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05/17 16:31:56
Name 사랑해 Ji
Subject [일반] [15] 아버지 고마워요!
저희 아버지는 무척 부지런하십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시는데 장대비가 쏟아지지않는 한 매일 등산을 하십니다. 주말에도 집에 있으면 심심하시다고 주말마다 밖에 나가시는데 그 덕분에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산, 바다, 강, 계곡 등등 안가본 곳이 없어요.

등산 후 발아래 도시들을 바라보며 싸가지고온 컵라면과 김밥먹기, 하산 후 배가 고파지면 산 아래 아무 도토리묵 집에 들어가 도토리묵+파전 먹기 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개미만한 건물들을 가르키시며 저기는 무슨 동  무슨 동 하며 알려주셨죠.

제가 어렸을때는 밖에서 취사가 가능했었어요. 바다, 강, 계곡 갈때는 무조건 가스버너와 텐트를 챙겨가셨죠.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있으면 00아 밥먹어라! 를 외치세요 크크크크크크크 그럼 저는 가서 냠냠하고 삼겹살을 먹습니다. 그 맛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크크크크크

계곡에 있는 돌틈사이를 뒤지시다가 가재가 보이면 제 손에 올려주시고 돌위에 갈색의 긴 소라를 보여주시며 이건 다슬기라는 거야 하고 알려주셨죠.

바다에 갔을때도 돌틈을 뒤적 거리면 게, 성게, 고동 등등 반찬통에 담아다가 아버지를 보여드리면 어이구 우리 00이가 많이 잡았네~ 하며 웃어주셨죠.

하루는 저녁 6시에 갑자기 아버지가 바다에 가자고 하셨어요. 어머니는 잔뜩 짜증이 났지만 해맑게 웃고있는 저를 보며 아무말도 없이 가스버너와 밥과 삼겹살을 챙기셨습니다. 바다에 도착하고보니 너무 어두워서 후래쉬에 의지하며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ㅜㅜ

덕분에 저는 그런 기억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저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죠. 그런데 커서 친구들과 대화를 해보니 유독 제가 그런 경험들이 많았던거죠.
그 시절.. 저희집은 차도 없었어요. 오롯이 부모님께서 텐트, 가스버너, 먹을거리를 들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제 손을 잡고 다녔던거죠. .

언젠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제가 다섯살 무렵 새벽 다섯시 마다 저를 깨워 두분의 일터로 데리고 가셨다고.. 그 당시 부모님께서는 옷감을 재단하는 일을 하셨는데 그 먼지 날리는 곳에 어린 딸을 새벽같이 깨우고 데려가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기억 난다고 ...

그 일터를 놀이터삼아 뛰어다녔고 아버지가 자투리 옷감으로 별모양, 동그라미 모양, 세모, 네모 모양으로 오려주시면 풀로 종이에 붙이며 놀았고 가끔 오는 점핑 말타기를 탔었고 회사앞 중국집 짜장밥이 참 맛있었고 그 모든 기억들이 재밌었고 행복했었어요! 라구요. 두분은 말없이 웃으셨지만 여전히 미안하셨나봐요. 그래서 주말마다 어디로 데리고 가셨는지도 모르죠.

그치만 전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그 모든 기억들이 제가 힘들때마다 버틸수있게 해주거든요. 나는 온전히,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그리고 받고 있는 사람이다 라고 깨닫게 해줘요.

다섯살 아들이 있는 지금 그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행복한지 알려주고 싶어서 주말이 되면 하다못해 집앞 공원이라도 나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요. 힘들지만 우리 아들도 저처럼 행복한 기억을 가질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05/17 16:37
수정 아이콘
돈 있어도 하기 힘든 경험을 하셨군요.
너무 부럽고 글쓴님 부모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사랑해 Ji
22/05/17 16:42
수정 아이콘
차도 없던 그 시절인데..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은 저도 두분을 너무 존경합니다.
개좋은빛살구
22/05/17 16:40
수정 아이콘
여름휴가때 집오는 길에, 여행지에서 어쩌다보니 초과 지출을 하여 아무것도 못먹을뻔했는데, 마침 라면이 있었어서,
길가 하천변에 차 세워두고 코펠로 라면 끓여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그저 재밌는 기억이였는데, 막상 어른분들은 돈없어서 이렇게 해먹는걸 맘아파 하셨더라구요.
사랑해 Ji
22/05/17 16:43
수정 아이콘
저도 부모님과 함께여서 일터도 좋았는데 마음아파 하셨다니 제가 참 철없었구나 싶기도 해요. 근데 그 나이에는 당연한...ㅜ
22/05/17 16:46
수정 아이콘
이제 마찬가지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정말 많은 고민을 합니다. 나는 과연 내가 받은 것들을 돌려줄 수 있을까?
사랑해 Ji
22/05/17 16:50
수정 아이콘
저는 못할 것 같지만 노력중입니다. 부모님처럼은 못해도 애정은 표현은 확실하게 하려구요.

