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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02 22:28:50
Name 항정살
Subject [일반] 편의점에서 직원이 나를 보고 운다?
방금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낮에 하루 종일 등산하고 내려왔습니다. 요새 다이어트 중인데, 오랜만에 체력을 소비했더니 꽤 달고 짭짭한 게 당기네요.

그래서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과자 두 봉지를 집어서 카운터에 가니, 여자 직원이 CCTV와 핸드폰을 보고 있습니다. 생긴 거와 다르게 소심한 저는 저기요! 살짝 조심스럽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얼굴을 보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더니 꽤 앳돼 보이는 얼굴에서 갑자기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어라? 진짜 내 앞에서 우는 여자는 어머니밖에 없었는데, 너무 당황했습니다.

갑자기 왜 울지? 선크림을 안 발라서 붉게 타버린 제 얼굴이 너무 험악스러워서 우는 건가? 한순간에 저도 멘붕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왜 우세요? 제가 뭐 실수했나요?"

직원분이 울먹거리면서 대답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 뭐지? 그냥 가버리면 진짜 제가 울린 거 같고 호기심이 들어서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진짜 펑펑 눈물을 쏟으며 말합니다

담배를 사는 손님에게 담배를 잘못 줬더니, 싹수도 없다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게 충격이고 상처받아서 울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계속 울고 있는 게 안타까워, 바나나 우유 하나 사서 주고 힘내라고 말하고 나왔습니다.


참... 그저 담배 하나 잘못 줬다고 자기보다 한참 어린 사람에서 고함치고 갑질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화가 납니다. 먼저 사회에 나와서 이제 사회생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은 못 할망정, 손님과 직원이라는 한 줌도 안 되는 우위에 섰다고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 얼굴 한번 보고 싶습니다.

제가 앞에 서 있어도 똑같이 할 수 있는지 저는 그래도 사회생활 초반에는 외모 덕분에 갑질이나 폭언은 겪지 않아서, 그 어린 친구가 겪은 상처를 잘 알지 못하지만, 바나나 우유만큼의 위로를 받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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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22:30
수정 아이콘
도대체 담배랑 싹수가 무슨 상관인지 알수가 없군요 허허(…)

편의점 직원상대로 갑질하는건 국가불문 마찬가진거 같습니다
-_-
항정살
23/04/03 16:23
수정 아이콘
그러게 말입니다. 만만해서 그런가봐요.
23/04/02 22:40
수정 아이콘
요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23/04/02 22:41
수정 아이콘
저런사람들이 다른데서도 진상을 부리고 강약약강 할께 뻔하죠. 무언가 불이익을 줄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참 어렵습니다.
아구스티너헬
23/04/02 23:23
수정 아이콘
저도 생긴게 있어서 저런일은 잘 안당해봤습니다.
이선화
23/04/02 23:24
수정 아이콘
그래도 그 직원분은 회원님 덕분에 마음이 좀 가라앉았을 것 같네요. 진상이 있으면 좋은 사람도 있는 법이고 마침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니까요.
지탄다 에루
23/04/03 01:10
수정 아이콘
잘 하셨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좀 풀렸으면 좋겠네요
Navigator
23/04/03 03:09
수정 아이콘
이게 인연이 되어 3년쯤 뒤에 결혼하시는건 아닐까요… 흐흐
항정살
23/04/03 16:24
수정 아이콘
나이차가 20살은 될 걸요
밀리어
23/04/03 04:08
수정 아이콘
북받쳐서 왈칵 울어버리셨네요.

진상손님의 가시같은 말이 떠올라서인지 작성자님의 따뜻한 말에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지만요.
다람쥐룰루
23/04/03 13:34
수정 아이콘
사실 항정살님을 본 순간 눈물을 참지 못했을 뿐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뭔가 안될거같은 느낌에 사연이 급조되었을 가능성이...아닙니다 잊어주세요
카즈하
23/04/03 15:41
수정 아이콘
라고 했던 그녀가 지금은 옆에서 설거지.....

엔딩을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다행히(?) 아니군요.

세상에 갑질하고 싶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을까요
23/04/03 17:20
수정 아이콘
예전 편의점 알바할때 제일 극혐이 담배 사는 손님 중에 자기가 피는거 제대로 말 안하는 손님 크크크
아조씨 에쎄는 종류가 굉장히 많답니다.
에쎄 파란거 하면서 쳐다보면 제가 뭘 드려야 할지 모른다고요!!
23/04/03 19:32
수정 아이콘
저도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폭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세월호 뉴스만 틀어놓고 보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는데 인사가 늦었다고 '너 같이 반응이 느린 새끼들 때문에 세월호가 저렇게 된거 아니냐, 너 같은 x 탓이다' 이런 소리 부터, 담배 피면서 들어오시면 안된다고 했다가 위협을 당해보면서 많이 울었는데요.
그 때 저도 훌쩍이고 있으면 편의점 바로 맞은편 김밥 집 아주머니가 김밥 한 줄 쥐어주고 가시기도 하고, 손님이 울지말라고 주고 간 포도 주스도 받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땐 너무 고마워서, 그리고 너무 죄송해서 더 눈물이 나고 그랬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받은 마음들이 세상을 사는데 참 도움이 되더라고요. 오늘 알바생에게 주신 바나나 우유도 그럴거에요.
밀물썰물
23/04/04 07:21
수정 아이콘
아마 혼내신 분은 화가 속에 잔뜩 쌓여 있는데 편의점 직원은 자기가 화를 내도 혼을 내도 괜찮다 (잠재의식이) 판단해서 자신의 일종의 화풀이를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담배를 잘못 준 것은 그저 그것을 시작하는 구실이었죠 (역시 잠재의식이 한).

많은 사람들이 속에 불만과 화가 잔뜩 쌓여 있어 그게 어디서 분출될 줄 모르는 거죠.
이런 편의점 알바처럼 고객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직업 쉽지 않죠.
차라리 소비자센터 처럼 전화 저쪽에만 있어도 한 스텝 혹은 반 스텝 떨어져 있는데 이런 경우는 그냥 표정과 말이 바로 나에게 오고 또 침도 튀고, 아주 무서울 것입니다. 순간 아주 무서웠을 것입니다.

이해는 합니다만, 대책은 쉽지 않죠. 사회 전체가 좀 순해져야 하는데 경제발전 경쟁 이런거 오랜 세월 하다보니 사람들이 아주 날카로워 져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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