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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01 17:57:17
Name 맥스훼인
File #1 2020112015150170862_1.jpg (154.9 KB), Download : 555
Subject [일반] 나의 주식중독 탈출기



이 표 중에 대충 10개는 넘어가는 것 같네요

많은 서학개미들처럼
코로나 이후로 주식에 빠져들었고
운이 좋아 꽤 벌기도 했지만 많이 반납하기도 했었네요

20년 78%
21년 72%
22년 21% (한때 80%넘었습니다...)
23년 -18%
로 제 주식수익률은 끝이 났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 종목이 에너지 잡주들;;입니다)

3년 연속 70%를 인증하겠다며 확신에 빠져  좀 더 과감히 넣다보니 있던 수익률도 많이 까먹게 되었습니다.
작년 하락장에서 원금도 잃으신 분들 보시기엔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꽤 많은 수익금 중에 상당액을 날리고 보니 돈의 무서움을 알겠더라구요.

주식을 하다보면 공력이 늘어난다고들 하는데
저는 3년 가까이 구력이 늘어나도 여전히 잘 안 보이는 것 같은 불안감은 계속되었고
22년 하반기부터 제 주식계좌가 슬라이딩을 지속하며 가정생활과 회사생활에도 지장을 주는걸 느꼈습니다.

하루에 월급이 넘는 급액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클라이언트랑 저녁 회식하는데 자꾸 인베스팅 차트를 보고 있는 제 모습이
주변에서 어떻게 보일까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서 와이프도 그만 잠 좀 자고 주식 좀 그만 보라고 하는 생활이 이어졌구요.
이러다 진짜 내 생활을 잃겠다 싶어 올해 최저점에서 결국 손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 팔고나서 가장 좋은 점은 잠이 잘 오더라구요.
미국장을 주로 하다보니 자다깨서 차트 보기 일쑤였고
오르고 내림에 따라 잠을 못 자고 블룸버그,로이터를 뒤지는 시간들로 불면증의 시간들이 길었는데
거기서 해방된 느낌입니다.
회사에서도 매일 원자재 차트 보며 외신이나 레폿 번역이 제 일처럼 느겨졌었는데
진짜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거 같구요.

주식을 다 턴지 10일쯤 되었는데
차트를 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패닉에 빠져 팔고 나니 호재가 나오는걸 봐서
꽤 올랐지 않을까 생각은 됩니다...만 후회는 조금 될지언정 다시 주식은 못 할 거 같아요

제가 이렇게 졸업을 하게 된 이유는
분산투자와 현금보유와 같은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상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한낱 개미인지라 지키지 못했네요.

주식을 하며 소위 고수라는 사람들을 인터넷, 카톡, 실제로도 봤었는데
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멘탈이 다르긴 하더라구요.
저도 그러게 될 수 있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제 깜냥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신적인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하우스를 떠나지만
시장에 남은 투자자분들은 부디 원칙을 지켜 건강하고 행복한 투자를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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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왕
23/03/01 18:06
수정 아이콘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해서 투자에 대한 어느 정도 확신이 서면 불안감이나 공포가 확실히 줄어들거든요.

코인은 그게 잘 안 되니까 고통이 커지는 거죠. (제가 코인을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한참 잡코인을 했을 때 코인 선정의 방법은 그냥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고르는 거였습니다.
어차피 공부를 해도 의미가 없으니 유동성의 힘만 믿고 그냥 아무렇게나 거는 거죠.
그러니 고통스럽지 않을 리가요.
맥스훼인
23/03/01 18:23
수정 아이콘
공부가 되어있어야 mdd나 하락폭을 버틸 확신이 생기긴 하죠.
다만 공부의 맹점이 개별종목이나 주식에 대한 공부랄 할수록 주식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분산과 현금보유의 원칙이 더 중요한것 같구요
23/03/01 18:23
수정 아이콘
연속되는 작은 수익에도 우쭐하다 한 번 제대로 크게 털려보니 역시 정직한 원화 채굴이 제일이구나 싶어지더라구요.
전 차마 손절할 용기도 없었고 제 인생에 더이상 주식은 없다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기로 했습니다.
탑클라우드
23/03/01 18:30
수정 아이콘
지인 중 한 명이 변동성이 큰 주식 종목들과 코인 등으로 재작년에 크게 벌고 은퇴를 했는데,
최근 다시 직장 알아보는 중입니다.

짧게 불꽃처럼 타오르는 경우는 여럿 봤지만,
그 중 그 돈 간수 잘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은 이는 거의 없더라구요.

저도 이제 어느덧 20여년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나마 제 성향과 기대 수익 등을 감안하여 투자 방향성을 잡은건 몇 년 안됩니다.

특히 그 방향성이라는게... 사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 소득이 확보된 후에야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그저 돈이 있을 것 같은 곳에 디립다...

