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기다란 농토
[평문 양해] 요즘 폴란드 관련기사가 많이 보인다. 그 기사와 사진들을 보다가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였다. 그 사진들은 우리 한국의 농토와는 많이 다른 형태로, 그냥 보기에도 개인적인 관점에선 토지 이용에 매우 비효율적인 농토의 모양을 발견하였다. 왜 이렇게 밭이 길지 ?
동유럽 국가들에게서, 특히 가톨릭 국가이며 봉건 시대를 거친 국가인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의 농토가 네모반듯하지 않고 아래의 사진처럼 기다란 리본의 형태를 띠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오호~ 이거 궁금한데에~
아래 그림을 보면, 기다란 띠를 이룬 농지의 끝에는 집이 한 채씩 있다. 그림을 처음 보기에는 멋있는 풍경이지만 우리의 농촌 모습과는 달라 낯설기도 하고 희한하기도 하다. 왜 그렇게 생경한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지며 살펴보았다. 구글과 ChatGPT 등 AI들에게 한 질문 문구는 “Why are the agricultural fields in Poland usually in long, narrow strips”이다.
사진 : A village have only one street “Sułoszowa village” in Poland.
Ref : https://www.instagram.com/p/CqZ9O8BtglB/
토지 소유의 역사
폴란드 등 동유럽은 과거 봉건(봉토건국) 시대를 거쳤으며, 토지는 귀족과 가톨릭 성직자들의 소유였다고 한다. 이들은 경작지를 농민들에게 소작하도록 주었고, 농민들은 토지를 일구어 수확물을 귀족과 성직자들에게 바쳤다. 이때 농민들은 토지를 띄 한 줄(조각)씩 경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토는 네모반듯하거나 최소한 장방형이지 않고 아주 기다란 형태를 띄게 되었다고 한다. 그림의 중앙통 도로에 지어져 있는 한 가구가 저 농지 한 줄을 경작하며 먹고 살고 있다.
토지 이용의 효율성
자료들을 살펴보면, 폴란드는 지형이 매우 울퉁불퉁하다고 한다. [산지가 70%인 우리보다 더할까] 따라서 네모반듯한 형태의 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고, 또한 효율적이지 않다고 한다. 반면, 그들의 설명으로는 기다란 형태의 농토가 지형을 따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 또한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내겐 그리 합리적인 설명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농사라면 인구감소로 기계화를 먼저 떠올리는 개인적인 의견으론 기다란 농토는 파종과 추수 등 경작과 물류 동선이 너무 길어 효율상 전혀 글쎄 이다.
혹시 저런 일이 닥치면 한국인들의 특유한 올곧은 성격상 효율적인 토지 이용이 될 수 있도록, 민(백성)들 보다는 관에서 먼저 팔을 걷고 나설 것이다. 아래 그림의 예시처럼, 맹지가 안 생긴 강남대로나 말죽거리마냥 쭉쭉 뻗은 길 사이사이에 이동 수요에 비례하는 빵빵한 용량의 진입로(가로수길과 세로수길)라고 하는 굵거나 가느다란 마블링을 넣어 네모반듯하게 구획정리 된 토지 이용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토지 소유주들 간에 1/n의 비례로 나누자고 행정적으로 강제하며 들이댈 텐데.
에고 그 나란 공무원들이 저런걸 보고 그냥 냅둬 ?
농업 정책
폴란드 정부는 농업 정책을 통해 농토의 형태를 기다란 형태의 노동 집약적 환경에서 기계화가 가능하도록 효율적 형태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기다란 형태의 농토를 경작하는 농민들에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한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작물이 벼농사(수도 작물) 등이라서 논농사에 필수적인 “농수로와 함께” 넓고 평편하게 물을 보관하는, 최대한 네모반듯한 논을 가지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물의 보관이 필요 없는 경작지와 그 형태가 정주농민의 발생시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밭의 개념도 화전민이 아니라면 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동유럽 국가, 특히 폴란드의 농토는 우리의 논밭과 달리 네모반듯하지 않고 기다란 형태를 띄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도 아니고 오겹살을 넘어 다겹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밀림에도 길이 있듯이 모든 토지는 도로와 접해있을 권리가 있다, 토지의 Magna Carta인 맹지의 권리장전.
기다란 농토의 문제는 토지주가 농토를 임대(제공)하면서, 농사를 지을 농로(농가와 경지(耕地) 사이 또는 경지와 경지 사이를 연결하는 길)를 별도로 건설하거나 따로 제공하지 않아 그 농토로 진입이나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Main 도로를 통하여야만 가능하다. 중앙로로부터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면 몽땅 맹지가 된다.
다른 사람의 밭에 무단 침입하지 않고 진입로를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앙로로부터 토지를 분할하여 길게 가져가는 것이다. 원래 정사각형이었던 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분배되면서 점점 더 좁아지는 스트립으로 잘렸다. 토지주의 경우엔 농로(도로 할인)를 고려할 필요 없이 넓이를 100% 환산하여 경작료를 받을 수 있는 꼼수를 부릴 수 있게 된다.