친정집에서 다시 집으로 올때 아버지가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시는데 항상 사랑한다 딸아 하고 볼에 뽀뽀도해주십니다 크크크크크
방구차야
22/05/18 04:40
수정 아이콘
어린시절의 소소했던 기억을 공유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치 그때 그장소에 가있는마냥 감정이입되고 힐링됩니다. 인생의 행복이 무엇이라 정의내리는건 각자의 기준에 따른것이겠지만 그때의 잔잔한 물소리, 눈을 간지럽히는 나뭇잎 사이의 햇살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는거겠죠. 다시는 돌아갈수 없기에 더 애절하지만 내가 할수있다면 이 기억과 행복한 느낌을 내리 전달하고싶은 마음이 있을겁니다. 그 느낌을 알고있는 나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께 없겠죠. 서로가 함께 있어 감사한 이 순간.. 그러면 될겁니다.
사랑해 Ji
22/05/18 12:42
수정 아이콘
너무 좋은 댓글이라 계속 읽었어요. 갑자기 친정부모님이 너무 뵙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54870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30121 9
공지 [일반]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52789 28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24290 3
101722 [정치] 6월 19일 12사단 훈련병 수료식 날, 용산역 광장에서 시민 추모분향소 운영 [2] 일신677 24/06/18 677 0
101721 [일반] TSMC 3nm 스냅드래곤 8 4세대 25%~30% 인상 전망, 갤럭시 S25 울트라 가격 상승 가능 [24] SAS Tony Parker 2098 24/06/18 2098 1
101720 [일반] 박세리 기자회견 : 골프가 내 꿈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다른 사람 꿈이였다 [32] Leeka4973 24/06/18 4973 13
101719 [일반] 己(몸 기)에서 파생된 한자들 - 벼리, 일어남, 기록 등 [7] 계층방정1660 24/06/18 1660 8
101718 [일반] 2024년 방콕 중심지 지도 업데이트 [13] 쿠릭5057 24/06/18 5057 36
101717 [일반] [역사] 예나 지금이나 같은 킥보드 문제 / 전동 킥보드의 역사 [17] Fig.13472 24/06/17 3472 10
101716 [일반] 사이코패스 엄인숙 [18] 핑크솔져7088 24/06/17 7088 0
101715 [일반] "임용도 안 된 게'…기간제 교사 물에 담그고 넘어뜨린 남학생 [82] Leeka10042 24/06/17 10042 14
101714 [일반] [단독] 연돈볼카츠 점주들 “백종원은 마이너스의 손”…공정위 신고 [125] Leeka12126 24/06/17 12126 6
101713 [정치] 선진국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없다는 한경협 : 선동과 날조로 당당히 승부하자 [41] 사람되고싶다6794 24/06/17 6794 1
101712 [정치] '월성원전 감사 방해' 산업부 전 공무원들 무죄 확정 [95] 베라히8236 24/06/17 8236 0
101711 [일반] <포트레이트 인 재즈> 읽고 잡담. [2] aDayInTheLife2728 24/06/16 2728 3
101710 [일반] 장롱면허 레이 운전 분투기(3시간) [82] 사람되고싶다6373 24/06/16 6373 14
101709 [정치] 특이점이 와버린 선방위 [18] CV7957 24/06/16 7957 0
101708 [일반] 요즘 심상치 않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사고들 [47] SAS Tony Parker 9505 24/06/16 9505 3
101707 [일반] [팝송] 두아 리파 새 앨범 "Radical Optimism" [13] 김치찌개3975 24/06/16 3975 1
101706 [일반] 대한민국은 우생학의 실험실인가? '인적 자본'의 허구성 [74] 고무닦이10255 24/06/15 10255 26
101705 [일반] [서평]《기억의 뇌과학》 - 기억하고 잊는 인간에게 건네는 뇌의 따스한 소개 [4] 계층방정2926 24/06/15 2926 4
101704 [일반] <인사이드 아웃 2> - 다채로운 '나'를 완성하는 과정.(약스포) [38] aDayInTheLife4697 24/06/15 4697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