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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2 10:53:13
Name 이승훈
Subject [유머] [유머] 추남할인

나에겐 자주 만나는 동네 친구들이 세 명 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알고 지낸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특별한 일이 없는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만나서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처럼 되어 있을 정도로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세기말이 오긴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주말이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모일 때 빠지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뿐이었으면 괜찮았다. 꼭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우리들에게 들려서 염장을 지르고 가는 것이었다.

"여자친구 없는 놈들 낯짝은 이렇게들 생겼구만 크크크"
"난 간다. 즐거운 시간들 보내라. 보낼 수 있으면."

우리는 이 치욕을 되갚아줄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이미 여자친구의 존재만으로 녀석은 승리자였고 우리들은 패배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친구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100일 기념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우리는 친구가 있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침울한 얼굴의 녀석이 보였다. 왠지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다른 친구였다면 "친구야 기운 내. 인연이 아니었겠지. 곧 좋은 사람 생길 거야." 라며 격려해 주었겠지만
이미 우리들 사이에 그런 시기는 지나간 지 오래였다.

녀석을 발견하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외쳤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대차게 차인 놈 낯짝은 저렇게 생겼구만!?"
"왜 닭똥 같은 눈물이라도 질질 흘려봐. 찌질아."

그렇게 우리는 그동안 당했던 수모를 똑같이 갚아주었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긴 조롱 타임이 끝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자세한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잘 지내다 갑자기 이별을 통보해왔다며 아무래도 바람이 난 거 같다는 친구의 말에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술을 마시며 왜 우리에겐 여자가 없는가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다들 사지 멀쩡하고 평소에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주로 영화나 음악 이야기 일 정도로
문화나 예술분야에 관심도 많고 건전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와의 인연이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운이 없는 거다. 주변 환경이 여자를 만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이런저런 의견들이 분분했고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답답해졌다. 내가 봤을 때 답은 간단했다.  
우리 넷 다 현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외모는 아니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도 우리가 고운 얼굴은 아니었다.
아무리 우리가 모여서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고상한 대화를 나눈다 해도 남들의 시선으로 봤을 땐 한낱 마적 떼들의
모임이나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다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얼굴의 소유자들이었다. 수렵생활을 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쩌면 먹어주는 얼굴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남추였다. 사 인조 남성 추남단.

나의 이런 의견을 제시하자 느닷없이 나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니가 제일 못생겨서 그렇다. 인륜을 벗어난 얼굴이다. 엄마가 못생김 옮는다고 너랑 놀지 말랬는데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간디가 비폭력 무저항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의 얼굴이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화가 나는 얼굴이다. 달라이라마도 귓방맹이를 날리고 싶게 생긴 얼굴이네.
온갖 비난과 인신공격이 나를 향했고 그렇게 난데없이 디스전쟁이 시작됐다.
그동안 알아온 세월이 있는지라 비밀이란 게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있었고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너는 이새끼야. 키가 난쟁이 똥자룬데 어쩔거야. 어떻게 초등학교 때 보다 더 작아진 거 같아."
"미친. 니 머리 길이 빼고 어깨까지 재면 얼마 차이도 안 나거든? 대가리가 아주 아메리칸사이즈야. 맞는 모자가 없어."
"머리 빼고 재도 너보다 크거든? 움파룸파족 새끼야. 빨리 초콜릿 공장으로 안 꺼져?"
"너 요새 탈모 약 바른다며?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그러냐. 대머리는 답도 없다더라."

온갖 원색적인 비난들이 오갈 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앉아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너희 지금 도가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

친구의 일침에 타올랐던 열기가 잠시 사그라 들었다.

'못생긴 게 너무 도가 지나친 거 아니냐고."

다시 불이 붙었다.

"넌 빠져 이 코쟁이 새끼야. 아주 코가 탄탄 즐라탄이야."
"너 내가 아침에 나올 때 코에 붓기 빼고 나오라 그랬지. 잭키찬 새끼야."
"코가 크면 건실하다는데 넌 왜 이렇게 부실하냐."

