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사극 ost를 모아놓은 글이 보이더군요. 급 사극 노래가 땡겨서 예전에 즐겨봤던 드라마 주제가 영상들을 찾아 봤습니다.
어렸을 땐 다른 드라마보다 사극을 더 자주 챙겨봤던 것 같습니다. 학교 친구들한텐 애늙은이 소리 들을까봐 사극 좋아한다고 말도 못했었는데, 저녁 먹고 밤에 틀어주는 사극을 보면서 잠에 드는게 학창시절엔 저만의 즐거움이기도 했죠.
훤칠한 모델 같은 배우들이 나와서 로맨스를 펼치고, 비밀결사와 암투를 벌이는 요즘 퓨전 사극을 보다보면 어릴적에 봤던 선 굵은 정통 사극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정도전, 태종 이방원 등으로 대하사극의 명맥이 이어지려고 하는데 옛 명작에 뒤쳐지지 않는 사극 드라마를 다시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야망 오프닝
성민호 - 야망
94년에 mbc에서 방영된 사극 야망입니다. 최수종과 정보석이 주연으로 나왔죠. 가수 성민호가 부른 주제가도 인생의 덧없음을 잘 표현한 명곡입니다. 오래전에 봐서 내용도 가물가물한데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극 중에선 처음으로 가상의 인물을 도입한 팩션 드라마의 효시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용의 눈물 오프닝
태조 왕건 오프닝
무인시대 오프닝
역대 최고의 사극을 꼽으라면 역시 kbs에서 제작한 대하드라마일 것입니다. 용의 눈물은 가히 전설의 명작이라 할 수 있고, 태조왕건은 각본가 이환경의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용의 눈물과 버금가는 일품 대하사극이었죠.
무인시대는 위 두 작품보단 인기가 떨어졌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50년에 이르는 무신정권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려니 전개가 늘어지는 감도 없잖아 있긴 한데 시작부터 끝까지 짜임새가 훌륭한 드라마였죠. 에필로그에서 젊은 시절의 최충헌이 권력에 찌든 노인 최충헌에게 난신적자라고 일갈하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분명 명작 사극이지만 좋은 브금이 없다는게 살짝 아쉽네요.
허준 ost 불인별곡
허준 ost 산
상도 주제곡
상도 ost 나나니
대장금 ost 오나라
kbs의 대하사극이 국가의 흥망성쇠와 권력자들의 야망과 암투를 그린다면, 이병훈 표 사극은 보다 개인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찌보면 퓨전사극의 기틀을 마련한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병훈 감독이 전성기 시절에 촬영한 작품들은 가히 국민드라마라고 부를 만 했습니다. 허준, 대장금의 시청률이 어마어마했죠. 그런데 저는 시청률은 떨어지더라도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를 다룬 상도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티비에서 재방영해주면 챙겨보곤 합니다. 상도 ost 나나니는 아주 좋아하는 노래인데, 바이올린 선율을 듣자보면 노비에서 조선 제일의 상인으로 성공하는 임상옥의 인생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네요.
임꺽정 주제가
임꺽정 ost 강물처럼 흘러서
홍길동 ost 님이여 하늘이여
장길산 ost 다하리오
sbs에서 방영한 조선시대 3대 의적 사극도 정말 재밌었죠. 장사익이 부른 임꺽정 노래는 고난했던 민초들의 삶을 가슴 절절하게 표현합니다. 홍길동 주제가 전주 부분은 꼭 무도사 배추도사가 나오는 전래동화 애니 옛날 옛적에를 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홍길동의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대조영 ost 새로운 태양
대조영 방영 당시엔 재밌게 봤지만, 사실 사극으로 평가하기엔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사료가 부족한 발해건국사를 다루다보니 새로 지어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고 대조영과 이해고의 은원관계에 집중하다보니 좀 스토리도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었죠. 안시성 전투를 스펙타클하게 연출하여 새로운 대하사극의 지평을 여는가 싶었더니만 후반으로 갈 수록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미는 있었어요. 대조영 이후부터 광개토대왕 같은 비슷한 드라마가 제작되서 대하사극 팬 입장에선 좀 불만이 있다는 것이죠.
