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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8 01:44
오르한 파묵이 드디어 "갑자기 사라져버린 내 첫사랑" 이야기를 벗어났나보군요. 포스트모던의 정점과도 같았던 <내 이름은 빨강> 덕분에 한국에도 나름 독자를 확보한 작가지만, 튀르키예에 대한 역사적-경험적 맥락을 외국 독자 입장에서 읽어내기에는 어려운 면도 많았고 저 같은 경우는 파묵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그놈의 사라진 첫사랑 모티프가 너무 반복되는 것 때문에 언제부턴가 손이 잘 안가는 작가가 되었지만... 그래도 후기를 보니 간만에 읽어볼만 하겠네요.
22/09/08 07:45
뭔가 묘하게 아련한 느낌은 여전히 있긴 합니다. 크크크
튀르키예, 정확하게는 당시 정치적 문화적 이야기가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아무래도 제3자, 이방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긴 하더라구요. 당시 민족주의나 세속주의나, 우리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니까요.
22/09/08 09:10
대표적으로 [하얀성]만 해도 터키 중세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슬람 전통주의와 세속주의, 범유럽주의와 아타튀르크주의 사이의 뿌리깊은 갈등과 투르키예의 현실 정치 딜레마가 녹아들어있는 정수인데 우리나라 문학 평론가란 양반들은 거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이 작품을 두고 다들 황당한 소리만 해대고 있더라구요. 소개 감사드리고 빨리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22/09/09 08:30
파묵의 책들 중에 <순수 박물관> 외에 말씀하신 첫사랑 같은 주제의 책이 또 있었던가요? 빨강, 검은, 하얀 시리즈를 한 10년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한데 그런 주제를 반복하는 느낌은 아니어서 질문드립니다.
22/09/09 10:59
저 역시 사실 파묵을 꼼꼼히 읽었던 게 10년이 다 되가니까 좀 과장된 개인적 감상이긴 합니다. 주제의 반복이라기보다도 '사라진 첫사랑' 혹은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남성의 이야기라는 소재 쪽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눈>에서도 그렇고, <검은책>도 비슷한 모티프를 공유하구요. <새로운 인생>에도 그런 소재가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합니다. 파묵이 다양한 소재를 다루기는 하지만 저는 그 안에 있는 남성 주인공의 정념이나 과거에 대한 지나친 노스텔지어적 감수성, 이런게 하나의 모티프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거든요. 다르게 말하면 너무 비슷한 주인공이나 그의 감상성이 등장하는 것에 물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특히 <순수박물관>을 읽다가 그런 느낌이 너무 강해서 독서를 멈추게 되었다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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