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2/11 18:31:13
Name 수리검
Subject [일반] 방금 경험한 일
뒹굴뒹굴하며 게임하면서 온갖 간식을 퍼먹는 등
빈둥빈둥지수를 최고치까지 끌어올리며 최고의 주말을 보내던 중
팀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근처 지나는 중인데 잠깐 보자고 해서 싫은티를 팍팍 냈지만 씨도 안먹히더군요
투덜투덜하며 대충 씻고 나가서 카페에서 자몽에이드 한잔 홀짝거리며 수다나 떨던 참인데
갑자기 지인이 제 등뒤 그러니까 거리쪽을 보면서 깜짝 놀라더군요

처음에는 수준낮은 훼이크인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아 돌아보니
왠 여성분이 쓰려져 있더군요
전 의학에는 문외한 입니다만 막연히 제가 알고 있는 뇌전증? 하고는 좀 다른 느낌이고
쓰러져서 꿈틀꿈틀? 하는 느낌이였습니다

팀원 말로는 걷다말고 갑자기 멈춰서더니 그냥 푹 쓰러졌다고 합니다

큰 길 한복판은 아니여도 나름 근처에 관공서도 모여있고 한 번화가여서
사람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선뜻 다가서서 상태를 살피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더군요
다들 거리를 두기위해 애쓰는 느낌이였습니다
휴대폰으로 신고나 하는 정도 .. 이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다
물론 저도 그 중 하나였구요 신고하려다 이미 많이들 하는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만

사실 저는 예전에 남의 일에 호의로 나섰다가
아주 배은망덕한 누군가에게 크게 데인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저와 동행하던 정의감 넘치는 선배가 당했고
그 이후로 남의 일에는 신경끄고 신고나 해주면 된다 고 주장해 왔습니다
피지알에도 당시 글 쓴 기억이 나네요

결국 오늘 상황은 제가 원하고 주장해온 딱 그 상황일텐데
뭐랄까 마냥 만족스럽지는 않더군요

씁쓸하다거나 착잡하다고 표현할만큼은 아니지만
뭔가 개운치가 않습니다
저나 그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신속하게 신고하는 것이 큰 호의이며 가장 적절한 대처라고도 생각하고
다시 그런일이 벌어져도 똑같이 행동하겠지만 그래도 뭔가가 막힌 느낌이에요

원래는 이왕 나가서 만난김에 호프라도 가려고 했는데
그냥 차한잔 마시고 들어왔네요

농구도 보고 젠지 VS KT 도 보고 게임도 하고
오늘하루 야심차게 빈둥거릴 계획이였습니다만
집중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싱숭생숭하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바꿔야지
23/02/11 18:52
수정 아이콘
잘 대처하신 겁니다. 여자분이면 이거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거라 손도 안대는 게 좋죠.
하종화
23/02/11 18:53
수정 아이콘
음..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수리검님이 잘못한 건 없는 거 같구요. 호의가 해가 되는 간접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마주하게 된 상황이니..
인간이 인간을 믿을 수 없는 시대, 연대가 사라지고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 수리검님의 태도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여성분을 도와줬다가 또 데이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구요..
모든 사람의 성향이 다 다르듯이 쓰러진 분들이 다 이상한건 아니겠지만,그런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회피하는게 현재로서는 최선이겠지요.
저도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똑같이 신고정도까지는 했을 듯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불편함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메가트롤
23/02/11 18:58
수정 아이콘
지금 이 사회에선 피하는 게 맞죠.
23/02/11 19:12
수정 아이콘
그렇게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서 행할수밖에 없죠.
어찌 보면 씁쓸한 상황이죠.
내 가족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겠는데 남이니 그 남이 추후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
지탄다 에루
23/02/11 19:17
수정 아이콘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길.. 그래도 다들 많이 신고 해 주셨으니 괜찮았을 겁니다.
이경규
23/02/11 19:17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 도와줬을거같습니다.
23/02/11 19:25
수정 아이콘
신고하려고 하신 것만 해도 좋으신 분 같네요
성야무인
23/02/11 19:28
수정 아이콘
저라면 빨리 손수건이나 천을 입에 물리는 정도의 일과 동시에

빨리 담요나 덮을거 찾아서 따뜻한 곳에 옮기는 작업 정도는 했을텐데

여자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또 단순히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듯 합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3/02/11 19:42
수정 아이콘
전에 비슷한 글에서 했던 이야기의 재탕입니다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류의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겠죠. 오늘날이라고 특별히 그런 파렴치한들이 유독 더 많은 것은 아닐 겁니다. 도와주면 감사하는 분들이 아직도 훨씬 더 많으리라 보구요. 그런데 말이죠. 성추행 같은 순간적인 사건에조차 진술의 일관성만으로 유죄추정 가능한 특수성이 적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요. 이걸 빼놓고 말할 수가 없는 거죠.
고오스
23/02/11 19:43
수정 아이콘
성범죄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죠