불멸의 이순신 주제곡
불멸의 이순신 ost 불멸의 혼
대왕세종 ost 님의 노래
대왕세종 ost 풍운지가
불멸의 이순신은 당시 무명 배우였던 김명민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던 드라마였죠. 불세출의 성웅 이순신을 다룬 작품인만큼 시청률도 좋았습니다. 제작진이 후일담에서 다시는 저런 해전 촬영은 못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해상 전투씬도 공중파 드라마인 걸 감안하면 매우 박진감 넘쳤지요.
하지만 불멸의 이순신과 대왕세종은 각본을 맡은 윤선주 때문에 결코 좋은 평가를 줄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드라마 작가라고 생각해요. 불멸의 이순신에서 원균 미화나, 현대 군대에서나 할 법한 훈련들을 조선시대 수군이 하는 건 그렇다치고, 대왕세종에서 보여줬던 전개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올 정도더군요.
절대 왕권을 자랑했던 태종이 조말생에게 쿠테타를 당해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 세종이 등극했는데 멸문시켜도 시원찮을 판국에 조말생을 기용해서 중히 쓰더군요. 옥환의 고려부흥세력 에피소드는 그래, 드라마 분량을 채우려면 가상 스토리도 들어가야겠지하고 이해했는데, 조말생에게 하극상당한 태종 부분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 방영됐다면 역사왜곡이라고 엄청 욕먹었을텐데 용케 넘어간 거 보면 참 신기해요.
아무리 사극이 역사 고증을 따르란 법은 없다지만 윤선주가 쓴 각본은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실컷 혹평을 했지만 드라마의 재미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호연도 훌륭했고, 브금도 좋은 곡들이 많았죠. 노래만 좋지 않았어도 굳이 넣진 않았을텐데 다시 들어도 역시 노래가 좋네요.
장녹수 주제가
명성황후 ost 나가거든
신돈 ost 공민왕
신돈 ost 노국공주
정하연이 각본을 맡은 사극들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작가가 비극을 다루는 솜씨가 탁월해서, 역사에서 안 좋은 최후를 맞이한 인물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다루곤 하죠.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필력이 뛰어난 작가라 작중 인물들의 대사나 극 전개가 흡입력이 뛰어나지만, 실패한 역사 인물을 띄워주려다 보니 역사 왜곡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본문엔 영상이 없지만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다룬 왕과 비와, 명성황후가 논란이 많은 작품이죠.
신돈은 정하연이 집필한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연극스러운 드라마입니다. 신돈의 최후 같은 장면을 보면 드라마를 시청하는게 아니라 무대에서 연극을 보는 기분도 들죠. 초반에 요상하게 웃는 신돈짤 때문에 괴작 취급 받지만 비장미가 있어서 결말까지 보고나면 여운이 오래 남더군요. 브금도 좋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씬에서 흐르는 용상의 그림자란 ost도 좋아하는데 유튜브에 아무리 찾아도 안나오네요.
찬란한 여명 ost 비련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개화기를 다룬 사극 찬란한 여명도 정하연이 각본을 쓴 줄 알았는데 신봉승이 썼더군요. 조선을 개화시키고자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마는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정하연이 시나리오를 담당한 걸로 착각했나 봅니다.
작중에서 인상 깊은 배역은 김갑수가 연기한 승려 이동인인데, 역사적으로는 논란이 있는 인물이지만 드라마상에선 깨어있는 선각자로 등장합니다. 날카로운 인상으로 변희봉이 연기한 대원군에게, "대원위 대감. 조선을 개국해야 하오이다!" 일갈하는 이동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추노 ost 바꿔
추노 ost 낙인
추노 ost 민초의 난
요즘 퓨전 사극이 추노만큼만 잘 만들어주면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빼어난 영상미, 흥미진진한 스토리,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 까지 흠 잡을 구석이 없는 작품입니다. 언년이는 빼고요 크크크크
추노는 브금도 멋드러지죠. 임재범이 부른 낙인이나, 공스나가 원샷원킬할때 뜨는 민초의 난이 아주 좋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최초로 그럴싸한 조총 사격 고증을 선보여서 역덕과 밀덕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었죠.
