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언급했지만, 저는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장력과 구성이 중요한 장편보다 발상과 그 전개가 중요한 중단편이 더 끌리는 취향이라 그렇습니다. 그 선후관계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요.
그런 중에 저에게 김훈이라는 작가님은 가시와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이해하기 어렵고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장력'이란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였나 혹은 모의고사 문제지에서 만났던 <현의 노래>는 그 짧게 편집된 분량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큰 인상을 남긴 문장들이었으니까요.
<하얼빈>의 이야기는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안중근 의사의 일주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표현하자면 김훈 작가님 특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가해한 세상에 대해 한 사람이, 혹은 한 남성이 부딪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교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련에서 하얼빈으로 이어지는 이토의 이야기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연결되는 안중근의 이야기로, 혹은 두 가지의 의지가 맞부딪치는 장소로써의 하얼빈으로.
동시에 이야기는 빌렘 신부와 뮈텔 신부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어떤 점에서는 종교적인 물음, 정확하게는 카톨릭의 물음을 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 또한 교차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느님의 나라와 세속의 나라의 경계선에서 '죄'는 너무나도 많거나 혹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문장 하나를 남길까 합니다. 뒷 표지에도 써진 문장으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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