한번이라도 더 운다면 끝장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그순간 경찰서에서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경찰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찰이 돌아가자마자 나는 쥐약과 함께 고사리,삼나무 잎,차조기, 마늘 등등을 모조리 구멍속으로 집어 넣어 버렸다. 전부 쥐가 질색한다는 채소들이다.
출근하는데 앞집의 국수가게 아주머니가 날 노려본다. 우리때문에 매출이 줄어서 날 싫어하는거 같았다.
오후에 식약청 직원들이 흙발로 가게문을 넘으며 들이 닥쳤다. 우리가 돼지고기 원산지를 속이고 판다는 제보가 들어 왔다고 한다. 물론 그런적은 없다. 뭐 범인은 국수집 아주머니 일 것이고..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땅굴이 들킬까봐 몹시 당황했다. 그런데 식약청 직원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어디엔가 썪은 돼지고기라도 숨겨뒀다고 오해한 모양이다. 식약처 직원은 집요하게 가게를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선반아래가 수상하다고 눈치를 챈것 같았다.
그때, 영수가 선반을 반만 밀쳐서 땅굴로 쑤욱 하고 손을 집어 넣었다. 영수에 손에 딸려 나온건 쥐를 쫓기위해 넣어 두었던 고사리,삼나무 잎, 차조기, 마늘 등등이 한대섞여있는 봉투였다.
-저희집 비밀 소스 재료입니다.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죠.
이 사건은 초특급 비밀 레시피로 라멘을 만드는 가게와 그 레시피를 훔치려는 옆가게의 암투로 동네 주민들에게 굉장히 과장되어 퍼졌다.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미 소문에 압도되어 이미 공정한 맛 평가가 불가능 했다. 그저 오오- 비밀소스- 하고 감탄만 내뱉을뿐..
결국 우리는 땅굴 파는걸 관두기로 했다. 더이상 사무실 금고를 털 필요가 없어진 것 이다. 영수는 세달만에 빚을 갚았고, 나는 벤츠를 샀다.
이 이야기는 동네 백수건달이 출근의 기쁨과 노동의 숭고함을 겪으면서 교화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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