지금은
(1) 수년 간 고배당이 이어지는,
(2) 왠만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우량 회사에 한정하여,
(3) 다시 이 지점에 올까 싶은 저점에 도달했을 때, (보통 PBR로 판단합니다)
(4) 소량으로 꾸준히 분할 매수하고,
(5) 매수 중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미련 없이 매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접근 중인데,

그냥 저는 지금의 투자 방식에 만족합니다.
대단한 수익은 아니지만, 작년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크게 걱정 없이 지나갔고
실시간으로 주식 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배당 들어오는 시점에는 기분도 좋고 그렇더라구요.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수 많은 유혹을 느끼게 되고,
얼마 전에는 인생을 걸고 테슬라 매수를 시작했다가 100달러 근처까지 가면서
'2023년에는 왠만하면 걸어다니자'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최근 2~30대 투자자들 중에 그야말로 주식에 인생을 걸고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봤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오랜 시간 꾸준히 먹는 놈이 나중에 책이라도 한 권 쓰더라'입니다.
맥스훼인
23/03/01 18:41
수정 아이콘
재작년,작년 나왔던 책들을 보면
반짝 먹은 분들이 많이 쓰긴 했죠.
대표적으로 레버리지 무한매수법 같은..
테슬라 120달러 언더로 올때 고민했는데, 결국 전 그런 선택은 못하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기다리다
23/03/01 18:32
수정 아이콘
큰 결심하셨네요.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수익손해의 크고 작음을 떠나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죠. 무포인지 2개월이지만 오늘도 하루종일(진짜로 하루종일) 트뷰보고 있는 1인 입니다
맥스훼인
23/03/01 18:44
수정 아이콘
트뷰 보고 있으면 선물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구요.. 그게 다 제 욕심 때문이겠죠
밥과글
23/03/01 18:38
수정 아이콘
시기 봐서 지수추종 etf 나 넣어두려 합니다..
태엽감는새
23/03/01 18:47
수정 아이콘
저도 중독 탈출한지는 오래됐습니다.
거의 1년 물려있...
23/03/01 18:48
수정 아이콘
에너지 잡주.. 마침 Vertex 차트 들여다보고 와서 뜨끔(...)
맥스훼인
23/03/01 18:49
수정 아이콘
아 버텍스는 부채 때문에 차마 저도 못 건드린 종목이었습니다;;;
김재규열사
23/03/01 19:14
수정 아이콘
저는 아예 1일 미만 단위 차트는 안봅니다. 스스로의 확신으로 어떤 주를 샀으면 갑자기 -10% 급폭락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냥 안봐요.
23/03/01 19:21
수정 아이콘
stockclimbers 유튜브 한번 보시죠
-안군-
23/03/01 19:28
수정 아이콘
주식쪽을 보면 회사의 매출이나 실물경기나 등등과 상관없이 가격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어요.
주식이라는 건 애초에 회사의 손익을 주주들과 나눈다는게 원칙인데, 손해를 봐도 오르고, 이익을 봐도 내리고... 하는건 그냥 투전판 아닌가 해서요.
그놈의 금융공학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결국 이것들도 다 폰지사기, 다단계랑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는 주식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있어요.
23/03/01 20: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원금 3배정도시겠네요 흐흐
수익으로 마무리하신걸 축하드립니다
맥스훼인
23/03/01 21:4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거진 6배까지 갔던 수익금이 어른거리긴하지만 이렇게라도 익절한게 다행이겠죠
23/03/02 09:35
수정 아이콘
현업에 있을때 동료분들께 오로지 수익만을 위한 매매를 한다고 가정하면 지금 하는 매매스타일(일 때문에 하는 매매)과 무엇이 제일 달라지겠느냐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는데 가장 공통된 답변이 매매횟수를 줄인다는거였어요. 호황이든 불황이든 매매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주식에 목 매달려 매매를 하는게 수익율 자체에도 도움이 안 된다라는게 공통의견이었어요. 당시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대세하락장이었기에 더 당연한 이야기긴 했지만 당시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주식은 오르는 날보다 떨어지는 날이 더 많고 어쨌든 본질은 재테크이지 자신의 본업이 아니니까요. 큰 수익을 내시고 계셨지만 본업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였다면 중단하시는게 맞고 현명한 판단이었다 생각해요. 처음부터 큰 수익을 내신 분이 좋게 마무리하는거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신 결단을 내리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위 체크리스트 해보니 저도 하나는 해당되네요...신용거래 크크크
맥스훼인
23/03/02 11:01
수정 아이콘
그만둘 좋은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놓치고
뒤늦게 그만둔거라고 생각중이었는데
그래도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수익을 본 건 운이 좋아서 그랬을뿐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나올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3/03/02 11:54
수정 아이콘
나름 투자경력이 10년이 넘어가지만 체크리스트에는 한 개도 걸리지 않네요. 스스로 잘했다 생각합니다.
퀀텀리프
23/03/02 22:22
수정 아이콘
pbr psr이 진리일것 같긴 한데.. 사람 심리가 우짜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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