기가 차는 노릇입니다
한사영우
23/02/11 19:49
수정 아이콘
전에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때는 주위에서 그래도 내 편을 들어주고 나름 회피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살짝만 스쳐도... 성추행으로 인생 큰일나는거 한순간이라서
23/02/11 20:16
수정 아이콘
예전엔 보따리내놓으라고 큰소리치면 어이없어 웃으며 끝났는데 지금은 인생이 끝나죠.
고오스
23/02/11 19:43
수정 아이콘
이런 현상 자체는 매우 안좋은 거지면 무고죄를 생각해보면 이런 분들 입장이 100번 이해가 갑니다
한사영우
23/02/11 19:57
수정 아이콘
비슷한 경우를 반년전에 지나가다 봤는데.
응급처치 하려는분이 정신없이 쓰러진 여성분한테
아주 큰소리로 (주위 다 들리게) 지금 뭐하려고 합니다!~ 외치면서
ex) "기도 확보를 위해 머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응급조치를 하시더군요. 계속 보지는 못해서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그 외침에 대한 기억이 오래 가더라구요.
앓아누워
23/02/11 20:03
수정 아이콘
내가 당신을 살려주겠다고 '구걸'을 하는 세상...?
파프리카
23/02/11 20:02
수정 아이콘
그런 일을 겪으면 하루가 정말 싱숭생숭하고 씁쓸하죠. 뇌전증은 일반인이 옮기거나 하는게 쉽지 않아서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 같은걸 치우고 담요나 옷으로 몸을 덮어주는 정도로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온다고 들었습니다. 신고만 하셔도 잘하신거고 여유가 된다면 옷 등으로 덮어주시고 119가 올때까지 상태를 지켜보시는 정도가 일반인 선에서는 최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No.99 AaronJudge
23/02/11 20:19
수정 아이콘
쩝 ㅜㅜ
신고가 최선이긴 하죠…

이게 한번 턱 걸리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보니까 조심스러워져요
일각여삼추
23/02/11 20:40
수정 아이콘
경찰도 여성주취자 손 못대는데 일반인이 나서는건 만용이죠.
탕수육
23/02/11 20:47
수정 아이콘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55만루홈런
23/02/11 21:06
수정 아이콘
신고하면 된거죠 뭐... 더 하면 숨은 쉬는지 기도 확보까지만 할 수 있을 듯 그 이상 터치는 잘못하면 인생 피곤해지는거라..
23/02/11 21:08
수정 아이콘
잘하셨습니다. 이런 세상이니까요.
평온한 냐옹이
23/02/11 21:10
수정 아이콘
이상적으론 그런경험이 있었으면 적극적으로 돕기가 어렵죠.
찜찜한 내면의 불편함은 이해합니다.
남한인
23/02/11 21:1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반인들이 이럴진대, 의사들은 훨씬 더 높은 심리적 압박감을 받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성추행 무고 걱정뿐이나, 의사들은 그것 더하기 -- 순간 순간의 판단과 처치에 추호의 오류도 없다는 -- 신적 완벽성을 요구당하니까요.

그러하지 못하였다면 "네가 응급의학 전문의도 아닌데 왜 나서서 날뛰었느냐? 너 소송." 들어옵니다.
시린비
23/02/11 21:15
수정 아이콘
뭐 오버하는거 아니냐 실제로 그렇게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마는
밤에 집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것도 실제로 한국 치안은 상위권임에도 많이들 무서워하니까 쌤쌤이란 걸로..?
넝~담입니다~

여튼 저라도 사람이 많을땐 그냥 신고정도나 할거같아요. 남들도 안하는데 뭐..
단둘이 있어서 내가 안하면 죽겠다 싶으면 고민해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경우에 처하지 않길 바랄뿐
시나브로
23/02/11 22:39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단 보니까 제 바로 뒤에서 크고 빨리 달리던 자전거가 브레이크로 빗길에 미끄러져 장년 아주머니 친 중대형사고 겪은 날 생각나네요. 주민분들과 아주머니 구급차 실려가실 때까지 보살피고 조금만 기다리시라 말씀해 드리고 같이 있고 그랬는데 진짜 그날 다른 일 집중 안 되고 계속 그 생각만 저절로 나고 심란, 싱숭생숭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혼자 답답해서 당근마켓에 글 쓰려고 그때 당근마켓 가입했었네요. 당근마켓에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 있는 거 전부터 알고 있었어서.