근데 이런 형태라면 옆집 분할선간 서로의 경계가 불분명할 수 있다. 혹시나 천재지변의 발발로 땅이 휩쓸리게 되면 경계선이 더욱 불분명해지거나 이웃 간에 경계가 심하게 변형되어 경계측량과 실질 지적측량의 분쟁이 많이 발생하여 토지지적공사의 지적을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누가 로또 맞는 바람에 두 필지를 경작하게 되었는데 그 두필지의 한 가운데에 남의 땅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면, 진입로가 중앙로 밖에 없어, 경운기도 없던 시절의 파종과 수확 등 경작 효율은 아마 극악이 될 것이다. 이땐 애라도 많이 낳아 농사 도와줄 내편을 많이 만드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 그래야 내가 옆집 꼴통하고 싸울 때 내 뒤에 병풍처럼 서있는 건장한 나의 아들들은 든든한 뒷배가 된다, 어흠~~.
사진에 보이는 폴란드 대부분의 집 구조를 보면 본채가 있고, 본채와 떨어져 있는 몇 개의 건물이 보인다. 이는 분명 곡물창고와 소나 말 등 가축을 기르는 역할을 하는 외양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즉 털어먹기 좋은...
1차 대전 이전의 기록된 역사에서 보면 유럽은 400여개의 공국이 명멸하였다. 그것이 지금은 약 1/10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렇게 살기 좋은 땅에 역사적으로 전쟁이 그토록 많았는가에 의문이 든다. 왜?
Ref. : 유럽 공국의 명멸 -
https://youtu.be/9LfdXoL3Xck
이렇게 넓은 평야는 확실한 양의 수확이 보장됨으로 농사짓고 살기엔 풍요로운 천국이지만, 군사적으로 재래식 전투의 작전을 생각해보면 공방에 상당히 취약해 보인다. 국토의 대부분이 벌판에 평지이니 적의 관측을 회피해 숨을 수 있는 은폐물도 없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목적인 엄폐물도 없다.
이런 [대평원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모스크바와도 평탄하게 연결]되고 그 지역을 넘어선다. 우습게도 그림에서의 작전도로는 단 하나. 중세 몽골의 기병이 입구와 출구를 소수의 병력으로만 막아도 그 마을은 외통수에 걸린다. 이 정도 규모의 마을이라면 몽골군의 현지조달 급식보급과 말먹이를 구하는 작전도 좀 수월할 수 있어 보이고 수탈 물량도 꽤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탄수화물은 곡물창고에 가지런할 것이고 단백질은 외양간에...
몽골군이 원래 홈리스라서 보급에 의존하지 않고 만리장성 넘어 남녁의 정주민 털어먹기가 국가전략이며 생존전술의 기본이라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말로 유럽은 은폐물이나 엄폐물이 없어 침략하기에 더 좋은 전장 형태를 가졌다는 것. 그래서 많은 유럽국의 정주민들이 홈리스 몽골군에게 죄다 털렸나?
손자병법의 작전 편에는 "적의 식량을 빼앗는 것은 내 식량의 20배의 가치가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상대국에 침략해 들어가 현지 수탈을 통한 보급 작전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군대는 식량과 보급으로 유지된다. 적의 식량을 빼앗는 것은 내 군사력이 강화와 동시에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적에게 식량이 없다면 적의 군대는 무력화 되고, 결국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이런 약탈적 보급차단을 막기 위해 피침략국의 소극적 방어 전략으로 전장 또는 진군로에 인위적 buffer를 만들고 적의 보급로를 끊는 것을 청야작전이라고 한다. 이 두 작전은 공격과 방어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다만 청야작전은 자국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것으로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진다.
그림 : 몽골 기병대. 온라인 전쟁 역사 https://www.warhistoryonline.com/instant-articles/mongol-warriors-so-unstoppable.html
현대 기술이 총 망라된 첨단 공장에서도 땅(토지)은 생산할 수 없다. 그러나 위 사진의 몽골기병들은 땅(국토)을 생산해내는 위대한 현장 기술자(엔지니어)들이다. 어디 땅 뿐인가 몽골로이드의 특징인 몽골반점을 유럽의 여러 동네에 흩뿌리고 다녔다. 특히 이들이 방문했던 지역에서는 아직도 몽골로이드의 특징이 조금씩 남아있다.
응원가에도 자주 쓰이는 가수 김수철의 노래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 젊음의 태양을 마아시자 ~♬]의 가사와는 달리 동유럽 벌판엔 진창과 수로(waterway) 빼곤 거친 장애물이 거의 없다. 그러니 러시아로선 말과 함께 들판을 가르며 번쩍하며 나타난 몽골 전사를 보고 놀란 것처럼 [나토군이 잠깨어 오~온다 ~♬]로 벌판을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젊은 그대” 김수철의 노래가사가 얼마나 무섭겠나.