약점을 난타당한 친구마저 디스전에 끼어들었다. 원래 x밥싸움이 재밌다고 주변의 시선이 조금씩 모아지는 게 느껴졌다.
우리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이거였다. '그래도 그나마 이중엔 내가 제일 낫다.'
이대로는 도저히 대화가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우리는 객관적인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술집 사장님에게 누가 제일 잘생겼나를 여쭤보기로 하고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난데없는 우리의 질문에 사장님의 얼굴엔 고민이 가득했다. 사장님은 밀려드는 주문도 잊은 채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이냐는 우리의 말에 사장님은 창업을 결심했던 그 때 이후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장님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셨다. 사장님은 너희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으니 술이라도 먹고 잊으라며
술값을 할인해 주셨다.

우리는 그 가게에서 추남 할인을 받은 최초의 손님이 되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79022&s_no=179022&page=5
원본은 위에서...
약간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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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rion Lannister
14/09/22 10:57
수정 아이콘
코가탄탄 즐라탄 크크크크
14/09/22 10:58
수정 아이콘
사..사장님 얼마나 힘드셨으면ㅜㅜ
14/09/22 11:00
수정 아이콘
필력이 대단하네요 크크
켈로그김
14/09/22 11:01
수정 아이콘
저 패기로 만나는 여자들을 대하면 금방 생깁니다.
그게 여자친구만 생기는게 아니라 원수도 같이 생겨서 탈이지만..
탄산수
14/09/22 11:06
수정 아이콘
추천 누르려다 버튼이 없어서.. 아 여기 유게였지...
14/09/22 11:10
수정 아이콘
이승훈님 오유 아이디가 aaaba 였군요..
이승훈
14/09/22 11:15
수정 아이콘
아닌데요!
14/09/22 11:16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 쓰네요 크크
14/09/22 11:20
수정 아이콘
↓'못생긴 게 너무 도가 지나친 거 아니냐고."
스테비아
14/09/22 11:21
수정 아이콘
아 역으로 가나요ㅠㅠ 닉네임땜에 반격이 불가능하네
스테비아
14/09/22 11:16
수정 아이콘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잘생긴 게 죄라면, 당신은 4대성인
산적왕루피
14/09/22 14:50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스테비아님께서는 '사형 즉석시행'감 이신가요? 껄껄~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4/09/22 11:25
수정 아이콘
대머리가 간지인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14/09/22 12:06
수정 아이콘
이승훈님 힘내세요
14/09/22 12:16
수정 아이콘
자작유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王天君
14/09/22 12:27
수정 아이콘
움파룸파 크킄크크크크킄크 울프 오브 월 스트릿 이후로 이렇게 적절한 인용은 처음 봅니다 크크킄크크크킄크크크크
겁나 웃기네요
어떤날
14/09/22 13:04
수정 아이콘
재밌긴 한데 제목이 스포.. 크크
14/09/22 13:10
수정 아이콘
다른 곳에 올려서 펌으로 위장하는 이승훈님의 센스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웨일리스
14/09/22 13:22
수정 아이콘
"사장님은 창업을 결심했던 그 때 이후로 이렇게 고민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다." 크크크 본인의 글을 다른곳에 먼저 올린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을 합니다.
무선마우스
14/09/22 14:06
수정 아이콘
아.... 필력이 후덜덜하네요...
아케르나르
14/09/22 14:18
수정 아이콘
크크크 말빨 좋은 친구들을 두셨군요.
이블린
14/09/22 15:17
수정 아이콘
크크 이분 유명하죠
저도
버스 맨 뒷자석에 앉아서 가다 급정거한 버스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구른적도 있었다. 버스 중간자리엔 안전바에 걸려
한바퀴 회전한 후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하지만 아파할 새도 없었다. 고통보다 먼저 찾아온 건 쪽팔림 이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 고민하다 문이 열리는 걸 보았다. 나는 그대로 어둠에 빠진자들을 사냥하듯
굴러서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이글 보고 바로 팬됬습니다
어둠에 빠진자들을 사냥하듯 크크크크킄 다시봐도크크크킄
王天君
14/09/22 20:38
수정 아이콘
아이디 클릭해서 글 찾아봤다가 악 지르면서 웃었네요 크크크크크크
눈바람
14/09/23 10:12
수정 아이콘
대.. 대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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