공주의 남자 ost Destino 운명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장녀가 사랑에 빠져 도피했다는 민담을 차용해 만든 사극입니다. 조선시대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수 있죠. 팩션과 퓨전사극의 경계에 있는 드라마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본 작품입니다. 주인공 커플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민우가 연기한 정종과 홍수현이 연기한 경혜공주의 애절한 모습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제중원 ost 광야
제중원의 주연 박용우는 무인시대에서 경대승 배역을 맡으며 사극에서도 연기력을 인정 받았었죠. 사실 제중원은 띄엄띄엄 봐서 엄청 재밌게 보진 않았지만, 주제곡 만큼은 아주 좋아합니다. 희망에 가득찬 가슴이 벅차오르는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각시탈 등장 브금
신현준이 주인공 이강토의 형으로 나와 초대 각시탈을 연기했었죠. 그리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바보와 각시탈을 오고가는 연기력이 훌륭했었습니다. 각시탈은 일제를 비판하는 스토리이지만 어째서인지 일본에서도 드라마 팬이 꽤 된다고 하죠. 각시탈이 등장하면 브금과 함께 채팅창으로 각시탈 키타~하는 일본인들을 보자니 뭔가 웃기더라고요 크크크.
야인시대도 나온지 벌써 20년이 되가는군요. 20년전 드라마 밈이 아직까지 쓰이는 걸 보면 신기하면서도 대단합니다. 방영 당시엔 김두한 청년기를 다룬 1부가 인기있었지만 세월이 갈 수록 궁예 김영철이 연기한 2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재평가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야인시대가 잊혀지더라도 심영과 사딸라는 영원하리라.
제 3공화국 오프닝
제 5공화국 오프닝 Deus Non Vult
공익 공익이 버스를 20번이나 혼자 타네~ 제3,4공화국은 봤던 기억도 잘 안나는데 땃따따다다다 하는 브금 만큼은 기억이 나네요.
5공화국은 초반부 흡입력이 대단했었죠. 전두환 배역을 맡은 이덕화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저는 성우 김기현이 열연한 장포스와 견훤으로 유명한 서인석이 유들유들한 노태우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서인석은 견훤이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렇지 태조왕건 이전엔 부드러운 성격의 인물을 자주 연기했었죠. 견훤만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서인석의 물태우 연기를 보고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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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공부할적에 쉬는시간마다 대왕세종 사운드트랙 1번 소원부터 16번 님의노래까지 쭉 듣는게 멘탈 컴다운시키는 방법이였죠.(그 원경왕후 세상 하직하실때 나오던 구슬픈 소프라노곡이 없는게 좀 아쉽더군요)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측면에서 여운을 많이 남긴 드라마입니다. 지금도 생각날땐 종종 kbs들어가서 돌려보죠. 그리고 항상 생각합니다. [작가양반 이거 더 잘 만들 방법이 있었을텐데???]
아 그리고 이 글엔 없는 곡인데 전 다모라는 드라마는 본적 없지만 숙명이라는 곡 참 좋아합니다.
세종대왕 시절은 말그대로 태평성대라, 드라마로 만들 극적 요소가 너무 적어서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갈수밖에 없었다는건 알겠고,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을 빌런 한명 만든것도 익스큐즈 하지만, 그렇더라도 해도해도 너무했죠.
태종 뒷통수쳐서 뒷방 늙은이 만든것도 기도 안차는데, 한양 대화재의 배후까지 조말생에, 역모까지 했다고 설정한건 선을 넘다못해 지워버린격이었으니...
그래서 제 개인적인 바램은 세종주연의 사극이 다시 나왔으면 합니다. 이번 이방원 처럼 짧고 굵게 하면 굳이 무리수 안둬도 될듯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