온 마을이 몽골군에게 털려 적의 보급에 한껏 도움을 줬고 대부분이 목재 주택이던 모스크바가 몽골군에 의하여 온통 불바다가 되어 폐허로 변했던 그런 뼈아픈 피해를 또다시 안 당하려고, 러시아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은 물론 독일군의 진군시에도 적군의 진군로에 청야작전을 썼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사진 1941년 Kiev에서 포로가 된 러시아군 6만명. https://www.gettyimages.com.br/fotos/battle-of-kiev-(1941) 히틀러는 이들을 포로로 다우해 줄 보급력도 의사도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기아와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1941년 키에프 전투에서 러시아 측은 70만 독일군은 13만의 피해를 봤다. 러시아는 이런 청야작전을 통하여 침략군의 보급을 끊어 굶기고 겨울의 추위로 얼려서 두 번 모두 적군을 패퇴시키고 모스크바를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러시아가 모스크바 방어에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보여준다.
오래전의 몽골군은 물론 근래의 나폴레옹에 의해서도 히틀러에 의해서도 강제되었던 이런 모스크바를 향한 피침공 경험은 뻥 뚤린 풍요로운 들판이 러시아에겐 가장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무방비 방어막(우리의 DMZ 같은)인 것이다. [루스키가 살고 있는↗ 저 언덕 넘어 ↷ ~~~ ♬ ♪ ♫ ♩~ ♬]
위와 같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하여, 그나마 있던 반-서방 완충지대의 제거가 러시아 초토화 작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러시아가 현재 서방측으로 건너가려는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아마 만리장성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 ?
참고로 장기판처럼 평편한 키이우에서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로 755km 이다. 한국의 경우 산지가 70%라 곳곳에 매복이 가능해서 진군을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 산재해 있는 부산서 신의주까지가 677km이다. 이 평편한 국토를 농사라는 면에서만 보면 풍요로운 동유럽의 들판이지만, 제공권의 확보 없이 이 평야를 내 것으로 지키기에는 자연적 은폐물도 엄폐물도 없다면 젬병이다.
그림 : [진격의 프리고진 Route] Traces of Rebellion(반란). Wagner Group이 본점을 털려고 금년 6월 24일 경무장한 상태로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하루 만에 수백키로를 주파한 M4(Rostov-on-Don to Moscow) 고속도로. 보기에도 개활지라서 은폐 엄폐 등 장애물을 설치할 곳이 없다.
그림 : 모스크바 가는 길 M4 고속도로 https://www.dreamstime.com/federal-highway-m-don-federal-highway-moscow-voronezh-rostov-don-krasnodar-novorossiysk-length-road-voronezh-russia-image218239999
이정도로 넓은 개활지라면 패튼이 롬멜하고 기갑전을 펼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이를 보다가 우리의 농토를 보면,
우리의 농토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서 보기만 해도 푸근하다. 저 논의 형태를 만든 것은 관개수로 확보의 최적화 때문에 나뉜 것이지 농지 소유의 구분만은 아니다.
다만 한국과는 달리 이들 동유럽의 농토가 모두가 밭이라, 가뭄 끝에 온 단비 고인 물을 천수답 내 논에 먼저 대려고 새벽같이 나와 논둑의 물고를 트다가 옆집 영감태기하고 니물 내물하며 논물 가지고 논둑에서 멱살잡이 할 일은 없겠다. 그래서 나온 말이 아전인수. ^^ ☺
오래전 어느 정치인이 고향에 보유한 별채 지붕 끝이 경계선을 넘어섰다고 별 GR을 해대던 언론이 있었는데... 여기는 땅이 넓은 폴란드라서 그 정도의 간섭은 껌 값일 것으로 보인다.
남의 나라 생소한 삶의 형태는 알쓸신잡이지만 그냥 보기만 해도 늘 궁금함과 재미를 불러들인다.
뜬금 논점이탈의 상상 속 궁금함 두 가지 :
1. 오래된 지적도에 그려진 연필 굵기의 선만 해도 실측에서는 오차가 많이 나던데, 저 얇고 긴 폴란드 농지의 부동산 등기를 항공사진만으로 디지털화 하는 데에는 별 문제 없을까,
2. 전기나 용수 등 산업적 인프라의 상황은 모르겠으나, 저 넓은 폴란드 땅을 보니 값싼 공업용지가 천지 삐까리인기라. 일본이 대만, 태국 및 동남아 등을 계열화된 가공기지로 만들어 반백년 이상 잘 협력하(빠아라먹)고 있다. 혹시 이처럼 한국이 서로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폴란드를 유럽소재의 상호 보완적 산업 협력국으로 만들 수 있을 가의 그 여부가 궁금하다. 혹시 인구가 우리보다 더 많으면 나중에 오히려 되치기나 엎어치기 당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보단 인구가 좀 적으니 되치기 가능성도 낮고, 더구나 폴란드는 기술지원에 협력적이며 산업적으로 상호보완이 되는 파트너가 절실하다. 물론 이미 많은 한국 기업이 폴란드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폴란드의 경쟁국이며 주변국인 체코는 지금 독일이 엄청 키워주고 밀어주고 있어 GDP나 산업적 수준이 폴란드보다 훨 높으며, 중국은 헝가리를 키우려다 헝가리 국민감정의 반발에 쫓겨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