저 경우는 저 경우라서 적극 나서고 그랬지 그냥 쓰러지고 그런 경우는 심폐소생술 하면 안 되는 경우(뇌전증 등)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저도 몇 초 보고 신고만 했을 겁니다. 차에 실려갈 때까지 있고 지켜보고..
한 여름의 봄
23/02/11 23:55
수정 아이콘
어쩌겠습니까. 이제 그런 세상인걸요.
23/02/12 00:14
수정 아이콘
ㅠㅠ 안타까운 세상이네요..
방구차야
23/02/12 01:21
수정 아이콘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건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전에 지하철 간질환자나 번화가에서 무단횡단 차에 치인 사람 케어해준적 있었는데 중국에서 물귀신마냥 구해준 사람 뒷다리잡고 늘어지는 경험은 생각조차 못하겠고 당사자나 도와준사람이나 그 상황에서 도와준사람에게 책임을 돌린다는건 아직 한국사회에선 일반적인 얘긴 아닌듯하네요. 윗댓글들은 한번 구제하는데 나서보신적이나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만...실제 그 상황에선 책임 뒤집어 씌우느니 성추행이니 생각할 범위가 아니죠..
보틀넥
23/02/12 02:47
수정 아이콘
이태원 참사때 어떻게 구조행위가 이루어졌는지는 다들 잊어버리신건가.
세츠나
23/02/13 12:09
수정 아이콘
실제로 구조하다 역으로 봉변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이런 통계가 있기는 한가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많을 것 같지 않습니다.
여자들은 밤거리 치안이 굉장히 좋은 한국에 살면서 왜 그렇게 병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느냐? 라는 얘기가 있는데 저는 여기서 유사성을 느낍니다.
실제로 유사할까요? 아니면 후자는 어리석은 공포심이고 전자는 엄연히 실존하는 위협일까요? 실제로 구조하다 봉변당한 사람의 확률은 얼마일까요?
물론 확률이 낮다고 무시할 일은 아닙니다. 멀리서 보면 통계지만 실제로 내가 당하면 100%죠. 근데 이 점도 둘 다 비슷하네요. 별로 없다고 하는데
내 주변에 아니면 몇 다리 건너 지인이 그랬다더라 하는 얘기는 들어봤다는 점도 비슷하고...이건 오히려 후자의 경험담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역시 사실 남에게 도움을 주는게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서워하는게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그런데 또 무섭습니다. 어렵네요.
사다하루
23/02/13 19: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혹시 제가 구조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감사 할 겁니다.
혹시 제가 구조를 해야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노력 하겠습니다.
혹시 제가 누군가가 구조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분이 그로인해 곤란한 일을 겪고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도와드릴겁니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을 거라고 믿습니다.

글쓴분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조전화를 해주는 정도로 줄어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도 용기내기가 어려운데,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저 넘기지 않고 상황을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049 [일반] <타인의 삶> - 무표정의 울림. [12] aDayInTheLife8992 23/03/01 8992 2
98009 [일반] 겨울 바람에 용과 같이 선인장에서 꽃이 피었군 [5] 라쇼9045 23/02/26 9045 6
98002 [일반] 지상 최악의 교도소에 가다 : 사이프러스 교도소 / 인간의 교화는 가능한가? [18] 토루12731 23/02/25 12731 25
97998 [일반]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노는 요즘(2) [3] 닉언급금지6364 23/02/25 6364 1
97960 [일반] 누군가의 감정의 기록 1 [3] TheWeeknd6571 23/02/20 6571 3
97957 [일반] [lol] 슬램덩크 산왕전을 롤이라고 상상해보자. [21] 코인언제올라요?7896 23/02/20 7896 9
97943 [일반] [스포없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후기 [19] 카이넨샤말11192 23/02/17 11192 0
97933 [일반] 별거 없는 s23u 구매 후기(사진없음) [55] 아케르나르10133 23/02/16 10133 2
97898 [일반] 방금 경험한 일 [31] 수리검12733 23/02/11 12733 3
97897 [일반] (뻘글)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3] 랜슬롯7465 23/02/11 7465 1
97894 [일반] 성우 타카하시 리에와 함께 떠나는 이세계 여행(희망편) [13] 이그나티우스9103 23/02/11 9103 5
97886 [일반] s23 실물 만져보고 구매한 썰 풉니다. [90] 챨스14433 23/02/09 14433 6
97846 [일반] 전세반환 나홀로 소송 후기 2탄 : 2부리그 급 에피소드 [5] Honestly10802 23/02/03 10802 21
97829 [일반] 완결웹툰 추천 - 태백 : 튜토리얼맨 [18] 휴울9798 23/02/02 9798 2
97808 [일반] 전직자가 생각하는 한국 게임 업계 [82] 굄성15762 23/01/30 15762 46
97793 [일반] <몬티 파이튼의 성배> - 이런 미친 영화가. [35] aDayInTheLife9436 23/01/29 9436 4
97757 [일반] [노스포] 유령/정이 후기 - 가족과는 "아바타"를 보는걸로 [11] 김유라7658 23/01/24 7658 5
97739 [일반] RTX 4090 전원부 티어표 [34] SAS Tony Parker 20246 23/01/19 20246 0
97733 [일반] 나도 봤다 슬램덩크 자막판 후기 (스포있음) [14] 노래하는몽상가9408 23/01/18 9408 5
97699 [일반] 원작존중 vs 2차 창작자에 표현의 자유 [41] 깐부11714 23/01/13 11714 2
97677 [일반] 라스트오브어스 리뷰와 평점이 공개되었습니다 [53] 쀼레기10495 23/01/12 10495 0
97676 [일반] 넷플릭스/웨이브에 올라온 작년 개봉작 [45] 빵pro점쟁이15035 23/01/12 15035 8
97664 [일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상 (슬램덩크, 터치 스포일러 있음) [40] 수퍼카8771 23/01/10 8771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