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9/19 03:54:04
Name 여기에텍스트입력
Subject [일반] 기껏 지은 제목이 엉망진창 근황이라니 (수정됨)
1. 제목 값 제대로 하는 글입니다 크크... 여하튼 근황 아닌 근황입니다.

2. 그간 짧게 나가던 알바처와 계약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느순간 '이거 이렇게 매일 나오면 직원이 낫지 않나...?'싶어서 질러버린 경향이 큰 편입니다. 계약기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력서에 뭐라도 채울 순 있겠죠.

3. 이전 글에 나왔던 어느 분(관련 글 : https://pgr21.com/freedom/99259) 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그 전에, 잠시 제 얘기로 밑밥을 깔고 가겠습니다.

4. 위키에서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항목을 보다가 '어..? 이거 좀 나랑 꽤 겹치는데?'싶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대인관계의 베이스 중 하나가 애정결핍이 어느정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자가진단 하는게 좋은 일은 아닌 거야 저도 알고 있고, 조만간 제대로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긴 하나 제가 대인관계를 어떻게 짜놓는 지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일종의 가면이었죠.

5. ADHD임을 인지한 현 시점에서 제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엔 어떻게든 정상적인 인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일종의 긴장감을 품고 대하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덮어씌울 수 없다면 가볍게 환심을 사던가 하는 식으로 무마하기도 하죠. 사람 좋게 웃어넘기고 간식거리를 사오거나 하는 행동의 본 의미는,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할테니 부디 절 자극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두려움이 어느정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가벼운 행동 하나조차 평범한 사람을 모방하며 제 단점을 커버한다고 할까요. 그 행동에 보편적인 의미의 선의나 진심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저조차 모르는 채로.

6.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사람 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제가 ADHD임을 알게 된 그 때부터 더 두려워졌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그 사람조차도 본의는 아니었을 지라도 제 트라우마를 자극한 적이 있었고, 남몰래 울음을 참은 적도 있었습니다. 호불호적 관점에선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조차도 제 스위치를 딸깍 누를 때가 있다는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일정 거리 이상 제가 나아가고 싶지 않은 건데...

7. 제가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걸 모르면서 '그 때 왜 출근 안해요?'라고 마치 제가 당연히 나올 걸 예상하다 놀란 반응을 보이거나, '굳이 뫄뫄씨(본명입니다. 이제 이름을 외웠습니다 크크...)가 가야 돼요? 다른 분도 있는데'라고 아쉽다는 듯 말하거나 하지 않아줬음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아마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은 색의 작은 악세서리를 하는 것 정도가 한계라 생각하거든요. 이제 같은 곳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쉬운 거라 생각하지만, 도망치지도 못한 채 의미없이 하는 듯한 행동에 누군가는 쉽게 흔들립니다. 아니 얼굴에 뭐 묻었다고 자기가 떼주겠다는건 좀... 좀... 그렇잖아요? 바로 거절하긴 했지만...

8. 아마, 제가 그 자리에서 없어지면 다른 누군가가 절 대신하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슬퍼지면서도 굳이 내가 아닌 누군가한테도 저 사람은 똑같이 대할 거라고 스스로를 다잡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7번에 말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만장일치로 '개수작'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보통 때라면 '음, 그렇게 볼 수 있구나'하고 어느정도 수긍하는 게 우선인데, 저 생각보다 더 먼저 든 생각이 '야잇쒸 니들이 뭘 아는데?!' 였습니다. 저도 어지간히 글러먹었네요 정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파고들어라
23/09/19 09:23
수정 아이콘
4,5 의 고민이 있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에서 공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그 작품이 아직도 공감을 얻고 유명하다는 점에서 '나는 남들과 다른 괴물이고, 인간을 흉내내고 있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봐요.
여기에텍스트입력
23/09/19 14:42
수정 아이콘
4~5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고도 그렇고 성장하며 사회화 된 ADHD라는 의사쌤 소견도 있었다보니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는 게 어느 순간부터 당연시된 듯 합니다. 물론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충동성을 한 번은 일단 누르는 게 습관화가 됐다고나 할까요.
언급해주신 인간실격은 유명한 작품인 건 아는데 추천해주신 김에 읽어보려고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856 [일반] 기껏 지은 제목이 엉망진창 근황이라니 [2] 여기에텍스트입력9782 23/09/19 9782 0
99855 [일반] [웹소설] 추구만리행 - 역사무협의 가능성 [19] meson8800 23/09/19 8800 18
99854 [정치] 유인촌 문체부 '셧다운제' 재점화하나...긴장하는 게임업계 [31] 기찻길12706 23/09/18 12706 0
99853 [일반] 박터지는 역대급(?) 4분기 애니 기대작들.... [52] 웃어른공격12431 23/09/18 12431 3
99852 [일반] 연차기념 요즘 본 만화 이야기들입니다 [19] Cand8704 23/09/18 8704 1
99851 [정치] 최강욱의 의원직 상실 및 김명수 사법부의 재판지연 [131] 아이스베어17120 23/09/18 17120 0
99850 [일반] 책 나눔 이벤트 결과 발표! [22] Fig.16424 23/09/18 6424 16
99849 [일반] 뉴진스 'Cool With You' 커버 댄스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 [8] 메존일각8009 23/09/17 8009 21
99848 [일반] ‘순교 177주년’ 바티칸에 김대건 신부 성상 세워져.gisa [41] VictoryFood10893 23/09/17 10893 13
99847 [일반] 사적 제재와 사적 자치 [39] 상록일기10651 23/09/17 10651 10
99846 [정치] 미리보는 총선 모의고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도 [43] 아롱이다롱이12826 23/09/17 12826 0
99845 [일반] 내가 책을 읽는 조금은 특별한 이유 [17] 마스터충달8458 23/09/17 8458 12
99844 [일반] 참교육 당한 웹툰 참교육 + 인종차별(특히 흑인 대상)이 매우 강한 터부가 된 이유 [253] 동훈25132 23/09/17 25132 8
99843 [일반] [팝송] 리타 오라 새 앨범 "You & I" [2] 김치찌개5669 23/09/17 5669 1
99842 [정치] 15년차 조선업 용접공 연봉 (feat. 미국, 호주 연봉 비교) [59] 간옹손건미축16238 23/09/16 16238 0
99841 [일반] 폴란드의 기다란 농토 [19] singularian13473 23/09/16 13473 26
99840 [일반] 요즘 본 애니 감상입니다. [50] 그때가언제라도10732 23/09/16 10732 2
99839 [일반] [2023 여름] 스포츠팬의 해외원정기 [3] 오징어개임6955 23/09/16 6955 5
99838 [일반] 저의 달리기 등급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9] 우주전쟁7249 23/09/16 7249 4
99837 [일반] 이번 공항테러 예고범은 어떻게 붙잡았을까? [27] phenomena9724 23/09/16 9724 4
99835 [일반] [에세이] 새 학기가 되어서 써보는 글 (몸과 마음이 한 곳에) [2] 두괴즐5989 23/09/16 5989 4
99834 [일반] 로또 아쉬운 당첨 후기.jpg [34] insane13026 23/09/16 13026 20
99832 [일반] 문구점 근무중 겪은 빌런 올림픽 "동메달"편 [66] Croove16281 23/09/16 16281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